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솔아.”

? 뭐야, 왜 일어났어.”

목이 말라서

 

솔이 하고 있던 휴대폰 게임을 끄며 누워있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또 악몽 꿨어?” 지호가 물을 마시며 묻자 솔이 어색하게 미소 지어 보인다. 다 마신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지호가 솔을 안쪽으로 밀며 소파에 함께 누웠다.

 

뭐야- 침대 가서 자. 좁아.”

싫어. 너랑 있을래.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은근히 압박감을 느끼면 잠이 더 잘 온대.”

 

그러면서 자신을 안아주는 지호의 행동에 솔이 입술을 삐쭉거린다. 쉽게 해결되지 않은 불안감과 악몽을 결국 지호에게 들켜 버렸다. 솔의 불안감도 모른 체 그저 매칭을 좋아하기만 했던 지호가 한참이나 자책해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서로의 자책과 달램 끝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 더 많이 웃어 보이기로 해 지금 솔의 가슴께를 다독이는 손은 전보다 더 부드럽고 다정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잠에 들고도 남았을 테지만 자신에게는 별 효과가 없어 그만하라는 의미에서 지호의 손을 붙잡은 솔이 갑자기 펄쩍 뛰었다. “윤지호!!!”

 

, ?!”

?”

 

, 또 환각이다. 솔은 방금까지 두 개의 손가락만 남아있던 지호의 손을 떠올리며 허탈해한다. 훈련에서만 보였던 환각은 이렇게 평상시에도 종종 나타났다. 심리 상담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별 다른 효과가 없었다. 세린이나 인혁이 알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나아야 했다. 걱정을 끼치는 건 지호로 충분했다.

 

**

 

=바빠?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이제 진짜 봄이 된 것 같던 4월의 어느 날, 세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지호가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 그렇다고 대답을 했어도 자신의 연구실로 오라고 말할 기세인 세린의 목소리에 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왔어?”

뭐야. 갑자기.”

 

연구실로 들어서자마자 세린이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정말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서로 마주 앉는 그 짧은 시간에도 세린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 토독 토독. 양 손가락 끝으로 빠르게 답장을 보낸 세린이 두 사람 앞으로 태블릿을 밀어주었다.

 

시간 없으니까 빠르게 말할게. 지금 인천에서 인질극이 발생했어.”

 

세린의 말에 두 사람이 태블릿을 바라본다. 파악 된 정보가 별로 없는 것인지 적힌 문장이 몇 줄 되지 않았다.

 

- 인천시 ****유치원에서 인질극 발생

- 인질범은 연구소 내 R-178 서류 요구 중

- 정신계 센티넬의 정신지배가 추정 됨

 

“R-178 서류?”

연구소 내 중요한 문서야. 그건 차치하고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정신 지배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아무래도 지호네가 가봐야 할 것 같아.”

 

세린의 말에 솔이 긴장감을 삼킨다. 이건 다시 말해자신의 첫 정식 작전 파견이었다.

 

알았어. 정확한 위치는.”

나도 갈 거야. 10분 뒤에 주차장에서 보자.”

 

세린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고 지호가 뒤이어 일어나며 솔에게 손을 내밀었다. 준비 된 차량에 올라타는 솔은 누가 봐도 긴장한 상태였다. 그래, 이건 훈련이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윤지호가 다칠 수도 있는 실제 작전. 솔이 저도 모르게 지호의 손을 꽉 쥐었고, 지호는 괜찮다는 듯 솔의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

 

인천 현장에 도착하자 지호가 차 안에 준비되어 있던 요원용 전투복과 고글,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정신계 센티넬인 내가 온 걸 알면 안 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솔에게 지호가 설명해주었다. 세린과 솔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지호는 그 둘을 보호하는 요원마냥 제일 마지막에 내렸다.

 

오셨습니까.”

, 대장님.”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현장 속에서 짙은 눈썹과 다부진 얼굴이 매력적인 한 남자가 다가온다. 대장님이라 불린 - 이번 작전 책임자인 정철현 대장에게 인사를 건넨 세린이 현재 상황을 물었다. 여전히 대치 상태라며 현재 유치원 내 인질과 센티넬의 수를 파악하는 중이라는 이야기에 세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반적인 상황 설명을 마친 철현의 시선이 잠시 솔을 향했다가 세린에게로 옮겨졌다.

 

요청 드린 건은.”

.”

 

뭉뚱그린 철현의 질문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세린이 자신과 솔 뒤에 서 있는 요원을 향해 고갯짓했다. 철현이 바라보자 지호가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본부로 들어간 세린과 지호는 바로 큰 지도가 펼쳐져 있는 테이블로 향했고, 그 뒤를 따라 여러 명의 요원들이 테이블 주변으로 모였다. 자연스럽게 시작 된 회의. 잠시 멀뚱히 서 있던 솔이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뒷걸음치다, 들어오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

 

언제나 인혁은 타이밍 좋게 등장한다. 솔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인 인혁이 솔과 함께 한 쪽 구석으로 향했다.

 

안 오신 줄 알았어요.”

전체적으로 방어막을 치고 오는 길입니다. 폭발물을 소지했다면 위험한 상황이니까요.”

폭발물이요?!”


아직 그 정보까지 듣지 못한 솔이 화들짝 놀라며 되묻자 인혁이 공유 받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알록달록한 유리창 너머 서 있는 인질은 투박한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게폭탄이에요?” 솔의 질문에 인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솔의 숨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찔한 눈앞에 오열하던 수아와 피 범벅이 된 채 실려 오던 현우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솔 군?”

? , 죄송해요. 조금 놀라서.”

 

실은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놀랐지만 인혁에게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하지만 사색이 된 표정까지는 숨길 수 없어 자신을 바라보는 인혁의 얼굴에 걱정이 서린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인혁에게 물 마실 곳이 있는 지를 물었고, 인혁이 어디에선가 물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첫 작전이라 많이 긴장 되나 봐요.”

. 솔직히 조금 긴장되기는 해요.”

유능한 요원들과 센티넬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인혁을 부른다. 잠시 다녀오겠다는 인혁을 보낸 솔이 빠르게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 혹시 몰라 챙겨 온 신경안정제였다. 한 알, 그리고 한 알. 복용량을 넘겼다는 걸 알지만 솔은 그저 지금 이 불안감을 빨리 해소시키고 싶었다. 그게 큰 실수라는 것도 모른 채.

 

**

 

정신 지배를 해제하고 투항하라.”

 

철현이 확성기에 대고 경고하자 아무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R-178 서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정신 지배를 해제하라. 이건 경고다.”

눈앞에서 터지는 고기조각을 보고 싶지 않다면 경고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한 인질이 제 손에 들린 기폭장치를 한 번 들어 올려 보였다. “.” 짧게 코웃음을 친 철현이 뒤돌아 걷는다. 열이 받기는 하지만 자신의 기분보다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괜히 인질범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았다. 철현이 자신에게 다가온 요원에게 확성기를 건네며 물었다.

 

내부 스캔은.”

아무래도 수빙계 센티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원의 보고에 철현이 노려보자 보고를 한 요원은 마치 수빙계 센티넬을 보낸 사람처럼 찔끔거렸다. 수빙계 센티넬로 열화상카메라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유치원 안에 있는 센티넬을 파악하라는 말로 요원을 보낸 철현에게 다른 요원이 다가왔다. 철현이 손바닥으로 입가를 쓸며 요원들이 수집해 온 정보를 읽는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지금 인질극을 벌이는 집단은 돈이 되는 건 뭐든 하는 - 사설 에이전시 중 가장 질이 나쁜 곳이었다. 주기적으로 사설 에이전시에 대한 정보를 보고 받고 있었는데, 언제 또 정신계 센티넬을 확보한 것인지. 아무래도 돌아가는 대로 정보계를 한 번 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철현이 본부로 들어섰다.

 

대체 R-178 서류가 뭡니까.”

 

철현의 질문에 세린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R-178 서류는 연구소 내 몇 명만 접근할 수 있는 극비 문서였다. 철현이 아무 것도 모른 체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세린의 태도는 완고했다. 철현이 눈을 감고 있는 지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철현의 시선이 느껴져서 인지, 아니면 타이밍이 맞은 것인지 지호가 눈을 떴다.

 

대장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짧은 소견 하나 말씀드려도 될까요.”

센티넬의 고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지호의 배려를 철현이 더 큰 배려로 받는다. 모두의 이목이 지호에게 집중 되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십 수 개의 눈빛에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한 지호가 입을 열었다.

 

현재 유치원 내 인질은 4명으로 파악되며 그 중 폭발물을 소지한 인질의 정신을 지배한 것 같습니다.”

센티넬은요.”

죄송합니다. 센티넬 수까지 파악하기 위해선 능력을 좀 더 사용해야 합니다.”


하면 되지 않냐는 철현의 눈빛에 세린이 그렇게 되면 지호의 제타파가 불안정해져 외려 우리 쪽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세린의 말에 본부 안이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가이드가 매칭 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윤지호는 든든한 아군이면서도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센티넬이었다. 능력을 써야 한다, 말아야 한다. 각자 의견을 나누는 요원들을 잠시 바라본 지호가 솔을 찾는다. 그러고 보니, 이 곳에 도착하고 나서 솔을 챙기지 못했다. 몸을 뒤로 반 쯤 돌리자 저 구석에서 혼자 앉아 있는 솔이 보인다. 문득 인혁의 목소리를 들었었던 것 같은데, 왜 솔이 혼자 있는지 의아해 솔에게 가려던 지호를, 철현이 잡았다.

 

인질의 정신지배는 풀 수 있습니까.”

푸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지배하는 것입니다. 가능은 하지만 인질들이 위험해 질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지호의 말에 철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원격 기폭장치도 있는 것이라면 정말 눈앞에서 터지는 인질을 볼 수도 있다. 최소한 폭발물을 소지한 인질이라도 밖으로 빼내야 한다는 - 두 사람의 동일한 의견에 철현이 아무 것도 모른 채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하자 세린이 그럼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다며 밖으로 향했다. 그 틈을 타 지호가 솔에게 다가갔다.

 

솔아, . 무슨 일 있어?”

?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나와도 괜찮아?”

 

약효가 도는 것인지 지호를 마주하는 솔은 꽤 평온해진 상태였다. 괜찮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지호를 불렀다. 얼굴을 구기는 지호와 그런 지호의 허벅지를 토닥이며 웃는 솔. 지호는 얼른 다녀오겠다며 가볍게 솔의 볼을 어루만지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통화를 마친 세린이 이번에는 철현을 데리고 한 쪽 구석으로 향한다. 한참 얘기하던 두 사람이 돌아오고 얼마 후, 소화가 현장에 도착했다.

 

부소장님.”

안녕하세요, 대장님.”

 

연구소에서 R-178 서류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세린에게서 방금 듣기는 했지만, 그걸 갖고 오는 사람이 소화인 줄은 몰랐던 철현이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화를 맞이했다. 소화가 테이블에 들고 온 007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 안에는 USB와 붉은 액체로 가득 찬 주사기가 들어 있었다.

 

이게 그 R-178 입니까?”

그렇습니다. 외부로는 절대 반출되어서는 안 될 것들이죠.”

 

궁금한 요원들이 철현 주변으로 모여들어 소화가 가방을 닫았다.

 

잠시 중단되었던 회의를 다시 시작한다. 건물 청사진을 보며 투입 경로를 그려보던 철현에게 바깥 상황을 살피던 요원이 다가와 보고했다. “데드타임 걸었습니다. 30분입니다.” 그 말에 철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파악 된 것이라곤 겨우 인질이 4명이라는 사실 뿐인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반시간이라니. 부디 인질범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면서 철현이 센티넬과 지원 요원의 투입 경로를 마무리했다.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부득이한 경우 사살 허가한다.”

=라져 댓

 

이어폰을 통해 여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센티넬과 요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 철현이 소화에게서 건네받은 가방을 들고 유치원 내 작은 마당에 섰고 완전무장 한 요원 몇몇이 그 뒤를 지켰다. 철현이 가방을 높이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여기 요구하던 R-178이다. 인질을 풀어주면 바로 건네주겠다.”

가방을 열어라.”

 

인질을 통해 나온 인질범의 명령에 철현이 속으로 혀를 차며 가방을 열어 USB와 주사기를 보여주었다. 이미 R-178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한 것인지 인질범은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정말 정보계를 물갈이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철현이 외쳤다.

 

인질을 풀어줘라! 그러면 넘기겠다.”

기다려라.”

 

몇 시간 내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해 철현 뒤에 서 있던 요원들이 문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인질을 동반해도 좋으니 인질범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눈물범벅인 유치원 교사 중 한 명이었다. 잔뜩 빨개진 눈 코 입과는 달리 평온한 표정이 소름끼쳤다. 몸을 반 쯤 내민 교사가 한 발 더 앞으로 내딛으려 하자 철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인질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면 폭발물을 소지한 인질로 내보내라.”

인질만 풀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A, 침투 준비 완료.

=B, 침투 준비 완료.

 

2층 유리창을 통해 진입 할 A팀과 후문으로 진입 할 B팀 모두 준비를 완료했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이제 정말 남은 것은 폭발물을 소지한 인질이 밖으로 나오는 것뿐이라 철현이 조금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두 어 번의 고함과 점점 멀어지는 가방에 결국 폭발물을 소지 한 인질이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순순히 협상을 진행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엄지 끝을 기폭 장치에 얹어 놓은 채, 하늘 높이 지켜들고 있었다.

 

헛짓거리 할 생각하지 말고 가방을 놓고 물러서라.”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는 철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지호는 뭘 하고 있지? 인질의 정신 지배를 풀고 있는 건가? 정신 지배가 풀리면 인질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수 만 가지 생각이 얽히고설켜 두통이 인다. 그 사이 인질이 가방 손잡이를 쥐었다. 이대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진입을 명령해야 하나? 가방이 들리고 인질이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지호의 능력 사용과 상관없이 진입을 명령하려던 철현이, 갑자기 일그러지는 인질의 표정에 눈을 크게 떴다.

 

꺄아아악!!!”

 

거의 유치원으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지호에게 정신을 역 지배당한 인질이 자신이 입고 있는 폭발물과 기폭장치에 한참이나 비명을 질렀다. 방어계 센티넬과 요원들이 인질을 향해 달렸고, 동시에 센티넬들과 요원들이 유치원으로 진입했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누군가의 고함소리, 총소리. 유치원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지호가 들고 있던 총을 힘껏 쥐곤 정신계 센티넬의 정신 지배를 위해 능력을 더 크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인질범도 다시 정신 지배를 시도하는 것인지 인질의 손가락이 기폭장치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요원이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인질의 정신을 역 지배 하면서 일반인이 아닌 센티넬의 - 그것도 같은 능력계의 - 정신을 지배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곧 지호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솔은 어디에 있을까. 제발 모두가 다치기 않게 안정화를 잘 해주길 바라며 한 번 더 능력을 증폭 시켰다.

 

지호가 능력을 사용하는 동안 요원 한 명이 인질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흐어어엉지호와 인질범에게 번갈아 정신 지배를 당하는 인질은 거의 정신을 놓기 직전이었다. 엄지를 조금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그 밑에 받친 요원이 천천히, 기폭장치를 쥔 손가락을 하나씩 펴기 시작했다. 검지, 중지. 약지이제 남은 것은 소지뿐이라 모두의 눈에 안도가 서린다. 하지만 그 때, 지호의 처참한 고함이 들렸다. “한 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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