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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내맘대로 BGM. 세정 - 재회


평생을 시골에서 살던 정현우는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어 상경을 해. 
처음에는 고모네 집에 머물렀지만, 신혼인 고모 부부의 눈치가 보여서 결국 하숙집을 구하게 됨.
그리고 그 하숙집에서 선배인 이태완, 허석, 지성준 그리고 동갑내기 김형조를 만나게 되는데...



“아, 저 녀석은 김형조. 야, 형조야.”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린 태완은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고는 같이 들어온 남자를 불렀다. 형조는 나를 훑어보더니 반갑다는 말도 없이 그저 이 층 계단으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 완벽한 무시였다. 나는 계단으로 사라지는 남자를 얼떨떨하게 바라보았다. (중략)
처음 만나자마자 나를 무시했던 김형조는 예상과 달리 선배가 아니라 나와 같은 신입생이었다. 형조는 지독하게 말이 없는 편이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입은 열지 않고 간단하게 고갯짓으로 의사를 표시할 정도였다. 가끔 나를 훔쳐보듯 바라보는 그와 몇 번 눈이 마주쳤지만 나는 오기로 모르는 척했다. 좋은 인상이라 호감이었는데 깍듯하게 인사하는 나를 무시하던 그때 그의 행동은 불쾌하고 적대적인 첫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엥 개재수없고요? 🤷‍♀️
하지만 현우는 형조가 자기를 계속 무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눈길이 가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어찌저찌 서로의 전공을 밝히고 말을 튼 현우는 드디어 형조와 친해질 수 있나 싶은 생각을 했음!
그때, 갑자기 이데올로기니 부르주아니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기 시작하는 이태완과 허석의 모습에 현우는 겁을 먹는데... 



“무섭다…….”
“정현우라고 했지?”

내 중얼거림과 함께 형조가 물어 왔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제대로 인사를 하려는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비웃듯이 형조는 시니컬한 표정을 지었다.

“시골 쥐군.”
“뭐?”
“이솝이야기의 시골 쥐. 너 말이다.”
“…….”

나는 잠시 멍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갇혀 살다 도시로 나와 도시 생활에 적응 못 하고 다시 돌아갔다는 그 시골 쥐? 시골 쥐의 정의를 떠올리자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는 넌 서울 쥐냐? 내가 어디가 쥐새끼야?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놈.”

어안이 벙벙해졌다.



형조는... 친해지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저런 성격파탄자가 다 있어? 누가 먼저 기분 나쁘게 말했는데? 씨이, 뭐, 시골 쥐? 그렇게 잘난 너는 서울 쥐냐? 잘났으면 니가 얼마나 잘났냐?”

지방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형조에게 분하고 억울했다. 나도 너희들과 다를 바 없는 같은 사람이라고 구시렁거리다 발로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벽을 찼다. 나의 옆방은 형조의 방이었다. 
한참 뒤에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멍청하게 벽을 돌아보았다.

“……반응은 일일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외로 반응은 일일이 하는 타입;;;;
🐭... 아니 현우는 형조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형조는 자신을 밀어내고 차갑게만 대하는 모습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느날 현우는 거실에서 장식품인줄 알았던 전축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형조의 모습을 보았어. 묘하게 눈을 뗄 수 없는 형조의 모습에, 현우는 다가가서 음악의 제목을 묻지만 형조는 또 현우를 무시해..
현우는 왜 자신을 무시하냐고 따지면서 형조가 들고 있던 레코드판을 뺏어들었어. 그렇게 말다툼을 하던 중, 또 반복된 형조의 '시골쥐' 발언에 현우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레코드판을 집어던져....^^...

깨진 레코드판을 바라보던 형조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버림.. 차라리 화를 내지... 개무서워...

현우는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형조에게 미안한 마음에 울다가, 새것을 사서 돌려줘야겠단 생각이 들어 레코드판을 취급하는 음반가게들을 찾아다녀. 하지만, 알고보니 그건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음반이었음; 망연자실해진 현우는 하숙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울고만 있었어ㅠㅠㅠㅠ 으이구...! 
그런데 현우가 우는 모습을 본 이태완이 웃으며 말을 걸었음.



“너 아까도 울었냐?”
“자꾸 눈물이 나잖아요, 흑…….”
“형조 녀석 안절부절못하던 이유가 이거였구만.” (중략)
“형조는 어디 있어요?”
“방 안에 콕 처박혀 있지. 안절부절못하면서. 그 녀석이 말이 없어서 그래. 괜찮다 그 한마디를 못 해서 주변머리 없는 놈은 어디를 가나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니까.”



잠시 후, 현우는 방문 앞에 서서 사과의 말을 건네지만 형조는 언제나 그렇듯 현우를 무시했어.
그렇게 현우는 죄책감 가득한 하루를 끝마치려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잠시 깨어났어. 그리고 물을 마시기 위해 일층으로 향한 현우는 형조와 마주치는데...



“여기서 나가.” (중략)
“왜? 내가 왜 나가야 되는데? LP는 형편 닿는 대로 물어 줄 생각이었어. 미안하다는 말로 입 닦고 모르는 척하려고 한 거 아니었단 말이야.”
“그런 것하고는 상관없어. 나가.”
“…….”
“당장. 여기서 당장 나가.”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런 뜻 아니야. 넌 우리랑 달라. 우리는 같이 살 수 없어.”

형조의 말투와 표정이 지나치게 진지했다.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통고하는 말투여서 나를 더 추레하게 만들었다. 



또 다시 형조와 말다툼을 하게 되는데... 
형조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현우의 팔목을 잡고 비좁은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어.



나는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르려고 했다.

“뭐 하, 흐읍!”

뜨겁게 느껴지는 큰 손이 뒤통수를 강하게 그러쥐었다. 곧 형조의 입술이 내 입술을 눌렀다. (중략) 한참 몸을 비틀면서 버둥거리다 형조의 입술이 내 입을 막으려는, 단순히 소리를 차단하려는 방편임을 깨닫고 몸부림을 멈추었다.
누군가와 입술을 맞대고 있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형조는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해 보인다.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조의 팔이 내 등을 감쌌다. 나는 형조의 품 안에 갇혀 있었다. 그에게 안긴 모양으로 서로의 가슴 고동이 선연하게 들려올 정도로 몸이 밀착되었다.
그때 밖에서 다다닥거리는 구두 굽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형조를 올려다보았다. 형조는 다시 한번 조용히 하라는 듯,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고 무섭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표정이 긴박했다.
놀란 가슴에서 요동하는 심박이 형조의 가슴에 닿았다. 쿵쿵거리는 서로의 심장 소리가 내 귓가에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어지러운 구두 굽 소리가 사라지고, 현우는 형조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 형조는 수배자인 형들을 잡으러온 사람들이라고 대답해. 그리고 자신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평범한 대학생인 형들과 형조가 무슨 수배자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우는 그보다 방금 형조와 했던 입맞춤이 더 당황스러워 머릿속이 복잡해져.



형조와 키스했다. 키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생전 처음 누군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남자의 입술, 김형조의 입술. 꽤 부드러웠다. 그리고 뜨거웠다. 아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형조는 왜, 하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쳐 온다. 그 따듯한 열감이 형조와 처음 가져 보는 유대감이었다.

“뭘 쳐다봐?”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
“…….”

내 말에 형조는 눈동자를 애매하게 돌렸다. 그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그 무뚝뚝한 쑥스러움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그 날 이후로 둘은 조금 가까워져. 형조는 괜히 현우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쓱 뺏어가서 자기가 사용하기도 하고, 현우는 형조의 트레이드 마크인 뚱한 표정을 보고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 표정'같다며 눈썹을 매만지기도 하고... 현우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면 형조가 볶음밥도 해준다ㅋㅋㅋㅋㅋ 

그러던 중, 현우는 허석과 지성준이 연인사이임을 알게 되고, 남자끼리도 연애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어느날 둘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고, 허석과 지성준에 대해 이야기 해. 조심스럽게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둘 다 그들의 관계가 이상하지 않다는 대화를 나눠. 

현우는 안색이 좋지 않은 형조를 걱정하다가...



형조의 손이 내 뺨을 쓸었다.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형조가 내게 입 맞추려 하고 있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메마른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나는 으레 그래 온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입을 맞췄지만,



형조는 자신이 먼저 내게 키스했으면서 마치 당한 것처럼 충격을 받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곧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드러난 그의 목덜미에는 축축한 땀이 배어 있었다. 참담한 실수를 저지른 침묵이 사위를 에워쌌다.
나는 멍청하게 앉아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기를 기다렸다. 형조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중략)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며 더불어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그를 피해 황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허둥지둥 올라갔다. 계단을 밟으며 흘깃 돌아본 형조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패망감에 젖어 앉아 있었다.



참담한 표정인 형조의 모습에 현우는 크게 상처받아. 
방으로 돌아와 혼자 우울해하던 현우는 갑자기 이전의 그 구둣발 소리가 들려와 덜컥 겁을 먹어. 발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그때였다. 형조가 침구 속에서 바들거리고 있는 나를 끌어안았다. 나 역시 매달리듯 그를 끌어안았다. 발소리는 더욱더 크게 들려왔다. (중략) 발소리는 그렇게 울리다 방에서 나갔고 비어 있는 내 옆방을 뒤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두려움에 극한적으로 전신을 떨던 내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소리는 증발하듯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중략)
나는 내가 외쳤던 말을 더듬어 보았다.

‘내 형제와, 피를 나눈 내 동료들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단 말이다! 자유를 위해서!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

분명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떨리는 손등을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세게 물었다. 그것은 내 공포가 아니었다. 내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의 공포를 내가 경험한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사념, 그런 것일까? (중략)

“이상해……, 이상해. 형조야, 나 몸이 이상해.”
“괜찮아. 괜찮을 거야. (중략) 내가 그놈들에게서는 끝까지 지켜 줄게.
“무서워, 형조야…….”

형조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내가 울다 지쳐 잠이 들 때까지 형조는 옆에서 나를 지켜 주었다. 그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이윽고 현우는 자신이 형조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
형조에게 입을 맞추며 고백하지만, 형조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현우를 밀어내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해.
싫다는 것도 아니고 안된다니... 애매한 형조의 태도에 현우는 속상하고 화가 나서 며칠 뒤 결판(!)을 지으려고 형조를 찾아가.



“형조야, 있지,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

고백은 그렇게 쓸쓸했다. 형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중략)

“나를 싫어하는 거라면, 확실하게 해 줘.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아 줘. 네가 그러면 나 더 힘들어.”

내 손을 갑작스럽게 잡지 말아 줘. 슬픈 얼굴로 쳐다보지 말아 줘. 내가 괴로워 힘들어할 때 어깨에 기대게 하지 말아 줘. (중략)

“이러지 말자, 우리.” (중략)
“내가 싫으면 그렇다고 해. 상처받을 각오 되어 있어. 형조 네가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나오는 게 나한테는 더 상처야.”
“…….” (중략)
“네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연애 감정으로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당혹스럽게 하지 마.”
“……나야말로 네가 이러면 당혹스러워. 우린 어울리지 않아.”
“어울리고 말고는 상관없잖아.”
“이러지 마라. 나를 힘들게 하지 마.”

나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형조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나를 충분히 뿌리칠 수 있으면서 형조는 내 손에 그대로 딸려 올라왔다. (중략)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하게 대답하란 말이야!”
“……좋아해. 그래서 안 돼.” (중략)
“내가 남자라서 그래?”
“……아니야, 그런 게.”
“너 정말 나랑 장난하는 거야?”
“달라서 그래! 우린 달라! 다르다고!” (중략)

좋아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갖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며 형조는 가까스로 나를 거부했다. 

“내가 널 좋아하고 너도 날 좋아하는데 그게 왜 문제가 돼?”
“…….”
“형조야, 나 좀 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생각 하지 말아 줘.”

외면하던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혼곤하게 엉켜 드는 눈동자였다.

“형조야…….”

그를 부르자 형조는 퓨즈가 나간 것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내 팔을 휘어잡아 끌어당겨 가슴으로 안았다. 그래, 생각하지 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중략)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에 휘말리듯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나를 휘감는 형조의 키스는 유연했고 부드러웠고 격정적이었다.

“나도 이제 몰라.”




그렇게 둘은 연애를 시작하고, 형조는 애태우던 것이 무색하게 현우에게 굉장히 다정했고 현우를 깊이 사랑해줬어.
현우는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하게 해주는 형조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냈음! 

그러던 어느날, 형조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유부녀임에도 오나시스를 사랑하게 되어 남편과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자신도 정략 결혼을 약속한 정혼자와 파혼하겠다고 이야기 해...;;;; 

청천벽력같은 형조의 이야기에 현우는 배신감과 슬픔에 괴로워하며 형조를 밀어내. 날 파렴치하게 만들었다는 현우의 말에 형조도 내가 널 사랑하는게 파렴치한 것이냐며 (사실 쫌 그렇지;;ㅎㅎ;;;) 상처받고, 둘은 서로를 외면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못 해, 못 하겠어.”

형조가 무너졌다. 그리고 나도 무너져 내렸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은 갈증이 느껴졌다. 입을 맞추고 또 맞추었다.



현우와 형조는 결국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어.
그렇게 연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아랫층에서 쿵쾅거리는 소음이 들렸어. 깜짝 놀라서 일층으로 내려가보니 허석이 미친듯이 지성준의 방을 부수고 있었음. 



허석은 부수는 것을 멈춘 채 멍청하게 뭔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사지가 분노로 부들거렸다. 저것이었다. 성준이 그리던 그림이……, 불행하게도 태완이었다. 예전에 내가 보았던 그림이 아니라 나신의 태완을 그린 것이었다. (중략)
침착하던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분노로 뒤틀린 눈동자에는 핏줄기가 터지고, 머리칼과 옷매무새는 흐트러진 채였다. 그는 다스려지지 않는 숨을 씨근덕거리며 말했다.

“저 새끼를 이 방에 끌어들였지? 그렇지?”
“…….”
“무슨 짓을 했어, 이 더러운 새끼야! 무슨 짓을 했어!”
“그러지 마…….”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네깟 놈이, 네깟 놈이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아냐, 아니야……, 석아, 그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중략) 그 새끼 생각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몸만 내주고 끝까지 마음은 내주지 않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고! (중략) 사실대로 말해! 더러운 남창 새끼!




현우는 허석을 말리려고 했지만, 허석은 마치 현우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완벽히 무시한 채 성준의 방을 부쉈어.



“그만해! 하지 마!”

뭐라고 소리쳐도 돌아보지 않는 그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감당하기 힘든 거친 충동이었다. 살심에 휘청거리며 제발 그만하라고 외쳤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분노가 아니었다. (중략)
형조가 방 안으로 뛰어들어 당장에라도 허석을 때려눕히려고 하는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는 문을 닫아 버렸다. (중략) 내 분노를 무기력한 슬픔으로 만들었다. 내 것이 아닌 슬픔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그 날 저녁, 허석은 그렇게 집을 들쑤신 채 나가 버리고 성준은 얻어맞은 듯 뺨이 부어오른 채였어. 곧이어 태완은 최루탄 냄새를 온 몸에 묻힌 채로 돌아와, 프락치니 분신이니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어 혼란스러운 현우를 데리고 형조는 2층으로 올라와.



“중완 선배와 길화 선배는 삼민투 핵심 간부들이야. 프락치가 움직이고 있어.”
“……프락치가 뭐야?”
“…….”

형조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모든 일은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중략) 
형조는 아기를 달래듯 다정하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쓸어 주며 품에 안아 주었다.

“현우야, 나를, 그리고 우리를 잊지 마라.”
“잊지 않아. 우리 계속 같이 있을 거잖아. 그렇지?”
“……밝혀 줘. 밝혀 내, 현우야.”
“무슨 말이야, 응? 그런 말 하지 마. 나랑 같이 있어, 응?”
“밝혀 내. 부탁이야.”
“싫어……. 그런 거 몰라…….”

형조는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젖은 눈으로 그가 말했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아. 영원히.”




현우는 형조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껴. 두려움과 애틋함, 간절함 등 복잡한 마음에 형조를 강하게 끌어안고 둘은 사랑을 나눠. 그리고 또다시 아래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어.

잠시 후, 일층에 다시 내려간 현우는 잔뜩 짓밟힌 집의 모습과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피에 깜짝 놀라. 
그리고, 잘려있는 성준의 손가락을 발견하지. 현우는 빨리 이 일을 경찰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형조를 바라보는데...



형조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길게 뺨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렸다. 불현듯 형조가 이 세상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흐릿했다.

“형조야, 피해. 얼른 피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현우야, 사랑해.”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야?! 얼른 도망가!”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좋았다.”
“…….”
“가라.”

형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피로 물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이게 우리가 보여 줄 수 있는 끝이니까.”

낮은 형조의 육성이 바람 소리처럼 흐트러지며 들려왔다.




집 근처 경찰서로 달려간 현우는 상황을 설명하며 성준의 손가락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잘린 손가락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 당황한 현우는 경찰을 데리고 하숙집으로 가는데...



“허억, 허억! 이봐요! 당신 집이 어딥니까! 벌써 몇 바퀴째야, 이거?!”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없어. 집이……, 집이 없어졌어.




집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음... 충격을 받은 현우는 형조를 찾아야 한다며 횡설수설 하다가 기절해버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서울에 사는 고모와 고모부가 걱정스럽게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음. 눈을 뜨자마자 형조를 떠올리며 그 집에 돌아가야한다고 말하는 현우에게 고모는 현우의 짐이 폐건물에서 나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줘. 
현우는 그제서야,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위화감의 이유를 깨닫게 돼. 하숙집 형들이, 사랑하는 형조가 귀신이었다는 사실에 현우의 마음은 무너져 내려.

시간이 지나고, 귀신에 홀려 폐건물에서 지내면서 몸이 많이 안좋아졌던 현우는 몸이 회복된 후 다시 학교에 나가. 형조가 귀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현우는 도서관에서 80년대 졸업사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해. 그리고 그곳에서 형조를 발견하고 전화번호까지 알아냈지. 

하지만 현우는 혹시나 형조가 죽었을까봐, 살아있더라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리고 혼자 시간을 건너 뛴 형조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연락을 망설여.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형조가 했던 말들을 곱씹던 현우는 형조가 살아있고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자신을 부르고 그들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추측해.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현우는 바로 형조의 집에 전화를 걸었고, 형조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형조가 있는 병원과 병실 호수를 알게 된 현우는 망설임 끝에 병원으로 향하는데...



705호, 706호, 707호…….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707호 아이보리색 병실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지옥이나 저승으로 향하는 문 같았다. 번호 밑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조>
그의 실체를 확인하자 울컥하고 무언가 치밀어 올라온다. 그의 이름을 한참 동안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형조가 귀신이라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강한 배신감과 극한적인 슬픔이 순식간에 그 이름 석 자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다시 사랑할 거고, 다시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영혼이 아닌 실체로서 함께 늙어 가며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멍하게 문 앞에 서 있는데 어디선가 간호사가 다가와 그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빼 버렸다.

“왜, 왜 빼요?”

나는 깜짝 놀라 그녀에게 물었다. 간호사는 빼낸 종이를 손아귀에서 간단하게 구겨 버렸다. 김형조라고 쓰인 글자가 그녀의 손안에서 구겨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으로 가 보세요.”



현우가 망설이고 또 망설이던 사이,
형조는 떠나버렸어.



부탁할게. 부탁할게, 형조야. 제발 시간을, 시간을 하루만 되돌려 줘……. 부탁이야. 제발. 하루만, 딱 하루만. (중략)
비틀비틀 걸어 장례식장에 닿았다. 삼 단, 사 단의 화려한 근조 화환이 우리가 가는 길목에 차분하게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빈소로 향하는 내 걸음이 그제야 현실로 와닿았다. (중략) 비틀거리며 형조의 영정 앞에 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검은 액자 안 무표정한 얼굴의 형조. 늙어버린 형조가…….

“…….”

나이가 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김형조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여전히, 그대로, 그렇게, 그 자리에……. 나는 영정 앞에 엎드려 마치 내 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



현우는 몸을 가눌 수 없을만큼 오열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때, 형조의 목소리가 들려.



“어머니.”

낮은, 형조의 중저음과 비슷한 음성이 들렸다. 환청, 또 환청이 들리는가…….

한세야!”
“어머니, 도대체 갑자기 이게.”

형조, 형조다.
나는 눈앞에서 자신의 영정에 엎어지는 형조를 혼미하게 바라보았다. (중략) 그러나 형조의 부인은 그를 아들이라 했고 한세라고 불렀다. 다시 살아 돌아온 형조는 자신의 영정 앞에 엎드려 거센 눈물을 흘렸다. (중략)
나는 형조를 바라보며 여전히 울고 있었다. 우는 걸음이 비틀비틀했다. 한 걸음을 앞에 내디딜 적마다 휘청거렸다. 형조가 나를 안아 일으켰다. 아, 아……! 슬픔과 환희가 풍선 터지듯 가슴에서 터졌다. 사랑해. 사랑해, 형조야. 그의 목을 휘감아 그를 끌어안았다. 형조는 당황스럽게 나를 떼어 놓으려고 했다. 나는 밀어내는 그의 손에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한세야!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야? 학생, 괜찮아요?”
“…….”

그의 부인이 나를 두둔했다. 형조가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내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그를 올려다보았다. 형조는 쓰러진 나를 뒤쪽 의자에 앉혔다. 그의 부인은 형조 대신 문상하러 온 손님을 맞이하고자 빈소로 돌아갔다. 자신의 영정 앞에서 자신이 상주가 되어 있는 형조. 사랑해, 사랑해. 나는 아직도 이렇게 널 사랑해…….

“이봐요, 괜찮습니까?”

형조가 내 뺨을 툭툭 때린다. 머리에 구멍이 뚫려 뇌수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사랑해, 형조야.”

“…….”

어룽어룽해지는 형조의 뺨을 쥐고 어루만졌다. 나를 멍청하게 보는 형조의 눈동자에 함몰되며 퓨즈가 나가듯 정신이 나갔다.










이렇게, 소설의 주인공인 김한세가 등장했습니다........
(인쓰릴에 나왔던 그 청렴결백 열혈검사 맞음! 제 최애가 아들 참 잘키웠죠^^! ..........엉엉.......)

Q. 현우가 대체 형조 아들이랑 어떻게 이어진다는거냐?
Q. 이태완, 허석, 지성준은 얘넨 뭐고 어떻게 된거냐?
Q. 이게 1권이면 3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냐?

등의 궁금증이 생기셨다면,
Leefail - 세상을 읽어보세요!










※ 아래부터 형조 서사가 있는 2권 일부 및 외전 스포입니다. 
형조 이야기라도 1권 내용까지만 알고 싶은 분들은 읽지마세요 !

















# 형조의 일기

[꿈을 꿨다. 아내는 의식 불명이었다고 하는데 편안한 꿈이었다.]
[또 한 번의 의식 불명이 왔다. 사실 나는 내가 이런 상태가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꿈을 꾸고 싶어서. 어리석었다.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난 것 같다. 매우 사랑스러웠다. 생전 처음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수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꿈을 꾸었다. 그래서였을까. 깨고 나서 꿈은 명확하게 떠올랐다. 나는……, 아내를 바라보기 민망하다.]
[정현우라고 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사랑? 사랑이라고 한다면 우습겠지. 꿈속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 미칠 것 같다.]
[살아생전 처음으로 슬퍼서 눈물이 흘렀다. 꿈속에서 나는 이십 대였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어째서 꿈속이어야 하는지. 주름진 내 얼굴로 눈물이 흐르는 걸 보고 있자니 심장의 절반이 다 썩어들어가는 기분이다.]
[꿈속에서 최루탄이 날아다니는 운동의 현장을 나는 피해 다녔다. 현우와 있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80년대의 죽음과 함께 살아남았다. 그 안에 현우가 있었다. (중략) 나는 사랑하기에 급급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꿈속이었음에도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영혼이 그렇게 맑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깨어질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백했다. 영원토록 잊지 않겠노라고. 사랑한다, 정현우. 이것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인가. 같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진정으로 바라는 자신이 한심하다.]



# 연인과 아들

‘형조, 현우 말이지…….’

나는 태완을 돌아보고 물었다.

‘현우가 왜요.’
‘……현우를 좋아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
‘선배의 감당하기 힘든 연애론을 내게 펼치지 마세요.’

내 대답에 태완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그 고통의 가시밭길을 기어코 걸어가겠다는 거냐?’
‘고통의 길이 아닙니다. 나는 소심한 인간이지만 마음껏 좋아할 겁니다.’

태완은 애잔하게 웃으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장초를 땅바닥에 비벼 끄고 태완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이 스산하고 정처 없었다. 삼십 년 전에 그가 입던 군용 점퍼의 끝은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닳아 해져 있었다.

‘그 녀석이 네 아들과 사랑하게 되는데도?’

쿵, 심장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번쩍 눈을 떴다. 컴컴한 밤중이었다. 병원의 적막이 한기로 몰려왔다. 옆 소파에 아내가 잠들어 있었다.

“…….”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에 삼십 년 전의 내가 아닌 삼십 년 후의 내가 서 있었다. 늙은 주름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아들과 사랑하게 된다고…….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도 없었다.



# 아버지의 질문

아들이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흐릿하게나마 눈치채고 있었다. (중략) 나도 한눈에 반했다. 한세 역시 그러리라. 한세 역시 한눈에 반할 터이리라. 내 아들에게 떨어진 운명이, 통과 점으로 내 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눈을 떴다. 한세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아버지. 몸은 괜찮으세요?”

내 아들과 사랑하게 된다고……, 나는 그저 통과의례에 불과하다고……. (중략) 그들이 운명이고 내가 통과 점이라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중략)

“한세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할 거지? 그 사람이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평소에 이런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한세는 그런 내 모습이 어색한지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 젊은 시절의 나와 똑같은 미소다. 현우가 사랑한 미소, 그리고 사랑하게 될 미소. (중략)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해도, 잘 모르지만 그런 것은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조절 안 되잖아요. 그냥 마음껏 좋아할 겁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좋아한다면 그런 것은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왜 그런 걸 자꾸 물어보세요?”
“…….”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한세의 투명하고 곧은 시선. 그가 내 아들이라 다행이다. 한세라서 현우에게는 다행이었다. (중략)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한세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턱을 질끈 다물고 눈물을 단속하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버지한테 제일 먼저 보여 주어야 한다.”
“아버지…….”
“끝까지 지켜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해, 알겠지?”

한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 마지막 기도

[단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꿈속이었음에도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영혼이 그렇게 맑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깨어질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백했다. 영원토록 잊지 않겠노라고. 사랑한다, 정현우. 이것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인가. 같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진정으로 바라는 자신이 한심하다.]

펜을 놓았다. 정신이 맑았다. 누워 잠을 청했다. 병원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아득하게 영혼이 빨려 들어갔다. 손과 발에 감각이 사라졌다. 맹물같이 투명하고 뜨뜻한 것이 호흡기 안으로 딸려 들어왔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나는 아들을 사랑한다.
짧았던 내 인생의 유랑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 마지막의 사랑 역시 사랑한다.
그 아이들에게 닥칠 운명이 부디 가혹하지 않기를…….
오랜 시간 함께 사랑할 수 있기를…….







6VZvzDiAHSKaWKGewiAa8G.jpg







로맨스 문법을 꽤 벗어난데다 (뽕빨이나 피폐물도 아닌데 아버지와 아들 둘다 찐사;) 무거운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내 인생작이 된 세상...ㅠㅠㅠㅠㅠ
그리고 읽은지 10년은 됐지만 지금까지도 내 최애공 중 아픈손가락 남바완 김형조...

사실 예전엔 하숙즈와 형조의 정체를 반전요소로 남겨놓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추천하면서도 공,수 이름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지 말고 읽으라고 했었거든ㅋㅋㅋㅋㅋ 
근데 이북으로 나오면서 아예 딱 책 소개에서부터 적혀있어서... 처음엔 정말 너무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대놓고 영업하기는 쉬워졌네! ㅎㅎㅎ 

암튼 리페일님 소설인데도 좀 대중성이 덜한 작품이라 추천글을 써놓고도 올릴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이 기회에 추천글 올려봐~! 다들 한번만 츄라이 츄라이~~!



  • W 2021.08.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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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1.08.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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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1.08.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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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21.08.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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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1.08.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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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21.08.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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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21.08.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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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21.08.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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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 2021.08.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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