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1KFQh7DOKmIY2qS6gYYcIs.jpg

노원희 작가의 ‘얇은 땅 위에’(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유채, 162.1×130.3㎝×2. 학고재 제공



한국 사회의 현실과 부조리를 예술가의 예민한 시각과 조형의식으로 짚어온 두 원로 작가의 작품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페미니스트 미술 1세대이자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80)과 19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비판적 현실주의와 여성주의적 시각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민중미술가 노원희(71)다. 두 작가는 1980년대부터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더 나은 사회, 삶을 꿈꿔왔다. 윤 작가가 가부장적 젠더구조에 맞서 여성주의 미술·문화운동을 이끌었다면, 노 작가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따뜻한 시선을 준 작품활동으로 사회구조적 문제를 드러내왔다. 윤 작가는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란 이름으로 OCI미술관(12월21일까지)에, 노 작가는 ‘얇은 땅 위에’란 이름으로 학고재갤러리(12월1일까지)에 작품전을 마련했다.노원희 작가는 ‘예술과 삶은 서로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예술가적 소신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 지금의 세상, 한국의 사회적 현실은 “얇은 땅”이다.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들이 디디고 선 땅은 얇다. 얇은 땅 위의 삶은 위태롭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작품전 이름을 ‘얇은 땅 위에’로 지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약자들이 디디고 선 땅은 어째 더 얇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구절의 전시명에 사회에 대한 비판적 통찰, 약자를 향한 시선이 응축돼 있다.



1csNgJiO8uIOU4QKkmYGuG.jpg

노원희 작가의 ‘자화상 1’(1995), 캔버스에 콜라주·아크릴릭, 65.5×91㎝. 학고재 제공



전시장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최신작까지 36점이 나왔다. 갖가지 몸짓의 인물, 일상적 사물·풍경에 특유의 조형의식으로 사회구조적 문제나 부조리를 녹여낸 작품들이다. 최근작은 현대중공업·쌍용차 노조 집회나 고공농성, 삼성반도체 산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광장 사람들 등 구체적 사건·사람들이 소재다. 작품 ‘얇은 땅 위에’는 땅 위에 엎드린 노동자들과 권력·거대 자본으로 상징되는 인물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화면 중앙의 거대한 벽은 불통을 암시한다. ‘기념비 자리2’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등 “얇은 땅 위에서” 죽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추모한다. ‘청년의 봄’(2003)은 청년들의 절망과 불안한 심정이, ‘집 구하러 다니기’(2006)에는 서민들의 주택 걱정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3B6aG9ol7OkGkkIAg6YuMM.jpg

윤석남 작가의 ‘신가족’(2019), 혼합매체, 가변크기, OCI미술관 전시 모습. OCI미술관 제공미투 운동을 소재로 남근성으로 상징되는 권력욕·위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인류의 고민’,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여성의 삶을 살핀 연작 ‘오래된 살림살이’ 등에선 여성주의적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프라이팬을 들고 우뚝 선 ‘무기를 들고’는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약자들의 저항의식을 대변한다.

윤 작가는 벗들을 그린 초상화 22점, 자화상 50여점, 설치, 채색화를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여러 해 동안 매달리고 있는 초상화, 채색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화인지 민화인지 장르로 구분하기 힘든 작품들인데 즐겁게 애쓴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전통 민화 기법·재료를 사용하되 구도·색감 등에서 자신만의 조형성을 강조한 ‘윤석남식 채색화·인물화’들이다.

친구들 초상화나 채색화는 좋은 한지를 골라 민화용 채색안료·먹을 모필로 표현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은 다양한 연령대로 화가·시인·음악가·미술사가 등 작가가 “그림을 하며 만난 고마운 분들”이다. “남자는 한 명도 없다”는 물음에 “사실 남성과는 크게 교류가 없었다”며 웃는다.



5UTRNIaKWceeeSSSugOMoe.jpg

윤석남 작가의 ‘자화상’(2018), 한지에 채색, 93×70㎝. OCI미술관 제공



윤 작가가 초상화에 빠져든 것은 10여년 전 ‘공재 윤두서 자화상’(국보 240호)과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살아서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전하고 있는 듯한 그 눈빛에 너무 놀랐고, 붓을 들고 먹을 갈고 초상화를 그려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한국화를 공부하며 특히 초상화, 민화에 몰두했다. 조선시대 여성 초상화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놀란 작가는 당당하게 삶을 가꾸는 여성들을 화면에 담기로 다짐했다.


지난해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 자화상은 신작을 더해 50여점에 이른다. 그동안 자신의 어머니, 어머니로 상징되는 여성들을 통해 발언해온 작가가 자신의 삶을, 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한지에 먹을 주로 쓴 자화상은 관객과 눈맞춤이라도 하듯 정면을 뚫어지게 보는 눈이 두드러진다. 벗들의 인물화, 자화상에서 작가의 개인적·인간적 면모가 보인다면 설치작품에선 여성주의적, 현실 사회와 소통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드러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담은 ‘신가족’, 광화문광장 촛불집회가 모티브가 된 ‘소리’, 한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낸 여성의 외로움·우아함을 담은 ‘허난설헌’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32&aid=0002975470

  • tory_1 2019.11.18 22:06
    오 정보 고마워. 직장 근처다 일찍 퇴근하는날 가봐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허광한 주연 🎬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단 한번의 시사회 22 2024.04.25 1421
전체 【영화이벤트】 7년만의 귀환을 알린 레전드 시리즈✨ 🎬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91 2024.04.23 2618
전체 【영화이벤트】 F 감성 자극 🎬 <이프: 상상의 친구> 예매권 증정 68 2024.04.22 2548
전체 【영화이벤트】 두 청춘의 설렘 가득 과몰입 유발💝 🎬 <목소리의 형태> 시사회 15 2024.04.16 5590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7302
공지 [영화]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7399
공지 토리정원 공지 129 2018.04.19 5883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712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6일 여유로운 금요일 밤의 독서 생활 3 2024.04.26 32
27125 음악 [릴레이댄스] 우기(YUQI) - FREAK 2024.04.26 79
27124 도서 책 추천 해줄수있을까? 9 2024.04.26 110
27123 도서 논문 묶어서 낸 책은 진짜 뭔 말인지 모르겠어...ㅠ 2 2024.04.26 96
27122 도서 토리들 나 소설이 도저히 안 읽혀... 6 2024.04.26 111
27121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5일 목요일 밤의 독서! 함께 책 읽어요! 5 2024.04.25 76
27120 도서 1945년 해방이후 ~ 1950년 한국전쟁 전까지 정치 이념 문제를 다룬 책 있을까? 4 2024.04.25 109
27119 도서 곽거병에 대한 책 있을까? 2024.04.25 121
27118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4일 수요일, 오늘 밤도 모여서 책 읽어요! 2 2024.04.24 50
27117 음악 dori - 떨림 (눈물의 여왕 OST) 2024.04.23 471
2711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3일 비 내리고 흐린 화요일 밤이지만 책으로 즐겁게 보내자. 7 2024.04.23 84
27115 도서 악 제인에어 재밌다! 완독함! 8 2024.04.23 272
27114 도서 야단났다 크레마 사고 싶어서 드릉드릉 8 2024.04.23 338
27113 도서 인천이 배경인 재밌는 소설 읽고싶어 2 2024.04.22 262
27112 도서 비문학 독서의 신묘함 3 2024.04.22 358
27111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2일 월요일, 오늘도 책 읽으며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하자. 3 2024.04.22 58
27110 도서 정치서 입문하려는데 뭐부터 읽어야할까 4 2024.04.22 156
27109 도서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추천해주라 10 2024.04.22 232
27108 미술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1 2024.04.22 206
27107 도서 민음북클럽 말이야, 민음사 입장에서는 이득인걸까? 7 2024.04.22 514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1357
/ 1357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