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 편집자를 처음 알게 된 건 예전에 아르떼 출판사에서 운영하던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팟캐에 나와서 첫 책 '숙련자를 위한 고전 노트'에 대해서 이야기한 방송때문이었어!
어찌나 책 소개를 재밌고 유쾌하게 하시던지 당장 책을 구해서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정말 제목대로 숙련자를 위한 책이더랔ㅋㅋ
세계 고전 문학 작품에 대한 논문 엮음집인 줄ㅋㅋㅋ 그래서 포기함ㅡㅡ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가 출판된 걸 보고 다른 이들의 서평을 둘러보니 이 책은 첫 책에 비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냅다 읽음
각 상황별 맞춤 책 추천집이라고 해야하나?
예를 들면 통장 잔고가 바닥일 때 읽기를 추천하는 책은 마담 보바리, 사표가 쓰고 싶을 때 읽을 책은 달과 6펜스 이런 식으로 저자가 이런저런 상황에 맞춰서 책 추천을 해주는 내용이야
책 추천하는 책들이 뭐 뻔하겠지 싶을텐데 이수은 편집자가 말빨만큼이나 글빨도 좋더라!
유쾌해서 낄낄대다가도 날카로워서 가슴이 찔리기도 하고 그 줄다리기를 정말 잘 하심!
벌써 다음 책 평균의 마음이 나왔던데 이것도 꼭 읽어보려고!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 적어볼테니 맘에 들었다면 꼭 읽어보길!
'풋내기의 순진에 자비를 베풀지 않는 인간성의 옹졸함을 가차 없는 아이러니로 묘파하기에, 사람들은 필립 로스를 대가라 일컫는다.'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행복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인생에 기회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다만 그런 기회들이 내가 바라고 원한 만큼 멋진 인생을 안겨 주는 기적이 아닐 뿐이다. 또는 엄청난 기회란 내가 대단히 불행해 질 수도 있는 어떤 일을 피할 행운일지도 모른다. 전자의 경우라면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 덜 아까워서 속 편해지고, 후자라면 기회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나간 것이 다행이고 고맙겠다.'
'나의 밤이 점점 검어지고 적막해지는 사이에도 세상의 불빛은 영롱히 아득해진다. 그러나 나의 소외는 내가 더 힘껏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일뿐. 버려지기 전에 내가 먼저 무언가를 저버린 때가 있었을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혼신의 노력으로 그래도 계속해 보겠다고 말할때, 나는 그를 냉소하거나 회의하거나 수수방관하지 않고, 그의 전력투구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마음의 힘을 가졌을까.'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으로서 책임질 용의가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가? 힘써 노력하는 중에도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에 기여하는지 자문해 보았는가? 평범한 야망을 좇겠다고 포기한 것들이 뭐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일개 소시민일 뿐이라는 사실이 타인들에게 무심했던 당신의 유일한 자기 옹호라면, 열심히 살았노라는 긍지는 언제고 당신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기소장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살인과 재판과 감옥은 그에게 생의 가치를 일깨운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은 "실감난달 것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나날들이었는데, 죽음이 가깝고 또렷해지자 비로소 해방감과 더불어 감각이 살아난다.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마음이" 내키고,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기 생에 대해 이방인이었던 한 청춘이 절망적인 방식으로 자기 생의 주인이 된 순간, 세계로부터 버려져 이방인이 되고 만 이야기. 그래서 「이방인」이다.
어찌나 책 소개를 재밌고 유쾌하게 하시던지 당장 책을 구해서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정말 제목대로 숙련자를 위한 책이더랔ㅋㅋ
세계 고전 문학 작품에 대한 논문 엮음집인 줄ㅋㅋㅋ 그래서 포기함ㅡㅡ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가 출판된 걸 보고 다른 이들의 서평을 둘러보니 이 책은 첫 책에 비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냅다 읽음
각 상황별 맞춤 책 추천집이라고 해야하나?
예를 들면 통장 잔고가 바닥일 때 읽기를 추천하는 책은 마담 보바리, 사표가 쓰고 싶을 때 읽을 책은 달과 6펜스 이런 식으로 저자가 이런저런 상황에 맞춰서 책 추천을 해주는 내용이야
책 추천하는 책들이 뭐 뻔하겠지 싶을텐데 이수은 편집자가 말빨만큼이나 글빨도 좋더라!
유쾌해서 낄낄대다가도 날카로워서 가슴이 찔리기도 하고 그 줄다리기를 정말 잘 하심!
벌써 다음 책 평균의 마음이 나왔던데 이것도 꼭 읽어보려고!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 적어볼테니 맘에 들었다면 꼭 읽어보길!
'풋내기의 순진에 자비를 베풀지 않는 인간성의 옹졸함을 가차 없는 아이러니로 묘파하기에, 사람들은 필립 로스를 대가라 일컫는다.'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행복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인생에 기회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다만 그런 기회들이 내가 바라고 원한 만큼 멋진 인생을 안겨 주는 기적이 아닐 뿐이다. 또는 엄청난 기회란 내가 대단히 불행해 질 수도 있는 어떤 일을 피할 행운일지도 모른다. 전자의 경우라면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 덜 아까워서 속 편해지고, 후자라면 기회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나간 것이 다행이고 고맙겠다.'
'나의 밤이 점점 검어지고 적막해지는 사이에도 세상의 불빛은 영롱히 아득해진다. 그러나 나의 소외는 내가 더 힘껏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일뿐. 버려지기 전에 내가 먼저 무언가를 저버린 때가 있었을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혼신의 노력으로 그래도 계속해 보겠다고 말할때, 나는 그를 냉소하거나 회의하거나 수수방관하지 않고, 그의 전력투구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마음의 힘을 가졌을까.'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으로서 책임질 용의가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가? 힘써 노력하는 중에도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에 기여하는지 자문해 보았는가? 평범한 야망을 좇겠다고 포기한 것들이 뭐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일개 소시민일 뿐이라는 사실이 타인들에게 무심했던 당신의 유일한 자기 옹호라면, 열심히 살았노라는 긍지는 언제고 당신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기소장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살인과 재판과 감옥은 그에게 생의 가치를 일깨운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은 "실감난달 것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나날들이었는데, 죽음이 가깝고 또렷해지자 비로소 해방감과 더불어 감각이 살아난다.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마음이" 내키고,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기 생에 대해 이방인이었던 한 청춘이 절망적인 방식으로 자기 생의 주인이 된 순간, 세계로부터 버려져 이방인이 되고 만 이야기. 그래서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