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 추천은 겨울에 읽기 좋은 책 추천글에서 알게 된 인생에 첫 에세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홍인혜) 라는 책인데 이미 유명했다면 수줍(...)
청춘을 부르짖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그사세 느낌의 자기계발서를 극혐해서 한국 작가의 에세이에도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저자랑 성격이나 가치관이 굉장히 잘맞는다 느껴져서 진짜 재밌게 읽었음!
특히 좋았던 포인트는 여행의 특수성과 일상의 반복성 사이에서 '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부분들이야
담담하게 자기얘기를 써내려갔는데 이상하게 많은 위로가 되었어.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자기 성찰이나 자기를 사유하는 성향의 다른 에세이도 추천받고 싶어
아래는 눈에 띄는대로 선정한 대목들인데 이 외에도 좋은 글들이 참 많았음ㅎㅎㅎ
/ 나는 그가 비난하듯 말하는, '당장 눈앞의 일이 힘들어 외국으로 도망치는 사람' 이 아니라고 세차게 도리질했지만, 그럼에도 내 결심은 조금씩 흔들렸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자가 되는 대로 던진 말에 그렇게 휘둘리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어느 순간 마음 밑바닥에서 이런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내가 지금 정곡을 찔려서 이러나?' 아, 그랬나. 그런 거였나. (p24)
/ 나는 여행자니까, 낯선 도시의 이방인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내게 다정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가 그동안 남의 여행기에서 읽어왔던 낯선 타인들과의 스스럼없는 교류는, 런던에선 일종의 판타지였다. 나라고 뭐 서울에 있을 때 남에게 관심이 있었나. (p73)
/ 익숙한 고향땅이든, 생경한 이국땅이든 불친절한 사람은 어디에나 비슷한 빈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결국 그 사람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외톨이 동양인 여행자라는 내 조건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다. 설사 그 사람이 실제로 날 얕잡아보고 그랬다손 쳐도 그 역시 그 사람의 수준 문제인거다. 두고두고 마음 쓸 이유가 없는거다. (p274)
/ 나는 원체 나라는 인간 자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면 소심한 성격 탓에 타인의 별 뜻 없는 언행에 숱하게 상처받고, 그렇게 심약한 자신에 자괴감을 느껴 '나는 왜 이럴까'를 빈번히 생각하다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래도록 나를 사유하며 수십 해 감아쥐고 살아온 나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시작하고 오래 홀로 떠돌며 전혀 새로운 나에 대해 알아가게 됐다. (p300)
딤톨에 글은 처음 찌는거라 문제 있으면 댓글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