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는 해피빈(네이버 온라인 기부포털)에서 ‘개농장을 보호소로’ 프로젝트를 걸고 후원금도 받았다. “개농장에 갇혀 있던 200마리의 개들을 구조, 치료, 보호하겠다”며 사료비, 중성화비, 치료비 등에 후원금을 쓰겠다고 했다. 기부금 사용계획 어디에도 안락사 언급은 없었다. 1,900만 원이 모였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도브 프로젝트’(DOVE-project)에서도 치료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케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남양주 개농장 개체를 수용할 여건이 못 됐다. 당시 포천보호소는 2018년 10월 임대 계약이 끝나 지주가 퇴거를 독촉했다. 2017년도에 새롭게 마련한 충주보호소도 2018년 8월 말까지 충주시의 폐쇄명령을 이행해야 했다. 건축법과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내려진 행정처분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박 대표는 안락사를 지시했다. A씨가 제공한 2018년 5월 29일 자 통화 녹취록에는 이렇게 나온다.
“우리가 웬만한 애들은 보내고(안락사 의미)… (남양주) 개농장에서 데리고 온 애들도 사실인, 제 생각에는 데려온 이유가, 거기서 죽느니 그냥 안락사 시키고자 데려온 거라… 뭐 아프고 이러면 다 데리고 있을 필요 없다. (중략)”
안락사시키려고 개들을 데려왔다? 구조한 개 치료, 보호, 중성화비 등을 이유로 후원금을 모집한 대목과 배치된다. A씨가 “<케어>에 새로 온 사무국장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박 대표는 거짓말을 지시했다.
“뭐, 입양이니 애들이 아파서 죽었다니 뭐 이런 식으로 해서 가는 걸로 해야지 뭐.”
뿐만 아니라, 박소연 대표는 <케어> 회계팀에서 대규모 안락사를 눈치 챌까봐 서류 조작까지 의뢰했다.
“사체 비용 너무 많이 나왔다고, 회계팀장이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했나봐요. 보내기(안락사 의미)는 해도 (비용처리) 명목은 치료비로 불가능한가요?”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어미와 새끼도 죽이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옴이 너무 심각해요. 근데 계속 새끼를 낳아대서. 암컷들과 새끼들이라도 조금씩 빼내 안락사하면 어떨지.전체가 옴이에요.” – 2018년 4월 15일 카카오톡 대화에서.
옴은 진드기에 의한 전염성 피부 감염 질환이다. 서울 소재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에 자문을 구한 결과 “옴과 같은 피부병은 질병으로 인한 안락사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동물이 아프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박 대표는 대담한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2018년 6월 중순에는 남양주 개농장 일부 개체들을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 말고 개농장에서 안락사하라는 박 대표의 지시받았다”고 고백했다.
A씨의 거부로 ‘개농장 안락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양주에서 구조한 개 260여 마리는 어떻게 됐을까? 대규모 도살이 자행됐다. 박 대표의 지시로 약 60마리가 악락사 처리됐다. 현재 <케어>가 보호하는 남양주 개농장 개체 수는 177마리다.
지난 4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한 수의사 C씨는 “A씨의 부탁으로 <케어> 안락사를 담당한지 4~5년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보호소에 당장 자리도 없고, 구조한 동물을 모두 데리고 있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누군가는 해줘야하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안락사를 했다”고 밝혔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락사는 없다”는 박소연 대표의 말은 거짓이다. 박 대표는 뒤에서 몰래 안락사를 지시했다. 수의학적 판단도 거치지 않은, 도살에 가까운 행위도 많다.
동물구조의 전제 조건은 보호와 치료, 입양을 위한 계획과 노력이다. 박 대표의 대규모 동물 구조 활동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그친 측면이 크다.
물론 동물보호 및 구조 활동에서 안락사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동물이 큰 고통을 겪거나 다른 개체 혹은 사람에게 위협이 되면 부득이하게 안락사를 시행한다. 이럴 때도 수의학자 등 전문가의 판정을 거쳐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다.
다른 동물권 단체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박 대표가 안락사한 동물들은 대대적인 모금으로 이용된 뒤 처리되었다”며 “이는 구조 후속 조치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계획도 없이 자행된 도살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동물 안락사를 시행하는 직원은 외상성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심리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A씨가 만류하는데도 대표가 계속해서 안락사를 지시하고 강요하는 건 사실상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혹은 도살 지시 행위는 남양주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박 대표는 2015년 이후부터 꾸준하게 개, 고양이를 죽일 것을 지시했다. <셜록>은 내부고발자 A씨와 박소연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대량 입수했다.
[사례1 : 부천 개농장 44마리 구조 후 20마리 안락사]
<케어>는 2017년 9월 부천의 한 개농장에서 개 44마리를 구조했다. 당시 <케어>는 “구조된 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세요. 모금액은 구조된 개들의 치료비와 보호비로 사용됩니다”라고 <네이버> 해피빈에서 모금을 했다. 9,902,000원이 모였다.
2018년 5월 8일 해피빈 ‘최종모금후기’를 제출한 이후부터 부천 개농장 개들은 안락사 당했다. 시기상 남양주 개농장 개체들이 들어오기 직전으로, 대규모 도살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부천 개농장 개체는 현재 18마리만 케어가 보호하고 있다.
[사례2 : 서울 백사마을 17마리 구조 후 안락사 문의]
2018년 5월, <케어>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이자 재개발지역이었던 백사마을에서 개 17마리를 구조했다. 박 대표는 A씨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국장님 지금 애들이 너무 많고 치료비 입원비 감당 안 될 거 같고. 백사마을 아이들 어미와 아기 빼면 보내주는 게 낫지 않나요.”
A씨는 “백사마을은 아직 어리고 작아서 해외로 (입양)가능한 믹스견들이다”라며 안락사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개 17마리는 충주보호소에 있다.
[사례3 : 애니멀호더에게 구조한 고양이 안락사 지시]
2018년 3월 <케어>는 부산 애미널호더에게 42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했다. 케어는 MBC ‘하하랜드’ 제작진과 함께 부산 애니멀호더 고양이 구조 활동을 펼치며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케어>는 해피빈 모금에서 중성화 비용과 피부병, 구내염 치료비를 명목으로 9,900,000원을 모금했다.
당시 한 직원은 박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고양이 병원치료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양이 중 제일 사나운 ‘가지’가 녹색 구토를 저녁 때 했다고 합니다. 몸도 상당히 마른 상태고요. 월요일에 병원 다녀와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박 대표는 치료 대신 안락사를 주문했다.
“그냥 보내 주지요. 부산 아이들 사실 너무 많아서 아픈 아이들은 보내주는 것이 좋을 듯해요.”
안락사가 시행되지 않자 2018년 5월 27일 박 대표는 재차 지시하면서 거짓말까지 종용했다.
“충주 고양이들요. 사나운 아이들 좀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OOO 선생님이 데려갔다고 하고, 수도 좀 줄이고요.”
내부고발자 A씨의 만류로 고양이들은 현재 충주보호소에 38마리, 답십리 입양센터에 4마리가 보호되어 있다.
[사례4 : 만삭 개 2마리 안락사]
2018년 8월 8일, 한 직원이 문자메시지로 “내촌에 완전 만삭 두 마리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촬영 오기 전에 눈에 띄는 동물들은 미리 빼놔야 할 것 같습니다”고 말하자 박 대표는 “네”라며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이어 같은 직원이 만삭 개 두 마리를 안락사한 것을 보고하면서 “피부병에 걸린 누렁이가 약간 사나운데 보낼까요”라고 묻자 박 대표는 또 안락사를 수긍한다.
[사례5 : “땅만 빌리고 애들은 안락사”]
2018년 5월 21일 문자메시지에서는 동물 죽이는 일에 별 감정이 없는 듯한 박 대표의 태도가 보인다.
박 대표는 “내촌 옆 개농장 아저씨가 이제 그만할 거라고 개들 250마리 사가라네요”라고 라고 한 직원에게 말했다. 직원이 “그 많은 애들을 어쩌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쿨하게 답한다.
“그 땅을 빌리고 애들은 편하게 보내주고.”
심지어 박소연 대표는 “입양 갔다고 속이고 안락사를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사례1 : “활동가에게 입양 보낸 것으로 속여라”]
한 문자메시지에서 박 대표는 “이 녀석들 살리려면 기존에 정말 가망없는 아이들 보내는 것으로 해요”라며 “C에게 몇 마리 위탁 보내는 것으로 하고 빼면 어떨까요”라고 말한다.
A씨가 “아픈 애들은 많이 보냈죠”라면서 “C한테요?”라고 되묻자, 박 대표는 “아니 말만 그렇게”하라며 “입양 못 가고 나이 많은 아이들”을 보내라고 다시 지시한다.
[사례2 : “맡긴다 하고 30마리를 안락사하라”]
2017년 7월께 박 대표가 새로운 개체를 구조해오지만, 이미 보호소는 포화 상태였다. A씨는 “보호소 자리가 없자 박 대표가 보호소 개체 30마리를 안락사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이를 따르지 않자 다른 팀장한테 안락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12일 문자메시지에는 A씨의 증언이 고스란히 나온다.
박소연 대표는 직원 D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옮기면서 30마리 정도 보내면 좋은 거 같은데 어려울까요. A씨는 위험하다 하더라고요. 우리가 어디다 맡긴다고 하면(안락사) 어떨지. OOO 아버님이야 알아도 괜찮고, OOO만 눈치 못 채면 되지 않을지.”
박소연 대표의 엽기에 가까운 지시는 또 있다.
수의사 등 전문가만 구입해 관리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레틸을 A씨에게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다. 졸레틸은 동물 안락사 때 마취제로 쓰인다. 박 대표는 왜 졸레틸을 구하려 했을까. 2018년 8월 22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내용은 놀랍다.
“국장님, 안락사 약 가지고 있는 것 있나요? 꼭 보내주고 싶은, 모란시장 길 건너 야산의 개들이 있어요. 태풍에 아마 힘들 거 같은데.”
박 대표는 야산의 개들을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직접 죽일 것처럼 말한다. A씨가 “(약은) 병원에 있어요. 병원으로 이동해서 (안락사) 해야 해요”라고 만류한다. 그러자 박 대표는 불법 행위를 재차 문의한다.
“약만 못 가지고 나오나요?”
A씨는 “그건 안 돼요. 큰일 납니다. (안락사 비용이 발생하는) 그런 경우는 회계팀장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라고 다시 만류한다.
박 대표는 왜 동물병원이 아닌 곳에서 직접 안락사를 하려고 했을까? 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 자리에서 (안락사) 하면 사체처리 안 해도 되고. 그 자리에서 하면 좋은데.”
지난 11일 취재진과 통화를 나눈 박소연 대표는 안락사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동물관리국장 A씨의 판단으로 안락사할 개체를 선별해 시행한 것”이라고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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