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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임동규–고세혁 실화였나
감독 차에 돌 던진 선수, 에이전트로 변신한 야구 관계자
야구 전문 기자가 본 ‘허구지만 진짜 같은’ 드라마 이야기
프로야구 시즌은 일찌감치 끝났는데 야구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올랐다. 프로야구 구단의 오프시즌 이야기를 담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 때문이다. 스포츠 드라마는 경기 방식과 규칙 이해 등의 장벽으로 팬들 외의 시선을 붙들기 어려운데도 <스토브리그>는 예상과 달리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꽤 순항 중이다. 1회차 5.5%(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9회차에 15%를 넘어섰다. 10% 시청률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꽤 인상적인 수치다. 또 다른 야구 드라마도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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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스토브리그>가 “야구단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평한다. 한 예로 백승수(남궁민) 단장의 동생이 야구 커뮤니티에 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석 글을 자주 올리다가 구단 전력분석팀에 합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반 직장인이면서 유명 야구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팬이었다가 이를 눈여겨본 한 구단에서 특채한 이가 있었다.
현장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 사이의 갈등도 으레 있는 일이다. “현장 사정도 모르면서” “공 한 번 안 던져봤으면서”라는 말은 구단 내에서 늘 흘러나온다.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의 갈등과 반목은 비단 야구단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구단의 단골 레퍼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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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임동규(드림즈)와 강두기(바이킹스)의 트레이드처럼, 주축 타자와 1~2선발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최동원(롯데)-김시진(삼성) 트레이드처럼 선수협회 결성 추진으로 구단에 밉보여, 팀 주축 선수가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 사례는 있었다. 2001년 초 있던 심정수(두산)-심재학(현대) 트레이드도 비슷했다. 우즈, 김동주와 함께 ‘우동수 트리오’로 불렸던 심정수는 2000년 말 선수협회 사태 핵심 멤버로 주홍글씨가 새겨지며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만 했다. 당시만 해도 ‘선수협’이라고 하면 모그룹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때였다.
자유계약(FA) 선수 영입과 더불어 비시즌 때 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소속 선수 연봉 협상이다. 팀 성적대로, 개인 성적대로 기준이 제각각이라서 감정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저연봉 선수는 운영팀이, 고연봉 선수는 단장이 직접 협상에 나선다. 2018년부터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에이전트가 대신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시즌 성적과 언론 보도 등을 모은 자료를 뽑아오기도 하고, 또 어떤 선수는 무조건 타 구단의 같은 포지션 선수보다 더 달라고 읍소하기도 한다. 100만원 차이 때문에 협상이 금방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스토브리그>에서처럼 술집에서 컵을 벽에 던지는 극단적인 사례(다른 일로는 있었지만)는 물론 없다. 구단이나 선수 모두 적절하게 ‘선’은 지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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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에서 다루는 소재는 다분히 사실적이다. 트레이드에 반발한 선수가 단장 차를 부순다거나 구단에서 쫓겨난 뒤 앙심을 품고 연봉 협상을 방해한다는 식으로 다소 과한 설정이 분명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감독 차에 돌을 던지는 것으로 앙갚음했던 선수가 있고, 구단에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나 에이전트로 변신한 사례 역시 존재한다. 같은 팀 선수들끼리 멱살잡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