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치료란 내담자를 불안을 못 느끼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건강히 겪을 수 있도록 한다. 스스로 불안을 다룰 수 있을 때 실존적인 자기 자신으로서 살 수 있다. 타인에게 의존해서 얻은 안심, 타인에게 확인받은 안심, 타인에게서 받은 안심으로는 절대 안심 될 수 없다.



나는 타인의존성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타인에게 확인받고 검열받는 것에 대한 은밀한 패티쉬가 있고, 실상은 조언대로 따르지 않을거면서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을 즐긴다.

타인에게는 싫다는 말도 잘 하지 못하며 조언을 들음으로서 사랑받는 나로 위치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하며, 하고나서 욕지기가 튀어나올 지언정 그 순간만큼은 타인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나의 긴밀한 관계가 끝나면 나를 지탱해줄 다른 관계를 황급히 찾는다. 이하 책에 서술된 의존성 인격장애의 스펙트럼이며 나와는 더 멀어질 거리 없이 매우 가까운 나의 모습이다.


나는 타인 의존도가 높은 사람답게 온갖 커뮤니티에 가입을 다 해놓았으며 커뮤 지박령이다.

'~게 해도 될까?'

'~분야로 가는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분야가 전망이 좋을까?'

'나 00 자격증 땄다. 질문 받음'



나를 칭찬해주거나 인정해주거나 내가 선택한 내 진로를 누가 칭찬해주거나 내가 선택한 아이돌을 누가 칭찬해주거나 내가 먹은 음식을 인정해주거나 내가 본 영화를 인정해주거나 내 취향이 인정받거나 내가 딴 자격증을 칭찬해주거나 내가 한 경험을 인정해주거나 내 글을 인정해주거나 칭찬해줄 때 나는 행복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행위들은 나를 더없이 커다란 고독으로 밀어넣었다. '진짜 나'와는 멀어지려고 계속된 노력들.



나는 내 행위에, 내 사유에 내 확신이 없어

누구라도 얘기해줘 나 잘하고 있다고, 아님 잘했다고, 아님 못했다고 얘기해줘도 좋아

누구라도 내 보호자가 되어줘



나는 계속 확인받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처형자 또는 구원자로 만들었다. 나를 욕한 사람은 처형자, 나를 칭찬해준 사람은 구원자. 모두 한 역할만 맡지는 않았다. 으레 그렇듯이 두 역할을 번갈아 맡았다. 그리고 사실 정말 솔직한 얘기로, 이 책에서 정서적 의존이 심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척 헌신적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중요시하는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하는데 완전히 동감한다.

동감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내 피상적인 눈빛을 들켰을까봐 겁나기도 한다, 나는 내 의존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이 반드시 필요한데 내 껍데기같은 애정을 들키기라도 해봐, 누가 나한테 다가올까. 내 행동양식에 영혼을 듬뿍 퍼넣어서 진실된 리액션, 진실된 애정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내겐 항상 존재한다. ('말에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제일 짜증나고 듣기 두려운데 자주 들었었다)



이 책에서는 결국 실존주의에 입각하여 '홀로서기'만이 치료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책임지라고 말한다.

다른 누구가 될 필요 없이 용감하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말한다. 불안을 온전히 겪어내고, 진짜 자기 자신이 되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나는 이제 홀로섬으로서 진짜 타인과 만나고 싶다.

1. 상대의 기대를 거역하고 거절하고 거부하기.

잘 해내지 말기. 부모에게 나의 일거수일투족 말하지 않기. 착한 딸이 되지 않기.

2. 자꾸만 양보하지 않기.

3. 나를 피해자로, 상대방을 구원자 혹은 처형자로 만들지 말기. (저거 갖고 싶은데 웅앵.. 하지말고 갖고 싶으면 의사표현 제대로 하기)

4. 나 자신과 진정한 대화를 자주 나누기.



이 책은 나같은 타인 의존도가 높은 사람에게 추천해. 근데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지금 이 순간도 '이 훌륭한 책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걸 부정할 수는 없어 ㅎㅎㅎㅎ 홀로서기는 내 짝사랑.
  • tory_1 2020.08.19 13:30
    좋은 글 잘 읽었어 나는 아니지만 내 친구가 이런 성향이 있는 거 같아서 추천해주고 싶네
  • tory_2 2020.08.19 14:27

    나도 지금 나의 이런 성향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읽어봐야겠음!! 고마워

    (책에 나온 몇몇 구절 읽어보는데 소름...인데..???)

  • tory_3 2020.08.19 15:29
    잘 읽었어. 사실 이런 사람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고 그래서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기도 어렵고.. 또 공격적이거나 착취적인 사람들 눈에 띄어 조종당하거나 학대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흔할거라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특히 성격장애의 경우 꼭 인지나 정서의 문제라기보단 기질적으로 타고난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만약 내가 기질적으로 높은 친화성(착하고 남을 돕기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내가 굳이 희생하고 양보하고 자기주장을 억눌러야만 관심과 보살핌, 보상이 조건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 특성이 의존적 방향으로 발달하기 쉽다고 생각해. 내가 아닌 남이 되려 노력하는 것, 그리고 타인의존도가 높은 것도 꼭 병리적 현상으로만 치부할게 아니라 내가 가진 조건 하에서 어떻게든 잘 먹고 잘살아보려고 열심히 발버둥친 결과로 봐줘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여튼 세상은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까지 스스로에게 낮은 점수를 줄 필요가 없다는것, 그리고 내 단점이나 취약점을 내 자아와 정체성 이슈로 확대해석하지 않는게 홀로서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해
  • W 2020.08.20 23:50
    "내가 가진 조건 하에서 어떻게든 잘 먹고 잘살아보려고 열심히 발버둥친 결과로 봐줘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라는 부분이 꼭 위로해주려고 쓴 부분은 아닐지 몰라도 내겐 큰 위안이 된다 ㅠㅠ 정성댓글 고마워!!!
  • tory_13 2020.08.26 00:56
    좋은댓글인것같아!
  • tory_4 2020.08.19 17:05
    오 나도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 고마워 토리야!
  • tory_5 2020.08.19 17:38
    잘읽었어 나도 저 책 봐야겠다 ㅠㅠ
  • tory_6 2020.08.19 20:01

    나도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다, 좋은 글 고마워!!!

  • tory_7 2020.08.19 23:37
    와 좋은글 고마워...완전 공감된다...
  • tory_9 2020.08.23 19:14
    스크랩한다는걸 모르고 신고 잘못 눌렀어ㅠㅜㅠ 미안해 좋은글 고마워!!
  • tory_10 2020.08.23 22:40

    추천 고마워 너무 내 얘기라서 나도 책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든다ㅋㅋㅋ

  • tory_11 2020.08.24 20:25
    한국 사회가 저렇게 만든거잖아
    여자가 독립적이고 의존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으면 온갖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인간들이 달려들어 교정(ㅋ)하려 들면서 개인의 성향으로 원인 돌리는건 잘못됐다고 생각함
    난 독립적인 성향인데 평생 교정 시도를 당했음
    심지어 착하다는 평가 받는 사람들마저 선.의.로 멀쩡한 사람을 모난돌 취급하며 '이상적인 여성상(눈치보고 자기결정권없고 혼자를 두려워하는)'으로 만들려고 하고
    이런 사회 환경에서 개인에게서 원인 찾아도 솔루션이 있을까 싶다
    본인이 깨치고 변해도 사회가 사람들이 피드백이 그대로잖아
  • tory_12 2020.08.25 05:07
    톨 영업성공!!! 나잖아.... 하면서 읽었어 나도 읽으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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