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화가 속초 분원 연구소에 오는 날까지 솔은 매일같이 인혁과 함께 근교로 바람을 쐬러 다녔다. 한국 센티넬 연구소에 오기 전, 아니 오고 나서도 그 안에서만 지냈던 것이 억울할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기분은 좀 나아졌어요?”

, 형 덕분에요.”

 

솔이 웃어보이자 인혁 역시 미소 지었다. 가끔, 아니 자주 솔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아졌다니 다행이기는 했다. 지호가 조각 케이크를 솔 쪽으로 밀어주었고, 솔이 크게 조각 낸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두 사람의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솔이 케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인혁이 빠르게 솔을 일으켜 세웠다. 소화가 도착하는 시간 전까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

 

오셨습니까.”

잘 지냈어요, 한 솔 가이드?”

안녕하세요

 

연구소 내 많은 이들이 솔에게 가이드의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소화가 솔을 부르는 호칭은 한 솔 가이드였다. 그 호칭이 왠지 안심 되면서도 가슴 한 쪽을 콕콕 찔러 솔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소화의 짐을 옮겨줘야 하는 인혁이라 정말 오랜만에 혼자만의 저녁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열어놓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짭잘한 바람을 느끼며 괜히 휴대폰을 놓고 온 것 같다고 작게 투덜거린다. 그렇게 지호를 보낸 지 닷새가 지났다. 지호가 자신의 결심을 무시한 것이 많이 화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을 보러 온 지호였는데 너무 매몰차게 대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행여 인혁에게 연락이라도 왔으면 사과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자신의 태도에 지호 역시 화가 난 것인지, 인혁은 지호에게서 온 연락은 없다고 했다.

 

보고 싶어, 윤지호.”

 

현에게 받은 목걸이가 부서진 후, 지호에게서 선물 받은 목걸이를 습관처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소화가 왔으니 이제 바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버틸 만 할지, 고통스러울지. 어떤 시간을 보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솔은, 염치없게도 힘내라는 지호의 응원이 듣고 싶었다.


늦게 도착했으니 하루 정도는 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음 날 오전 소화는 바로 솔을 호출했다. 소화의 임시 연구실에는 한국 센티넬 연구소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기기들이 많았다. 스피커로 보이는 기기들을 연구실 한 쪽에서 설치하는 인혁에게 목례를 건넨 솔이 준비 된 의자에 앉았다.

 

컨디션은 어때요? 잠은 잘 잤나요? 식사는요.”

 

솔에게 소화는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호의 태도를 보면 굉장히 나쁜 사람인 것 같은데, 정작 마주했을 땐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을 사무적인 태도로만 대하는 것 같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바라보는 눈빛은 인간적이라 솔은 - 소화가 궁금했다.

 

컨디션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바로 실험아니, 치료 시작 할까요?”

 

말실수를 했다는 듯 살짝 웃어 보인 소화가 수 개의 그래프들이 띄워진 모니터를 솔 쪽으로 조금 돌려주었다.

 

, 지금 보고 있는 건 뇌파 그래프예요. 여기, 이 그래프는 델타파라고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파형이죠. 그리고 이건

 

소화가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을 해주었지만 델타파니, 세타파니 하는 어려운 용어에 솔은 이해를 포기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래서 우린 한 솔 가이드가 환각을 볼 때 그려지는 뇌파를 측정할 거예요. 어떤 상태에서 어떤 뇌파가 나오는 지 확인 후 여러 상황을 설정해보도록 하죠.”

 

환각이라여긴 윤지호도 없는데 환각이 보일까? 지호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걱정을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속초에 오고 난 이후 환각을 본 적이 없다. 첫 시작부터 난관이네. 하던 솔에게 기기 설치를 끝낸 인혁이 전극 여러 개를 들고 다가왔다.

 

전극 부착하겠습니다.”

 

관자놀이부터 이마, 그리고 정수리까지 수 개의 전극을 붙인 솔은 뒤이어 골전도 이어폰까지 착용했다. 대체 어떻게 환각을 보게 만든다는 것일까. 검사를 시작한 것인지 소화와 인혁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행여 전극이 떨어질까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솔 군?”

?”

괜찮습니까?”

 

걱정스레 바라보는 인혁에게 잠깐 딴 생각을 했다고 말했지만 어째서인지 인혁의 걱정은 그대로였다. 시작하자는 소화의 말에 인혁이 속삭였다. “모든 건 허상입니다.”

 

? 그게 무-!!!!”

 

인혁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부착한 전극이 다 떨어질 뻔했다. 인혁에게 양 어깨가 잡힌 솔이 천천히 의자에 앉았지만 시선은 - 솔이 스피커라고 생각했던 - 홀로그램 기기가 띄운 지호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 온 탄환에 지호가 크게 휘청거리더니 왼쪽 옆구리를 손으로 짚었다. 손 틈 사이에서는 붉은 피가 연신 새어나왔다. 솔이 잘게 떠는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인혁이 말해준 것처럼 허상이라고 되뇌었지만 지금까지 악몽과 환각으로 고통 받은 자신의 뇌는 허상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화의 눈짓에 인혁이 슬그머니 솔의 시야 속으로 들어섰다. 인혁을 본 것인지 솔의 눈동자가 아주 조금 인혁 쪽으로 옮겨졌다. 그리곤,

 

-!!!”

 

이번에는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 솔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고, 부착한 전극들은 모두 떨어져버렸다. 놀란 인혁이 소화를 바라보자 괜찮다는 듯 소화가 손을 들어올렸다. “, 다쳤어요?!” 이제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덜덜 떨며 솔이 인혁의 가슴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래도 환각 속 인혁은 가슴 쪽에 큰 부상을 당한 것 같다.

 

괜찮습니다.”

 

인혁이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솔은 전혀 듣지 못했다. 허둥지둥하며 - 아마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 자신에게 뻗은 솔의 손을 잡아 당겨 제게 안기게 한 후, 지니고 있던 안정제를 솔에게 투여했다. 솔이 인혁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고, 인혁은 그런 솔을 연구실 한켠에 놓인 간이침대에 눕혀주었다.

 

약 삼심 분 후, 솔이 정신을 차렸다. 인혁은 어딜 나간 것인지 혼자 있던 소화가 솔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한 솔 가이드?”

조금 어지럽기는 한데

그럼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지 말아요. 물은 여기에 둘게요.”

감사합니다

 

조금 들었던 고개를 다시 베개로 떨어트린 솔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소화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더 해야 할 것이 있는지 물으려던 솔의 질문보다 소화의 사과가 조금 더 빨랐다. “미안해요, 한 솔 가이드.”


? 뭐가요?”

그냥 전부다요.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부소장직에 있으면서도, 가이드 - 아니, 한 솔군을 잘 보살피지 못한 것 같아요. 그 날솔군이 말한 악몽을 늘 있던 일이라 치부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드네요.”

 

혹시 울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니터를 오래 바라봐서 일까. 어느새 솔 곁에 앉은 소화의 두 눈가가 붉었다. “그럼 좀 더 쉬어요.” 솔이 물을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물병의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잠가 준 소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화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정말 움직일 수가 없어 - 머리도 아팠고 속도 울렁거렸다. - 솔이 소리가 나지 않게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었다가 나가야겠다.

 

-


잠든 솔의 볼 위로 그림자가 졌지만, 솔은 알아채지 못한 채 고른 숨만 내쉬었다. 그림자의 주인인 소화가 조심스럽게 솔의 헝클어진 옆머리를 쓸어 넘겼다. 다행이었다, 죽지 않아서. 혼자서 진행 한 연구는 여기까지였고 이제 소화가 기댈 것은 두고 온 예전 자료들뿐이었다. 솔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깊고 복잡한 눈으로 솔을 내려다보던 소화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

 

우웨에엑-!!”

괜찮아?”

 

지호가 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세린 쪽을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아휴세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화장실을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수를 한 것인지 얼굴이 잔뜩 젖은 지호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괜찮아?”

씨발, 그 약 만든 새끼 가만 안우읍-”

, !!”

 

손으로 제 입을 막은 지호가 다시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래도 어제처럼 기절은 하지 않았으니 장족長足- 까지는 아니고 단족短足의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 약을 만든 장본인인 세린이 왼손 엄지와 중지 끝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휴대폰을 들었다. “구토억제제 좀 가지고 연구실로 와줄래요?”

 

선임님, 억제제 가져왔습니다-”

 

타이밍이 어긋났다. 세린의 연락을 받은 시현이 구토억제제를 가지고 왔지만 세린의 연구실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지호만 있을 뿐이었다. “뭐야.” 물을 마신 듯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 지호가 시현을 노려보며 물었고, 시현이 장착한 기기의 전원을 켜며 들고 온 약병을 들여 보였다.

 

선임님께서 구토억제제를 요청하셔서요. 여기 둘까요?”

이리 줘.”

 

지호가 손을 내밀었고, 시현이 조심스럽게 - 혹시라도 손이 스칠까 조심하며 - 악병을 지호의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토기가 심했던 것인지 지호가 바로 약병을 열어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 그거-” 놀란 시현이 지호를 불렀지만, 싸늘한 지호의 시선에 시현은 말리기 위해 뻗은 손을 거두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적정량은 2알이었다고 알려주었다. 아드득, 아드득.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지호가 시현을 빤히 바라보며 약을 물도 없이 씹어 삼켰고, 시현은 그럼 이만 나가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 시현아.”

선임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현에게 잠시 볼일을 마치고 온 세린이 다가온다. 약은 가지고 왔냐는 질문에, 가지고 온 약 전부 지호가 먹었다고 대답하는 시현의 목소리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시현의 귀 뒤에서 반짝이는 기기에 세린이 놀라 묻는다. 시현이 고개를 저으며 기기의 버튼을 눌러 전원을 껐다.

 

아뇨, 그냥 좀 긴장해서

지호가 뭐라 그래?”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어 조금 머뭇거리던 시현이 말했다,

 

예전 지호님을 보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워요

 

예전 - 이라함은 솔을 만나기 이전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세린 역시 시현과 같은 걸 느끼고 있으니까. 잔뜩 찌푸린 얼굴. 신경질적인 목소리. 그리고 당장이라도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을 것 같은 지호의 눈빛까지. 그동안 연구소도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 지호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억제제를 개발했지만 지호가 이토록 날카로운 것은 비단 반작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호 대신 사과 한 세린이 시현을 보내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도 약효가 도는 것인지 아까보다는 혈색이 좋아진 지호가 때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속은.”

몰라, 시발.”

낼은 쉴까?”

돌았냐?”

 

그렇게 한 마디만 남긴 지호가 연구실을 나가버린다.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세린이 퇴근을 위해 연구실을 정리했다. 바로 생활관으로 돌아가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왠지 모를 답답함에 잠시 정원을 들린 세린은, 이제는 완연한 봄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 살 것 같다.”

 

두 번째 연초를 태우며 중얼거린 세린이 휴대폰을 들었다. 생각이 통한 것인지 휴대폰을 들자마자 인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사자들이 연락을 취하지 않으니 - 어쩌면 못하니 - 이렇게 보호자들이 연락을 할 수밖에 없다. 익숙하게 서로의 안부가 아닌, 지호와 솔의 안부를 시작으로 인혁과 짧게 통화를 한 세린은 아까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정원을 나섰다.

 

**

 

- , 통화 중이셨어요?”

 

인혁이 전화를 끊는 것과 동시에 솔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였냐는 솔의 질문에 - 그저 동기였다고 대답한 인혁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저녁도 안 먹고 내리 잤더니 배가 고프다는 솔이 함께 야식을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지호의 대신인 것일까, 아니면 차인혁 인 것일까. 인혁은 오늘 있었던 치료를 재잘거리는 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많이 힘들었죠?”

 

솔이 라면을 오물거리며 웅얼거리자 알아듣지 못한 인혁이 조금 멍청하게 되물었고, 솔이 으흐흥, 거리며 웃어보였다.

 

내일은 라면 말고 밥 먹어요. 체력이 있어야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어요.”

이 시간에 밥이 있을까요?”

내일도 밥 안 먹고 계속 자려구요??”

아뇨?”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솔이 반문하자, 이번에는 인혁이 푸흡- 하고 웃어버렸다. 튀지도 않았지만 - 설상 튀었다고 해도 별 상관하지 않았겠지만 - 인혁이 행여 자신이 튀겼을 라면 국물을 사과한다. 그 모습에 솔은 잠깐, 아주 잠깐 지호가 아닌 인혁을 그 날 만났더라면 아무런 걱정 없이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다음 날, 솔은 조금 부은 얼굴로 소화를 마주했다. 소화 곁에 서 있는 인혁도 같은 상태라 솔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극을 부착한 솔이 - 부은 얼굴의 인혁이 설치했을 - 홀로그램 기기 가운데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어떤 영상이 나올까. 또 윤지호 영상은 아니겠지. 솔은 소화와 인혁이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이지 않을 것이라 믿었지만 오늘도 홀로그램 기기 사이에 떠오른 사람은, 윤지호였다. 어제보다 더 열심히 허상이라고 되뇌고 생각했던 솔이었지만 오늘도 인혁에게서 환각을 보았다. 그래도 어제처럼 인혁의 품에서 정신을 잃지는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어제처럼 연구실 침대에 누운 솔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소화와 인혁을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대화라 솔은 관심을 거두곤 눈을 감았다.

 

솔 군?”

윤지호5분 만

솔 군?”


생활관이라고 착각을 한 것일까. 인혁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는 솔의 모습에 난감해하며 재차 솔을 불렀다. 끔뻑끔뻑, 잠이 그득한 눈을 조금 뜬 솔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생활관 침대 위가 아닌 소화의 연구실이라는 사살이 떠올랐는지 크게 당황해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푹 잤어요?”

, 죄송해요

 

얼마나 잘 잤으면 베고 잔 베개가 침 범벅이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 얼굴이 빨개진 솔이 베개를 꼭 껴안은 채 거푸 사과를 하곤 - 인혁이 잡을 새도 없이 소화의 연구실을 뛰쳐 나왔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자신의 민폐를 온 몸으로 후회하던 솔이 헉헉거리며 침대에 대 자로 누웠다. 그리곤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꼭 껴안았다. 한참 베개를 껴안고 있던 솔이 방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생생하게 꿈을 꾸어서였을까. 지호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


지호가 아닌 세린의 번호를 눌렀다. 자신이 아니면 대부분 세린과 함께 있던 지호니 멀리서나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두 어 번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오른 주먹을 주물거린 솔이 손가락 끝으로 숫자 10개를 눌렀다. 마지막 하나만 더 누르면 지호에게 전화가 갈 것이다. 마지막 숫자 위에서 한참 배회하던 손가락을 접은 솔이 결국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참 재미있게도 솔이 지호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하던 시각, 지호 역시 통화 버튼을 누를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던 솔의 유일한 부탁을 무참히 거절했던 자신이었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자신이 솔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솔을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도, 침대가 너무 넓다는 투정도, 아프지는 않은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걱정도 하고 싶었다. 전화는 받아주지 않을까, 싶어 큰 결심을 한 지호가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고민이 너무 길었다. 지호가 전화를 걸었을 때 솔은 씻고 있는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지호는 여전히 솔이 화가 많이 나있다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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