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우리에 갇힌 채 말라비틀어진 음식을 핥는 개들.
개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개 농장에 사람들이 들이닥칩니다.
[개농장 주인 : 이게 애완용이고 저게 식용견이야. (식용 개가 어디있어요, 따로!)]
지난해 7월 동물권단체 '케어'가 연예인 홍보대사와 함께 학대받는 개 230여 마리를 구출하는 장면입니다.
[어머 어떡해 어떡해….]
구조 활동이 알려지면서 3천만 원이 모금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구출된 개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구조된 개들이 지내고 있다는 '케어'의 한 보호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지난 3년간 동물관리를 총괄했던 간부가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구조된 개 중 50여 마리가 도살됐다는 증언으로 이어집니다.
멀쩡한 개들을 동물병원에서 집단 안락사한 뒤 환경업체를 통해 폐기했다는 겁니다.
박소연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며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두 달간 환경업체가 케어 측에 발행한 세금계산서. 1천300만 원이 바로 개들의 사체 처리비라고 제보자는 주장합니다.
구조 실적을 높이려고 대규모로 개들을 구조했는데 이후 비용이 감당 안 돼 안락사를 시킨 거라고 털어놨습니다.
이렇게 해서 안락사한 개들은 지난 3년여간 수백 마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안락사를 지시한 데 이어 입단속도 해 왔습니다.
케어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오늘(11일) 오후 돌연 입장문을 내고, 이제 사회적으로 안락사를 논의할 때라며 뒤늦게 안락사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박소연/'케어' 대표 : 전체 동물의 복지를 위해 아픈 상황,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 전염병이 번지는 상황 (에서만 안락사를 했습니다.) 기준이 없다는 거에는 동의할 수 없고요. 모금 때문에 구조한다? 정말 그건 너무 어리석은 왜곡된 말이고요.]
박 대표는 안락사는 2011년 중단됐다가 2015년부터 다시 시작됐고, 마릿수는 알지 못하다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안락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케어 내부 구성원들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와 다른 동물보호단체들은 내일 암암리에 이뤄진 안락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낼 예정입니다.
이 내용 취재한 이슈취재팀 원종진 기자 나왔습니다.
Q. 안락사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원종진/이슈취재팀 기자 : 지금 보시는 게 '케어'의 작년과 재작년 사업 보고서입니다. 안락사와 관련한 내용은 한 줄도 없고, 예산서나 결산서에도 구호비나 치료비만 있지 안락사 비용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박소연 대표는 안락사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최대한 많은 개들을 구호하기 위한 행위였다, 또 구조활동을 이렇게 안 했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동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에 회원과 후원자들, 시민들에게 구조와 안락사의 과정을 떳떳하게 밝혔어야 합니다. 또 안락사를 시키려면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 모두 지키지 않은 겁니다.]
Q. '케어' 후원자들의 반응은?
[원종진/이슈취재팀 기자 : 제보자가 끝까지 우려했던 점이었는데, 동물보호단체 절반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이어져서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회원과 후원자도 모르게 구조된 개들이 안락사 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보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박 대표가 안락사를 중단하겠다고 S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단체들이 투명하고 지속가능 하게 구조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702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