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 같은 쪽 사람을 만나는지라 승재가 홍민지를 만난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못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는 승재를 뒤로 한 채 약속 장소에 나왔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홍민지 이야기로 우울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보내는 이 : SJ

받는 이 : 쭌

상수역 2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흰모자 썼어요]




7시 30분, 벌써 약속시간이 30분이나 넘었다. 쭌이라는 사람은 쪽지 답장조차 없다. 바람맞은건가..전화번호라도 받아놓을걸, 하긴 앱이라는게 그렇지 뭐.

돌아서려는 찰나 뒤에서누군가 어깨를 힘주어 잡는다.




"아아- 뭐예요? 잠시만요 이것 좀 놔요."


"하 ..시바 야, 흰모자 "


"혹시 그쪽이 쭌님이에요?"


"쪽팔리니까 님이란 소리는 집어치우고 흰모자라고만 하면 어떡하냐? 너땜에 변태취급당한걸 생각하면 아오-"




남자는 여전히 나를 노려보며 어깨에 올려둔 손을 거둔다. 너무 밝아 노랗다 못해 하얘보이는 그의 탈색머리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진한 눈썹에 눈은 삐쭉 올라갔지만 코와 입술을 동글동글해서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어디갈까요?"


"그쪽이 얘기하잔거 아니었나? 알아서 어디든 가. 더워."




무례한 그의 언행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흰모자라고만 알려둔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 별말 없이 근처 카페로 그를 데려갔다. 오는 내내 툴툴대던 그는 앉아서도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아 내가 미쳤지..이거 잘못걸린거 같은데'


"뭐 마실래요?"


"단거, 제일 단거로 해"


"초코? 딸기? 카라멜? 뭐 좋아하는거 있어요?"


"그냥 아무거나 단거. 배고프니깐 빵도 아무거나"




작게 한숨을 쉬며 카운터로 나갔다. 초코프라페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허니브레드를 시켰다. 좀 더 멀리서 그를 지켜보려고 음료가 나올때까지 카운터 옆에서 기다렸다. 그는 다리를 떨며 창밖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냥 이거만 먹이고 쫑내야겠다. 나도 간이 부었지 어쩌자고..그냥 승재 이야기나 들어줄걸'


"7번 고객님, 주문하신 초코프라페, 아메리카노, 허니브레드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쾅-


나도 내 나름 허세를 부려본다고 조금 세게 쟁반을 내려놓았다. 남자의 눈썹이 꿈틀 거리더니 이내 초코프라페를 집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렇게 먹는거 아닌데.."




나도 모르게 속내가 나와 헙하고 입을 막았다. 남자는 씨익 웃더니 허니 브레드를 먹기 시작했다. 먹는 내내 남자는 한마디도 없었다. 뻘쭘진 나는 폰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지잉-

[박현우 어디야?  약속 끝났어?   -승재]



"하 배부르다!! 잘 먹었다. "




승재에게 답장을 하려는데 남자가 그제야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뭐야? SJ던데 이니셜인거 같은데?"


"그건 승재..아니.."


'짝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이니셜로 해놓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보겠지?'


"이름이 승재야?"


"네?네. 박승재예요"




나도 모르게 맞다고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한테 본인 이름 말해주기도 껄끄러웠다. 승재이름을 쓴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제 이 남자를 만날 일 없으니깐 괜찮을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난 성 준. 외자야, 우리 이니셜이 겹치네. 운명인가?"


"네???"


"농담한거야 놀라긴.. 그리고 말 놓지? 동갑인거 뻔히 아는데 뭘 존댓말이야. 낯간지럽게"


"네..아 응"




성 준은 남은 빵을 집어 입안에 우겨넣으며 훑어보았다. 민망함에 나도 모르게 바닥으로 시선을 떨궜다.




'바보같아..'


"근데 상수역 근처에 사는거면 H대 학생이겠네?"


"아..네 아니 응" 


"배도 채웠고 일단 네 고민이나 들어보자"




지잉-

진동이 한번 더 울렸다. 승재의 문자 같았다.아마 내가 답장이 없어서 걱정하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성 준이 손을 뻗어 내 폰을 자기 옆 자리 의자에 내려놓는다.




"대화에 집중-"


"아..그 뭐, 어. 그냥 그쪽 아니 성 준씨는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쪽 사람은 처음 만나봐서"


"야 성 준씨가 뭐야. 그냥 준이라 불러. 처음 만나는데 앱으로 만나? 간크다 너."




준이 깔깔 웃으며 또 한번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불쾌했지만  무서워 보이는 그의 인상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너같은 애들 고민이야 뻔하지.  좋아하는 남자가 친구지? 오래된 친구일지도 모르지."


"어떻게.."


"너 진짜 순진하구나.  표정이 아주- 니 친구놈이 모를리가 없겠는데? "


"지..진짜?"


"하 이거 완전 골때리네- 재밌다 너. 근데 말야.. 이런 얘기는 아기자기한 카페보다 술이 좀 들어가야하는거 아닌가?"




술이라니..그냥 카페만 가고 끝내려고 했는데 완전 돈 뜯기게 생긴게 아니가 싶었지만 청산유수 같은 준의 말에 설득 당해 어느새 나는 그와 마주보고 칵테일바 창가자리에 앉아있었다. 생각보다 더 비싼 술값에 손이 떨렸다. 준은 아무렇지 않게 이 메뉴 저 메뉴 시켜며 상담비라고 생각하란다. 인생의 쓰디쓴 경험값으로 생각하자며 스스로를 달랬다. 다시는 앱같은 걸로 사람을 만나지 말자고..




"몇년째야?"


"어?"


"네 친구놈한테 딴맘 품은거 말야"


"딴맘이라니..그냥 뭐 중학교때부터 알고 고등학교때 들어가서 좋아했어"




술이 들어가서인지 나도 모르게 모든걸 털어놓았다. 체육복 얘기부터 시작해 수험표를 가져다준 얘기, 같은 대학 쫓아온 얘기 그리고 그애가 어제 고백 받았고 오늘 그 여자애를 만난다는 것도..




"이야~ 이거 완전 순정남아니야? 친구는 너 게이인거 알아?"


"아니.."


"그래 모르는게 나아-. 몰라서 그나마 그렇게 지내지. 알면 니가 걔 좋아하는거 모를 수가 없겠다."




준은 갑자기 빨대를 담배처럼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니 얘기 들으니까 끊었던 담배가 떠올라서"라며 짓궃게 웃어보인다. 계속 보아서 그런가 처음과 다르게 조금 서글서글해보였다.




"답답하지?"


"답답하고 자시고가 있나. 어쩔 수 없어. 니가 하는 고민들  이쪽 사람들은 안겪을 수가 없는 일이지."




뭔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해받는 느낌..가슴에 진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 고백하고 싶어? 아니면 포기?? 개인적으로말야 고백은 비추야. 경험상 우러나오는 말이고."


"고백은 무서우니까..맞아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 좋은 친구로라도 옆에 있고 싶어. 그쪽은 어땠어?"


"니 고민을 들으러 만난거지, 내 썰 까자고 여기있는거 아닌데"


"아.."


"그럼 새사람을 만나."




새사람. 승재가 첫사랑이고 승재말고 좋아해본 사람도 없는 내가 과연 승재를 잊을 수 있을까.. 자신도 없었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어때? 별로야?"


"뭐??????"


"아니 뭐 나도 오랜만에 앱으로 봐줄만한 쑥맥 만나니깐 좀 꼴려서. 그리고 나 좀 잘생겼잖아"


"아..아니 그게.."


"농담이야 뭘 그렇게 정색하냐 기분 나쁘게"




준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있었지만  그 눈빛은 차가웠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


"어떻게?"


"나 사실 삼수생이거든 사수생인가?? 아니지 시험준비는 이번에 하는거니 재수인가? 나 과외 좀 해주라"


"에??"


"과외비 절반은 줄게. 절반은 상담값으로 퉁치자. 대신 질투전략이든 뭐든 다 날 이용해 먹어봐. 그러다 나한테 반하면 뭐 애인도 해줄게"




과외라니? 내 앞가림도 바쁜 처지에 ..

분명 손해보는 게임이다. 하지만 준의 제안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질투나 애인은 헛소리고, 그냥 좀 더 승재를 잊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야 아쉬울건 없지만.. 앱으로 나같은 사람만난게 천운인줄 알아. 냄새나는 변태 아저씨들이 아닌게 어디야, 어떻게 할래?"


"하..할게!!"


"좋아, 잘부탁한다."




준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자 갑자기 준이 그의 몸쪽으로 나를 당겼다. 순간 중심을 잃고 준의 품에 엉거주춤 안겨있는 꼴이 되었다.


쓰읍- 뜨거운 그의 입술이 갑자기 목덜미에 닿았다.




"미쳤어??"




준은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으쓱 거리더니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질투작전-, 아까부터 니 폰 끈질기게 진동울리더라. 그럼 내일 7시에 또보자 - 박현우"









*


기다려준 톨들 고마워!! 내가 좀 더 수정해서 올렸어 ㅠㅠ

글재주는 부족하지만 ㅜㅜ최선을 다했어!!

뒤로는 대강의 내용만 있고 메일 분량은 여기까진데 좀 더 올릴 수 있으면 올릴게

내가 얘들 그림으로도 그려놨더라

궁금하면 댓글 남겨주면 올릴게

혹시 상상에 방해될 것 같으면 스킵!!

근데 잘 그리진 않았..ㅋㅋㅋㅋㅋ tmi일지도 ㅎㅎ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추억도 생각나고 댓글도 받구 색다른 경험이었어

 







  • tory_1 2018.08.25 23:29
    뭔가 술술 읽힌다! ㅎㅎㅎ 쭌이는 무슨 사정으로 수능을 봐야 하는건지 현우 이름은 어떻게 아는건지 궁금 ㅋㅋㅋ
  • tory_2 2018.08.25 23:37
    재밌어 ㅋㅋㅋ 쭌이랑 잘돼도 재밌겠다 ㅋㅋ
  • tory_3 2018.09.06 08:38
    흥미진진하다 ㅎㅎ
  • tory_4 2018.09.12 16:59
    아 친구한테 고백하는게 아니었네 ㅋㅋㅋ 쭌이도 괜찮다 아니 이쪽이 더 좋은듯 ㅋㅋ
    그림도 궁금해 재주가 많은 토리구나
  • tory_5 2018.09.16 17:11
    아 잼있어 톨아.궁금해 궁금해~~
    머리 속에 이미지가 잘 그려지는 것 같아.
    그래서 과외는 언제부터?? ㅎㅎㅎ
  • tory_6 2018.11.05 16:12

    아!!!!!!!!!!!!!!! 다음 내용은!!!!!!!!!!!!!!! 너므 궁금해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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