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완(男 / 의대 99학번, 흉부외과 부교수 / 40세)
의대 돌아이만 지원한다는 흉부외과의 전설적 돌아이.
레지던트에겐 악마로, 환자들에겐 더 악마로 통하는
‘사탄’의 의사
심장은 하트고, 하트는 사랑인데...
병원의 심장 ‘흉부외과’는 몇 년째 미달 신세다.
그야말로 병원의 희귀템!
그런 흉부외과를 무덤덤하게 지키고 있는 이가 바로 준완이다.
물론 속사정은 가볍기 그지없다.
선배와 PC방에서 서든어택만 했을 뿐인데...
게임에 정신 팔려 “흉부외과 어때?”라는 선배의 질문도,
자신의 대답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 차려보니...
흉부외과라는 총성 없는 전쟁터, 그 가운데 서 있었을 뿐.
그래서 결심했다! 이렇게 힘들 바엔.
출세라도 실컷 해보자!!
제 맘대로 되지 않는 수술 결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환자들 탓에
까칠하고 매몰찼던 성격은 더 지랄 맞고 차가워져 간다.
그런 탓에 레지던트들과 환자에겐 냉혈한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준완을 웃게 하는 한 가지.
그건, 수술 후 다시 힘차게 뛰는 선홍빛의 아름다운 심장이다.
만사 재미없다 투덜대는 40살 준완에게도
20살 못지않은 열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여자다. 하지만 문제는 연애가 길지 못하다는 것!
이젠 사랑을 할 때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도 외롭다. 미치도록.
꿈이라곤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 뿐 인데,
바람둥이의 벌을 이렇게 받나 싶다.
츤데레 같아 보이는 준완의 약점은 송화다.
까칠한 준완은 이상하리만큼 송화 앞에선 순한 양이다.
친구지만 존경스럽고, 동갑이지만 어른 같은
송화를 가장 믿고 따른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없어지던 찰나,
준완의 마음속으로 ‘익순’이라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고,
목소리만 들어도 입꼬리가 씰룩댄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느낌상 심박수 300은 찍을 듯,
심장이 쿵쾅이며 들썩인다.
아무래도... 심장에 큰 무리가 온 것 같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명의는,
이 세상에 익순이 하나뿐인 것 같다.
양석형(男 / 의대 99학번, 산부인과 조교수 / 40세)
속을 알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한
귀차니즘의 대명사.
병원 내 유일하게, 누군가의 울음을 기쁘게 맞이하는 곳.
탄생의 신비와 생의 경이로움이 찬란하게 빛나는 곳.
바로 산부인과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기쁘지 않은 표정을 한 이가...
석형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뚱한 표정, 묻는 말에 겨우 대답이나 하는
외모도, 성격도 별난 의사지만 호감을 실력으로 커버!
진료실은 항상 문전성시다.
직업이 ‘의사’라는 거 빼고는 멀쩡해 보이는 게 거의 없다.
나이 마흔에 ‘엄마, 엄마’를 입에 달고 사는 마마보이에,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게 어색해 전화가 와도 카톡으로 답한다.
텅 빈 집에 덩그러니 놓인 리클라이너에 앉아
TV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니...
석형이 추구하는 인생관은
최소한의 인간관계 속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운이 좋게도, 대학 시절 ‘그 날’의 선택이
인생 유일의 친구들을 선물해줬다.
단둘이 만나기엔 어색한 준완, 질투심 유발자 정원,
석형을 신기해하며 귀찮게 구는 익준.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일 여사친 송화까지..
혼자만의 착각일진 몰라도, 그들과 청춘의 전부,
그리고 인간 ‘양석형’을 공유하고 살았다.
만사가 귀찮고, 나른하고 권태롭던 인생에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40살 석형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얘들아! 우리 다시 밴드 하자!
나! 밴드 하고 싶어!”
처음이다.
석형이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낸 건!
늘 미안했던 석형이었다.
괜한 고백으로 맘 쓰게 했던 첫사랑 송화에게도.
아버지 때문에 맺은 부부의 연으로
상처만 받고 떠난 전 부인에게도.
그리고... 가는 길마저 너무나 안쓰러운 동생 지은에게도.
미워할 줄도, 남 탓 할 줄도 몰랐던 석형이었는데...
결국, 남모르게 눌러왔던 분노가...
엄마의 눈물과 함께 터져버렸다.
아버지의 더러운 돈이 석형의 삶을 채웠고,
비열하단 손가락질에도 ‘아버지니까’란 변명으로 눈감았다.
하지만 이제 석형의 마음속에 아버지의 자린 없다.
이제 날개가 꺾이고 부서져,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엄마를 위해
웃고, 말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엄마를 위해 살아내야 한다.
조영혜(女 / 석형 母 / 64세)
석형의 엄마.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우아한 사모님이지만,
딸의 죽음, 남편의 외도,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까지...
인생의 험난한 파도는 쉴 새 없이 영혜를 덮쳐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고난 길에
한 줄기 희망이라곤, 아들 석형뿐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큼이라도,
석형이 다치는 일은 절대 보고 싶지 않은데...
늘 약해 빠진 엄마가 미안할 뿐이다.
양태양(男 / 석형 父 / 69세)
석형의 아버지, 태건 어패럴의 대표.
‘돈’으로 못 할 것이 없다고 여기며 살았다.
원하는 걸 위해선 도덕, 윤리, 법은 가볍게 무시하더니,
결국엔 가족애 마저 처참히 짓밟았다.
뇌물과 횡령은 회사를 위함이었고,
자신의 외도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폭력과 뻔뻔함으로
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김태연(女 / 석형 父의 내연녀 / 37세)
석형 父의 내연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