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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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1.
거기서 뭐 하는 거냐?"
야바는 대답 없이 한결같은 자세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기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했다.
"이 시간에 안 자고 뭐하냐고 묻잖아."
야바는 어둠에 침수된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몰라? 내일이 오길 기다리고 있어…."


2.
그때도 그랬었다. 그때도 이름을 물었고, 의미를 알려 줬고, 저렇게 웃었고, 그리고….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 환락의 시간이 지나면 그는 또다시 모든 걸 잊을 거니까…. 그가 의미 없이 했던 행동에 끝 모르게 추락했다. 간신히 기어 올라오면 그는 또 벼랑으로 떨어트렸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도 굳은살이 돋아났다. 야바는 매일 생각했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 그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3.
그의 두통을 매만져 주고 싶었다. 삭막한 눈동자에 비를 내려 주고 싶었다. 힐러라는 이름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그 능력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야바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노랫말을 흘려보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자장가를


4.
아침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짜 친절이라고 해도, 그의 기억에서 지우개질 당하는 잔인한 아침이 온다고 해도, 오늘도 그를 사랑할 거다. 자신의 벌점은 640점이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1000점이 되면 아웃이다. 999점이 되는 날엔 그를 만나러 올 거다.


5.
헬기 조명에 시야가 밝아졌다. 그제야 제대로 보였다. 크게 벌어진 차이석의 목울대와 움푹 파인 심장의 공간…. 그 틈에서 검붉은 근육이 파열돼 있었다. 머리를 어지럽게 했던 입술은 한 줌 숨소리도 내보내지 않았다. 귀울음이 뇌를 갉아먹었다. 이건 항우울제를 먹지 않은 탓이다. 너무나 생생해서 뼛속까지 울리는 잔혹한 망상.
"이석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석아…."
근원지 모를 눈물이 그의 눈언저리에 떨어졌다. 
(중략)
팔다리가 제각각 분리된 것 같다. 집게로 손톱이 뽑히고, 불에 달군 인두로 망막이 지져지고, 귀와 입 속에 끓는 납을 들이붓고, 생가죽이 갈려 창자를 한 올 한 올 뜯기고, 그걸 낱낱이 보며 결국 정신까지 파괴되고 마는…. 그의 심장이 멈춘 건 그런 형벌이었다. 그가 흔들리면 자신의 세계도 흔들린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졌다. 멸망한 세상은 무풍지대의 고요함이었다.
(중략)
가슴이 죄어 부서졌다. 그건 고통이란 단어로 속박해선 안 될 거대한 상실감이었다. 앞으로 먹고 자고, 언젠가 이 고통도 잊을 날이 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욕구가 재생하기 전에 그냥 이 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내가 다 해줄게….
어떠한 계절도 이 마음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내가 너의 죽음이 돼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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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르웰린 씨의 낭만적인 정찬


1.
무언가를 사랑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깊이 사랑할수록 상처가 치명적이 된다는 것을. 상처는 영혼을 곪게 만들고, 썩게 만들고, 마침내는 도려내게 만들고는 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런 방식으로 불구가 된 사람들이 온 세상에 널려 있는 것이 증거였다.


2.
훗날, 셰본은 이날의 모든 순간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중략)
여기 오지 않았다면 그를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를 만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예쁘네요."
그랬다면,
그를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3.
그날 밤.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 극심한 환상통 속에서 셰본은 르웰린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문득, 자신이 르웰린을 죽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르웰린을 죽이면 온 세상이 통각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4.
"셰본."
새하얗게 질린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날… 사랑한 적이 없어?"
애정이라기에는 차갑고, 우정이라기에는 뜨겁고. 사모라기에는 너무 깊은. 상처처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는 감정. 이에 르웰린이 이름을 지어준 셈이었다.
사랑. 사랑이었다.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이런 사랑도 있었다.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통각점이 되는 사랑. 피가 나고, 살이 으깨지고,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사랑.
르웰린을 사랑했다. 가족이자 친구이자 연인으로서. 혹은 그 이상. 셰본의 온 세상으로서
늦게 아느니 차라리 영영 모르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앎 역시도 셰본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
"없어."
덧붙였다.
"단 한 번도."
그는 셰본이 단 한 번도 그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영영 모를 것이다. 아니, 몰라야 한다. 그것이 셰본이 할 수 있는 제일의 사랑이었다.


5.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덧붙였다. "단 한 번도요."











전혀 다른 타입이지만, 둘 다 내가 좋아했던 수들....
사랑에 대한 묘사나 언급 너무 좋아서 토리들이랑 같이 보려고 체크해놨던 거 올려봐.
이석이랑 야바, 르웰린이랑 셰본... 다들 힘들었던 것만큼 행복해라ㅠ_ㅠ
  • tory_1 2018.01.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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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18.01.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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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01.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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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8.01.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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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8.01.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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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8.01.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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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18.01.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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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 2018.01.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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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18.01.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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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1 2018.01.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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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2 2018.01.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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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3 2018.01.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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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4 2018.01.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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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5 2018.01.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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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7 2018.01.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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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8 2018.02.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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