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현지시간) 미국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르세라핌은 당시 불안정한 라이브로 인해 온갖 비난과 조롱에 직면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르세라핌이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은 역시 두 번째다. 공연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멤버 사쿠라는 위버스를 통해 "보는 사람에 따라 완벽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는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한다"는 요지의 글을 남겨 부끄럼이 없는 무대라고 자평했다.
또 이후로도 르세라핌 멤버들은 코첼라에서 다른 가수의 무대를 즐기는 모습들을 SNS에 공유하며 지난과 조롱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르세라핌의 정면돌파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썩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잖아도 거셌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이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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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르세라핌에 대한 옹호 여론도 있고, 또 의아한 점도 있다. 국내에서의 혹평과 달리 MNE나 빌보드 등의 해외 매체들은 르세라핌의 무대를 두고 '최고의 순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매체 특유의 립서비스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평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바로 '르세라핌의 무대는 과연 어땠느냐?'가 그것이다.
당연히 '가장 못하는 부분만 편집해서 모아 놓은' 영상만 보면 르세라핌의 무대는 엉망진창에 도저히 못봐줄 공연이 맞다. 하지만 편집없이 공연 전체를 쭉 지켜 보면, 분명 불안하고 어색한 부분은 있지만 '도저히 못봐줄 만큼 엉망인' 공연은 또 아니다. 오히려 '그럭저럭 볼 만한 공연'이 더 정확한 평가에 가깝다
물론 이는 사견에 불과하고, 이에 동의 하지 못하는 의견도 많을 것이다. 나아가 기자 역시 '일기는 일기장에', '하이브에게 뭘 받았느냐?',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와 같은 비난에 시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는 분명 볼 만한 구석이 있는 공연이다. 밴드 세션으로 편곡된 곡은 나름 신선한 맛이 있었고, 퍼포먼스의 구성과 동선에서는 상당히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또 코첼라와 같은 대형 페스티벌에서는 단순히 보컬의 우열을 뛰어넘어 사람을 매료시키는 에너지와 현장감 등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날 르세라핌의 공연이 펼쳐진 사하라 스테이지에는 르세라핌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모였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들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무대를 함께 즐겼다. 정말로 '도저히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의 무대'였다면 그 많은 사람을 공연장에 붙잡아 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된 보컬 부분은 불안하고 듣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분짜리 곡에서 10초가 불안했다고 해서 나머지 3분 50초까지 모두 부정당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르세라핌은 코첼라 무대에 서기까지 수많은 기록과 성과를 달성했다. 당장 코첼라 무대에 오른 것부터가 K팝 그룹 최단 기간의 기록이며, 그외에 빌보드200과 핫100 진입, 3연속 밀리언셀러 달성, 일본레코드협외 2연속 플래티넘 인증 등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할 기록을 다수 지니고 있다.
이번 코첼라 라이브로 인해 이 모든 기록과 성과까지 거품으로 치부되거나 부정당할 이유는 없다. 지금 르세라핌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혹평이 너무 가혹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기자의 사견에 불과하고, 이미 잔뜩 날이 서 있는 비난의 여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결국 이런 비난의 화살을 잠재울 답은 르세라핌 본인에게 있다.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르세라핌이 갑자기 며칠 만에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단숨에 비난 여론을 잠재울 만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르세라핌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번째 방법인 뻔뻔해지기 밖에 없다. 그것이 좋아서든 싫어서든, 자의든 타의든 간에 말이다.
물론 '뻔뻔해지기'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대충하라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매 공연, 매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그리고 마침 그런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오는 20일 펼쳐질 코첼라에서의 두 번째 스테이지가 르세라핌에게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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