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미로와 미궁은 다르다.
미궁은 길이 하나뿐이지만 미로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미로를 헤매이는 것이 미궁을 헤매이는 것 보다 나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미로를 나아가는 과정 혹은 미로 너머의 결말에는 원하는 것이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가 아닐거다. 화면 속의 활발하게 웃으며 모닥불을 피우는 사람을 바라보며 커피를 내렸다. 인류 및 행성의 멸망을 막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유력한 남자, 한세계.
이름도 참 잘 어울리는, 정말 현실에서 보기 힘든 유니콘적인 존재로, 성격 좋고 입담 좋고 얼굴 좋고 몸 좋고 심지어 능력마저 좋은 사람. 어딘가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그를 동경하고 응원하는 자들은 나 뿐만이 아니다. 탐험가의 그룹에서 자유로워진 이들은 다른 그룹에 들어가거나 혹은 발만 걸치는 후원자가 되기도 하거나 아니면 나처럼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한 의무와 권리와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탐험가와 함께하는 그룹으로서 탐험가에게 올인하는 쪽들이 나아보일 때도 있지만 자신처럼 의지박약의 염세적인 인간은 별로 도움이 안 될테니 방관자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후- 하고 뜨거운 감을 살짝 날린 커피를 홀짝였다.

미로.
신이면서 아니기도 한 옛 높고 높으신 존재들. 우가 사는 행성과 우주를 만들었으나 만든 자로서 수확한다는 이름하에 멸망을 시키겠다는 초월적인 존재들. 참으로 갑작스럽게 어느 날 행성에 사는 모든 종족들(영장류 및 곤충을 제외한 동물들)에게 멸망 당하고 싶지 않으면 미로를 정복하거나 미로에서 탈출하여 멸망을 피하라고 고한 존재들. 그들이 우리에게 선택지로서 내려준 것이 저 미로였다.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충격에 빠졌고 그들을 믿지 못하는 권력자들의 무기와 그들의 존재를 단숨에 소멸시키고 미로의 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미로 속에서 쏟아져나온 말도 안되는 온갖 것들에 의해 홍역과도 같은 전쟁을 잠시-높은 자들 기준으로- 겪고 나서야 행성 위의 생명체들은 멸망을 피하기 위해 미로를 정복한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오늘의 식사는 아까 쳐놨던 통발에서 나온 새우? 같은 녀석이랑 후원해주신 채소들입니다!"

화면 속의 잘생긴 남자가 씩 웃으면서 재료들을 보여주면서 기름에 소금과 후추를 쳐서 볶아먹을 거라고 신나게 조리법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과거의 상념에서 벗어나 화면 속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것만 보면 옛날 오지에서 살아남아 별 걸 다 먹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 티비 프로그램이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티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저 안에 참여를 한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긴 하다. 다시 커피를 홀짝이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화면 속 남자의 곁에 물방울이 맺힌 시원한 과일주스가 담긴 공산품이 툭하고 떨어졌다.

"오! 익명의 후원자시네요. ㅌ로ㅍㅋ나라는 회사의 자몽 주스네요. 느끼한 거엔 상큼한 주스죠!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비슷하게 도움 주시는 분인 것 같은데 항상 감사해요!"

유쾌하게 웃다가 주스를 흔들고는 큰 통의 주스를 반절이나 원샷을 때리곤 캬아! 하고 호탕하게 감탄사를 뱉는다.
가끔 보면 저런 면이 웃기다가 때로는 어린 맛이 남아서 귀엽다가도 가끔은 부럽다. 같은 탐험가라고 해도 독보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좋은 의미로 유명한 사람.

한세계.
인간이라는 모순 속에서도 단단하고 곧은 사람으로 리더로서 추앙하고 싶고 따르고 싶은 사람이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외할머니와 홀로 간신히 살아가던 일용직에서 단숨에 스타가 되고 자기희생도 서슴치 않는 신기한 사람. 현실 세계에서 절대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사람. 부럽지만 멋지고 안타깝지만 애증하는 우리의 구원자라 일컬어지는 이. 절대 가까워질 수 없고 가까워지더라도 멀리서만 보고 싶은 영웅.
미로 속의 사람. 요리를 끝내고 식사를 시작하는 한세계를 보다가 화면을 끄고 나갈 채비를 했다. 나의 시련을 넘으러 가야 할 시간이다.
  • W 2020.07.16 05:45
    과거 신보다도 높은 우주를 만들었던 초월적인 존재들은 사연은 다르지만 자신들이 창조해 낸 생물들이 발전하면서 신이라는 추상적 존재보다 눈 앞의 자신들이 이룩한 것을 믿는 존재들로 인해 버림받거나 위협 받거나 혹은 방치 당하면서 힘/격을 잃어버리기 시작해.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힘을 잃기도 싫고 자신들을 버린 존재들이 밉거나 혹은 외로워서 등 다양한 이유지만 결론은 아예 내가 만든 거 내가 소멸시키자 하는 마음으로 멸망을 시키려 해. 하지만 각자 다른 이유들로 타의적인 멸망을 원치 않는 이들의 발악아닌 발악으로 내부에서 성토적인 목소리가 나와.

    멸망의 여부를 저들 스스로 결정케 하자. 선택된 이들을 뽑고 그 선택된 이들을 돕는 것도 그 주위의 이들. 그렇게 해서 과정과 시련과 선택을 해서 나오는 결말에 대해 저들 스스로 선택하여 만든 결말로서 갑작스런 타의적 멸망이 될지 자의적인 자연스런 멸망을 향해 갈 지 선택지를 주기로 해.

    그 선택지로서 나오는 도구가 미로야. 미로의 전체적 과정을 정복하고 동시에 선택된 개인과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거쳐야 할 시련과 갈림길 마다 나오는 선택지 등등.
    선택된 자들은 미로를 헤매는 탐험가와
    그 탐험가와 함께하는 그룹의 존재들이 있고, 이들은 결과에 함께 승복해야 해. 어떻게 보면 탐험가의 선택에 따라 몰살할 수도 있고 같이 살아서 멸망을 피할 수도 있지. 안 좋은 악연이면 몰살당하기도 하고 반대일 수도 있고.

    미로지만 멸망을 피하는 열쇠이기도 한 미로는, 미로의 과정을 모두 정복하면 행성 자체의 멸망을 피하고 동시에 탐험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대가야. 그렇기에 탐험가는 개고생한 대가로서 소원을 빌 수 있고 그 소원이 개인을 위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탐험가가 죽어서 그룹들도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함께하지.
    다만 미로인 특성만큼 끝까지가 아니라 중간에 탈출해서 선택하는 결말지도 있어. 다른 그룹에 속하거나 다 같이 죽어버리거나 각자 자유로워지거나. 각자 자유로워진 이들은 다른 그룹에 석하기도 하고 그룹에 슬쩍 인맥 만들어서 간보는 후원자도 있고 혹은 방관하거나 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

    현재 서술되는 시점은 미로의 1/4를 정복해 나아가는 인류 및 다른 종족(동물의 경우 포유류가 제일 많아. 어류는 바다 속에서 살았다보니 인간 및 문명적인 부분에서 적응이 느리거나 해서 아예 일찌감치 다른 그룹에 흡수되기도 했어)들의 이야기야. 나름 정복이 된 만큼 중간에 탈출한 경우도 많고 이러저러 이야기가 많지만 나름 미로에 적응한 시대? 인 셈.
  • W 2020.07.16 05:46
    사실 이거 설정이나 세계관이 자꾸 방대해져서 어떻게 다듬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서 기록 겸사 올리는 거기도 해. 다른 곳에도 비공으로 올려놓긴 했지만서도..

    탑보단 미로가 좋음(결과 및 과정이 다양)+현판물(헌터물) 좋아+후원 시스템 같은 거로 희생하는 혼자가 아니라 희생자를 대표로 동고동락하는 게 덜 억울하지 않나? 그럼 후원해서라도 희생자가 살아야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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