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나톨은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들을 네이버 메모에 저장해두는 편임

대학생 때는 학교 도서관 이용할 일이 많으니 책도 열심히 읽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그때만큼 많이 못 읽게 되더라

이때 내가 읽은 책 중 한 권이 제목에 언급한 <세상물정의 사회학> 책이야

제목에 사회학이 들어가지만 사회학과 출신이라든지 인문대학 나온 사람들만 이해할 만큼 어려운 내용을 다루지 않음

오늘 다시 보면서 새삼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방대하다고 느꼈음(젠더문제, 금수저, 언론 보도 행태 등등)

그래서 더 좋았고 토정에 종종 책 추천 글이 있길래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어





* 좋은 삶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선한 의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현실은 선한 의지만을 가진 사람을 겉으로는 칭찬하지만, 그 사람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 각자의 삶에 대해 우리는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절실하다. (중략) 때로 그 절실함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눈에 씐 콩깍지이기도 하다. 그 콩깍지는 엉뚱한 길로 개인을 데려가기도 한다. 



* 누구나 자신의 삶의 경험에 근거해 세상에 대한 해석을 내린다. 그 해석은 매우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내리는 세상에 대한 해석은 구구절절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직장 상사의 과장된 옛날이야기, 세상을 오래 살았기에 그 누구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하지만 그 풍부한 삶의 경험에 대한 자기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버린 노인들의 경로당 수다에 진절머리를 내본 사람이라면 그 절실함의 한계를 분명하게 깨닫는다.



* 좋은 삶을 기대하는 유토피아적 희망은 삶의 무시무시한 리얼리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먹고 자란다. 듣기 좋은 말은 때로는 거짓이다. (중략) 아름답게만 보이는 세상도 사실은 환영일 수 있다. 세상은 분명 아름답지만 언제나 세상이 아름답지는 않다. 세상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추하고, 사람들은 선한 만큼이나 악하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중략) 거창하게 말하면 유토피아적 희망, 소박하게 말하자면 좋은 삶에 대한 기대는 약간은 가슴 쓰라린 세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중략) 사람들은 각자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 단지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였을 때, 무시무시한 몰상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는 몰상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건을 낳을 뿐이다. 



* 프랜차이즈 체인이 장악한 도시의 풍경은 서로가 서로를 복제한 듯 비슷해진다. 가맹점 옆 가맹점 또 그 옆의 가맹점이 연속으로 늘어선 풍경에선 삶의 다채로움이 빚어낸 지역 특색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과 유동만을 읽어낼 수 있다. 



* 선진국 타령은 내치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보수주의자들이 단골로 사용하는 무기이다. 노동조합이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파업을 해도, 복지를 확대하자고 주장해도, 그 어떤 주장이나 요구도 모두 잠재우는 만병통치약은 "선진국이 될 것이냐 여기서 주저앉을 것이냐"라는 협박성 구호이다. 유길준의 안경을 변조한 박정희의 선글라스를 여전히 쓰고 있는 사람들은 이 협박에 쉽게 굴복당한다. 



* 열광하는 집단 속에 있을 때는 누구나 빠순이가 되고, 집단에서 빠져나와 그 집단을 구경할 때는 경멸하게 된다. 열광이라는 열병은 10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차라리 통과의례 같은 10대 청소년들의 대중문화 열광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라도 자리 잡는다.



* 군중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알리바이로 군중을 내세운다. 그들에게 군중은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 총알받이에 가깝다.



* "하면 된다"는 격언은 사실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하얀 거짓말에 가깝다.



* (중략) 자기계발서는 읽을 만큼 읽었다. 이젠 그 책을 덮고 한번 물어보자. 이건희의 성공은 자기계발서 덕택인지, 아니면 이건희의 아버지가 이병철이었기 때문인지.



* 남자들의 지위 자랑은 종국에는 부인이 아닌 여자와의 잠자리 경험 횟수로, 자신이 품에 안을 수 있는 여자의 숫자 자랑으로 귀결된다.



* 남자스러운 아저씨의 리얼한 모습은 긍정적으로 미화되고 찬양되는 사나이답다는 의미의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남자다움'은 남자가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 낸 상상적 허구로 가득한 판타지에 가깝다. (중략) 대부분의 남자가 성인이 되어 이런 문제적 인간인 아저씨가 되어감에도, 남자가 만들어지는 현실적인 과정에 대해 사회는 왜 이토록 침묵할까? 혹 남자에 관해 이야기할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불편함 때문은 아닐까? 자애로운 가장이라든가 산업의 역군이라든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용맹한 군인과 같은 남자에게 입혀진 '남자다움'이라는 위장막을 제거하면, 남자의 주변에는 정말 불편한 리얼리티만 남겨진다.



* 리얼리티 속 남자는 위계적 조직문화의 승리자이거나 패배자이고, 온갖 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며, 성 산업의 소비자일 뿐이다. 승리한 남자는 승리했기에 '남자다움'이라는 판타지에만 관심이 있고, 패배한 남자는 자신이 패배자라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고 남자의 리얼리티에 무관심하다. 승리한 남자는 소수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패배자임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가부장제적 관습에 의해 남자는 여성과 달리 승리자로 오인받는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이러한 오인을 은밀히 즐긴다. (중략) 그래서 세상의 절반은 남자이지만, 우리는 그 남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 가족에 불만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모든 가족은 결핍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 (중략) 하지만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누구의 아들이나 딸로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억세게도 운이 좋은 사람들은 누구의 아들이나 딸인데다가 누구의 손자, 손녀이기도 하다. 왜 내 이름과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름을 연결시키고 조롱하냐고 그들은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없었어도 오늘의 그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사람, 오직 자신의 이름만으로 그 자리와 부를 이룩한 사람만이 자신 있게 따질 수 있다. 이재용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없었어도 그렇게 많은 부를 획득할 수 있었고, 박근혜가 대통령 박정희와 영부인 육영수의 딸이 아니었어도 오늘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면 불만은 정당하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전두환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들의 아들과 딸인 이재용, 전재용, 김현철과 박근혜는 없었을 것이다.



* 뉴스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죽음을 보도한다.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에서 폭탄 테러의 희생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뉴스를 통해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죽음을 접한다. 하지만 죽음 소식을 듣고도 우리의 마음 속에선 동요가 일지 않는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에서 애가 타는 듯한 슬픔을 느낄 사람은 없다. 뉴스가 보도하는 죽음은 되풀이되는 일기예보만큼이나 일상화되어 버렸다.



* 타인의 죽음을 거실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으로 구경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가 구경하는 죽음이 어찌나 많은지, 신경은 마비되어서 웬만한 죽음 앞에서는 놀라지도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평범한 죽음은 시청자의 눈을 끌지 못한다. 비극적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 살인 사건은 흥미롭지 않다. 적어도 남편인 의사가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사건 정도쯤은 되어야 한다. 사람이 많이 죽으면 죽을수록 좋다. 그래서 한 명의 죽음보다는 휴일 나들이에 나섰던 일가족의 죽음을 미디어는 더 좋아한다.  



나 참 ㅋㅋㅋ 이것도 좀 줄인 건데 마음에 든 내용들이 많아 넘 길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처럼 이 책 본 톨들은 어땠는지 알려주면 좋겠고 안 본 톨들도 어땠는지 댓글 올려주면 땡큐 ㅎㅎㅎ

  • tory_1 2018.12.08 21:10
    사회학과 졸업톨이야ㅎㅎ 이 책 캐주얼하게 읽기 좋으면서도 넓게 다루고 있어서 좋았어 주변에도 종종 선물했던 책!
  • tory_2 2018.12.08 21:12
    아~ 나도 이 책 참 좋게 봤어. 앞에 인용해 준 좋은 삶에 대한 얘기 되게 인식 전환을 줬달까 그랬던 기억이... (좋은삶과 착한삶은 다르댔지)

    사회학 책들이 다루는 이슈들에 끌려서 읽으려면 너무 화난 책들이 있잖아 근데 이 책은 일상 얘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고 차분하게 설명이 들어가서 에세이처럼 읽히더라구... 노명우교수 다른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도 봤지만 세상물정의 사회학이 최애ㅎㅎ
  • tory_3 2018.12.08 21:27
    나 이 책 너무 좋아서 집에 두 권 있어
    정말 잘 쓴 책
  • tory_4 2018.12.08 21:2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2 02:40:53)
  • W 2018.12.08 21:48

    4톨 말도 맞는 거 같아 ㅎㅎ

    드라마에서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 캐릭터가 있으면 실제로 그 병에 걸린 환자나 가족들이 그게 가상의 내용일지라도 더 힘들어하고 불편해한다는 걸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음 요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새삼 다시 깨닫게 됐어

  • tory_6 2018.12.08 22:56
    와 나 이책 정말 좋아해 ㅋㅋㅋㅋ 이거 읽고 사회학 관심생겨서 사회학과로 편입함 ㅋㅋㅋㅋㅋ
  • tory_7 2018.12.08 23:40
    좋은 책 추천 고마워! 읽어봐야겠당ㅋㅋ
  • tory_8 2018.12.09 01:48
    오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 tory_9 2018.12.09 07:0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12/09 07:12:46)
  • tory_10 2018.12.10 15:17
    교사톨인데 학교에 복권으로 사놨다. 주제에 대해 흥미 생기게 하는 좋은 입문용 도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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