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로 전 세계가 뒤숭숭하고 동아시아인이란 이유만으로 테러 당하는 상황들을 보며
아....몇년간 여행은 글렀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작년 내 여행을 추억하다가
너무 심심해서 추억복기겸 낮에 잠을 너무 자서 잠이 안오는 겸 겸사겸사 얘기해볼까하고
나는 해외여행을 몇번 가보진 않았는데
여행간 나라들이 조금 약간 내 친구들의 노선과는 좀 다른 편이었고 로망하는 여행지도 좀 달랐지
그리고 제작년 내가 꽂혀 있던 곳은 인도 라다크였어.
꽂힌 이유는 내가 좀 대자연 이런류를 좋아하는데
2017년도에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라는 다큐에 꽂혔는데 거기 배경이 라다크라더라구
그 해에 인도행이 결정되긴 했었지만 내가 가는건 겨울, 그러나 라다크는 여름에만 갈 수 있단 소리에
막연하게 언젠간 가겠단 마음만 갖고 있다가 덜컥 비행기 티켓팅을 해버리고 말았어
인도 라다크는
인도에 속해 있지만 좀 특수한 여행지였어
우선 해발 3500 ~ 56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갈 수 있는 방법은 인도 델리에서 육로로 3일에 걸쳐 가거나, 비행기로 1시간 만에 가거나
장단점은 육로로 갈 경우 고산지대에 서서히 적응하다보니 고산병이 올 확률이 적고 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지만
어마어마하게 걸리는 시간과 승차감이 좋지 못한 버스 좌석, 가는 길이 위험하단 이야기가 있어
비행기는 빠르지만 비쌈, 국내선이지만 많이 비쌈, 고산병 오기 딱 좋음 뭐 이런 장단점이 있지
내가 은근 평소엔 따지고 재는게 많은데 여행지를 선택하고 행동에 옮길때 만큼은
굉장히 과감하게 정해버리고 진행하는 편이라 힘들어 보이거나 실제로 과정 복잡한 여행지도 좀 서슴없이 가는 편이야
그래도 인도라....혼자가긴 좀 걱정되서 친구에게 동행 제안을 먼저 해봤는데 거절당했지만 굳이 망설이진 않았어
거절당한 바로 그날 어떻게든 되겠지란 심정으로 국제선, 국내선을 모두 티켓팅 해버림
그리고 그렇게 거절했던 친구도 1주일뒤 마음 바꿔 결국 그 친구도 티켓팅(이유는 나 아니면 그런데 간다고 다시 나설 사람이 없을것 같아서 였어 ㅎㅎ)
이제 루트를 정하고 여행준비만 하고 떠나면 될것 같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또 국내선을 타고 입성한다고 끝이 아니라
그 라다크 안에서 또 투어를 하기 위해선 현지 여행사에서 차를 빌려야하고 차를 빌리기 위해
인원을 모아야해 안그럼 너무 비싸거든 ㅠㅠ
그래서 인도카페를 통해 정말 정말 힘들게 내 친구 포함 5명의 인원을 모으게 되었고 (장장 두달간에 걸친 모집...컨텍)
그 사이사이에 또 루트를 정하고 어느 여행사 혹은 드라이버를 이용하면 좋을지도 정했고
여행자 단톡방 추천으로 여행사가 아닌 개인 드라이버에게 직접 연락해서 예약까지 마치게 되었어
벌써 지친다 하겠지만 8개월 정도 느긋하게 준비하다보니 뭐 못할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냥 티켓팅하고 숙소와 루트만 정하면 되는 여행보단 손이 많이 가는 여행지긴 하지
아 참고로 라다크에 대해 약간 설명하자면 인도에 속해있지만
사람들의 외모도 종교도 분위기도 본토와 전혀 달라.
옛날에 티벳인들이 건너와 만들어진 라다크 왕국이란 독립적인 국가였던만큼
외모도 티벳인들과 비슷하고 대부분의 종교도 티벳불교야
인도처럼 사기와 거짓이 난무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사람들이 기질 자체가 달라.
여긴 거의 정찰제이고 물가는 본토보다 비쌈. 그리고 인도본토보다 훨씬 청결해
그리고 개방된지 몇십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 빠른 변화를 겪고 있고 10년전 와보셨던 동행오빠 말론 그때에 비하면
메인바자로드가 거의 시골 읍내에서 명동급으로 바뀌어 있다고 놀라시더라고
그리고 인도 모리총리가 라다크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깔겠다고 발표했으니...이곳도 더 빠르게 바뀔거라 생각돼..
개인적인 생각으론 나쁜쪽으로....인도화 될듯해서 다급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유중 하나야.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8월 11일 나는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고
9시간의 비행기시간....인도커리 기내식의 사육에서 지쳐갈 때쯤 인도 델리 간디공항에 내려 또 9시간의 공항대기
아침 6시쯤 되어서 슬렁슬렁 약국에 찾아가 고산병 예방약 "다이아목스"를 사려고 했으나 품절...
비행기 타기전에 먹으라고 했는데 어쩌지 싶어서 그 터미널을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뛰어다녔지만
오로지 그 약국 뿐....다시 온 내가 안타까웠는지 약사님이 다이아목스 대용약이란걸 대신 주시기에
그거라도 먹고 비행기에 올랐고 한시간 뒤 히말라야 설산 위를 날아 한국에서부터 20시간만에 우린 드디어 라다크에 입성하게 되었어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8월의 히말라야 설산 봉우리
내리면서 느낌은 시골 버스터미널에 내린 기분
그리고 군인이 매우 많다.
라다크 옆엔 카슈미르라고 파키스탄이랑 분쟁지역이라 공항내 사진촬영도 안되고 오전에만 비행기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민감한 지역이라
도착 기념샷 같은건 남기지도 못함. 라다크 입국 신고서를 작성 후 숙소까지 타고갈 택시를 컨택하기 위해 밖에 나가니
수많은 택시 기사들 사이로 눈 마주친 택시 기사에게 "400루피 오케이?"라고 대뜸 던졌더니 "오케이"하고 바로 거래 성사
나는 이 금액이 대충 인터넷에서 보고 간 금액이었는데 다른 동행들보다 100루피는 적게 주고 들어간 거였더라고...
밖을 나가니 해가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꼈음에도 눈이 부시고 조언대로 긴팔을 입었지만 피부가 좀 따갑다란 느낌
그리고 뭣보다 숨이 너무 차다는게 내 첫인상이었어
택시기사가 차 세워둔 곳까지 100미터쯤을 걸어 나가는데 10걸음도 안걸어서 숨이 헐떡 헐떡
아.......우리가 정말 히말라야 위에 서 있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지
우리 숙소가 꽤 메인바자로드에서 꽤 먼곳에 있었고 유명한 곳이 아니어서 택시기사도 꽤 헤맸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좁은 길을 일일이 다 들어가 문 앞까지 데려다 줬던 그 택시기사...이름을 들었는데ㅠㅠ잊어버린 내 기억력이 아쉬워
너무 친절했고 보통 그 위까지 안올라오려 했다고 하는걸 보면 운이 참 좋았던거 같아.
아름답고 친절했던 우리의 숙소
우리의 숙소는 내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만큼 무척 아름다웠고
운좋게도 우리가 예약한 방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줬다면서 우릴 더 고급진 방으로 배정해줘서 택시기사부터 뭔가 일이 잘 풀리는 느낌에
들떴었는데....그때까지도 참 좋았는데 ....
씻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뛰어대는 심장과 두통에 헤롱 대기시작했어
아... 이게 고산병이구나 했지만 이건 예고편이었지
없는 입맛에 고산병 약을 다시 먹기 위해 한국에서 싸간 햇반을 죽처럼 끓여먹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전날보단 그나마 나아진 상태로 일행들과 만나 퍼밋을 신청하고 투어가서 먹을 식사거리 장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그들을 만나 메인로드 여행사를 돌며 가격비교 후 퍼밋신청을 하고 장을 보고 오후에 시간이 남길래 택시타고 근처 사원 같을델 보고 왔는데...
거길 가는게 아니었어 평지도 힘든데 무려 오르막 꼭데기에 있는 사원에 오르려니 평소보다 10배는 힘들고 5걸음마다 쉬어서 간신히 올라갔지..
뭐 오르니 좋긴 좋더라만은 돌아보면 거길 가는건 아니었어
*퍼밋이란? 라다크에서 더 깊숙히 들어가는 여행지들은 비자같은걸 따로 돈내고 신청해서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음. 가는길 중간에 군인들이 점검함.
이거 없어서 중간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만큼 필수로 받아야하고 보통 하루정도 걸림. 여행사에서 대리신청 해주고 대리신청비 때문에
여행사마다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음. 사진은 따로 필요없고 여권과 돈만내면 됨.
라다크 메인로드에 있던 살구주스집...참 자주 갔더랬는데
노점상 할머니한테 장 볼 때도 좋았지
서점에서 엽서 살때도 좋았었는데
그렇게 돌아와 투어 일행들과 저녁식사를 매우 근사한 곳에서 하게 되었는데 도저히 음식이 안들어 가지는거야
아...불안하다 했어. 이 먹보다 음식앞에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을 수 있다니..
그렇게 숙소를 올라가는데 여기서도 실수...택시를 탔어야 했어 ㅠㅠ 산책귀신이 들렸는지 거기서도 산책하겠다고 걸어가자고 한 나를 매우 치고 싶다.
10걸음 걷고 쉬고 10걸음 걷고 쉬고 그러다 바람이 한 번 내 몸을 싹 스치고 지나간 뒤론 아예 주저 앉아 버렸고 상태가 심각해졌어
일행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너무 힘이 드니 악다구니를 써서 일어나 슬로우 모션 걸어 놓은듯 어찌어찌 걸어가긴 했는데
숙소 문앞에 다다라선 이미 몸이 휘청거리더니 방에 들어가 긴장이 풀리자 급격한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어
저길....기어이 가서
친구는 그 때 샤워를 하고 있었고 난 침대에 엎어져 꺼억 꺼억 간신히 호흡을 하고 있었는데 sos를 칠 힘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심장만 터져버릴듯이 빨리 뛰고있었어. 샤워를 하고 나온 친구는 내 상태를 보고 주인 아주머니께 산소 스프레이를 빌려왔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병원을 가자고 하더라고 하지만 미련한 나는 괜찮아 질거라고 극구 사양하다가 주인아저씨까지 찾아와 결국 나와 프랑스 여자애와 그 아이 엄마, 내 친구를 태우고
다른 지역 응급시설에 데려다 주셨어 ...
검진을 해보니 산소스프레이를 그렇게 끼고 있었는데
심박수 136/산소포화도 72가 나오더라고....
그런 고산지대에서도 80이상은 나와줘야 정상이라는데 72라니....
미안하다고 혼자 버텼으면 죽을뻔 했다는 소리지.
주사 맞고 다이아목스 약을 처방받고 산소호흡기를 1시간 쓰고 나서야 숙소에 갈 수 있었는데
주인아저씨와 친구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원래 더 쓰고 있어야 된다고 했지만 너무 미안해서 2시간까진 차마 못쓰고 있겠더라구
산소포화도 검사로 83이 나오자 귀가를 허락해 주셨는데 기계가 너무 오래되서 작동을 안하자 의사선생님이 주먹으로 쾅쾅 치던게 인상적이었어
고산병 왔던 후기들 보면 최소 1일에서 4일간 입원을 해서도 결국 안되서 투어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후기까지 봤었는데 이 또한 운이 좋았던거지..
내가 고산병을 직격으로 맞은 이유는 몇가지가 있을텐데
우선 내가 산 약이 너무 약한 약이었어. 라다크에 와서라도 다이아목스를 사 먹었어야 했어
가장 큰 이유는 적응할만큼 제대로 된 휴식시간이 부족했어 2일 정도는 푹~쉬었어야 했지만
정해진 일정은 있고 나가보니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은 줄 알고 마구잡이로 싸돌아다닌게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지
나중에 혹시라도 고산지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물을 많이 마실것 2-3일간은 꼼짝말고 푹 쉴것
고산병 약을 꼭 복용할것
배부르게 먹지 않을것
따뜻하게 입고 다닐것
꼭 알아두자.
어쩄건 야밤에 이 난리를 펴놓고
나는 다음날 판공초와 라다크 지프투어 3박4일 일정을 떠나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