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tra Form
‘날씨가’ 서강준과 박민영의 봄, 문정희가 꺼낸 겨울 같은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드디어 끄집어낸 해원(박민영)의 비극적인 가족사는 그의 폭력적인 아버지 목주홍(서태화)으로부터 비롯됐다. 평상시에는 그토록 자상해 보이는 아버지였고 특히 딸 해원에게는 둘도 없는 살가움을 보인 그였지만, 갑자기 돌변해 아내 심명주(진희경)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폭력을 직접 목격한 심명주의 동생 심명여(문정희)는 목주홍으로부터 도망치려 차에 올랐다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엑셀을 밟아 그를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심명주는 이 사건이 결국 모두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심명여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목주홍의 폭력은 그래서 심명주를 감옥에 가게 만들었고, 해원이 ‘살인자의 자식’이란 소리를 듣게 만들었다.

 

심명여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중이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른 것처럼, 심명여는 눈에 이상이 왔지만 “귀찮아서” 놔뒀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좋아하며 따랐던 차윤택(황건)의 제안으로 소설을 쓰게 된 심명여는 그 소설의 첫 줄에 그 사건을 끄집어냈다. “이봐 우리 형부를 죽인 게 누구라고 생각해?”가 그것이었다.

 

북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임은섭(서강준)과 서울살이에 지쳐 내려온 목해원(박민영)의 달달한 힐링 드라마가 바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 안에는 꽤 많은 살풍경한 폭력들이 담겨져 있다. 이제 그 전모를 드러낸 심명여의 사연도 그렇지만, 임은섭의 사연 또한 그렇다.

 

어려서 아버지와 함께 산속에서 지내던 그는 갑자기 떠나버린 아버지로 인해 혼자 남게 되었다. 뒤늦게 시한부라며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를 버린 어머니와 갑자기 떠나버린 아버지. 어린 은섭에게는 가혹한 일들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임종필(강신일)과 윤여정(남기애)이 그를 거둬 따뜻하게 키워냈지만, 마을 사람들의 비뚤어진 시선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심지어 행복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가혹한 현실 속에서 목해원과 임은섭의 사랑이 피어난다.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먼발치에서 목해원을 걱정하는 임은섭은 그가 강물에 빠져 죽으려 할 때 심명여에게 전화해 이를 막아주었다.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산 속 집에 집착하는 임은섭이 그 어떤 행복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은 채 고립되려 할 때 불쑥 다가와 그를 안아주고 따뜻하게 해준 건 목해원이었다.

 

폭력으로 가득한 현실. 그로 인해 차디찬 겨울을 살아가는 청춘들. 이들의 사랑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겨울 같은 현실들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고 부둥켜안고 입맞춤을 하는 그 장면들은 그래서 마치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만 같진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우리네 삶을 은유하는 것이 아닐까. 산다는 건 늘 그렇게 봄날만은 아니고, 혹독한 겨울이 더 많으니 말이다. 다만 그 겨울도 봄으로 만드는 온기가 있어 버텨낼 수 있었을 뿐.

 

그러고 보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그토록 살풍경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내면서도 이토록 따뜻한 정경으로 포착해낸 그 연출의 의도가 너무나 공감된다. 그런 연출을 통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엇나간 일들로 인해 만들어진 아픔과 상처 같은 것들을 안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누군가가, 문득 자신의 발밑을 비춰주고 함께 걸어주는 손전등을 든 이를 통해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 tory_1 2020.04.08 21:34
    폭력으로 가득한 현실과 추위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사랑ㅜㅜ글 좋다
  • tory_2 2020.04.09 01:07
    리뷰 좋다ㅠㅠㅠ 날찾아 너무 좋아 정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허광한 주연 🎬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단 한번의 시사회 35 2024.04.25 2976
전체 【영화이벤트】 7년만의 귀환을 알린 레전드 시리즈✨ 🎬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109 2024.04.23 3733
전체 【영화이벤트】 F 감성 자극 🎬 <이프: 상상의 친구> 예매권 증정 77 2024.04.22 3672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8242
공지 ★불판에서 원작이야기 및 스포 하지마세요★ 2018.06.22 139416
공지 드라마 게시판 규칙 2017.12.17 18684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0265 잡담 눈물의여왕) 자고 일어났더니 더 빡치네 2 08:24 150
110264 잡담 선재업고튀어) 선공개 보는데 창밖엔 비까지 내려ㅠㅠㅠㅠㅠ 08:21 64
110263 잡담 선재업고튀어) 선공개 넘 슬프면서 뻐렁차다(스포주의) 1 08:10 141
110262 잡담 선재업고튀어) 아니....미친드라마야 느닷없이 이렇게 연속으로 마음아픈 선공개를 주면 어떡하니 08:07 64
110261 자료 선재업고튀어) [7화 선공개] 김혜윤이 바꾼 미래, 다시 찾은 최애 변우석의 콘서트에서 안 우는 법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8 08:04 188
110260 잡담 눈물의여왕) 여남주의 얼굴합 연기력 딕션이 완벽하고 게다가 나이도 또래인 2 07:36 172
110259 잡담 눈물의여왕) 보는중인데 왜 독일에서 영어쓰지...? 스포없음 1 04:13 363
110258 잡담 눈물의여왕) 이 미친드라마가 방송가에서 아주 화제 되면 좋겠어 02:08 473
110257 잡담 선재업고튀어) 새삼 티비엔 진짜 s다 2 01:39 482
110256 잡담 눈물의여왕) 둘은 행복했을 텐데 왜 난 졸라 우울해 2 01:10 565
110255 잡담 눈물의여왕) 백홍 부부, 수빈 촬영 비하인드 영상 + 사진 1 00:58 391
110254 잡담 눈물의여왕) 다 다시 찍은 거라는 말이 나오네 6 00:51 1153
110253 잡담 눈물의여왕) 현우 부모님이랑 수빈 아역 최근에 사진 촬영했네 2 00:49 527
110252 자료 수사반장1958) 키스 gif 00:37 305
110251 잡담 선재업고튀어) 선업튀 하는 날이다 10 00:14 325
110250 잡담 눈물의여왕) 윤은성 ㅇㅇ 당한 것도 개웃겨ㅋㅋㅋ 2 00:11 825
110249 자료 눈물의여왕) 백홍 부부, 수빈이 가족사진 4 00:06 960
110248 잡담 눈물의여왕) 결말 어디서 많이봤다했더니 영화결말이었음(영화 이름나옴 2004년작) 3 00:02 988
110247 잡담 눈물의여왕) 결말 스포좀 ㅠㅠㅠ 4 2024.04.28 980
110246 잡담 눈물의여왕) 난 모슬희가 1 2024.04.28 589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5514
/ 5514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