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컨택트는 어느 날 내려온 외계인의 언어를 이 영화의 주인공인 루이즈가 배우게 되면서 생기는 시간에 대한 흐름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는 얘기가 핵심인 것 같아.
나는 영화를 봤을 때 굉장히 햇갈렸어. 한나의 죽음+이혼 등의 미래를 알아도 한나가 소중하기에 똑같은 미래를 선택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운명에 순응하는지 너무 헷갈렸어.
양쪽 다 영화로 볼 때에는 타당했거든.
"한 사람을 정의하는 인생들이 있기 마련이다." 라는 구절에서 예전에 접한 한 구절이 떠올랐어.
"먼 과거의 기억은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같다.
바로 어제 일과는 달리 대부분의 평범했던 일상은 기억 못하고,
다만 강렬하고 특별했던 어느 순간의 장면만이 홀로 뚝 끊겨서 기억이 되어 남는다.
시간 순서도, 앞 뒤 맥락도 분명치 않게 꿈결처럼.
너무 멀어 이제는 현실감 없는 그런 기억들이
뒤죽박죽 뒤섞여서 기억의 방 한켠을 차지하고 한 사람을 이루는 일부가 된다.
그 중 따듯한 기억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속의 피사체를 사랑하며 살아가게 한다.
관성처럼 기억은 인생을 관통한다. "
한나의 기억들이 루이즈의 인생을 관통하는 그런 기억들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해서 어쩌면 이기적인 선택일지도 모르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하기도 했어.
어찌보면 다른 선택을 하면 그 이전의 기억들은 날아가고 한나가 없는 새로운 삶의 기억들로 다시 채워질 테니.
영화를 보면 조금 불충분한 것들이 소설을 보면 정확하게 나오더라.
테드 창의 소설에서는 과학이론으로 많이 뒷받침 되는데 여기에서도 빛이 항상 최단시간이나 최대시간을 갖는 목적지로 간다는 그런 이론을 내세워서 빛이 가기도 전에 목적지를 알는 것 아니냐는 그런 말을 하더라. 결국에는 자신의 삶의 목적지는 한나라는 걸 의미하는 것 같고, 이미 한나를 위한 삶을 시작한 루이즈는 그 길을 고스란히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어.
그리고 소설에서 자신의 삶을 받아드리는 것을 수행문과 같다고 표현하는데 그 얘기가 너무 로맨틱했어.
수행문은 결혼식 사회자가 "이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와 같은 거야. 선언하는 그 때에 효력과 의미를 갖는 거야. 걸국에 그 순간에 자신이 말하고 행할 때에 의미가 생기다는 것 같아.
소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뚜렷하게 자신의 미래를 받아드리는 내용이 너무 잘 나와 있어.
영화를 감명깊게 봤다면 나는 소설도 추천해. 소설 이름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야.
사실 운명을 받아드리는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해서 소설책 다 읽고 흥미가 떨어지기 했지만 영화도 소설도 좋았어.
다만, 항상 현실 별로여서 살기 싫다. 먼지처럼 되고 싶다는 어찌보면 패배자들 한테도 이런 순응하는 자세가 나왔을까 싶기도 해. 나 같으면 미래 바꿀려고 했을 것 같음. 이 언어가 미래를 보고 순응한다는 시간적 성질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그 끝이 비극일 것을 알고 루이즈처럼 한 순간 순간을 소중히 대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약간 의문을 품어.
난 정말 내 인생여화중 세손가락에 꼽아...너무너무 좋았어 ㅜㅜㅜㅜ
책도 봐야지 해놓고 여태 미루고 있다 ㅜㅜㅜ 그리고 빛의 최단거리 이동 저거...진짜 신기한게
양자역학에 나오는 이론이고 스티븐 마킹의 위대한 설계에도 나오더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