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에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샀는데 3달 넘게 써서 후기를 쓰러 왔어. 우선 내가 고른 제품은 요즘 많이들 쓰는 린클 거는 아니고 장윤정이 광고하던 지엘 음식물 처리기야. 지엘 음식물 처리기는 후기를 찾아봐도 업체 광고가 대부분이고-_- 실제로 린클 음식물 처리기 쓴다는 말이 많아서 린클 외 다른 제품을 사도 될까 엄청 쫄았는데 결론은 엄청 만족 중! (이런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는 기능적인 면에서 거의 똑같을 거 같으니까 맘에 드는 모델로 골라 봐.)
일단 내가 린클 말고 지엘로 산 이유는 디자인!!!!! 린클은 겉면이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엘은 실버 처리 돼 있어서 좀 더 이쁘더라고. 최근에 최신 버전이 나왔는데 한 층 업그레이드(?)된 거라 디스플레이 모양이 좀 다르고 속뚜껑이 추가됐다고 해. 내가 알기로 쿠쿠에서 나온 음식물 처리기가 이 음식물 처리기 모델과 디스플레이만 다르고 미생물 배합 협력업체가 지엘인 걸로 알고 있어. 생긴 것도 거의 똑같아서 사실상 동일 제품이 아닐까 싶어. 사실은 지엘에서 1인용 음식물 처리기가 화이트로 예쁘게 나왔길래 나는 1인 가구기도 해서 그걸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 견적 상담 받으면서 상담사분이 나는 1인용 사이즈는 안 된다고...^^ 마지막까지 질척여 봤지만 역시 거절당함.^^ 아니, 사겠다는데 안 된다고 딱 잘라 얘기할 거 있냐? 그냥 사용량을 조심해서 사용한다고 해 주면 나도 1인용 샀을 텐데 상담사가 안 된다고 좀 단호하게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고민 끝에 대용량으로 사기로 했고, 지엘 거는 하루 최대 처리 가능한 용량이 2kg이라서 아주 넉넉하게 쓰고 있어.
배송은 바로 왔는데 첨에 받았을 때는 너무 커서 아, 망했다 싶었음. 생각보다 진짜 너무 크더라고. 새벽 감성 + 충동 구매가 저지른 대가를 치르는구나 했지. 근데 쓰다 보니까 진짜 작은 사이즈 샀으면 바로 망가뜨렸겠다 싶어. 남들은 금방금방 안 찬다는데 나는 금방금방 흙이 차오르네.^^ 뚜껑 열면 이렇게 바로 음식물을 버릴 수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요즘 나오는 모델은 여기에 속뚜껑이 추가됐으니까 참고해. 나는 일부러 속뚜껑 없는 걸 찾아서 산 거라 속뚜껑 없는 거에 만족하고 쓰고 있어. 음식물 버릴 때 속뚜껑 있는 건 좀 불편하겠더라고. 그래도 속뚜껑이 있으면 냄새가 훨씬 덜 나긴 하겠지. 3주 동안 무럭무럭 키운 내 미생물들. 사진 찍기 전에 양배추 좀 넣었더니 중간중간 저렇게 양배추가 보이네.
미생물 키워 보니까 과용량, 과투입만 조심하면 되겠더라고. 상담사도 음식물 자체보다 과용량, 과투입으로 미생물이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라. 잘게, 자주 버려 줬더니 아주 쑥쑥 잘 자라. 수박 껍질 버릴 때도 며칠에 나눠서 버렸더니 미생물들이 안 죽고 잘 처리해 주더라고. 나는 양념 같은 건 물에 한번 헹궈서 버리는데 아주 쎈 양념만 아니면 김치 이런 건 그대로 버려도 크게 문제는 없나 봐. 근데 그대로 버리면 냄새에는 영향을 좀 미칠지도? 하나 아쉬운 점은 저 삽을 둘 데가 마땅치 않은 거. 아니, 솔직히 70, 80만원은 하는데 기계에 삽 걸어 놓을 데가 없다는 게 말이 됨? 린클은 새 모델 나온 거 보니까 이제 삽 거는 거 새로 생겼더라?
나는 일단 없으면 없는 대로 써야 하니까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벽걸이 고리 하나 기계 옆에다 붙여 주고 이렇게 걸어 놓고 쓰고 있어. 굿.
내가 제일 걱정한 게 냄새와 소음이었는데, 처음엔 냄새가 좀 나더라고. 근데 이게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아니고 미생물 냄새라서(한약재+라면스프 냄새랄까?) 그게 막 역하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었어. 어차피 뚜껑 열 때만 나니까 그럭저럭 참을 만했음. 솔직히 거기서 냄새가 더 없어질 거라고 기대도 안 했거든. 음식물을 넣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주쯤 지나니까 한약재 냄새가 점점 옅어지는 거야.
나는 채소나 과일류를 많이 넣는데 특히 시트러스 계열을 자주 먹어서 레몬, 귤, 오렌지 껍질을 많이 넣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약간 향긋한 냄새가 나서 신기했어. 근데 귤 껍질이나 이런 섬유질 껍질은 없어지는 데 오래 걸리고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어.(이건 뒤에 부산물 사진 보면 앎) 과일 말고 다른 음쓰 버릴 때는 향긋한 냄새는 안 나고 구수한? 냄새가 났어.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뚜껑 열면 음쓰 냄새가 아니라서 신기해할 정도. 냄새는 필터가 처리해 주는 것 같은데 지엘은 필터가 반영구라 한 달에 한 번 세척 정도만 해 주면 된대. 필터 교체 이런 거 돈도 돈이지만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게 귀찮았는데 나 같은 귀차니즘에겐 딱이지.
소음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 나는 아예 딴 방에 두고 써서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있으면 거의 안 들리는데 쓰레기 투여하고 웅~ 돌아가는 거 보면 확실히 소리가 없진 않아. 근데 그게 오랫동안 소리나는 건 아니고 이따끔 나는 정도라서 냉장고 소음이랑 비슷한 느낌? 어쩔 수 없이 생활하면서 적응되는 그런 거 있잖아. 의식하지 않으면 딱히 신경 쓰이진 않는 그런 소음. 그래도 가능하면 주생활 공간 말고 다른 공간에 두는 거 추천해. 초반에는 확실히 (역하진 않지만) 냄새가 없잖아 났었고 소음도 내가 감안할 수 있는 정도지, 없진 않으니까.
그리고 두 달 넘게 쓰다가 얼마 전에 부산물을 버리면서 사진을 찍었어. 한 번씩 처리기에서 덜컥덜컥 끼이익~ 소리가 나길래 이게 뭔 소린가 했더니 부산물이 바퀴에 걸려서 나는 소리더라고. (떡볶이 떡이 주범이었음ㅠ)
내가 산 음쓰 처리기 모델은 흙을 특정 봉투에 담아 보내면 포인트로 반환해 줘서 지정 사이트에서 야채를 살 수 있게 하는데 그거 하려면 어차피 부산물은 버리고 흙만 보내야 해서 (부산물이 없을수록 점수가 높이 측정된다고 해) 한 번씩 부산물 처리 작업을 하거든. 업체에서 부산물 정리하라고 채반 키트까지 보내 줘서 열심히 채반 내린 결과물도 찍어 봤어. 나 되게 비위 약한 편인데 손으로 만져도 더럽단 느낌은 안 들고 그냥 흙 만지는 기분? 처리기에 넣으면 전부 흙처럼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껍질 종류는 특히 이렇게 말라서 남더라고. 저 부산물 중 상당수가 수박 껍질일 것이다. 요 몇 주 동안 수박, 레몬, 메론을 얼마나 먹었던지...
이런 건 채로 걸러내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고 흙은 계속 뒀다가 더 쌓이면 일쓰로 버리거나 아까 말한 봉투에 담아서 택배 보내면 되는 듯.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떡도 금방 없어질 줄 알아는데 떡볶이 떡은 안 없어지더라. 딱딱하게 굳어서 저대로 계속 있어. 저 떡볶이 떡들은 진짜 초반에 넣었던 건데도 크기만 좀 줄었고 분해가 미비하더라고. 근데 크림치즈떡 이런 건 다 없어졌어.🤔 파스타 같은 것도 먹다 남긴 삶은 파스타는 없어지는데 안 삶은 건조 파스타는 안 없어져. 그래도 애매하게 음식 남을 때 안 먹고 버려도 되니까 넘 좋아. 먹다 남은 게 제일 분해 잘되더라고ㅋㅋㅋㅋ
빵, 면, 이런 건 진짜 기똥차게 없어지는데 섬유질 많은 껍질 종류는 저렇게 부산물로 남는 거 보면 고온건조시키는 거랑 뭔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해. 그래도 결론은 진짜 엄청엄청 만족 중이라는 거. 음식물 쓰레기가 아예 안 나오진 않아. 기계가 처리해 주지 못하는 쓰레기도 있고 음식물 처리기에 양념류는 씻어 버리는 게 좋대서 씻겨 내려간 양념은 배수구에 남아 있는데 그건 따로 버리고 있거든.(그래서 냄새가 덜 난 것도 있는 듯) 근데 예전에 비해 음쓰 버리러 가는 횟수가 확 줄어서 만족스러워. 산 지 세 달 조금 넘는 동안 2리터짜리 음쓰 봉투 두 번 버리러 간 게 다야. 음쓰 나올까 봐 억지로 다 먹던 것도 부담 없이 남겼다가 미생물 키우는 데 주니까 잔반들 버릴 때 받던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좋아. 2리터짜리 봉투에 잔반 버리면 진짜 금방 차잖아. 특히 요리했는데 망했을 때... 하... 먹기는 싫고 버리자니 음쓰 봉투 금방 차고... 이제 그런 스트레스 안 받고 애매하게 남은 거나 먹기 싫은 건 음쓰 처리기에 넣어 버리면 되니까 그런 고민에서 해방돼서 진짜진짜진짜진짜 좋음. 젤 큰 단점은 장기적인 측면을 봤을 때는 좋지만 역시 초기 비용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는 거. 지금이야 이렇게 비싸지만 나중에 이게 보급화되면 가격도 좀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 올해 산 소비 중에 제일 만족하는 소비가 이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산 거라고 할 정도로 일단 지르고 나면 돈이 아깝진 않더라. 특히 나처럼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사람은 금전적, 공간적 여유만 되면 하나쯤 둬도 좋을 것 같아. 긴 글 읽어 줘서 고맙고 죽을 때까지 얘네들 데리고 잘 살아 볼게~ |
우와 미생물 첨에 한번 만들면 계속 쓰는거야?!
큰집에서 흙에 묻어서 썩힌담에 비료로 쓰던데 같은 방식인가ㅋㅋㅋ
혹한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