창작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눈을 뜨지 않았다. 침대 한쪽 구석이 푹 꺼지는 느낌에 어둠 속으로 감춰질 것임에도 더 꾹 눈을 감았다.

마치 확인하듯이 들린 이불. 무릎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마사지 하듯 주무르는 손.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억눌린 울음소리.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내가 잠을 자지 않고 있다는 걸 들킬까봐 숨을 고르게 쉬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인기척은 이층침대, 바로 위로 옮겨졌다. 

여직 온기와 이슬이 남은 이불을 손으로 감추며 죄책감을 억누르려 애썼다.



 간만의 꿈. 밤이면 형이 내 다릴 감싸고 주무르고 울던 그리운 과거의 꿈이다. 간밤에 귀찮아서 닫지 않은 문 탓에 형이 준비하는 모습은 눈에 그대로 와 박혔다. 심심찮게 듣곤 하던 소리들이 귓가를 울린다. 저렇게 근사한데, 저렇게 멋있는데. 


 마치 그 이유가 나 밖에 없다는 양. 그럼 그런 말들을 흘려 보내지 못하고 연신 쌓은 채로 나는 애써 웃었더랬다. 차마 아니라고, 그냥 우리형이 연애에 시간을 쏟을 짬이 안나서 인 거라고. 그렇게 말할 수도 없이. 알았으니까. 나도, 우리 형이 인생의 한 부분을 놓고 내게 매달려 있다는 걸 아니까. 


 강의실에서 강의실을 하루 종일 끌고 밀고 당겨 다니던 어머니와 같이. 아니, 그보다도 더. 

 

 "형, 아직 이르지 않아?"

 "나도 그래서 느긋하게 준비하다 불 붙었지 뭐. 먼저 간다, 아침 챙겨먹고 가. 된장찌게 했어."

 "차 조심해!"

 "어!"


 삐리릭.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삐걱 소릴 내며 길게 뻗힌 다릴 내려다 봤다. 기분 나쁜 자괴감과 지겨운 자기혐오가 시작됐다. 힘 없는 다릴 지탱하고 움직이느라 근육이 붙은 팔은 더이상 어릴 적처럼 근육통을 동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 휠체어에 고이 올려놓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삐걱삐걱 고장난 소릴 낸다.


 "하. 언제쯤. 언제쯤이면-."


 비장애인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퀴를 굴리면서 식탁에 차려진 아침을 마주하곤 버릇처럼 웃음이 피어올랐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에 김이 피어오르는 된장찌게. 미처 먹지 못한 형 몫의 공기밥을 들어다 밥통에 쏟아놓곤 자리로 바퀼 굴려 수절 집어들었다. 잘먹겠습니다-.



==============


뭔가, 진우는 아무리 현생 바빠도 선우 챙겨버릇 할 것 같고.(선우가 저녁 다 차려놓고 진우를 기다리듯이)

선우는 매일 아침이 힘들어도 그런 진우 덕에 웃을 수 있었을 것 같음.

  • tory_1 2018.09.12 02:38

    형제들 아침상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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