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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나눔받았었는데 저게 벌써 9월 13일...너무 늦게왔지 ㅠㅠㅠㅠ
현생 사느라고 바쁜 것도 있었지만 리뷰 쓰다가 한번 날려서 빡쳤던 것도 있고...변명 미안 ㅠ0ㅠ
사실 이거 나 오래오래 위시리스트에 있었거든. 그래서 보자마자 앞뒤 잴거 없이 그냥 손들었었고!!
아무리 봐도 내 취향일거 같은데 리뷰가 적어서 망설이고 있었다가 나눔받고...
세트병 있어서 그대로 2권 3권도 다 지르고 난 다음에야 읽기 시작했어.
아무튼 잡설은 됐고, 나는 살면서 정말 이런 소설은 처음 봐.
책을 적게읽는 편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장르소설뿐 아니라 순문학까지 포함해서 이런 건 못봤었어.
분명히 이런 걸 이전에 본적이 없는데...그런데 이상하게 익숙한거야.
읽다가 갸웃하곤 생각했지. 이건 소설이 아니라 영화같은데.
그것도 할리웃 상업영화가 아니라, 예술영화.
응, 이건 진짜 소설이면서도 소설보다 영화와 훨씬 더 닮은 글이었어.
그리고 난 사흘간 이걸 읽으면서 내내 머리를 쥐어짰어.
분명히 본 거 같은 종류의 영화인데, 무슨 영화랑 닮았지?
내가 생각하는 예술영화의 이데아 같은 글이라서 내가 지금 본적이 없는걸 봤다고 혼동하는건가?
그리고 나는 책의 마지막 세 챕터를 남긴 상태에서 깨달았어.
이거, 쿠엔틴 타란티노다. 장고를 봤을 때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아...아니 잠깐, 펄프 픽션이잖아?!
그렇게 깨달음을 얻었어.
내용은 전혀 다른데, 스타일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오르게 하더라고.
그러니까 '쓰레기, 쓰레기'는...계획적으로 호쾌하고 투박한 겉모습을 꾸며낸 아주 예쁘고 섬세한 범죄영화의 문법을 지닌 소설이야.
소설은 악당임에 분명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법한 남자아이를 매춘굴에서 넘겨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영화의 씬이 넘어가듯이 챕터가 아주 짧게 잘려있어. 몇페이지 넘길 때마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나오지.
무기 밀매상이자 컬렉터, 다른 조직에서 잠입한 첩자, 경찰에서 잠입한 첩자, 조직의 표면적 보스들, 뒷배, 연예인(이지만 검은 세계와 관련이 있는), 갱단의 여자 등등.
일반 범죄영화를 보다가 게이커플이 등장하거나 섹스가 나오는 정도의 비중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는데, 놀랍게도 책을 덮고 보면 이 모든 일은 전부 사랑때문에 벌어진거야.
내가 쿠엔틴 타란티노를 언급했잖아? 그것처럼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맥락없이 사랑에 빠지고 사람을 쉽게 죽이고 돌아서고 그 사이사이에 블랙유머가 이끼처럼 묻어있어.
이곳의 등장인물들은 뜬금없이 사람을 개 취급하고, 어이없이 죽어나가고, 폭력을 휘두르고, 섹스하고, 그러면서 다들 죄책감이나 삶의 비애는 느끼지 못하는 양 쿨하고 유쾌해.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비극이 일상이라 어느새 내가 사랑하게 되어버린 캐릭터들이 언제 어디서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한치 앞이 예상이 안되더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인 이 소설에서 한명씩 죽어나가면서 인물 사이의 관계도가 밝혀지는 동안 나는 마음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어...
그렇지만 챕터 72가 끝난 후 셋의 죽음과 함께 적혀있던 [아주 깔끔한 죽음이었다. 어느 한 명 꼽을 것 없이 모두 그랬다.]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고,
마지막 챕터인 73이 끝나고 둘이 염원하던 결말을 맞았을 때 나는, 이 소설이 여기서 이렇게 끝나서 조금 행복했고, 조금 슬펐어.
그리고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야.
저 다섯은 어떻게 보면 모두가 남은 세상에 하나 미련도 없단 듯이 그 자신들이 원한 결말을 맞았는데, 남겨진 독자인 나는 아프더라고.
쟤네는 아닌데, 나에게는 저들의 삶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았나봐.
죽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살아있는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온갖 생각이 다 나더라.
재밌었어, 엄청 재밌었는데...근데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날 거 같아.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니고 사막만큼 건조한 작품이었는데도 말이야.
정말 좋은 작품 나눔받아서 행복했고... 다른 톨들도 읽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사족.
토스터기는 내가 사주고 싶었어.
아름다움과 사랑의 상관관계란 딱 그만큼 끔찍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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