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1
“그렇게 입으니까 얼굴이 잘 보여서 좋네요. 점도 잘 보이고, 목도 잘 보이고, 예쁘네.”
“좀 닥치지.”


2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니까요. 내가 알아서 기면 알아서 가만히 있어요. 사람 성질 돋우지 말고.”
“싸가지 없는 새끼.”
“그런 말 많이 듣는데 형한테 들으니 색다르네요.”


3
“안 되겠다.”
채헌이 결심한 듯 일후를 확 떼어 내며 말했다.
“여행 가요.”
“뭐?”
“바다 보러 가요. 중간고사 끝나고 바로 갈까요? 토요일 오전에 올라오면 아르바이트도 갈 수 있잖아요.”
(중략)
“가요. 갈 거지?”
“애들 다 같이?”
“…….”
“왜.”
“하, 몰랐네. 우리가 애도 있었어요? 애 만들 시간도 안 줘 놓고 애는 무슨…….”
“……개새끼야.”
“애 만들 짓이라도 했으면……. 존나…… 억울하지도 않아. 개소리 하지 마요.”
“…….”
상큼하게 웃는 얼굴이 막힘없이 말을 뱉어 내자 일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원래 사람이 너무 당당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법이다.
“애 만드는 거 보여 주고 싶으면 다른 새끼들도 데려가든가. 이미 알겠지만 난 그런 것도 괜찮아서.”


4
“점심 뭐 먹고 싶어요? 따뜻한 국물 있는 걸로 먹을까?”
“꺼져. 애들이랑 먹을 거야.”
“애들? 나도 우리 애들 얼굴 좀 봐야겠다. 같이 만들었는데 나만 모르는 건 이상하잖아요.”


5
“하하. 너희 둘 다 병신이야?”
“엉?”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성준도, 알 수 없는 패배감에 몸부림치던 도린도 모두 채헌을 쳐다보았다.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두 사람의 주민 등록증을 들고 서 있는 채헌은 귀한 보조개까지 보여 주며 꽃처럼 예쁘게 웃었다.
“이딴 거 확인하는 데 심판이 왜 필요해, 병신들아.”


6
“유학 가겠다고 한 것도 나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거든요.”
“응.”
“근데 형이 나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니까 짜증 나요.”
“이기적인 새끼.”
“형 나한테 한 번도 가지 말라고 한 적 없는 거 알아요?”
“뻔뻔한 새끼.”
“한 번도, 진짜 한 번도, 술김에든 뭐든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 없잖아요. 그것도 짜증 나고…….”
일후를 탓할 수 없다는 건 채헌도 알았다. 알지만 그딴 게 상관없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이 말이었다.



티키타카 개좋아
채헌이 말을 너무 잘해서 보는 재미가 있어 ㅠㅠ
  • tory_1 2019.11.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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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9.11.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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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9.11.1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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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9.11.1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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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9.11.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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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9.11.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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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19.11.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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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 2019.11.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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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 2019.11.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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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1 2019.11.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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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2 2019.11.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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