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나와 남편, 그리고 고양이 후치가 같이 살고 있어.
후치는 웬만한 강아지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사생활이 없는 껌딱지 고양이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새끼 때부터 젖병 물려 키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작년 11월 경에 길에서 주워서
우리 집에 온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 식구야.
내가 작년 11월에 운동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밑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던 후치를 만났는데,
별 생각 없이 "야옹아"하고 한 번 불렀다가
이놈이 대뜸 뛰쳐나와서는 처음 보는 나한테
필사적으로 배를 보여주며 울부짖고 매달리는 통에
집에 데려오고 말았어.
고양이가 남한테 함부로 배를 보여주고
매달리는 동물이 아니잖아?
분명 길고양이가 아닌 거 같아서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는데... 주인이 나오지 않는데다 나를 너무 좋아해서
은근슬쩍 우리 집에 눌러 앉게 되었지.
중성화도 되어 있고 항체도 빵빵했는데...
이 녀석이 발견된 곳에 이사간 지 좀 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낡은 집이 하나 있는데, 혹시
그 집에서 두고 가지 않았나 짐작만 하고 있어.
초면에 보여줬던 엄청난 친화력이 증명해주듯이
녀석은 과연 듣도보도 못한 개냥이였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면 언제나 내 몸 위 아니면
남편 몸 위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심지어 나 화장실 갈 때조차 꼭 따라와서
볼일 보는데 무릎 위에 굳이 올라와서 앉아있어ㅠ
우리 집에서 3년 이상 산 것 같은 적응력이지!
위 사진도 당연히 내 남편 등 위...^ㅅ^;;
사람이 앉아 있으면 무릎 위에, 누워 있으면 배 위에,
엎드려 있으면 등 위에 올라오고 밀어서 떨어뜨리면
옆구리에 기대고 눕는 집착왕 후치쓰!!
근데 우리 후치가 처음부터 남편하고 이렇게 친했던 건 아니야.
자기를 집에 데려온 나에게는 엄청난 신뢰를 보여주면서
졸졸 따라다녔지만, 남편에게는 초면에 발톱까지 빼면서
경계심을 드러내더라고.
내가 처음 길에서 데려올 때도 남자만 지나가면
움찔거리면서 도망가려고 했었어.
길에서 살면서 남자한테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남편이 프리랜서라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케어해주고 하니까 지금은 나 이상으로
남편과 친해지고 의지한다!
근데 가끔 집에 남자 사람이 오면 싫어하고 도망 가;;ㅋ
남편만 예외적으로 마음을 열어준 듯.
근데 젊은 여자는 초면에도 무서워하지 않더라.
내 무릎 위에 엎드려 있길래 담요를 덮어줬더니
갑자기 급격하게 뜨뜻해지면서 졸기 시작함 ㅋㅋ
확 열이 오르는 게 내 다리에도 느껴져.
점점 고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은 딥슬립에 빠지셨다는 이야기~
저러고 2시간 넘게 자서 다리 저려 죽는 줄 알았으ㅠㅠ
하품하기 2초 전
1초 전
흐아아아아아앙 (하품
그리고 딥슬립에 빠지셨습니다 zZzZzZ
후치 얼굴 색깔이 이상한 이유는
길에서 얻어 온 곰팡이성 링웜 치료 때문에
빨간약을 발랐던 적이 있어서 그래!
지금 약이 거의 다 빠지긴 했는데 완전히 하얗게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ㅠ
처음 데려왔을 때는 말라서 갈비뼈가 보였는데
(집고양이라 길에서 음식을 전혀 못 구한 것 같아)
지금은 건사료에 주식캔까지 푸지게 먹고 살이 쪘어.
정말 엄청나게 먹어대는데 운동량도 쩔어서
(벵갈도 아닌데 하루에 2시간 이상 논다면 믿어지니...?)
먹는 양에 비해서 살이 찌지 않는 것 같아.
후치쓰의 통통한 발을 봐줘 (쩌렁쩌렁
발이 노리끼리한 이유도 빨간약 때문이야... ㅎㅅㅎ
약 바르고 난 뒤 행주로 넥카라를 20분씩 해줘도
그 사이에 100퍼센트 흡수는 되지 않아서
앞발에 저렇게 물이 들고 말았어.
후치쓰 발바닥의 핑크 쿠션!!
단모종인데도 발바닥 털이 무성하네...ㅎ 깎아줘야겠다...^ㅅ^;;
이것은 내가 출근했을 때 남편이 찍어 보내준 사진인데
갑자기 후치쓰가 안 보여서 남편이 찾았더니
내 옷방에서 내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벗어둔
옷더미 위에 앉아 있었대...ㅠㅅㅠ
사실 나는 출퇴근하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후치랑 장난감 놀이도 좀 덜 해주고
간식도 거의 남편이 챙겨주는데도
내가 집에 데려와서 그런지 날 그리워하나봐.
요건 일요일 아침 동물농장 보는 모습 ㅋㅋ
후치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이어 선호하는 프로그램이야!
겁나 집중하는 모습
이것도 원래 무릎 위에 누워서 보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 나와서 흥분하여 뛰어 나온 것ㅋㅋ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새고, 그 다음은 같은 고양이
그 다음은 개, 그밖에 코끼리나 코뿔소, 기린 같은
커다란 동물도 즐겨 본당 ㅎㅎ
이때는 여우가 나왔는데 여우가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니까 흥분해서 가까이 보려고 나오셨어ㅋㅋㅋ
근데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해서
사람 인터뷰 나오면 딴짓함(ㅋ)
사람 인터뷰 길어지면 아예 다른 데로 가기도 해.
마지막은 눈치보는 후치 짤로 마무리~
이때 남편이랑 나랑 저녁 먹으면서 뉴스 보다가
빡치는 뉴스 있어가지고 같이 크게 욕하고 있었거든?
그랬더니 자기 바구니에서 쉬고 있던 후치가
갑자기 큰 소리로 냐아앙 울면서
부엌으로 뛰어오는 거야 ㅋㅋㅋㅋ
옆에 와서 남편이랑 나 번갈아 보면서
빽빽 울길래 얘가 간식 얻어먹을 거 다 먹고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는데
좀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목소리 크게 하면서
욕해가지고 얘가 우리 싸우는 줄 알고
말리러 온 것 같은거야;;
그래서 "아니야 후치야! 우리 안 싸워!"하고
손 붙잡고 볼 부비부비하면서 사이 좋은 척
열심히 연출했더니 우는 거 멈추고
계속 나랑 남편 번갈아 쳐다보면서 진짜로
사이 좋은지 확인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사진 찍었어 ㅜㅜ 진짜 애기 같아.
저 약간 미심쩍은 눈초리...ㅋㅋㅋㅋㅋㅋㅋ
동영상도 많이 찍었는데 유튜브에 올리고
주소를 가져와야해서 번거로워서 안 가져왔어.
다음에는 동영상도 가져와볼게!
애동방 토리들 모두 행복한 애동라이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