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지 않다고 봐. 다만 시기에 따라 좋은 투자처가 있고 나쁜 투자처가 있을 뿐이지. 시장이 좋든 나쁘든 돈을 버는 사람은 꼭 있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지. 인버스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도 주식으로 돈 버는 거니까.
그래서 내 기준으로 이 시기에 적당한 투자 섹터를 추려봤어. 일단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말해볼게. (미국 기업 위주)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필수소비재 기업. 그러니까 면도기나 식료품, 스킨/로션 같은 생필품을 파는 기업이야. 이런 기업은 다들 알다시피 불황에 잘 견디는 기업이지. 경기가 나빠도 밥은 먹어야 하고 로션은 발라야 하니까. 이 섹터의 대표 기업은 코카콜라나 질레트, 존슨앤존스, 필립모리스 같은 기업이 있지. 이런 기업들은 하락장에서 덜 하락하고 상승장에서 덜 상승한다는 특징이 있어. 그리고 현금 흐름이 좋아서 불황기에도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지. 최근 주가가 떨어지면서 배당률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 분야를 잘 조사해 보면 좋은 투자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다음으로는 통신/ 유틸리티 산업. 통신 산업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테고, 유틸리티 산업은 전기나 상하수도, 가스 산업을 뜻해. 이 산업군은 인프라와 관련된 산업이라서 초기 투자 외에는 큰 지출이 없는 기업이야. 따라서 기존에 깔아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불황에도 꾸준히 돈을 버는 기업이 많지. 이 중 전력 산업은 얼핏 보면 유가에 민감할 거 같은데, 의외로 석유를 이용한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1% 정도밖에 안 돼서 유가에 별로 민감하지 않아. 이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은 버라이즌이나 AT%T, 넥스트에라에너지. 필수소비재 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지.
마지막으로는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공룡 기업. 이 기업들은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는 아니지만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어서 불황에도 잘 견딜 거라고 생각해.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판매량은 줄겠지만 플랫폼 수익은 건재할 거야. 단점은 위 두 섹터보다는 배당이 적다는 건데...그 대신 경기가 회복되면 빠르게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그럼 이제 공격적인 관점에서, 섹터 보다는 개별 기업 위주로 말해볼게.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면 선택지는 더 많아져.
일단은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산업인 항공업. 지금 코로나 영향으로 항공업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가 매일 쏟아지는데, 개별 종목으로 눈을 돌리면 괜찮은 종목을 찾을 수도 있어. 가령 얼마 전에 워런 버핏이 매입한 델타항공의 경우, 다른 항공사에 비해 빚도 적고 시장에서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 향후 몇 분기 동안은 배당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 거야. 거기다가 코로나가 터지기 전만 해도 항공업의 전망이 매우 밝았기 때문에(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 교통량은 두 배로 증가할 전망) 이번 사태만 잘 버티면 주가가 빠르게 올라갈 거야. 유가 하락도 항공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고. 종목을 잘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한 번 조사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봐. 단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이 너무 높으면 안 되겠지.
다음으로는 디즈니. 디즈니도 최근 매출의 37퍼센트를 차지하는 테마파크/캐릭터 부분과 매출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스튜디오/극장 부분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어. 코로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실적 전망이 어두운 건 사실이지만,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는 것과 (단, 고점 대비 최소 30퍼센트 이상이 떨어졌는데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두 분야의 매출 비중이 대략 50퍼센트 정도인 걸 생각하면 더 떨어질 여지가 큼) 디즈니의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주가는 매력적으로 보여. 최근 애플이 인수할지도 모른다는 루머에 주가가 뛰기도 했는데... 이런 건 그냥 무시하는 게 좋을 듯하고....
그리고 최근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ltc프로퍼티. 이건 요양원 및 간호 시설에 주로 투자하는 부동산 리츠야. 부동산은 경기와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ltc는 상가나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보다는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보여. 향후 꾸준히 성장할 산업이기도 하고. 월배당을 주는 데다가 시가배당률이 5% 정도 되니 관심 있으면 조사해 봐.
여기까지 내 생각인데... 사실 내 생각엔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방식인 거 같아. 위험한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비중을 적게 두면 안전한 투자 방법이고 안전한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투자하면 위험한 투자 방법인 것처럼. 아마 트레이더가 아니라 가치 투자자인 톨들은 공감할 거야. 나도 가치 투자 하는 사람으로서 쓴 거고. 요즘 보면 트레이더의 관점에서 쓴 글 위주로만 올라오는 거 같아서 가치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 번 써 봤어.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투자의 가장 큰 무기는 시간이야. 저점을 잡고 수급을 보는 건 트레이더의 영역이지(절대 트레이더를 비하하는 게 아냐. 다만 가치투자의 영역은 아니라는 거야). 보면 가치투자자의 상당수가 상승장에서는 장기 투자하다가 하락장에서는 갑자기 단기 투자자로 돌변해. 그런데 이건 진정한 의미에서는 장기 투자가 아냐. 상승장에서 장기 투자 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거든.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톨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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