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문장이 너무 예뻐서 필사하고 싶었던 구절 모음: https://www.dmitory.com/garden/112907685


문장이 너무 예뻐서 필사하고 싶었던 구절 모음 2: https://www.dmitory.com/garden/158442138


문장이 너무 예뻐서 필사하고 싶었던 구절 모음 3: https://www.dmitory.com/garden/191011644


외로움에 대한 구절들 모아보자https://www.dmitory.com/garden/113113510







[사신의 7/ 이사카 코타로]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며 진화해왔다. 그래서 전쟁은 비교적 편하다. 가만 내버려두면 일어나니까. 그런데 평화는 힘들다. 전쟁으로 자연스레 흐르는 것을 계속 참아야 하니까. ‘평화는 고통스럽고 전란은 속 편하다.’ (...)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란을 다들 열심히 억제하고 있는 거지. 그 노력이 승리하고 있는 상태를 평화라고 부르는 것뿐이니까. ‘평화 불감증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걸 유지하고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선생은 그렇게 말했어. 불감증에만 걸려 있어서는 결코 평화는 지킬 수 없다는 말도.”

 

 


[사흘 그리고 한 인생 / 피에르 르메트르]

그들은 잠시 그렇게 서로에게 몸을 붙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심지어는 눈이 마주칠까 봐 두려워하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있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의 찌꺼기가 찌르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어른들을, 삶을 신나게 한번 골탕 먹였다는 느낌이었다.

 


 

[검은 개가 온다 / 송시우]

그러나 주류 사회가 기정사실화한 것을 단숨에 전복한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그 자체로 무력한 개인에게 쾌감을 준다. 더불어 음모론이 새롭게 구성한 진실은 현실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해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권력과 자본이 뿌리는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믿는 것만큼이나 음모론이 주는 쾌감과 희망에 혹하는 것도 위험하다.


 

 

[노멀 피플 | 샐리 루니]

그런데도 코넬은 그날 밤 집에 가서, 그가 새로운 소설을 위해 적어둔 메모들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보았고,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느낌이 몸속에서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완벽한 골을 지켜보는 것 같았고, 나뭇잎 사이로 살랑살랑 스며드는 햇살, 지나가는 차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한 토막 같았다. 삶은 그 모든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희의 순간들을 기꺼이 내어준다.

 


 

[피프티 피플 / 정세랑]

도움을 받았다. 끊임없이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가 잘나서가 아니었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고 공부도 좋아했지만 그 정도 인물이야 흔하다. 무얼 이뤘건 모두 운 좋게 받은 도움들 덕분이었다. 이만큼 적시에 도와주려는 손들이 다가왔던 인생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빠, 어떤 일들은 너무 복잡하게 엉망이어서 벌어져요. 아빠가 바꿀 수 없었어요.”

연모도 말했다. 부드러운 손바닥을 진곤의 손등에 얹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어린 얼굴로. 그래도 진곤은 연모가 계속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다. 연모의 손이 계속 굳은살 없이 부드러웠으면 했다. 사과나 깎으면서, 엉망인 세계를 살아가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인 채로 계속 있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바람에 춤추는 풍선을 손목에 감고 유원지를 걷듯이 살아가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분명 어딘가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도 있을 텐데, 진곤은 자신이 그런 부모가 아닌 게 속상했다. 멍든 곳, 긁힌 곳, 금이 간 곳, 고름 나는 곳이 속상할 때마다 아파왔다.

 


운영은 환한 햇빛에 빨래를 너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욕구불만이 생길 것 같았다. 집 안을 질주하는 바람이 빨래를 금세 말리긴 했지만 역시 햇빛에 말린 것과는 달랐다. 세탁기의 건조기능은 장마철처럼 어쩔 수 없을 때만 썼다. 건조기를 쓰면 매캐한 냄새가 나고 먼지가 날렸다. 운영은 빨래 완벽주의자라 섬유의 조직이 그렇게 상하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 운영의 머릿속에는 빨래의 종류와 양에 따라 들어가는 세제와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세탁기가 권하는 코스 그대로 쓰지 않았다. 완벽하게 모양을 잡아서 널고, 걷을 때 다시 먼지를 털었다. 그렇게 해도 떨어지지 않은 먼지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돌돌이로 잡아 주었다. 비염이 있어서 먼지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빨래를 좋아하는 게 더 컸다. 손빨래도 꽤 좋아해서 친환경 드라이 세제나 스포츠의류 전용 세제도 사두었다. 욕조에서 양복이나 코트를 빠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확실히 옷이 덜 상하는 느낌이 있었다. 빨래는 이제 세탁기가 하는 거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빨래를 못하는 사람인 게 분명하다고 믿어왔다. 완벽한 빨래를 위해 햇빛이 조금 더 잘 드는 집에 이사를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특히 2주에 한번 이불 빨래를 하고 한달에 한번 러그 종류를 모아 빨 때면 자기도 모르게 햇빛, 햇빛 하고 탄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

물론 자꾸 잊을 겁니다.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 선생님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티핑 더 벨벳 / 세라 워터스]

윗스터블의 굴 식당들을 본 적이 있는지? 아버지가 그런 식당을 운영했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하이 스트리트와 항구 중간에 좁다랗고 물막이 판자를 댄, 파란 칠 여기저기 결이 일어난 집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 애슬리 굴, 켄트 최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알리는 불룩한 간판이 문 위에 걸려 있던 것을 기억하는지? 혹시 그 문을 밀고 천장이 낮고 어두우며 달콤한 향이 나는 안으로 들어와 봤는가? 바둑판무늬 천을 깐 식탁을, 칠판에 분필로 적어 놓은 메뉴를, 알코올램프를, 녹고 있던 버터 조각을 기억하는가?

곱슬머리에 장밋빛 뺨을 한 쾌활한 여자아이가 시중을 들지 않았는지? 바로 내 언니 앨리스이다. 아니면 다소 키가 크고 몸이 구부정하며 하얀 앞치마가 넥타이 매듭부터 부츠의 나비매듭까지 내려오는 남자가 시중을 들었는가? 바로 내 아버지이다. 부엌문이 앞뒤로 흔들릴 때 보글거리는 굴 수프 냄비나 지글거리는 석쇠에서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수증기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여인을 보았는가? 바로 내 어머니이다. 그리고 그 여인 옆 곧고 부드러우며 창백한 금발 가닥이 계속 눈으로 떨어지던 갸름하고 하얀 얼굴에 평범한 외모의 여자아이, 옷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이고 거리의 가수나 연예장의 노래를 부르느라 쉴 새 없이 입술을 움직이던 아이를 보았는지?

바로 나다.

 


옛날 발라드에 나오는 몰리 말론처럼, 나는 생선 장수였다. 부모님이 생선 장수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했고, 위층은 방이었다. 나는 굴 소녀로 컸으며, 굴 장사의 온갖 흥취에 푹 절어 있었다. 내가 처음 걸음마를 뗀 곳은 굴 통과 얼음 통 주변이었다. 나는 석판과 분필 조각보다 굴 칼을 먼저 쥐고 사용법을 배웠다. 선생님 무릎에 앉아 알파벳을 혀짤배기 소리로 발음할 때도 굴 요리용 부엌에 무슨 도구들이 있는지는 줄줄 외울 수 있었고, 눈을 가리고도 물고기 맛을 보고 그게 어떤 물고기인지 맞힐 수 있었다. 내게 윗스터블은 온 세상이었고, 애슬리 식당은 나만의 특별한 나라였으며, 굴 즙은 배양액이었다.

 


당시 내 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심지어 윗스터블 기준으로도 말이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지독히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했고 열두 시간 뒤에 일을 마쳤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내가 하는 일은 똑같았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동안 앨리스와 아버지가 손님 시중을 들었고, 나는 굴 통 옆 아이용 높은 의자에 앉아 굴 칼을 문지르고 헹구고 쌓아 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생굴을 좋아했다. 그런 경우 일은 제일로 쉬웠다. 통에서 굴 열두 개를 골라 소금기를 빼고 파슬리나 갓 약간과 함께 접시에 올려놓으면 되었다. 하지만 끓이거나 튀기거나 오븐에 굽거나 아니면 조가비째 불에 굽거나 파이에 넣은 굴을 좋아하는 손님일 경우 내 일은 좀 더 복잡했다. 그럴 경우 나는 껍데기를 열어 굴을 꺼낸 뒤 즙이 흐르거나 맛이 변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맛있는 속살을 통째로 어머니의 요리 단지에 집어넣어야 했다. 우리 식당은 저녁 식사에 굴 열두 개가 나오고 굴 차는 싸고 한꺼번에 쉰 명을 수용할 수 있어 늘 붐볐으니, , 이제 하루에 얼마나 많은 굴이 내 칼을 거쳐 갔는지 계산할 수 있으리라. 또한 날마다 오후가 되면 내 손가락이 얼마나 붉어지고 욱신거리며 소금기에 절었을지도 상상할 수 있으리라. 심지어 굴 칼을 놓고 아버지 식당의 부엌일을 영원히 그만둔 뒤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생선 장수 통을 보거나 굴 파는 사람의 외침을 들을 때면 나는 동정심이 들며 손목과 손가락 관절에 쑤시는 듯한 아픔을 희미하게 느낀다. 그리고 엄지손톱 아래와 손금에서 아직도 굴 즙과 소금물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어린 시절 내 기억은 지금까지 설명한 틀에 박힌 생활, 평일에는 굴 껍데기를 열고 굴을 꺼내 요리하고 접대하고, 토요일 밤이면 연예장에 가던 생활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물론 이는 겨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영국 석화가 산란을 위해 떠나는 5월부터 8월까지 굴 따는 배는 돛을 접고 쉬거나 아니면 바다로 나가 다른 사냥감을 찾는다. 그 결과, 잉글랜드 전역에 있는 굴 식당은 식단을 바꾸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가을부터 봄까지 아버지 식당은 아주 잘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여름 내내 가게 문을 닫고 쉴 수 있을 정도로 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다와 그 수확물에 의존해 사는 윗스터블의 많은 가족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달에는 일이 눈에 띄게 쉬워졌으며 좀 더 느릿느릿하고 느슨하며 즐거운 편이었다. 식당도 덜 바빠졌다. 우리는 굴 대신 게, 홍가자미, 넙치, 청어 요리를 팔았으며 생선 가시 바르는 일은 겨울 동안 굴 껍데기를 끝없이 문지르는 일보다 쉬웠다. 우리는 늘 창문을 열어 두었고 부엌문을 활짝 젖히고 지냈다. 겨울과 달리 우리는 솥에서 나오는 증기에 산 채로 찜질을 당하지도 않았고 굴을 넣어 놓은 통에 든 얼음 때문에 손이 꽁꽁 얼지도 않았다. 대신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몸을 식혀 주고 펄럭이는 범포 소리와 도르래 소리가 윗스터블만에서 부엌으로 흘러 들어와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궁전은 작았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낡은 극장이었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아직 굴 소녀였을 때의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게 된다. 벽에 늘어선 거울과 의자에 씌운 진홍색 플러시4 , 위에서 막을 잡아 주는 금색 큐피드 석고상들이 눈에 선하다. 우리 굴 식당처럼 그곳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났다. 이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며 모든 연예장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그 냄새는 나무와 기름, 페인트와 엎지른 맥주, 가스와 담배, 머릿기름 냄새가 모두 합쳐진 냄새였다. 내가 어렸을 때 무조건 좋아했던 향이었다. 후에 나는 극장 지배인들과 연예인들로부터 그것이 웃음의 냄새, 기쁨의 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나는 그것이 기쁨이 아니라 슬픔의 정수로 이루어진 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주 내내 지독히도 더웠다. 태양은 윗스터블과 우리 식당으로 여행자를 데려왔지만 열기는 여행자들의 식욕을 앗아 갔다. 손님들은 홍가자미와 고등어만큼이나 이제는 차와 레모네이드를 많이 주문했다. 어머니와 앨리스가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하루에 몇 시간씩 아버지의 매점이 있는 해변으로 달려가서 새조개와 게살과 쇠고둥과 버터와 빵을 담아 손님들을 대접했다. 자갈 해변에서 차를 접대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식초가 팔목에서 팔꿈치로 흐르고 그 독한 냄새가 눈을 따끔하게 찌를 때 태양 아래 서 있기란 역시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펠리시티 플레이스를 생각했다. 그곳이 얼마나 조용하고 아름다웠는지 생각했다. 다이애나의 주택이 얼마나 웅장했는지, 그 방들이 얼마나 쾌적하고 밝고 따뜻하고 향이 좋고 청소가 잘 되어 있었는지 생각했다. 간단히 말해 런던에서 가장 가난하고 시끄러운 구획에 자리 잡은 데다 어두컴컴한 방 하나가 침실, 식당, 서재, 거실 역할을 동시에 하며 창문은 덜컹거리고 굴뚝은 연기로 가득하고 문은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 누군가 주먹으로 쾅쾅 쳐대는 플로렌스의 집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했다. 이곳 거리 전체는 마치 탄성 좋은 고무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이곳의 거리는 이웃집끼리 고함치고 소리 내어 웃고 사람들과 냄새와 개들이 서로 왕래하는 통로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꺼림칙하게 여겨선 안 되었다. 결국 나는 이곳과 비슷한 거리에서, 그리고 사촌들이 계단을 쿵쾅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밤마다 거실에 사람들이 가득 차 맥주를 마시고 카드 게임을 하고 가끔은 말다툼을 하는 집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참는 법을 잊었다. 이제 이 거리는 나를 지치게 할 뿐이었다.

 


베스널 그린에서 케이블 스트리트로 가려면 정말로 런던에서 가장 거칠고 가난하고 지저분한 구역을 지나야 했으며, 평소라면 절대로 지나가기 즐거운 곳이 아니었다. 나는 그 길을 잘 알았다. 플로렌스와 자주 가봤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골목길이 가장 위험한지, 어느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가장 착취하는지, 어느 주택가에 가장 슬프고 절망적인 가족들이 사는지 잘 알았다. 그러나 플로렌스가 인정했듯이, 그날 밤은 놀기 위한 외출이었다. 그리고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곳을 지나는 일은 무척 즐거웠으며 풍경도 평소와 퍽 달라 보였다. 우리는 싸구려 술집과 싸구려 오락장, 커피숍, 술집들을 지났다. 오늘 밤 그곳들은 평소처럼 우울하고 음산해 보이는 대신 온기와 빛과 색으로 환하게 반짝였으며 웃음과 고함이 넘쳐흐르고 맥주와 비누와 그레이비소스 냄새로 가득했다. 서로 애무하는 연인들이 보였다. 모자에 버찌를 꽂고 입술도 그 색으로 칠한 여자들도 보였다. 아이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소 내장과 발, 구운 감자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한두 시간 뒤면 이 사람들이 슬픔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들 그리고 이 거리에 묘한 매력이 넘쳐흘렀다.

 

 


[심여사는 킬러 / 강지영]

칼을 간다. 전동 숫돌에 칼날을 들이밀고 스위치를 누르면 급수통에서 물이 졸졸 흘러나와 날을 적신다. 비듬 같은 불티를 튕겨내며 숫돌이 돌아간다. 잘 벼려진, 날이 푸르른 칼이 삼파장 조명 아래서 은갈치처럼 희번덕인다. 살은 칼보다 강하다. 연하디연한 안심만 자르는 대동칼도 며칠이면 날이 무뎌져 손목에 시큰하게 힘이 들어간다. 근육과 힘줄을 가르는 날카로운 쇠붙이가 내게 말을 건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 하지만 멀었다. 32년째 짐승의 배를 갈라온 마장동 임씨의 새김칼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이다. 언뜻 송곳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허벅지를 여덟 번이나 찌른, 그리하여 대동맥이 잘려나가고 허벅지 안쪽에 구렁이 뱃구레가 훑고 지나간 양 깊은 흉을 남긴 칼을, 그는 버리지 않는다. 임씨는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떠나는 협객처럼 매일 새벽, 닳아빠진 그의 새김칼을 비장한 표정으로 간다. 그 새김칼이 다 닳아 면도날과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의 허벅지를 찌른 원수는 재활용 쓰레기봉투로 내던져질 것이다. 그때까지 새김칼은 이 누린내 나는 지옥에서 탈출할 수 없을 터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어머니가 이 짧은 소설들을 쓸 당시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겨울이면 보문동 집 안방 윗목에 있었던 원통 모양을 한 알라딘 난로의 불빛이 생각납니다. 아랫목은 몰라도 윗목에는 방 안인데도 찬바람이 불던 시절이었죠. 모양과 성능이 믿음직스러웠던 석유난로는 날이 어두워지면 그 불빛의 문양이 천장에 일렁거렸습니다. 그 기하학적 무늬가 아름다워 그걸 쳐다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녹아들며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불이 아깝다고 그 위에다 카스텔라를 구워주시기도 했습니다. 양은으로 된 둥근 찬합 통에서 행복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는 엄마표 카스텔라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마당 한 귀퉁이엔 큰 석유통이 있었는데 난로에 석유가 떨어지면 주유 호스로 손수 부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석유를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그 일을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으셨죠. 연탄불을 가는 것과 난로의 석유를 채우는 것은 어머니의 수많은 일상 중 하나였습니다. 1970년대의 집 밖은 긴장과 억압의 분위기였지만, 어머니의 짧은 소설을 다시 읽으니 천장에 일렁이던 석유난로의 따뜻한 불빛 그림자가 생각납니다.


 

이번에 같은 제목으로 새롭게 단장한 책이 다시 나오게 되어 별수 없이 또 한 번 훑어보게 되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 여기저기서 눈에 거슬렸지만 일부러 고치지 않았습니다. 70년대에 썼다는 걸 누구나 알아주기 바란 것은,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 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은 치기 때문이라는 걸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내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그때는 약간은 겁을 먹고 짚어낸 변화의 조짐이 지금 현실화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시내에 나갔다가 두 차례나 비를 만났다. 대단치 않은 비였고 빌딩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거나 지하도 입구에서 바라보았을 뿐 한 방울도 맞지는 않았는데도 온종일 몸이 시렸다. 나는 가을비가 싫다. 봄엔 비 한 방울 뿌리고 나면 산천에 한결 생기가 돌고 햇살도 도탑고 길어지건만 가을비엔 쓸쓸한 소멸의 예감이 스며 있다.

 

 


[아무튼, 목욕탕 / 정혜덕]

피곤이 밀푀유 나베처럼 차곡차곡 쌓인 저녁 8시에 목욕탕에 가면 침침한 눈이 순정만화 주인공의 다이아몬드 박힌 눈망울로 바뀐다. 어깨에 얹혔던 생존과 생계의 짐은 간 데 없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목을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 좋으면 마음의 괴로움과 영혼의 그을음까지 씻을 수 있다.

 

탕에 들어가기 직전,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야심한 밤, 꼬들꼬들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막 집어 들 때와 견줄 만한 순간. 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 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찰나를 위해 기꺼이 눈바람을 맞으며 빙판 위를 살살 디뎌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는가. 희뿌연 먼지를 마시며 때에 절어 살면서도 그 1초 때문에 발목에 또 힘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 말소리가 끊어진 목욕탕에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내 경험상 평일 저녁 8시 이후의 목욕탕이 주로 그렇다. 혼자 목욕하러 온 분들은 말없이 몸을 씻고 때를 민다. 그런 분들이 만든 묵직한 침묵, 그 침묵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고 있으면 남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온 독한 말들이 몸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간다. 탕에 앉아 묵은 각질을 불리며 마음에 낀 말의 때도 함께 녹이곤 한다.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더는 곱씹지 않고 땀과 함께 내보낸다.

 


 

[아무튼, / 김혼비]

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이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다 보면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끈적해지는 마음이 겸연쩍어 애써 별것 아닌 척한다. 정성을 다해 그리던 그림을 누가 관심 가지고 살펴보면 괜히 아무 색깔 크레파스나 들어 그림 위에 회오리 모양의 낙서를 마구 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던 여섯 살 적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는 걸 말이 되게 해보려고 이런저런 갖다 붙일 이유들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술에는 맛도 있고 향도 있지만 소리도 있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술이 내는 소리까지도 사랑한다. 캐럴라인 냅이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에서 와인 병에서 코르크가 뽑히는 소리, 술을 따를 때 찰랑거리는 소리, 유리잔 속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사랑한다고 말한 것처럼.

소맥을 말 때 숟가락으로 유리잔의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는 유난스러워서 싫지만, 젓가락으로 아랫술을 윗술 쪽으로 휘젓는 소리는 좋다. 샴페인 뚜껑이 펑 하고 날아가는 소리는 무서워서 싫지만, 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 기포가 보글대며 힘차게 움직이는 소리는 좋다. 축구를 하고 난 후 목이 탄 축구팀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다급하게 맥주 캔 따는 소리는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고, 단숨에 들이켜지는 맥주가 목울대를 넘어가는 소리는 그렇게 호쾌할 수가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힘내라는 말을 싫어했다. 힘내라는 말은 대개 도저히 힘을 낼 수도, 낼 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다정하지만 너무 느지막하거나 무심해서 잔인하게 건네지곤 했고, 나를 힘없게 만드는 주범인 바로 그 사람이 건넬 때도 많았다. 나는 너에게 병도 줬지만 약도 줬으니, 힘내. 힘들겠지만 어쨌든 알아서, 힘내. 세상에 힘내라는 말처럼 힘없는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때만큼은 힘내라는 말이 내 혀끝에서 만들어지는 순간, 매일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사실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었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무슨 의도로 말했든 상관없이. 그냥 그 말 그대로, 힘내.

 


언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추운 날에 마시는 독한 보드카 한 모금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마침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모금 넘기면 목에서부터 몸속까지 타는 듯이 뜨거운 길을 내며 내려오다가 사라지는 보드카와 불타면서 떨어져 내리다가 사라지는 유성은 그 속도마저도 비슷한 것 같았다. 황홀감이 밀려드는 속도도.

엷은 취기가 몸 전체에 번지는 동안 하늘과 바다 위로 밤이 찾아왔다. 바다는 검은 유약을 바른 도기처럼 빛났고, 하늘은 누군가 허공으로 내던진 목걸이가 구름에 부딪히며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 보석 알 같은 별들로 빛났다. 좀처럼 떨어져 내릴 것 같지 않은 단단한 별들을 보면서 홀짝홀짝 몸속으로 별 몇 모금을 더 떨어뜨려 넣고는, 뜨거워진 몸과 마음으로 여기저기 머무를 수 있는 곳마다 잠깐씩 멈춰 서서 춤을 추며 방으로 돌아왔다.

 

달그락달그락과 리듬은 비슷하지만 훨씬 맑고 쨍한 소리. 들어봤지만 들어본 적 없는 소리. 술이었다. 주류 코너에 즐비하게 놓인 온갖 종류의 술병들이 배의 엔진이 만들어내는 동요에 따라 흔들리며 좌우앞뒤에 놓인 술병들과 살짝살짝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였다. 커다란 벽 세 면을 둘러싸고 있는 술병들 사이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은근하면서도 장대하고 맑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주파수를 한 번 찾고 나니 그동안 듣지 못했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또렷이 들렸다. 묵직한 병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중후한 울림과 가늘고 기다란 병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울림이 수시로 교차하며 시간에 어떤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 무한하게 이어지는 수많은 술병들의 울림을 커다란 배 안의 커다란 술 진열대가 아니라면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가만히 선 채로 술들의 소리를 한참 동안 들으며, 세상에 별이 반짝반짝대는 소리라는 게 있다면 이런 소리일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떨어지는 별을 보면서는 보드카 한 모금을,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는 발트해를 지나는 배 속 수많은 술병들을 떠올리게 되겠지. 어떤 술꾼의 세계에서는 별마저도 술과 이어져 있다.

 

그러니까, 그 집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집이었다. 별생각 없이 적당히 구색만 맞추고 살 뿐 물건 하나하나에 딱히 애정이 없고, 사놓고 안 쓰는 물건과 써야 하는데 안 사둔 물건들이 항시 생기는 나태한 나의 집과는 전혀 다른 집. 단정한 삶을 꾸려가는 주인의 심지가 중심에 단단히 박힌 집. 예전부터 허물없이 친한 관계를 두고 서로 집에 수저가 몇 벌 있는지까지 다 알고 사는 사이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집에조차 수저가 몇 벌 있는지 모르는데, 그래서 나는 나 자신과 친하지 않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혼자 사는 집에 수저 몇 벌 있지도 않은데. 그러면서도 근데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걸 알고 있을 것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취향의 확장과 함께 넓어지는 세계. 멋진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그게 와인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과 소중한 기억들을 안겨줄 테고, 그건 분명 멋진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멋짐을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 사람에 나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개의 취향은 돈을 먹고 자란다. 그 때문에 어떤 취향의 세계가 막 넓어지려는 순간 그 초입에 잠시 멈춰 서서 넓어질 평수를 계산하고 예산을 미리 짜보지 않고서는 성큼 걸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확장공사 다 해놨는데 잔금 치를 돈이 없으면 그때 가서는 어떡해? 그 돈으로 다른 좋은 걸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깊이 고민한 끝에 나는 초입에서 돌아 나오기로 결정했다. 계속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아마 이런 게 흔히들 말하는 이라는 거겠지. 나는 통이 크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나의 깜냥인데. 무작정 걸어 들어가고 보는 여행은 마음이 편하지도 즐겁지도 못할 게 분명한데. “젊어서 여행은 빚을 내서라도 하라같은 말을 들으면, 그리고 실제로 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유의 사람을 만나면, 마음 한편에 설렘과 모험심과 동경이 가득 차오르지만, 막상 나보고 하라고 한다면 빚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서 죽어도 여행을 즐기지 못할 게 뻔한 나의 깜냥을 이제 받아들여야 했다.

 


혹시 나처럼 현실적인 여건이 여의치 않고 통이 크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어떤 세계를 피워보지도 못하고 축소해버리고 마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만큼은 꼭 말해주고 싶다. 살면서 그런 축소와 확장의 갈림길에 몇 번이고 놓이다 보니, 축소가 꼭 확장의 반대말만은 아닌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때로는 한 세계의 축소가 다른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축소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확장이 돌발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축소해야 할 세계와 대비를 이뤄 확장해야 할 세계가 더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내게는 모자란 한 잔보다 모자란 하루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든지, 그래서 모자란 한 잔을 얻기 위해 쓸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모자란 하루들을 늘려가는 데 잘 쓰게 되었다든지, 같은 여러 가능성. 아니, 뭐 그렇게 안 이어지면 또 어떤가.

그러니 작은 통 속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이여,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 줄이는 것도 괜찮다. 축소해도 괜찮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빚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김보통]

이 책은 지난 삶 제가 먹어온 디저트와 그때의 기억을 모아놓은 작은 앨범입니다. 언제나처럼 대단할 것 없는 것들뿐이라 부끄럽습니다만, 그럼에도 같이 나누어 먹고 싶은 추억으로 빚은 디저트들입니다. 그러니 입이 심심할 때 비스킷을 꺼내 먹듯, 일 없이 한가할 때 한 편씩 꺼내 읽으신다면 저로서는 더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박완서의 박경리 추모글]

그 손은 찾는 이 누구에게나 후하게 대접한 손이고, 열 마리도 넘는 고양이를 손수 지은 밥으로 먹인 손이고, 밥풀 한톨 우거지 한 줄기도 함부로 버리지 않은 손이고, 땅 파고, 씨 뿌리고, 김매고, 거두면서 흙과 깊이 교감한 손이다.

 


그가 이룩한 것이 존경스럽고 부러우면서도 그가 그것을 이룩하기까지 당당히 맞서온 고난이 내 앞엔 없기를 바랐고, 있어도 우회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한 작가를 글로뿐 아니라 생활로서도 외경스러워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벅찬 일이었다.

 

 


[책의 말들 / 김겨울]

100권의 책에서 가져온 100개의 문장은 얼른 침대 옆에 쌓여 있는 책들을 펼치라고, 당장 방치된 책장 앞에 가서 서라고 나를 흔든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공유하는 어린 날의 어떤 고독하고 충만한 풍경을, 서늘하게 밝아 오던 창문 앞에서도 도저히 책을 덮지 못해 무력하던 새벽녘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고른 어떤 문장들은 원래 책의 조각들을 잘 담고 있지만, 또 어떤 문장들은 책의 맥락과 뚝 떨어진 채로 그저 놓여 있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안다. 독서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행위여서 가끔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이 실은 그 책에서 가장 무쓸모한 문장일 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절박해졌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작은 글씨를 무리 없이 볼 수 있고, 좋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 있고, 활발하게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몇십 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hide in plain sight’라는 영어 표현처럼 늘 같은 자리에 존재했으나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종류의 진실이었다. 스물아홉 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이 사실은 시야에 포착되었다.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나는 염려한다. 읽으려던 책을 결코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 매일 읽어야 한다. 고요 속에서 읽고 또 읽는다. 이걸 다 읽고 죽어야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나는 음악 혐오를 읽을 때는 혼란에 빠진 예술가가 되었다가, 사람, 장소, 환대를 읽을 때는 책임 있는 시민이 되었다가,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을 때는 성실한 작가 지망생이 되었다가, 유령해마를 읽을 때는 인공지능이, 감옥의 몽상을 읽을 때는 수감자가, 웃는 경관을 읽을 때는 경찰이 된다. 나는 그 모두가 되었다가 그중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돌아온다.

책에서 책으로, 또 책에서 책으로 통과하는 날에는 내가 책이 되어 사는 것만 같다. 전원이 들어오면 정신이 켜지고 전원이 꺼지면 정신도 꺼져서 띄엄띄엄 존재하지만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처럼 나는 사는 것만 같다. 책을 건너 다음 책으로, 그 책에서 또 다음 책으로 건너가면서. 나를 지키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책에 의존하면서. 그래서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책을 읽어야만 했던 시기나 영화를 봐야만 했던 시기는 슬픔과 절망의 한복판에 서 있어야 했던 시기와 같다.

 


무한한 서재에 대한 동경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장서가 많은 시립 도서관, 상상의 모습으로는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나 거기서 영감을 받은 장미의 이름의 도서관, 혹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SAC의 도서관 같은 장소들에 동경과 매력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내가 천천히 지성을 잃고 침식되어 가고 그 사실에 절망을 느끼는 동안에도 수많은 책이 괜찮다고,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해 줄 것만 같다.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일 뿐이라고 나를 안심시킬 것만 같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날까지 책을 사 모으고 싶다. 그래서 알아듣지 못하는 위로 속에서 생을 마감할 때, 내가 누울 자리마저 책에 양보하기로 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싶다.

 


새로 탄생한 국가가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의 책을 불태우는 일은 책이 함유하고 있는 과거의 불순한고갱이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앞으로의 세상은 완전히 새로운 질서로 구축되리라는 단절의 표명이다. 책이라는 물건이 지니는 특별함 덕에 인간을 죽이거나 고문하지 않고도 이렇게 과격하게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 그 특별함이란 무엇인가? 당연히 인간의 정신이다.

 


나는 귀하고 조용한 말을 들으러 간다. 삶의 벌어진 틈을 유영하는 이야기를 읽는다. 비유와 상징과 추상의 글을 읽는다. 140자로 쓸 수 없어 14만 자가 된 노래를 읽는다. 알알이 작은 폐포를 모두 펼친 스무 평짜리 글의 숨소리를 듣는다. 그곳에도 이따금 온갖 말들, 기행, 말다툼, 자랑, 음해, 유행이 있지만 그것들은 왜인지 숨차게 동분서주하지 않고 가만히 실려 간다.

화면 속에서 내가 얻은 귀한 말들을 똑 떼어 내 종이에 묶고 싶다. 더 길게, 더 깊게 말해 달라고 조르고 싶다. 모든 게 흘러가도 이 종이를 내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가 꼭 끌어안고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하나도 미련하지 않은 일이다.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창작의 욕구와 자기 파괴의 욕구가 다른 이름을 가진 하나라는 것이 언제나 나를 슬프게 했습니다. 20세기는 끔찍한 세기였고, 끔찍한 걸 지나치게 많이 목도한 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버리기도 했습니다. (...) 예민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는 건 압니다. 파들파들한 신경으로만 포착해낼 수 있는 진실도 있겠지요. 단단하게 존재하는 세상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행위는 사실 자살을 닮았을 테고요. 그래도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다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내게도 있습니다. 아무것에도 애착을 가질 수 없는 날들이.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죽음으로, 죽음으로 향하는 내 안의 나선 경사로를 어떻게든 피해야겠다고. 구부러진 스프링을 어떻게든 펴야겠다고. 스스로의 비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것, 그것이 좋은 예술가가 되는 길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예술가가 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매혹적으로 보이는 비틀림일수록 그 곁에 어린 환상들을 걷어내십시오. 직선으로 느리게 걷는 것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택해야 하는 어려운 길입니다.

 


"마음에서 뚝 부러지는 소리가 나지 뭐야."

그때야말로 가까워졌다고 했다. 뒤셀도르프에 두 사람만 남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부당한 도시에서 오로지 서로만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었기에. 사람을 꺾는 모멸감 속에서 사랑이 싹텄던 것이다. 독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질문자 문장의 아취가 비슷한 작가 없이 독특하신 것 같아요. 그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시선 아마도 바닥에 떨어진 그릇처럼 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어, 어릴 때 배웠던 일본어, 영어, 독일어가 머릿속에서 다 섞였는데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골이 있습니다. 골과 절벽에 제 나름대로 흔들다리 같은 것을 걸어 사용하고 있기 대문에, 균열에 땜질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독특하게 보일 뿐일 겁니다. 그럴 수 있지요. 사람들은 의외로 흠 없는 것만큼이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시 이어붙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까요.

 


어쨌든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평생 공격성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공격성이 발현되든 말든 살밑에 있는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기분좋게 취했던 이가 돌변하기 직전의 순간을 알았고, 발을 밟힌 이가 미처 내뱉지 못한 욕설을 들었고, 겸손을 가장한 복수심을 감지했다. 누구에게나 공격성은 있지만, 그것이 희미한 사람과 모공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차이는 컸다.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선, 어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첫번째 남편도 두번째 남편도 친구들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약함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왔으니, 어떻게 죽는지 모르고 또 죽을 것이다. 도중에 가슴이 터져 죽어버리지 않은 것은 어린 자식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와서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먼저 죽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애도에서 다음 애도의 웅덩이로 텀벙텀벙 걸으면서도 다 놓아버리지 않은 것은, 내가 먼저 죽은 사람들의 기록관이어서였다. 남은 사람이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을 테니까. 어떤 의미로는 친구들에게 져 술래가 된 것이다. 편을 먹고 내게 미룬 채 먼저들 가버렸다.

 


이제는 이름도 잊은 여자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와이에는 진주 음식을, 순천 음식을, 또 해주와 안주 음식을 재현하려는 아주머니들이 살았다. 아주머니들의 이름을 잊고도 음식맛은 가끔 혀끝에 돈다. 내가 먹었던 한식 중에 가장 대단했던 것은 그때 먹었던 것이다. 그 친절을 어찌 잊고 있었을까? 그렇게 다른 재료로도 익숙한 음식을 만들어 막 도착한 이를 살찌우려 했던, 월세 걱정을 하면서도 어려운 고국에 돈을 보내던 사람들을. 이제 내가 그 아주머니들보다 나이가 많은데, 나는 영영 음식을 못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니 비척거리는 젊은이가 찾아와도 먹일 것이 없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손맛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화수는 멈추고 끊겨 전달되지 않을 것들을 헤아려보았다. 어릴 때 엄마들이 머리를 묶어주던 여러 방식, 변형된 자장가들, 절판된 그림책들, 배앓이를 할 때의 민간요법, 카나페 레시피들, 냉동실의 미니 눈사람, 잔 흡집으로 뒤덮여 그것이 무늬처럼 된 반지,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모이던 습관, 카드놀이의 이례적인 규칙, 죽고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사진 앨범들, 무겁지만 시원한 대나무 돗자리, 변색된 병풍, 마흔 살짜리 화분, 우표 부분이 다 뜯겨나간 편지들, 홀수로 남은 잔들......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인간은행 | 호시노 도모유키 저]

그렇습니다, 그때 인류는 이미 각오를 했던 것입니다. 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광경과 맞바꾸어 자신들의 세대에서 인간은 멸망하는 것이라고. 그것은 자신들은 이렇게 행복했으니 됐다, 멸망한들 후대와는 상관없다 하는 이기적인 자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종착점까지 왔으니 순순히 끝내자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깨달음의 경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틀 라이프 / 한야 야나기하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엾은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다 감싸 안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매일매일이 너무나 힘들 때에도, 상황이 너무나 비참할 때에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느끼게 되는 경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그런 슬픔이었다. 인생이란 너무 슬프구나.


 

 

[바디 북 : , 욕망과 문화에 관한 사전]

멍은 아픔에 대한 몸의 기억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친 부위는 아름다움에 가까워진다.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절반 이상이 무지개와 같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테드 창]

주여, 저는 지금껏 제 삶을 우주라는 경이로운 메커니즘의 연구에 바쳤고, 그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얻었습니다. 언제나 제가, 당신의 의지와 저를 만든 당신의 의도에 따라 행동해왔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라는 존재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제가 느낀 성취감은 순전히 저의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 사실은 제게 인간이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쉬운 길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매컬러 가족에게 건넬 수 있는 것 또한 아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의 바람뿐입니다. 그러나 신의 계획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시절에도 우리의 삶은 종종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전진했지요. 우리가 처음부터 혼자였다면,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런 연유로, 주여, 저는 당신이 굽어보고 계시든 그렇지 않든, 에리소나 발굴 현장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설령 인류가 우주가 창조된 이유가 아니라고 해도, 저는 여전히 우주가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우리 인간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떻게'라는 질문의 해답을 계속 탐구하겠습니다.

이런 탐구야말로 제가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그것을 선택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저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아멘.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하고 감탄했던 구절이나, 너무 이뻐서 직접 손으로 써보고 싶었던 구절 있으면 써주고 가줘!

소설뿐만 아니라 노래가사, 영화대사, 시 등등 다 상관없어~



  • tory_1 2021.12.26 15:12
    좋은 문장 공유해줘서 감사해♥
  • tory_2 2021.12.26 19:18
    좋은 글 고마워~!!!
    나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글 좋아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였다면 그곳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 tory_3 2021.12.26 21:29

    토리야 정성글 고마워 선댓 달고 찬찬히 읽을게

  • tory_4 2021.12.27 00:03
    잘 읽구가... 일요일밤에 마음이 좋아진다 ㅠ
  • tory_5 2021.12.27 08:50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6 2021.12.28 08:06
    고마워 너무 잘 읽었어
  • tory_7 2021.12.28 13:45
    너무 좋다 나는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인용된 문장 놓고 갈게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떤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것은 잃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 tory_8 2021.12.29 17:47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9 2021.12.30 12:38
    올려준 글들 다 너무 좋다 고마워
  • tory_10 2022.01.04 23:54
    꾸준히 글 올려줘서 고마웡
  • tory_11 2022.01.07 00:42
    나 이시리즈
    너무 좋아해 고마워
  • tory_12 2022.01.12 16:02

    요즘 필사할 문장 찾고 있었는데, 너무 좋다! 고마워!!

  • tory_13 2022.01.13 20:59
    고마워 토리야~
  • tory_14 2022.01.19 00:40
    와좋다 필사해야지 고마워!
  • tory_15 2022.01.24 09:46
    너무 좋다 고마워 ㅠㅠ
  • tory_16 2022.04.28 21:23
    글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17 2022.05.11 01:06

    고마워 덕분에 따숩다

  • tory_18 2022.06.09 03:24

    와 진짜 고마워!!

  • tory_19 2022.06.29 00:12
    넘 좋다 나도 참고할게
  • tory_20 2022.06.29 23:07
    너무 좋다 고마워
  • tory_21 2022.07.01 23:22
    고마워♡
  • tory_22 2022.07.11 19:07

    고마워!!!

  • tory_23 2022.07.23 19:39
    너무좋다ㅜㅜ 나도 필사하고싶어 스쿠랩해가ㅜㅜ고마워!
  • tory_24 2022.07.27 18:19
    스크랩!
  • tory_25 2022.10.05 13:59

    좋은 글 공유 고마워

  • tory_26 2022.11.20 21:10
  • tory_27 2022.11.24 10:36

    고마워 톨아 정말 고마워

  • tory_28 2023.04.19 18:5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20 00: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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