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리·정준영 소환할 때 카톡방서 '경찰총장'과 연락했단 인물도 불러… 대질 심문도 한 듯
그룹 '빅뱅' 출신 이승현(29·예명 승리)씨, 가수 정준영(30)씨 등이 연루된 클럽·연예계 스캔들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일부 연예인과 부유층의 일탈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자리에서다. 경찰이 연예인들의 성범죄나 불법 영업 행위를 감쌌다는 의혹에 대해선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경찰은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했다.
승리와 정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전달한 방정현 변호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화방 참여자들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방 변호사는 "(경찰총장이) '봐주고 있으니 괜찮아'라는 말이 대화 내용에 나온다"며 "(경찰총장은 경찰청장의) 오타인 것 같다"고 했다.
방 변호사가 경찰 고위층과 연결됐다고 지목한 사람은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35)씨다. 금융 업계 출신으로 알려진 유씨는 2016년 1월 승리와 동업해 유리홀딩스를 설립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클럽 '몽키뮤지엄'을 차렸고, 최근 폭행·마약으로 논란이 된 역삼동 클럽 '버닝썬' 지분도 가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6년 7월 승리, 정씨 등이 있던 대화방에서 클럽 '아레나' 직원 김모씨는 "어제 ○○형(유씨)이 경찰총장이랑 문자 한 것을 봤다"며 "총장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했다. 경쟁 업체 직원이 몽키뮤지엄 내부 사진을 찍어 경찰에 불법 구조물로 신고한 것을 얘기하던 중이었다.
유씨는 본지 통화에서 "(그런 말이 오갔다는) 채팅방에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경찰청장은 물론 경찰관도 아는 분이 없다"고 했다.
몽키뮤지엄 사건이 있던 2016년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 청담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 4명은 "소음 문제로 몇 번 출동한 적은 있지만, 경찰 고위직에게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유씨와 승리, 정씨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대질(對質) 심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출석한 승리는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정씨는 "쓰던 휴대전화를 2주 전에 교체했다"고 바꾼 휴대전화를 냈다.
경찰과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은 2016년 일어난 정씨의 불법 촬영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씨는 여자 친구의 신체를 몰래 찍어 수사를 받았다. 담당인 서울 성동경찰서 채모 경위는 정씨의 휴대전화를 복원하던 업체에 전화를 걸어 "복구 불가로 해달라"고 했다. 경찰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자 정씨는 "고장 났다"며 서울 강남의 한 수리 업체에 맡긴 상태였다.
채 경위는 이날 성동경찰서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정씨 여자 친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지만 정씨가 촬영 사실을 인정했었다"며 "정씨 변호사가 '복구가 안 된다'는 의견서를 가져와 수리 업체에 확인 전화를 했고, 업체가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해 일단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가 거짓말을 했지만 이를 넘긴 것이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휴대전화는 복구가 끝나면 추가 증거로 제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담당 수사관의 설명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