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마음방에 올렸다가 전에 글도 올렸었고(동물/식물 - 우리집 고양이 림포마 경구항암 중이었는데... (dmitory.com)), 톨들이 덧글로 강급 정보도 많이 줬어서 이리로 옮겨왔어. 좋은 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2012년 10월 2일 정말 손바닥만 하던 애기 고양이 두 마리를 처음 만났어. 생후 한두 달쯤 돼 보였는데, 시장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얼마 안돼서 들개한테 물려 죽었다고 하더라구. 시장 상인분이 새끼들을 돌봐주고 계셨는데, 정말 평생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엄마가 우연히 그날 시장에 갔다가 두 마리만 줘요 하고 데려온 거야. 고등어 무늬 한 마리만 골랐는데, 여러 마리 중 딱 한 마리만 삼색이어서 얘도 달라고 같이 두 마리를 데려왔어. 상인분이 삼색이가 막내라 제일 작고 약하게 태어났다고 하셨다더라구. 집이 시골 외진 곳이어서 엄마는 마당에서 쥐나 잡게 하려고 데려왔다는데, 난 아무리 봐도 쥐한테 물리거나 동네 고양이들한테 맞을 거 같아서ㅋㅋㅋ 절대 안 된다고 방 안에서 키웠어. 집이 식당이어서 홀에는 내보낼 수가 없었거든.
그러다 1년 뒤 고양이들을 데리고 내가 독립하게 됐고, 11년을 함께 살았어. 근데 학교다, 알바다 뭐다 하면서 저녁 늦게 들어간 게 너무 미안해. 생활비를 내가 알바로 벌어서 생활해야 해서 접종이나 건강검진도 5살이 넘어서야 처음 해줬고. 그래서 한 번씩 애들한테 그랬어. 제발 언니가 제대로 돈 벌 때까지만 아프지 말아 달라고. 여러 일이 많았지만 드디어 재작년에 나도 정규직으로 취업을 했고 이제 다 괜찮을 줄 알았어.
근데 작년 11월에 애기들 11살 기념으로 매년 하던 건강검진도 여태까지보다 범위도 넓히고, 처음으로 스케일링도 했는데 삼색이 엑스레이를 보니 림프절들이 커져있더라. 두 마리 다 피부에 작은 혹이 한두 개 있어서 마취하는 김에 같이 제거했는데 난 그게 혹시 비만세포종 같은 게 아닐까 걱정했었거든. 조직 검사를 맡기고 복부에 있는 것도 세침 검사를 했는데 염증인 것 같지만 2차 병원을 가서 초음파를 해보는 게 좋겠대. 그래서 2차 병원을 갔는데 또 세침 검사 결과가 음성인 거야. 하지만 다른 부위 림프절들도 부어있어서 림포마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직 검사가 가장 정확하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믿기지가 않았어. 사료토를 가끔 하긴 했지만, 구토나 설사 같은 임상 증상도 없고 밥도 너무 잘 먹었거든. 혈검 수치도 정상이었고. 그전 해 건강검진 때 심장 수치가 안 좋아서 반 년 뒤 심장초음파를 했었고, 피가 역류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으니 추적 관찰만 잘 해보자고 했거든. 그다음 건강검진 땐 심장 수치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난 얘가 나중에 아파서 병간호를 하게 된다면 심장 쪽이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
CT를 찍었는데 정말 온몸의 림프절들이 부어있더라. 1살 때 중성화 한 부위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이게 지방 탈장이라는 것도 10살 때 심초랑 복초를 같이 해보면서 처음 알았어. 이미 지방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로 9년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외과적 수술은 할 필요 없고, 장기가 딸려 나오는지 아닌지만 잘 보라고 해서 그 부분만 만져봤거든. 근데 바로 그 아래를 만져보니 커진 림프절이 만져지더라. 왜 몰랐을까... 바로 그날 조직 검사까지 하겠다고 하고 기다리는데, 보통 2주면 결과가 나오는데 얘는 세침 검사도 그러더니 조직 검사도 자꾸 뭐가 애매하대ㅋㅋㅋ 결국 한 달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는데 림포마더라. 다른 장기 전이는 없는걸 봐서 다발성 림포마인 것 같다고.
우리 엄마가 21년도에 유방암 판정받고 수술하셨거든. 다행히 항암은 잘 됐고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시고 있는데, 어떻게 얘도 암일 수가 있지?? 게다가 11살.. 항암을 하는 게 맞는 선택일까 싶었어. 근데 그때까지도 얘는 너무 멀쩡한 거야. 밥 잘 먹고 놀아달라고 하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지금 얘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아니니까 항암을 해야겠다 결정했는데, 돈이 없더라. 주사 항암은 8회 동안 매주 맞고, 그다음부터는 격주로 또 8회 맞는데 1회 당 40이고 경구 항암은 3주에 한 번씩인데 1회 당 40이래. 부끄럽지만 알바하면서 사는 동안 쌓인 빚이 있어서 모아둔 돈이 정말 하나도 없었거든.. 애기가 병원에서 건강검진받다 스트레스로 기절한 적도 있어서 주사 항암으로 하면 수액까지 맞고 와야 해서 더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 결국 경구 항암으로 진행했는데.. 이제 와선 그 640만원이 없어서 얘를 보냈나 싶어서 미칠 것 같아.
11년 동안 매일 밤 내 위에서 쭙쭙이 하면서 자는 게 루틴이었는데 조직 검사 하느라 수술한 뒤부터는 나랑 같이 안 잤거든. 얘도 회복하느라 힘들었을 테고, 항암제를 먹은 주면 살짝 기운이 없긴 했지만 다행히 항암 하면서 부작용은 없었어. 오히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식욕이 엄청 늘어서 2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어가지고 거의 1키로 쪘거든ㅋㅋ 뭐든 잘 먹는 거 주라고 하셔서 사료도 시니어 먹던 거 다시 전에 먹던 어덜트로 바꾸고. 경구는 6회가 한 사이클이었는데 한 사이클 끝나고 종양이 안 보이면 관해 판정, 아니면 이제 평생 항암제 먹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4회차 까진 정말 크기도 많이 줄었어. 내가 손으로 만져본 거긴 하지만 복부 림프절은 안 만져질 정도였고, 오른쪽 뒷다리 림프절만 새끼손톱만 하게 남아서 너무 좋았거든. 이때쯤부턴 애기도 다시 침대로 와서 나랑 자기 시작했고. 항암 하면서부터는 그 좋아하던 캣폴이나 옷장 위 숨숨 박스에도 안 들어갔는데 그런 모습들도 다시 보이니까 정말 좋았어.
근데 5회차 때 처음으로 부작용이 오더라. 간 수치는 괜찮은데 백혈구 수치가 살짝 떨어진 걸 봐서 골수 억압이 온 것 같다 셨어. 그러고 며칠 뒤 퇴근했는데, 바닥에 누워서 정말 꼼짝도 안 하는 거야. 그 좋아하던 츄르도 안 먹고. 당장 병원에 들쳐 업고 갔는데 혈검 수치는 정상이더라. 다행히 이 땐 2~3일 뒤 다시 식욕도 회복해서 한숨 돌렸는데.. 기다리던 6회차가 끝나가는데 다시 컨디션 저하가 왔어. 밥도 안 먹고 옷장 안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라고. 스트레스 받을까 봐 많이 만져주지도 못했는데, 문득 만져보니 림프절이 다시 커졌더라. 진짜... 병원에 연락하니 지금 상황에 굳이 CT를 무리해서 찍을 필요는 없으니 초음파로 확인해 보자셔서 갔는데. 처음만큼 커졌더라고. 웃긴 건 이때도 다른 장기 전이는 없었어. 이젠 호스피스 개념으로 다시 스테로이드 양도 늘리고, 혹시 모르니 항암제도 같이 받아와서 먹였어. 그랬더니 다시 자발식이도 돌아오고 컨디션이 괜찮아지더라. 정말 딱 일주일만.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 2024년 4월 24일. 홈캠으로 계속 봤는데 이날은 잠깐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거 빼면 정말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더라고. 속이 안 좋은지, 어디가 아픈지 편히 누워 자지도 못하고 엎드려서 계속 뒤척뒤척.. 퇴근했는데 마중도 안 나오고 그대로 등 돌린 채 엎드려 있더라. 전날까지 11년 동안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현관으로 마중 나왔거든. 하루 종일 자다가도 내가 집에 오기 30분 전이면 일어나서 현관이 보이는 화장실 발 매트 앞에서 문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던 애였어. 정말 푹 잠들어서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깰 때면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뛰쳐나오고. 아무것도 안 먹을 걸 봤기에 습식 캔을 조금 강급하고 지켜보는데, 화장실을 가겠다고 내려오는 거야. 근데 앞다리만 화장실에 들어간 채로 오줌을 누더라. 항암 막바지에 기운이 없어서 앞에다 종종 실수하긴 했지만 몸은 다 들어간 채로 엉덩이만 문쪽에 있어서 그랬는데, 이날은 다 들어가지도 못한 채 누는 거야. 그러고 마저 화장실에 들어가길래 봤더니, 힘이 빠졌는지 그 안에 엎드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날 쳐다보면서 울더라.
부랴부랴 얘를 꺼내서 모래를 털어주고 병원을 갔어. 빈혈 수치가 낮았는데 그게 더 떨어진 건가 싶었거든. 근데 혈압이 너무 낮아서 채혈도 안 될 정도더라. 어떻게 조금 검사할 정도만 피를 뽑아보니 조금 더 떨어지긴 했지만, 당장 급한 건 혈압이래. 너무 낮아서 측정도 안되는 상황인데 혈압이 안 오르면 오늘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다행히 저녁이라 병원에 다른 환자도 없어서, 면회실에 얘랑 둘이 있었어. 수액 맞으면서 체온 오르라고 따뜻하게 데운 팩이랑 담요로 감싸 안고. 그렇게 1시간마다 측정하는데 정말 조금, 5~10씩 오르다가 승압제를 맞기 시작하니까 그제야 겨우 70까지 오르더라. 새벽 2시에 확인하고 얘 묘생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집으로 왔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달라고 워치까지 차고 잤어ㅋㅋ 자다가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봐. 집에 가면서 오히려 그런 걱정을 했거든. 지금은 기운이 없어서 얘가 가만있지만, 조금 기운 차리면 진정제도 안 먹이고 와서 병원이라고 난리를 칠 텐데 괜찮을까? 아침에 눈을 뜨니 아무 연락이 없는걸 보고 좀 상태가 괜찮아졌나 싶었지.
그러고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침에 출근하신 주치의 선생님께 전화가 왔어. 혈압이 올라서 새벽에 승압제를 끊었더니 다시 전날만큼 떨어졌다고. 아마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은데 지금 오실 수 있겠냐고. 울면서 회사에 출근해서.. 그날 해야 하던 일 하나만 처리하고 도착했더니 10시 좀 넘었더라. 그러고 선생님이랑 얘기하는데.. 집에서 보내주기로 결정하고, 수액을 맞던 오른쪽 뒷다리 발바닥이 보랏빛이라 혈전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초음파로 확인만 하고 가기로 했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안에서 싫어하는 잉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서, 아직 괜찮구나 했지. 싫어한다고 내색할 기운은 돌아왔구나. 근데 45분에 갑자기 날 급하게 찾으셔서 들어갔는데, 애기가 마지막인 거 같아서 불렀다고 내 품에 안겨주시는데 이미 발작 중이더라. 그전까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내 품에서 얘가 경련을 일으키는 걸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부짖고 있더라. 랑아 많이 아파? 미안해 언니 여깄어 괜찮아. 그렇게 5분 정도 품에 안고 있다가 보냈어.
너무 미안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밤새 곁에 있을걸. 아니면 어차피 얼마 안 남았다는 앤데 초음파는 왜 하고 간다고 했을까. 그랬으면 내 얼굴이라도 보고 갔을까. 내가 부엌이나 화장실 간다고 움직이면 자다가도 쫓아 나와서 곁에 오는 애였는데, 병원에 밤새 나 없이 혼자 있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에 내 품에 안겼을 땐 이미 쇼크 중이어서.. 날 알아봤을지, 내 목소리를 들었을지, 내 냄새를 맡았을지 모르겠어. 그래서 얘가 기억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이 새벽이 마지막일까 봐 그게 너무 미안해. 나중에 선생님께 여쭤보니 초음파보다는 이제 끝나고 내게 데려다 주시려고 라인을 뽑는 순간 맞고 있던 승압제가 끊기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그 정도로 힘들게 버티고 있었구나..
저혈압의 원인은 패혈증이었어. 미생물 감염보다는 종양 자체에서 내보내는 염증 매개 물질 때문이라고 하시더라. 막바지엔 매주 조혈 주사를 맞았더니 적혈구 수치도 오르고 있어서 혈압만 아니었으면 좀 더 버텨줬을 거라고... 나 당장 다음 주 이사거든. 처음으로 원룸 말고 아파트로 이사 가는데, 이사 갈 때까지만 버텨달라고 새집 보고 가라고 그랬는데 많이 힘들었나 봐. 창 밖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데 지금 집은 바로 앞이 건물로 막혀있어서 이제 구경할 거 많다고 그랬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햇빛도 실컷 쬘 수 있는데. 다른 고양이 언니도 너무 좋아해서 항상 붙어있었거든. 근데 이제 매주 병원 가느라 병원 냄새가 나니까 아지가 하악질 하고 피해 다녔어. 그것도 미안하고... 섭섭하지만 그래서 아지는 괜찮겠지 했거든? 랑이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데려온 날도 보고 하악질 했고. 근데 다음 날부터 마지막으로 뉘었던 바닥이나 감쌌던 담요, 전날 하루 종일 누워있던 침대 자리를 계속 냄새 맡더라. 원래 내가 출근하면 장난감 물고 돌아다니면서 우는 건 랑이였는데, 아지가 그러고 있더라고. 그런 모습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집에 오면 더 많이 놀아주려고 하는데 내가 없을 땐 어떡하지..
랑이 생각하면 눈물만 나다가, 또 어느 순간은 괜찮은 거 같은데 아직 내 곁을 떠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아.. 밥을 먹으려다가도 그렇게 먹는 거 좋아하던 애가 마지막엔 밥 먹고 싶어서 사료 냄새 맡다가도 한 알도 못 먹고 돌아섰는데 내가 이렇게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 번씩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어. 내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11년 동안 같이 찍은 사진이 거의 없더라. 너무 마음이 아파. 장례를 늦은 시간 치러서 그날 루세떼는 못 만들고 우선 유골만 가져왔는데... 이틀 뒤 꿈에 나왔는데 성묘 모습 그대로 크기만 작아져서 내 품에 폭 안겨있더라.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유골함 크기였어. 새집에 이사 가서 집들이한 뒤 고양이들 이동장에 데리고 잠깐 외출하는 꿈이었는데, 새집까지 무사히 같이 가겠다는 뜻이었으면 좋겠어. 앞다리에 붉은 명주실이랑 내 머리카락을 같이 묶어주면서 길 잃어버리지 말고 새집까지 언니 잘 따라오라고 말해줬거든.
생각나는 대로 쭉 썼더니 너무 횡설수설한 것 같네. 쓰는 동안에도 많이 울고.. 먼저 강아지 보낸 친구들은 평생 괜찮아지진 않을 거라고, 지금도 한 번씩 생각나면 운다는데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어. 내 첫 고양이, 내 애기 고양이. 함께 한 11년이 너무 짧다. 새집 이사 갈 때까지만, 12살 생일 때까지만 같이 있어달라고 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진단부터 항암까지 5개월 동안 랑이가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아팠던 건 일주일 정도밖에 안된다는 거야. 주치의 선생님도 보통 암 진단받은 애들은 반쪽이 돼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랑이는 체중도 유지했다고. 마지막에 애기 수습해 주시면서 이렇게 뚱뚱한 종양 고양이가 어딨어.. 하셨는데 그날 저녁 장례식 때 친구가 비슷한 얘기 하는 걸 듣고 생각나서 다 같이 울다 웃었어ㅋㅋㅋ 사실 항암 막바지에 살이 좀 빠지긴 했지만, 2차병원 처음 내원하던 날보다는 쪘거든. 랑이 마지막도.. 저혈압이라고 애가 고통스러웠거나 이러진 않았어서 그냥 좀 몽롱하고 기운 없다가 마지막 내 품에 안겼던 5분 정도만 아팠을 거래. 그것만으로도 항암이 의미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