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확히 하고 싶은 얘기는 저 작품에 대한게 아니라 창작자에 대한 얘기야
아래에서 말하는 것처럼 낙태약이라는 소재를 쓰는 것=여성관 빻은 것, 여혐이라고 비난받아도 마땅한 부분이라고 해보자
그럼 창작자를 비난해도 되는거겠지. 감히 저런 소재를 갖다 썼으니. 앞으로도 창작물에 낙태약 쓰는 모든 창작자는 다 여혐러라고 불러야겠지?
자 그럼 결과적으로 낙태약이라는 소재 갖다 쓴 창작자들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과한 후 앞으로는 절대 낙태약을 언급하지 않은 분위기로 가자.
작가 창작물이든 뭐든 일단 현재 시각에서 맞지 않고 독자들이 불편하니까 역사물, 판타지물, 현대물 가리지말고 낙태약 소재는 아예 금지해버리자
그럼 강간은? 낙태약보다 이게 더 끔찍한데? 성추행, 성매매, 성상납, 윤간, 수간, 소아성애, 근친상간
성에 국한될거 없지. 살인, 납치, 인신매매, 장기매매, 강도살인, 사기, 폭행, 학원폭력, 왕따
이런거 다 없애야 하는거지
현재 사람들에게 비난받는것, 불편한 소재라고 한다면 위의 것도 다 마찬가지임.
그럼 위의 소재를 창작물에서 싹 없애버린다고 치자. 그럼 모든 작품은 비난받을 이유도 사람들이 불편할일도 없겠지. 작가들도 욕 안먹고 서로 좋은 일이지
그런데 그게 창작물의 발전이라고 볼수있나?
정말 모든 사람들은 현실세계 불편한 요소를 싹 제거한 그런 작품들에 만족할까
당장 여기 글 몇개만 봐도 아닌거 알겠는데
사람의 취향이 얼마나 다양하고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다는거. 어떤 소재를 거부하고 받아들이는건 개인차라는거.
그럼 독자들 만큼이나 창작자들도 다양한 기준과 생각이 있겠지. 그런거 필요없고 그냥 욕먹기 싫으면 저런 소재 쓰지말란건 작가들에게 리얼리티 추구하라고 하면서 정작 존재할수도 없는 판타지만 만들라는거야
이게 정당한 비판인가?
소재 선택에 대한 자유=온전히 창작자의 권리란 얘기임
창작자가 자기 창작물로 뭔짓을 해도 욕하지 말라고? 이런 뜻 아님. 단지 소재를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 비난하지 말자는 거임.
작중에 강간 나온다고 무조건 여성을 포르노 소재로 취급하는 쓰레기라거나 낙태약 나온다고 여성관 빻은 사람으로 볼수 없다는 거지.
창작자를 비난할 수 있는 부분은 저런 민감한 소재를 명확한 이유도, 진지한 고민도 없이 가볍게 치부하고 심심풀이로, 서비스용으로, 부적절한 노림수를 넣어 다뤘을 경우임
내가 강간이라는 소재 나오는 작품을 일단 피하게 되는건 위의 경우가 너무나 많고 그걸 보면 괴롭고 끔찍하기 때문임.
그러나 강간이 나오는 모든 작품을 비난하진 않음. 그걸 썼다고 다 작가가 싸이코패스, 쓰레기는 아님.
정말 드물지만 강간이라는 소재 쓰면서 온전히 피해자를 대변한 작품도 있으니까. 강간당한 피해자의 고통, 분노, 피폐한 마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걸 보여주는 작가도 정말 드물지만 있음.
그래서
강간이란 소재를 썼다-비판x
강간이란 소재를 쓰면서 작가가 충분한 이유와 메세지로 설득할 수 있다-비판x
강간이란 소재를 아무 생각없이 갖다쓰면서 연출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비판o
이렇게 비판할 부분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거임
다시 위로 돌아가서 그럼 낙태약이라는 소재를 작가가 선택한 이유나 배경이 있나-왕실에서 반대파 여성을 공격할 때 낙태약을 쓴 역사적 사실이 있음-창작자가 해당부분 작품에 차용함-문제될거 없음
굳이 낙태약? 다른 방법 쓰면 되잖아. 암살을 하던지 덫을 놓던지-낙태약, 암살, 덫이라는 소재 중 어느것을 고르던 작가의 자유임
물론 낙태약 이러이러한 시각에서 불편하다 얘기할 수 있음. 그런 지적이 계속되면 사회가 변한 것처럼 창작자들도 경각심을 갖겠지. 무작정 쓰지마가 아니라 작가의 선택이 변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의견내는건 좋은 현상임.
하지만 그 소재 썼으니 넌 여혐러라고 하는건 의견 이상 아닐까.
댓글에 대한 얘기도 그게 작가의 책임인가? 작품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시각은 다 다른건데
덧붙여 최근 비판 받았던 다른 작품을 얘기한다면
일단 헬퍼-만화 연출을 보질 못해서 이 작가가 그런 엄청나게 민감하고 불편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알길이 없음.
기안은 문제 컷 하나만 봤는데-의자에 앉아있는 여성이 배에 조개 올리고 치고 있는 장면-작가의 설명을 들어도 납득할 수 없었음-그 상황에서 생뚱맞게 귀여운 해달로 표현하려 했다?-작가의 진심은 몰라도 남들이 다른쪽으로 해석하기 충분한 장면으로 그려낸건 연출 실패임
절도 가볍게 다뤘다고 말나오던 방탕일기-이건 소재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를 지켜봐야 말할 수 있을 듯
아니 일단 반박글 쓰려면 적어도 만화는 좀 보고 써 본 사람들이 더 잘 느끼겠지 기본 배경지식이 없는데 이런 글 써봤자 하나마나한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