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정말?”

, 진짜 괜찮아. 나도 명단에 넣어줘.”

흐음


세린이 눈을 가늘게 뜨곤 천천히 지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지호의 꿍꿍이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작전에 꼭 필요한 센티넬이었기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의지가 부족해 - 물론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 실험이 중단됐다. 그런 자신을 온전히 받아 준 솔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현의 복수 밖에 없었다.

 

**

 

저 잠시 화장실 좀 갔다 갈게요.”

, 그래요.”

 

화장실 문에 붙어 인혁이 연구실로 들어가는 걸 지켜 본 솔이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잘 도착했어?”

=. 잘 도착해서 잘 자고 방금 검사도 받고 왔어.

 

새벽에 보내고 처음으로 한 통화라 그런 지 아랫배가 간질거려 발가락이 곱아든다. 솔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너무나 궁금했지만 차마 인혁에게는 하지 못했던 질문을 해보았다.

 

=그거 한 번에 안 생기는데?

뭐어?”

 

언제 생길지 모를 각인 문양에 지금까지 내내 손목을 가리느라 힘들었는데 한 번에 생기는 게 아니라니? 현과의 각인은 다음 날 바로 문양이 생겨났으면서?

 

=그 때는 지 현이 약물을 사용해서 그랬어. 나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한 번으로는 안 생겨.

뭐야

 

괜히 서운해 투덜거리자 지호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각인 문양이 생기길 바랐냐고 묻는다.

 

아니거든.”

=왜에? 난 생겼으면 했는데.

됐거든? 나 이제 들어 가봐야 해.”

=그래. 치료 잘 받고 와. , 그리고

솔 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그런지 인혁이 화장실까지 솔을 찾으러 왔다. “, !” 지호의 말을 다 듣지 못한 솔이 후다닥 휴대폰 전원을 끄곤 화장실 칸에서 나왔다.

 

미안해요, 너무 오래 걸려서속이 안 좋았습니까?”


솔이 민망한 미소를 짓곤 먼저 화장실을 나갔다. 아무리 걱정이 돼도 화장실까지 따라 오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럼 전극 부착하겠긴장 됩니까, 솔 군?”

 

요 며칠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매일 했던 치료인데, 무릎 위에 오른 솔의 주먹이 살폿 떨리고 있다. 솔직히 긴장되었다. 치료가, 환각이 긴장되는 게 아니라 지호와 몸을 섞은 것이 티가 날까봐 걱정 되었다. 자랑처럼 떠들 일은 아니겠지만 뒤늦게 밝혀지는 것보다 미리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솔이 조심스럽게 인혁을 불렀다.

 

? 지금 뭐라고

……

 

혼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혼나는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잘 못 들었기를 바란 듯 인혁이 기가 찬 목소리로 재차 물었고, 솔은 괜히 이야기했다고 자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게 문제가 되나요? 아니, 그게 어쩌다 보니까


솔도, 솔을 찾아 온 지호도 충동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굳은 턱 근육을 애써 움직여 미소를 지어 보인 인혁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각인이라는 것은 매칭이 된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 건 맞지만, 매칭이 되지 않은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서도 가끔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그 때는 매칭률이 기준을 넘었으며, ‘매칭이 될 두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행여 큰 문제가 될 까봐 잔뜩 울상인 솔의 관자놀이와 머리 곳곳에 붙였던 전극을 떼어냈다.

 

, 왜요?”

치료는 오늘부로 종료하겠습니다. 더 이상 환각을 보지 않죠?”

, 환각 안 본 지 조금 됐어요.”

그럼 됐네요.”

 

갑작스러운 인혁의 언행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자, 인혁은 자신도 그 일이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없으니 소화에게 들키기 전에 아예 치료를 끝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부소장님께는 제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괜찮을까요? 부소장님께서 검사하자고 하시지 않을까요?”

아마 그럴 확률이 높겠죠? 그래도 부소장님께서 오실 때쯤이면 그지호님의, 체액이 다 배출되었을 테니 결과에 반영이 안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과 인혁,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진다. 특히 솔은 인혁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도와주겠다는 솔을 거절한 인혁이 기기들을 전부 정리하곤 솔과 함께 연구실을 나왔다. 솔의 이야기가 꽤 충격적이었는지 인혁은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다, 잠시 볼일이 있어 가봐야겠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설마 소화는 아니겠지. 휴대폰을 제 귀에 가져다대는 인혁의 행동을 바라보던 솔이 지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바쁜 것인지 지호는 받지 않았다.

 

**

 

그래? 다행이다.”

그러게요.”

 

이번 작전에 자신도 넣어달라는 지호의 요청을 보고하자 소화가 반색한다. 안규진 소장에게도 보고했냐고 물어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미국과 홍콩 몰래 진행하자는 소화의 의견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보였지만 세린은 딱히 소화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정말 거기에 있는 사람이 닥터 그레이든이 맞는지만 남았네


, , . 소화가 뒤집어놓은 자신의 휴대폰을 손끝으로 톡톡 치며 읊조렸다.

 

우선 모의 훈련 진행하자. 그리고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게 준비해놓고.”

. 오늘 속초로 가세요?”

 

세린이 방 한 켠에 놓인 캐리어를 바라보며 묻자 소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나 모레쯤 가려고 했는데 지호가 작전 팀에 포함되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솔의 치료를 마치고 싶다고 말한다.

 

어차피 치료도 막바지라 검사 한 두 개만 더 하면 되거든. 한 솔 가이드가 팀에 포함되면 윤지호 센티넬에게도 더 좋을 것 같고.”

배려 감사합니다, 부소장님.”

배려는 무슨. 난 내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 , 세린아. 미안, 전화 좀.”

, . 그럼 가보겠습니다.”

 

문이 닫히는 걸 바라보며 전화를 받은 소화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전화가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 약속 된 날은 사흘 뒤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일로 시간이 바뀌었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준비가 다 되었기에 소화는 지체 없이 연구실을 정리했다.

 

-

 

, 오셨어요?”

한 솔 가이드.”

 

산책을 하고 있던 것인지 솔이 - 막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소화에게 다가온다. 인혁을 대신 해 캐리어를 끌어주려는 솔에게 인혁을 묻자 오후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나갔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인혁은 속초 연구소에 온 이후 종종 개인적인 볼일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소화의 기분이 좋지 못해 보여서 솔이 슬쩍 인혁을 비호했다.

 

어제 친구 분 기일이라 기분이 안 좋아보였거든요그래서 잠깐 바람 쐬러 간 것 같아요.”

친구기일이요?”

. 가이드셨다던

 

솔의 입에서 나온 가이드, 라는 단어에 소화의 목덜미가 순간 서늘해졌다. 놀라 뒷목을 만지작거리자, 많이 피곤해하는 걸로 오해한 솔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 정말요?

, 방금 메시지 받았어.”

 

목욕 가운 차림의 소화가 한 손으로 와인 잔을 빙빙 돌렸다. 호선을 그리는 자줏빛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소화가 세부 작전을 알려주었다.

 

길지는 않지만 도청도 성공했는데 내일 오후 쯤 어딘가로 이동할 계획이래. 지금 지도 볼 수 있니?”

=, 잠시만요.

 

그레이든이 지나갈 길목을 알려 준 소화는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꼭 작전 성공하길 바란다는 - 마음에도 없는 응원을 해주곤 전화를 끊었다. 세린을 비롯해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길목을 지키는 동안, 자신은 솔과 함께 삿포로 센티넬 연구소로 향할 것이다.

 

그레이든과 함께.

 

**

 

 

이른 아침, 노크 소리에 솔이 비척거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살짝 연 문 밖에는 놀랍게도 소화가 서 있었다.

 

부소장님

미안해요. 잠 깨웠죠, 내가.”

아뇨. 괜찮습니다.”

 

고개를 돌린 솔이 얼른 눈곱을 떼어내곤 문을 조금 더 열어주었다. 어딜 또 나가야하는 것인지 소화는 얇은 코트 차림이었다.

 

한 솔 가이드.”

?”

괜찮으면 우리 아침이나 먹으러 갈까요?”

 

소화가 차키를 들어 보인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솔이 눈만 크게 굴리자 소화가 방금보다 반 톤 낮은 목소리로 어제 저녁에 언급한 인혁의 가이드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다며,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다. 행여 인혁에게 실수할까 걱정 된다는 소화의 말에 솔이 얼른 준비하고 나오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함께 마실 커피까지 준비해 놓은 소화의 세심함을 고마워하며 커피를 홀짝거리던 솔의 눈이 커졌다. 소화가 준비한 커피는 속초에서 맛을 들였던, 달달한 다방커피였다.

 

그래도 한 솔 가이드가 미리 언질을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요?”

 

솔의 반문에, 소화는 먼저 떠나보낸 첫 가이드에 대해 몰랐다면 자신이 어떤 무례를 저지를지 몰랐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솔이 아는 소화는 그런 일을 만들 사람이 아니었다.

 

하암-”

졸려요? 너무 이른 시간인가?”

 

아침 830.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닌데 솔은 아까부터 하품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연락만 받아달라던 지호는 뭐가 그렇게 바쁜 것인지 연락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나름대로 일찍 잤는데도 자꾸 눈이 감겼다.

 

죄송해요눈이 너무 감겨서.”

그럼 좀 자요.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어요.”

그럼 함께 나온 의미가

 

말도 채 끝마치지 못한 솔이 새근거린다. 소화는 솔의 커피 컵을 힐긋거리곤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

 

소화가 미간을 찌푸린 채 룸미러를 바라본다. 아까부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차가 굉장히 거슬렸다. 먼저 보내기 위해 차선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룸미러엔 그 차가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속도를 줄이자 함께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보아 분명 목적은 자신이었다. 아니면, 조수석에 탄 솔이던가.

 

“!!!”

 

소화가 눈치를 챘다는 걸 안 것인지 룸미러 속 차가 점점 크게 보이더니 이내 쾅, 소리와 함께 큰 충격이 느껴졌다. 끼이이익-!! 놀라 밟은 브레이크가 만들어낸 기분 나쁜 소음에 소화가 얼굴을 찡그렸다.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몇 미터 정도 밀려 난 소화는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진한 차량이 소화의 차를 다시 박았다. 콰광-!! 아까보다 더 큰 충격 때문에 소화가 핸들과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 조수석에서 축 늘어져 있는 솔 역시 이 곳 저 곳에 머리를 박았지만 수면제의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깨지 않았다.

 

 

소화가 피가 흐르는 왼쪽 이마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일부러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도로를 선택한 것이 실수였다. 오전시간임에도 지나가는 차는 하나도 없었다. 신고를 해야 할까, 거치대에 꽂힌 휴대폰에 손을 뻗던 소화가, 조수석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복면의 사람들을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와장창!! 깨진 유리창 파편들이 솔에게 쏟아졌다. 놀란 소화가 소리치려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창문을 통해 차 문을 연 괴한이 솔의 안전벨트를 잘랐다. “안 돼소화가 손을 뻗어 괴한의 옷자락을 쥐었다. 하지만 괴한은 가볍게 소화의 손을 털어냈고, 소화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

 

**

 

뭐야, 긴장 돼?”

……

 

싱가포르로 향하려는 비행기 안, 굳은 얼굴을 한 지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세린이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휴대폰 화면을 매섭게 노려볼 뿐이었다.

 

뭐야, 뭔데? 뭐야, 이거!!”

 

지호의 어깨 너머로 휴대폰 화면을 훔쳐 본 세린이 놀라 소리쳤다. 인혁에게서 온 메시지엔 자잘한 상처들이 가득한 채 기절한 솔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 솔이야? 이 사진을 왜 인혁이

나 못 가겠다.”

?”

 

지호가 안전벨트를 풀어 세린이 얼른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행히 게이트가 분리되기 전이라 세린 역시 지호 뒤를 쫓아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뭔데, 대체!” 세린이 소리 쳤지만 지호는 휴대폰만 확인하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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