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 주의, 진지글 주의)
(글 중간중간에 신해범 불호 내용이 나오니 해범맘들 주의 바라..ㅠ)
안뇽, 나는 최근 들썩거리는 들닥 주식 시장 글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류진맘이야. 4부 들어서 내새끼 감정선이랑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가지고 진지하게 하차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 근데 요새 들어 류진이라는 캐릭터를 내가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 내가 나빴다ㅜㅜㅜ 싶어서 글 쪄봄
4부 시작하고 멘붕이었던 게... 얘 내 새끼 맞나요... 진짜 류진이가 이해가 안 돼서 정이 떨어질 뻔 했었음;; 자길 강간한 놈이랑 저게 뭐시깽이여 진짜 닭대가리라는 소리를 들어도 정도가 있지 진짜 닭대가리냐! 싶어서 얠 내 새끼라고 품어야 하나ㅠㅠㅠㅠ (지금 와서 보면 미안하기 짝이 없다 류진아ㅜ) 현타가 왔었어.
물론 bl에서 당연히 자기를 강간한 놈이랑 이어질 수도 있지! 나 호가지록 광윤이 낄낄거리면서 더 굴러라 이러고 보고 천제림 대사에 야광봉 흔들고 무정후 참사랑이다ㅜㅜㅜ 이러면서 본 톨임.
근데 얘네랑 들닥이랑 기본적으로 다른 게 있어. 현실성을 배제한 채 재미로 보는 소설이냐, 현실을 베이스로 깐 채 현실비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냐는 거지.
들이닥치다는 기본적으로 부당한 군부독재와 (원)죄, 연좌제, 복수, 죗값 등을 중요 키워드로 설정하고 있는 소설이야. 절대권력자인 왕이 존재하거나 극단적인 신분제라는 설정 하에 강간이라는 행위가 정상 참작되거나 현실 윤리를 배제한 채 포르노적인 재미로만 보는 소설이 아니라는 거지.
그래서 흔히 'bl에서 자길 강간한 놈이랑 이어지는 게 뭐 어때서?'라는 말이 들닥과는 맞지 않는다고 느껴. 들닥 같은 막장 세계관에서 극단적으로 보여질 뿐, 현실에서도 약자를 향한 성적 착취는 이루어지고 있고 들닥 같은 현실재현적인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행위에 대해 현실과 같은 기준의 비판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 뽕빨물이면 모를까,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현실과 비슷한 도덕 잣대가 가해지는 거지.
그래서 미친 사회 구조 하에서 같은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약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굴리는 신해범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나는 강한 불호를 느꼈고(특히 전설의 이거 사람새낀가요? 댓글 등장화에서 미친 분노를 느낌...), 신해범한테 자꾸 감정 교류를 하려드는 류진이한테도 화딱지가 났었어ㅜㅜ 근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
류진이를 잘 보면 얘도 정상이 아님
물론 들닥에서 제일 정상적이고 착한 건 맞아.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 화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서 멘탈이 강하다 진정한 강수다라고는 한다지만 류진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거야.
사실 애초에 세이렌 프로젝트에 가담한 것 자체가 미친거지.
만약 누나의 누명을 풀어줌으로써 '자신도' 연좌제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런 생각이었다면 문제가 없어.
근데 류진이가 하는 생각을 보면 나<<<<<<누나, 할머니, 이모, 이모부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는 거지.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도구처럼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에서 류진이도 사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아니야.ㅠ 애정결핍과 자기애 부족, 자존감 부족에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해서 자기가 당한 짓거리들이 얼마나 큰 일들인지 애가 인지를 못해. 본인이 스스로에게 애정이 없는데 남들이 자기를 함부로 하는 거에 뭔 의식이 있겠어ㅠ
그런 점에서 반칙에 자한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자한이도 마카오에서 살 때는 자기가 당한 일이 부당한 일인 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야 깨닫고 오우성한테 분노를 느끼고 맞서는 장면이 나오잖아. 난 류진이도 나중에 이렇게 성장할 거라고 느껴지더라. 자신을 강간하고 이용한 놈들이 자신한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놈들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방향으로 말이야. L은 그 다음이라고 느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과도 건강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난 메인공이 권세혁이겠구나 싶더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작가님이 공인 악역 아니다 성장캐다 히어로다 땅땅 답변해주셨다는 얘기 듣고 더 그렇게 느꼈어. 첨엔 류진맘으로서 얘도 좀 성에 안 찼는데;; 같은 약자라는 점에서, 모자라다는 점에서 얘가 메인공일 수 밖에 없겠더라구.
권세혁이 약자라구???????? 할 것 같은데 총통 후계자라는 권력 관계를 넘어서
20살 어린 아이라는 점, 정신적으로 미숙하다는 점, 류진이와 비슷한 결핍(자낮,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점, 가족 포함 주변인들에게 이용당하고 휘둘리는 이름뿐인 왕자라는 점, 몰락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난 약자라고 생각해.
얜 들닥 세계관에서 부당한 권력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류진이한테 구조적 가해자이기는 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신해범이랑 정반대로 직접적 가해자는 절대 되지 않을 캐릭터야. 류진이와의 1대1 관계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거지.
자길 강간하고 이용한 캐릭터가 아닌, 정상적인 애정을 주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게 류진이의 건강한 정신적 성장 중 일부일 것 같더라. 특히 권세혁은 이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밖에 안 남았고(하강) 신해범은 바닥에서 올라가게 되는(상승) 구조에서 결말에는 권세혁이 모든 걸 내려놓게 될 텐데(테마곡 보고 그렇다고 생각) 성장한 류진이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
그리고 복수물이라는 들이닥치다의 정체성의 큰 줄기는 신해범이지만 모든 캐릭터의 개인적인 복수와 단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류진->세혁 : 권씨 왕조 망하는데 일조하지만 그 댓가이자 자신의 선택으로 곁에 남음, 류진->해범 :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복수가 완성될 거라고 생각해. 신해범 = 악역, 안티 히어로, 권세혁 = (일반적이진 않지만) 히어로 포지션도 그렇고 해범류진은 과거가 비슷하지만 향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다른 결말을 맞는 루트, 세혁류진은 과거는 천지차이지만 향해가는 가치가 비슷해서 함께 하는 루트로 가게 될 것 같아.
4, 5부도 한참 남은 것 같은 데다.. 150화 정도 남은 것 같다 하셨다는데 권세혁 서사 이제 풀릴 거라 끝까지 봐야 알겠구나 싶어. 난 개인적으로 권세혁 이물질 같다거나 메인공 탈락이라던가 못 느껴서;; 내 기준 충분히 메인공 서사 깔아왔다 생각했거든. 신해범 감정 서사 충분히 주는 것도 부룩반이랑 비슷한 케이스 같아서 딱히 이제 신해범 메인공 안 되면 서사 망이다 생각 안 들어. 지금 신해범 감정 서사는 복수 다 끝나고 후일 서사를 위한 초석이라는 생각도 들고.
거대 권력의 역사에 휘말리고 희생당하는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모든 걸 잃고 남은 어린 약자들 둘이서 보듬어주는 결말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감상이야.
+이것도 내 생각이지만 작가님이 트윗에 신해범 썰 그렇게 푸시는 것도 메인공이라서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커서인 걸로 보였고, 해준연우 썰도 오히려 본편에서 맺어지지 못하니까 AU로 푸시나 싶더라. Q&A에 신해범이 정상적인 세계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해준연우 이어졌을 겁니다로 보여서...
++ 흑구 백구 썰은 나도 뭘까 했는데 작가님 트윗 보면 오히려 류진=스라소니, 삵, 고양이과, 권세혁=리트리버, 백구 이미지...라서 복선이라기엔 애매하지 않을까 함 설마 해범세혁은 아닐 거 아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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