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https://www.dmitory.com/novel/201386585


이 글 썼던 토린데, 감상을 넘 충동적으로 휘갈기다보니 발췌가 하나도 없어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혼자 아쉬워서 괜히 몇 개 보강용.. 글에 수정해 넣으려니 안그래도 긴데 더 길어지고 껴넣을 위치도 애매해서 오늘은 휴가 마지막날 혼술 기념으로 써본다.. 휴가야 가지마... 이번엔 정성을 좀 다해보는걸로..


⚠️ 스포 다 까고 쓴 앓이글의 연장이라 안본눈은 나가주세요 ⚠️

아닌가 음 중간쯤까진 봐도 되려나... ㅇㅅㅇ

무튼 이전 글에서 짧게 말하고 지나간 장면들 위주로 발췌해본다..


장편(이지만 단편같은) 인생작 글 쓰는건 이렇게나 힘이 드는 일이구나 수시로 말 꺼내긴 쫌 그렇고 한번 말 꺼내면 할 말이 너무 많은데 그걸 추리는건 더 힘들단 말이야..





모지리는 제가 준 양말에 모아둔 돌을 담고 있는 중이었다.

저런 새끼도 보호를 받는 판국에 저 육지에서는 진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레인보우 시티는 공식적으로 전시상태였으며 군인이 가진 권력은 과장을 조금 더해 무소불위에 가까웠다.

(중략)

군인이 시민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했을 때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건 석화가 군인을 좋아하지 않았던 복합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석화 자신이 불합리한 상황에 맞닥뜨린 적은 드물었지만, 군인에게 생리적인 거부감부터 들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저런놈을 보호하라니 vs 저런놈이 내 보호역이라니




곽수환은 박사만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뾰족하게 나간다고 생각했다. 저 무표정한 얼굴이 어떻게 하면 깜짝 놀랄까, 또 뭘 하면 극적인 변화를 보여줄까 흥미가 생긴 탓도 있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생각해보면 의외로 강단 있지 돌 박사.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저를 두고 혼자 올라가라고 말하지를 않나,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랬다. 보통 생사가 달린 일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어 하는 게 제가 봐왔던 사람인데 말이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곱게 자란데 반감도 있고 늘상 멍한 겉과 달리 강단도 있어 흥미로워하는 




“아무리 미안해도 대달란다고 대주면 안 되지. 석 박사 맹한 구석이 있어서 걱정인데, 다른 놈들한테도 그러지는 마. 간다.”
이 남자는 항상 그랬다. 입으로는 뭘 해 달라, 또 뭘 하자고 하지만 실제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곽수환이 애써 흥분을 내리누르고, 석화의 두 팔을 제 어깨에 올리게 했다. 참느라 힘이 꽉 들어간 손으로 셔츠 단추를 꼼꼼하게 채웠다. 멍한 얼굴로 붉어진 뺨을 한 석화를 보며 웃었다.

“역할놀이는 여기까지. 갈게.”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석화의 머리카락을 쓱 헤치고는 뒤를 돌았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수시로 섹드립 숨쉬면 플러팅하는 주제에 결정적일땐 선 지키고




조금 더 빨리 걸을 수 있었으나 곽수환은 행여 약골 박사가 휘청댈까 걸음을 맞췄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곽수환은 쉘터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시동을 끄지 않은 채였다. 핸들에 팔을 기대고 얌전히 눈을 감고 있는 석화를 감상했다. 지프에 기름이 소모되는 에어컨 기능은 없지만 히터는 문제없이 잘 나왔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시간을 보니 자정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차가 밀릴 일은 없으니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저를 깨우지 않은 것이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알던 사람이 눈앞에서 죽고 그러면 원래 기분이 싱숭생숭해. 그러니까 그거 한 잔 쭉 들이켜고 잊어.”

예상치도 못했던 위로에 석화는 그저 잔만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 잔잔했던 날 제주도 바다처럼 동그란 잔에 담긴 액체가 출렁거렸다. 그제야 손의 떨림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제가 식사 속도가 좀 많이 느립니다.”

석화는 수저를 들기 전에 양해부터 구했다.

“그래요? 난 엄청 빠른데!”

아니나 다를까, 앉자마자 거의 절반은 해치운 그녀였다. 그건 양상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전에도 느꼈지만 곽수환은 식사 속도가 저에 견줄 정도로 느린 편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박사님, 우리 밥 먹고 나서 같이 동물원 가야 돼요.”

“동물원이요?”

그녀에게 물으며 숨을 길게 내쉬자 곽수환이 제 식판의 물을 쓱 밀어줬다.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원래도 무겁지는 않았지만 배낭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체력보강 약이 드디어 빛을 발휘하나 싶어 걸음을 빨리했는데, 몸이 뒤로 휘청했다. 곽수환도 석화가 앞으로 먼저 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저에게 딸려온 몸을 놀라 감싸 안았다. 알고 보니 곽수환이 배낭 고리에 손을 걸어 무게를 덜어주던 것뿐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저조차도 정신을 잃었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하나 확실한 건 차량이 전복되기 전에 그가 팔을 뻗어 자신의 몸에 충격이 덜 오게끔 막아줬다는 것뿐이다.

곽수환은 후문을 통해 정문을 질러가는 대신 건물을 돌아서 걸어 나갔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콩.

서로 웃는 얼굴로 기 싸움을 벌이던 와중이었다.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티던 석화가 테이블로 고꾸라졌다. 그래도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은 건 곽수환이 석화의 이마와 테이블 사이로 손을 뻗었기 때문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석화는 중앙에 놓인 양념통 중 소금을 꺼내 백숙 안에 착착 뿌렸다. 혹시나 저 뜨거운 그릇에 고개를 처박지는 않을까 싶어 곽수환은 먹으면서도 내내 석화에게 온 신경을 쏟았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꽉 쥔 주먹을 허벅지 위에 얹으니, 티슈에 싸인 계란 껍데기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곽수환은 석화의 손을 펴서 껍데기가 박힌 데는 없나 살폈다. 대신 티슈를 가져가 돌돌 말아서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자각하기 이전부터 은근 다정한 구석들

건물 돌아서 나간건, 구하러 오면서 건물안에 시체 굴러댕겨서 보지말라고 그런거




석화는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군인들을 겪어왔다.

(중략) 그들은 어떤 부조리한 일이라도 의심 갖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에게 질문을 한 군인은 몇 명 겪어보지 못했다.

“곽수환 소령님은……. 생각보다 감성적이시네요.”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라디오 방송을 전부 신뢰할 필요는 없어. 방송도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거니까, 석 박사 연구처럼 말이야. 뭐, 그래도 이번에는 에덴 놈들이 맞는 것 같기는 하네.”

저에게 몇 번 반군 사상을 들먹인 그였지만, 석화는 오히려 그가 좀 더 그쪽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저는 여태 라디오나 방송매체를 의심한 적은 없었다. 날 때부터 그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곽수환도 더는 소설의 역할극을 그만두겠다면서 깍지 낀 손을 풀었다. 그리고는 웃는 낯을 싹 지우고 석화를 응시했다.

“내가 분명 말했을 거야. 관심 갖지 말라고. 이득 될 것도 하나 없는데 왜 자꾸 가시밭길을 향해 가.”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장난도 곧잘 하고 야한 말도 틈틈이 꺼내는데, 늘 의식적으로 띠고 있는 미소만큼이나 그게 가면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전부 다 지어낸 것은 아니며 좀 전의 웃음처럼 진심이 섞여있을 때도 있었다.

그는 불투명한 세포막에 감싸인 미지의 생명체 같았다. 그래서 석화는 그가 조금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저 놈이 머리를 좀 쓴다는걸 알고 마음에 벽이 내려감 + 은근 맞는소리도 하고 + 믿어도 되나 계속 관찰하는 석화




여태 살면서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엄청 싫어한 적도 없었고, 제 한 몸 추스르기가 힘드니 감정소모도 하지 않았다. 그건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하더라도 흥미를 잃고 금세 떠나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좋다, 싫다’의 부등호가 있다면 곽수환은 아마 ‘좋다’ 쪽일 것이다. 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찔러대는 사람은 여태 얼마 보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몸도 시원하고, 그가 만지면 뇌까지 쾌감에 절여지는 듯했고, 돌도 주고…….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곽수환의 얼굴 보고 났더니 오전부터 피곤했던 눈이 좀 밝아진 기분이었다. 그의 체온만큼이나 그의 겉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사실 그것보다도 새로 준 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ㅋㅋㅋ 감겨가는 석화.. 




“이것 봐.”

주머니에서 손을 빼낸 곽수환이 내민 것은 커다랗고 단단한 돌이었다. 웬 돌인가 싶어 석화의 눈에도 이채가 서렸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죽이지?”

그가 흔들고 있는 돌은 마치 발기한 남근을 닮아 있었다.

“선물이야.”

(중략) 석화는 제 손에 얹힌 남근 모양의 돌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더럽다면서 내던지거나 차가운 눈을 들 줄 알았는데 까만 속눈썹은 한동안 미동이 없었다.

“고맙습니다.”

곽수환의 예상과는 다르게 석화는 얇은 코트 주머니에 돌을 넣었다. 그 바람에 주머니로 성기 모양의 음영이 졌다.

“마음에 들어?”

“예.”

대체 좆 돌에 어떤 매력이?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곽수환은 주머니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돌을 한 번 매만져봤다. 석화가 입고 있던 가운에 담겨 있던 것이었다. 

이게 그렇게도 좋은가.

레인보우 시티 2권 | 채팔이 저


“그러니까 석 박사는 좋아 죽는 돌하고 살라고.”

곽수환은 말이 뾰족하게 나가니 유치해도 별수 없었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바이올렛 건물에서 박사님이 못 챙겨 가신 돌입니다.” (중략)

석화가 쓱 창문으로 다가오더니 차 중령을 향해 고개를 꾸벅했다. 목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감동하는 게 느껴졌다. 마치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자신의 돌 사랑을 누군가 또다시 알아봐준 것에 감격한 듯했다.

돌을 쥐고 있던 곽수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대로 저 멀리 던져버릴까 하는 충동 또한 견뎌냈다.

“차 중령, 이해는 안 되지?”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이런 돌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곽수환이 남근석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그게. 사람이 뭔가를 좋아하는 데에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중령은 웃고 있는 곽수환을 보자마자 서둘러 정색했다.

“예! 그렇지만 저로선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왜 돌 같은 걸 좋아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곽수환이 어깨를 다시 한번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는 엄지를 치켜 올리더니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대장, 참 유치하십니다. 중얼거렸지만 곽수환은 그러거나 말거나 등만 떠밀었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놀리려고 갖다 준 돌을 너무 좋아하니 함 이해해 보려하고, 질투도 했다가, 이젠 그 취미 이해하는건 자기뿐이어야 되는 ㅋㅋㅋ




얼음 같은 물을 고스란히 맞는 곽수환이 몸을 돌려 석화를 껴안았다. 거센 물줄기가 곽수환의 등에 부딪히니 석화에게는 차가움이 희석되어 돌아왔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앞으로 잔뜩 몸이 쏠렸던 석화가 쿵 하고 시트에 등을 박았다. 행여 머리를 박을까 곽수환이 손을 대어주고 있어 뒤통수에는 충격이 적었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석화가 수저를 들었다. 여전히 먹는 속도는 느린 데다 장작까지 가져왔으니 밥알은 이미 다 불어 있었다. 곽수환은 먹지 않은 제 미역국에 석화가 남겨놓은 즉석밥을 다시 말았다. 석화의 것과 바꿔치기 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후루룩 마셔 버렸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곽수환은 식탁 의자 두 개와 박스도 가지고 나와 모닥불 근처에 놓아두었다. 그중 의자 하나를 가볍게 낚아채 올렸다. 모닥불 위에 대고 초벌구이를 하듯 앞뒤로 의자를 데웠다.

“아직 배고프냐? 나무도 구워 드시게?”

“몰랐어? 은근히 별미야.”

따끈해진 나무 의자에 석화를 앉히니 지켜보던 둘의 입에서 헛바람이 터졌다. 엉덩이와 등받이가 따끈따끈해 석화는 추위를 느낄 새조차 없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곽수환이 손을 석화의 셔츠 안에 넣어 문질렀다. 차가울 거라 생각해 지레 움츠렸는데 그의 평소 체온보다 따뜻했다. 아마도 조금 전 온수로 손을 덥히고 온 듯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쌍방 되고도 여전히 다정한 놈 ㅎㅎ






🚨🚨🚨 여기서부턴 왕스포 🚨🚨🚨








“내가 불편하면 나가 있을까?”

불편하다니?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저에게 수갑을 채워 취조실에 가둔 건 곽수환이었지만, 그건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처벌을 받은 것뿐이었다. 타이밍 안 좋게 그때 아담이 들어온 것뿐이고.

“물렸는데……. 왜 구해줬어요?”

(중략)

“원망이라도 하지?”

“……제가 왜요?”

“석 박사가 아담에게 물린 데는 내 탓도 있으니까.”

서펀트와 접선하려고 했던 행위는 즉결처형이 가능한 사안이었다. 석화도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었는지 피부로 실감했고, 저 자신의 무기력함도 뼈저리게 느꼈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생각해보면 여태 곽수환이 저에게 경고를 했던 건 상부의 처형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만일 이진법 암호를 곽수환보다 다른 이들이 먼저 발견했다면, 이미 자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아담에게 물린 일을 비밀로 하자는 것 또한 그가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 같았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같이 있으면 안 돼요? 석화는 불쑥 튀어나온 진심에 스스로를 질타했다. 대체 제가 도움 되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중략)

곽수환이 석화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 말고 꽃밭이나 생각해. 석 박사 없을 때도 이거보다 더 위험한 일들 많았어.”

마치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재빠르게 말을 꺼냈다.

“그보다 우리 석화 형, 내 운동복 잘 어울리네.”

씩 웃은 그가 석화를 안으로 밀고는 방공호 밖에서 문을 돌려 잠갔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기운이 다 빠진 석화를 보니 지금 제 판단이 과연 맞는 것일까 싶었다. 이제라도 석화를 우도에 데려다놔야 하는 건가. 벌써 두 번이나 이런 식으로 길이 막혀 차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괜찮아요.”

곽수환의 시선을 느낀 석화는 그의 손을 잡았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무슨 일이 있었냐고, 괜찮으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중략)

석화는 피 묻은 군번줄에 대해 물어볼까 하다가 에너지바만 베어 물었다.

“지하에 갔더니, 실험실이라는 데가 있더라.”

석화의 궁금증을 아는 건지 그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석화는 계속해서 곽수환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중략)

그도 석화의 걱정을 고스란히 읽었기에 머리카락을 새집처럼 흔들어놓았다.

“석 박사, 정말로 걱정 안 해도 돼. 아담 바이러스가 수천 번 변이해도 나한테는 소용없어.”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석 박사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내 탓이야.”

어째서 그가 저 자신을 탓하는 말을 하는지 석화는 알 것도 같았다. 피를 바꿔치기한 일 때문이겠지. 석화는 속으로만 조용히 웃었다. 곽수환의 탓이 아니라고 확신하지만 그냥 모른 체하기로 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곽수환은 결국 북부지부에서 피를 바꿔치기 했다는 사실을 돌려 말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이 말을 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행여나 제가 원망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석화는 그의 커다란 몸을 껴안고 손으로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다 알고 있었어요.”

“뭐?”

“곽 소령님 잘못 아니에요. 수혈을 그때 처음 받은 것도 아니었잖아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기에 그도 마음 놓고 바꿔치기 한 것이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오해 없고 눈치 빠른 녀석들




“아담이 없는 데는 처음일 테니까. 평화로울 겁니다.”

그 말에 곽수환이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석 박사가 지금 어떤 감상에 신호가 눌렸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안쓰러워 보였나 본데, 그렇다면 애초에 단단히 잘못 봤다. 저를 비롯해 이채윤이나 양상훈은 평화를 바란 적도 없었고, 그 평화롭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다. 불안함이라는 것은 아담이 두려울 때나 생기는 감정이었다. 그러니 마음은 언제나 충분히 안정되어 있었다.

레인보우 시티 1권 | 채팔이 저


“곽 소령, 박사님은 괜찮겠지?”

정작 곽수환이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는 가라앉은 눈으로 최호언이 석화와 함께 빠져나간 문을 바라봤다.

분노에 머리가 들끓었고, 서펀트 놈이 석화에게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만 해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전부 박살내고 싶었다. 두 번이나 서펀트에게 끌려가는 석화를 놓쳤다.

아담을 풀어 주변을 정신없게 만드는 게 놈의 특기인 줄 알면서, 방공호는 안전할 거라고 착각한 제 병신 같음에 빌어먹을 찬사를 보냈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석화는 숨이 가쁜 채로 곽수환의 등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라면서. 거친 입맞춤에 그가 얼마나 자신을 걱정하고 불안해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두려움을 몰라 여유롭던 최상위 포식자의 목줄을 쥐어버린 구원자




곽수환은 버둥거리는 아담을 바닥에 내리찍고는 감흥 없이 말했다.

“내가 봤던 책에서는 어떤 양반이 세 번이나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데, 아주머니는 그런 것도 없네. 내가 실제로 이놈을 당신에게 안 물릴 거라고 생각하지?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아는데? 멀쩡한 군인들 잡아다가 온갖 실험까지 했으면서, 그런 사람이 석 박사를 가지고 구원자니 뭐니 하면 안 되지. 잘 가요, 아주머니.”

아담의 얼굴을 목덜미 가까이 가져다댄 순간이었다.

“곽 소령님……!”

방문 앞에 선 석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곽수환은 이가 부러진 채로 다닥거리는 아담을 뒤로 확 잡아 뺐다. 직접 머리를 부수지 않고 칼로 뒤통수를 찔러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제복 코트를 쥐고 있는 석화는 제 눈을 의심하는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농담이야, 자기. 그냥 장난 좀 쳐봤어.”

이리 오라는 듯 두 손을 펼친 그는 곧 낭패한 듯 장갑을 벗었다.

“응?”

미소까지 덧칠하니 정말 짓궂은 장난을 치려던 사람처럼 보였다. 석화도 그가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했음에도 어째서인지 묘한 낯섦이 느껴졌다.

레인보우 시티 3권 | 채팔이 저


“소령님! 구축 방어기지 밖으로 전부 사살 명령 내려졌습니다.”

(중략)

이쯤 되면 그냥 다 망하는 게 맞지 않겠어? 상부 새끼들은 알아서 살게 놔두고 나는 석 박사와 어디 섬이라도 가서 둘이 오순도순 살면 되잖아.

곽수환은 장전한 총으로 아담을 죽이고 또 죽이다가 기어코 부모가 안고 있던 아이마저 변이된 것을 봤다.

석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전부 사살하라고 했을까? 아니면 이 미쳐버린 시티는 망해야 된다고 손을 놨을까.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멀쩡한 사람까지 죽인다면 석 박사가 나를 어떻게 보려나.

곽수환의 이성도 전부 사살하는 것이 맞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쉽게 명령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구원자 주인님이 목줄을 놔버릴까 싶어 스스로 제어하며
모든 판단의 기준이 석화가 되어가는 곽수환




석화는 눈에 잔뜩 힘을 주어 이마를 향해 발사했다. 학습센터에 있을 때 몇 번이고 모의 사격을 했었지만, 저 혼자서 아담을 상대하니 손발이 덜덜 떨렸다. 게다가 몇 번 구내식당에서 보았던 군인이었다. 일전에 곽수환이 그랬다. 이들은 다 누군가의 아는 사람들이고 이웃이고 가족이었다고.

그때는 그저 그가 냉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족을 제 손으로 죽였다던 그가 어느 날 말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프다고.

중장의 컴퓨터에 컨트롤러 코드로 접속하는 곽수환의 얼굴은 담담했다. 피가 옷 여기저기에 튀어 있었지만 그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석화는 자신보다 몸도 훨씬 크고 강한 곽수환이 왜 안타깝게 느껴지는지 몰라 했다. 저 역시 살기 위해 아담을 죽였으나,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저도 이런데 곽수환은 얼마나 더 많은 자괴감을 가졌을지 가늠하는 것조차 주제넘었다.

레인보우 시티 4권 | 채팔이 저


‘죽이기가 더 쉬운데, 그런 건 익숙해지면 안 되는 거라서.’ 불한당을 제압한 뒤, 거처를 옮기던 곽수환이 말했다. 그때는 그 자신이 살인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다짐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를 걱정한 거였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마음 같아선 어깨가 아닌 대갈통을 박살내고 싶었지만, 석화의 눈앞에서 그딴 짓을 벌일 수는 없었다. 곽수환은 자신이 다짐했던 건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석화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석 박사, 시티에서는 착하게 살면 일순위로 죽어.”
곽수환이 석화의 손을 잡고 복도를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아니, 저는 착한 게 아니다. 오히려 문을 닫음으로써 이연태 중장이 더 늦게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석화는 그가 제 손을 더럽히고 그걸 숨기고자 노력하는 게 싫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군인으로 살아온 곽수환 인생을 헤아리고 맘 아파하는 석화

이런 세상이어도 석화의 인간성을 지켜주고 싶은 곽수환

그런 노력을 눈치채지만 또 모른척 하는 석화




석화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췄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만일 곽수환이 살아있다면 자신을 죽이라는 무전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보다 저를 더 우위에 두었고,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저를 살리는 사람이었다. 이토록 고독하고 외롭지만 그가 살린 목숨이었다. 그래서 제 맘대로 함부로 버릴 수도 없으니 살아야 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석화가 변이 아담 바이러스의 숙주인 이상 시티에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과도 함께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다. 저만큼은 살아서 석화의 곁에 있을 거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살아.
그 말은 주박처럼 붙었고, 저주처럼 저를 붙잡아 두었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러시아에서 했던 약속 기억하죠? 만일 우리가 만나지 못하게 되면 사향노루가 있던 곳으로 와요. 살아요, 우리. 무조건.]
조운이 건네주었던 석화의 메시지. 곽수환은 그 한 장의 종이만을 이정표 삼아 러시아로 향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석화는 붕대가 감긴 손으로 어설프게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한 스푼 떠먹었다. 괜찮다, 괜찮을 거다. 그러니 곽수환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고 들을 때까지는 버텨야 했다. 만일 그래서 그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저도 죽으면 된다. 죽음을 회피하기는 어렵지만, 두 팔을 벌려 죽음을 마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법이다.

레인보우 시티 5권 (완결) | 채팔이 저


석화가 이곳에 없었다면 저희들이 함께했던 모든 곳을 찾아 헤맬 생각이었다. 그래서 만일 석화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곽수환도 살 이유가 없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탄환 한 발은 무조건 남겨두기로 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어젯밤 그의 제복을 정리하는데 권총 한 자루가 나왔다. 그리고 탄환도 단 한 개였다. 탄환은 본래보다 훨씬 묵직해 죽음의 무게가 실려 있는 듯했다. 석화는 제가 죽어도 따라 죽지 말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못했다. 남겨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가 없는 동안 뼈저리게 겪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곽수환이 석화의 몸에 커다란 수건을 둘렀다. 펭귄 마크가 그려진 뽀송뽀송한 천이었다. 석화를 만나면 이 부드러운 천으로 꼭 몸을 닦아주고 싶어서 챙겨온 것이었다. 석화가 그 사실을 알면 자리 차지하는 걸 굳이 왜 가져왔냐면서 시큰둥하게 반응하겠지만, 정작 포근한 수건의 감촉이 좋은지 손으로 쓱쓱 만져보기까지 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빨아 꺼끌거리다 못해 해진 수건만 쓴 탓이었다.

그는 목욕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이미 용의주도했다. 수건보다도 더 보들보들한 새 침대 시트에 석화를 내려두었다.

레인보우 시티 6권 (외전) | 채팔이 저


살아 / 살아요 우리 무조건

행복회로 100%의 수건 / 불행회로 100%의 탄환 한발



그냥 글 쓰는거보다 발췌만 하는게 더 오래 걸리는거 실화냐...

더 길어지면 안될것 같으니 이제 알아서들 재탕하도록 해..

해산 해산~


  • tory_1 2021.08.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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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21.08.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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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1.08.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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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21.08.2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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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21.08.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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