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이 사라졌다

갓 서른이 된 나는 엄마랑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이제까지 외국 한번 나가보지 못한 울 엄마께
신나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엄마를 재촉해 여권을 만드시게하고
해외로 가는 왕복 비행기 티켓을 질렀다.
엄마는 소녀처럼 기뻐하시며 이런 저런 준비를 하셨다.

마침내 여행을 떠나는 당일,
전날 부모님 댁으로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비행기 티켓팅 마감시간은 11시 30분.
우리는 티켓팅 마감시간 2시간 전인
9시 30분 이전에 도착하기로 했다.
밥을 먹고,
티켓팅을 1등으로 한 다음,
면세점을 구경하기로 했다.
집에서 공항까지는 버스로 1시간.
해외여행은 부모님과 함께 살 때부터 수십번 갔다.
그 이상 걸리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오전 5:00
엄마와 나는 밖이 깜깜할 때 일어나서 씻고 준비했다.

오전 7:00
시계를 몇번이나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오전 7:15
공항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다.

오전 8:00
공항버스는 시간을 정확히 지켜 도착했다.

엄마와 나는 수학여행을 가는 아이들처럼 신이 났다.
온갖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들떠 있었다.

눈을 들어 보니 슬슬 영종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가 시계를 보시더니 시간이 좀 이상하다고 하셨다.

버스 안 시계는 11시 20분

저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버스 시계가 이상한거야.

엄마와 나는 동시에 폰을 봤다.
시간은 정확히 11시 21분.

이게 말이 돼?

버스는 늘 가던 길을 정확히 갔고,
버스 안의 누구도 동요하지 않는다.

지도 어플을 켜고 시간을 보니
여기서부터 20분이 걸린다.
티켓팅 마감 시간까지는 10분.
기사님도 벌써 상황을 파악하셨다.

엄마와 나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기사님은 갑자기 버스에 부스터를 단듯
신들린듯한 무브먼트를 보여주신다.
버스 안의 모두가 같이 걱정해주는 것 같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1시 28분.
감사하다는 표현을 다 할 수 없어
엄청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뛰어서 1분 만에 세이프.

다행히 티켓팅에 성공하고
우리는 출국장에 잠시 멍하니 앉아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행은 무척 즐거웠고
사라진 2시간은 엄마와 나의 미스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