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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사장님께 결혼식 본 이야기를 한참 조잘 거렸다.
사장님도 그 결혼식에 초대 받았지만 가지 못하셨다는 소리에
나는 한껏 아쉬워 하며
"사장님도 가셨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아저씨 아는척하면서 저희도 좀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여행 내내 사장님과 아저씨 소리가 제각각으로 튀어 나와 고생했는데
사장님이 너~~무 잘 해주시니 무의식적으로 아저씨소리가 절로나와 친구를 당황케 했다.)
그렇게 사장님과 한껏 결혼식 얘기로 수다타임을 가진 뒤
주방아주머니 눈치를 슬슬 보며 버너와 냄비 그리고 칼을 좀 빌릴 수 있는지 여쭤보자
사장님은 뭐 두말 할 나위없이 흔쾌히 빌려주셨는데 주방 아주머니께 말씀드리고 가져 갈 때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
그렇다 오늘 우리의 저녁은 숙소 식당밥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나날이 누가누가 더 달덩이 되었나로 배틀 하는것도 하루이틀이고
마트에서 사왔던 쌀도 좀 소진해야겠고 겸사겸사 감자, 당근 밥을 해먹기로 한 것
그렇게 조리도구를 빌려와
쭈그리고 앉아 감자를 씻고 있을때
아리언니네 투어팀이 전신이 흠뻑 젖어
샤워실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왜이렇게 젖으셨어요?"
"저희 입수 하고 왔어요"]
"입수요? 물이 찰텐데"
"찬데 뭔가 기분이 상쾌해져요. 꼭 한번 해보세요!! 강력추천
식사 준비하시는거에요?
"네, 쌀 사온게 있어서 밥 한끼는 해먹으려구요."
"저희는 오늘 기사님이 허르헉 해주신대요."
"와~ 정말요? 허르헉이라니 부럽네요. 저희는 그거 안그래도 떠나기 전에 식당이라도 찾아볼까 하고 있었는데"
"한번 물어보시고 합류하세요~!"
허르헉이라니 허르헉이라니
그 다큐에서만 봤던 허르헉이라니
안그래도 친구와 울란바토르에 허르헉 파는 가게가 없을까?
몽골까지 왔는데 허르헉 한번 못 먹고 가는건 아쉽다란 얘길 나눴던 터였다.
정말 우리의 여행은 하늘이 도와주는걸까?
어쩜 이래?
"저희가 합류해도 괜찮을까요?
"저희야 상관없죠. 기사님이 요리해주시는거라 아리누나께 여쭤보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마침 찾아온 아리언니께 식사 값을 내고 허르헉팀에 좀 합류해도 될지 여쭤보자
언니도 기사님께 여쭤보고 알려주겠다라고만 하신채 자리를 뜨셨다.
에잇 안되나 보다 싶어 감자당근밥이나 지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뒤
통나무집에 돌아와 버너 위에 감자당근밥을 얹혀 놓으려던 순간
아리언니께서 찾아와
"동생네 먹을 고기랑 기사님께 드릴 맥주 좀 사서 같이 먹자"
앗싸아~!!!
언니와 고기를 사러 가게로 달려가자
몽골어로 언니가 뭐라고 주문을 하자
양고기 갈빗대와 맥주 네캔 샐러드 통조림
총 40000투그릭정도로 장을 봐 돌아왔다.
잠시 후 드디어 완성된 허르헉!!
허르헉은 돌과 함께 양고기를 삶고 나중에 그 돌의 온기로 감자와 당근을 익혀 먹는
요리라고 나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요리다.
몽골에 가면 한 번 쯤은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솔직히 맛을 크게 기대한건 아니었다. 그냥 수육정도의 맛으로 예상했달까.
허르헉을 먹기 전에 필수 코스가 남아있었는데
양고기와 함께 삶아졌던 돌을 한 사람씩 건내 주시며
기름 진 뜨거운 그 돌을 계속 손으로 만져주면 건강에 좋단 소리에 너도나도 손 위에서
돌을 만지작 만지작!
그리고 이제 정말 허르헉 식사타임
허르헉은 정마~알 맛있었다.
한국에선 냄새 때문에 양꼬치도 잘 먹지 않는 우리 둘이고 심지어 친구는 아예 입도 못대는 쪽이었는데
양고기 기름이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거란 걸 몽골에 와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몽골에 있던 그 시간 만큼은 우린 양고기 매니아였다.
양고기 기름은 식고 나면 냄새가 꽤 나고 손에서 냄새 빼는데 좀 처럼 씻어도 씻어도 빠지지 않아 고생은 했지만
먹을때만큼은 그 기름맛은 어느 고기기름도 따라 갈 수 없겠다 싶을만큼 진한 풍미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건 소금이 고루고루 뿌려지지 않은 탓에 너무 짰다. ㅠㅠ
진짜 맛있는데 너무 짰다. 내일 아침도 보름달은 확정이구나.
하지만 운좋게 짜지 않은 고기부분을 아리언니가 골라 건내주셔서 먹은 부분은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맛있게 허르헉 식사를 마친 후
사건이 터졌다.
허르헉을 삶았던 큰 솥을 주방으로 들어가
어린 직원에게 이 솥을 뭘로 닦으면 좋을지 수세미와 세제를 물어보고
싱크대에서 물을 받고 있을때
우리에게 레이저를 뿜어내시던 주방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시며
몽골에 있던 중 가장 길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말은 못 알아듣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신것도 알겠고
그게 우리 때문이란것도 알 수 있었고.
사이에 낀 어린 직원이 몹시 난처한 상황인것도 알 수 있었다.
사태는 조금 심각해져가는 듯 하더니
아리언니와 몽골어로 한껏 언쟁을 높아져 가고 맛있게 먹었던
허르헉이 가슴언저리에서 돌덩이같이 굳어 버린 기분이었다.
사실은 이랬다.
아주머니 음식이 짜다고 여러번 말할 때부터 조금 눈치 챘던 것이지만
주방과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신 분이셨다.
깔끔하신 성격탓에 주방엔 사장님 내외와 본인, 어린 직원 말고는
그 누구도 함부로 영역침범하는 행위를 몹시 싫어하셨던 것.
결국 더 큰 싸움이 나는 것을 말리고
밖에서 씻어오는걸로 일단락은 지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잔뜩 화가난 아리언니를 달래려 식당 한 켠에 앉아
언니와 맥주 한캔을 나눴다.
몽골 가이드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동시간도 길고 기사님 비위, 손님 비위 맞춰야 하는 이야기
이 캠프에 온 다른 서양여행팀은 기사님이 뭔가 심사가 뒤틀리신 탓에
새벽녘 혼자 울란바토르로 올라가서 가이드와 손님들이 발이 다 묶여버린 이야기
그래서 손님이 으뜸이 아니라 운전대 잡은 기사님이 으뜸이고
기사님을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등
얘기가 길어지다보니 언니의 개인사까지 흘러가게 되었고.
한국에서 일했던 이야기와 한국은 정말 살기 편하고 좋은 나라라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야기
개인 가족사 이야기 등등
아리언니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씩씩한 가장이었지만 외롭고 맘이 허한 사람
한국에서 편하고 좋은것들을 경험한 뒤 몽골에 돌아왔을때 몽골은 그리운 내고향보다
살기 불편하고 촌스러운 나라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런 언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으랴
그저 묵묵히 언니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밖엔
손님이 아니었기에 한 번 스치고 헤어질 인연이라고 생각했기에 어쩌면 털어놓 수 있었을지 모를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장하이의 세번째 밤이 그렇게 져물어 갔다.
언니의 바램대로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자리 잡은 언니를
언젠가 마주칠 수 있길 바래본다.
나쁜 분은 아니었고 음식 솜씨도 좋은 분인데
무뚝뚝하고 주방과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셨던거 같긴해
그리고 간은...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아주머닌 그게 싱겁게 한다고 좀 줄인 모양인데
워낙 짜게 먹는 사람들이다 보니 줄여도 내 입엔 줄인 티가 나지 않았던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