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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토리임. 완독 후기를 들고 돌아왔다! 

일단 간단한 인물 소개

공: 곽윤. 황제. 머리 좋고 인성 바른 미남. 어린 시절부터 송헌을 짝사랑함.

수: 송헌. 윤이의 어린 시절 검술 스승. 검술과 승마술로 이길 자가 없음. 처연한 미인.

이 이야기는 윤이가 송헌에게 검술을 배우는 귀엽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시작돼. 몸치 윤이와 그런 첫 제자를 아끼는 송헌, 그리고 도화촌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스하고 편안해서, 나도 복숭아꽃 날리는 봄길을 두 사람과 함께 걷는 느낌이었어.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기는 해. 멸망한 제월국 장군의 아들이라는 송헌의 신분과, 그리고 바로 그 제월국을 멸망시킨 황제의 손자가 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둘의 앞길이 평탄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해져ㅠㅠ

윤이가 똑똑하지만 아직 어리고, 험한 일을 겪지 않아서 송헌을 향한 마음도 아직 풋풋한 채로 1권이 끝나는 듯했는데... 어떤 참변이 일어나면서 황족들이 몰살당하고, 막내였던 윤이는 고모와 형수 두 사람을 제외한 가족을 모두 잃고 느닷없이 황제가 되고 말아. 이 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황가에 원한을 품은 제월국 유민들이 꾸민 일로 밝혀지는데, 도화촌에서 화약을 댔다는 명목으로 금의위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게 돼ㅠㅠ 그런데 윤이는 이런 황명을 내린 적이 없어. 그러니까 누군가가 도화촌을 없애기 위해 흉계를 꾸민 거지. 윤이는 뒤늦게 알고 달려가서 몇몇 아이들을 구하지만, 송헌의 행방은 찾을 수 없어.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윤이는 성인이 되는데, 송헌이 도화촌 사건의 배후를 캐내기 위해 수도에서 옛 금의위 부장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송헌을 미행하다 생긴 어떤 헤프닝 때문에 윤이는 가짜 신분을 대고 송헌을 돕기도 하고, 함께 여관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면서 며칠을 보내. 송헌이 성인이 된 윤이를 못 알아봐서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좋았어. 하루아침에 거대한 옥좌에 앉아 홀로 나라를 책임져야 했던 윤이와, 사라진 나라와 사라진 마을의 생존자로서 외롭게 버텨오던 송헌이 서로 기대며 마음을 나눈 짧은 며칠이 꼭 이 소설 전체를 상징하는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 시점의 송헌은 복수하겠다는 마음뿐이고, 자기와 함께 있었던 청년이 윤이라는 사실은 몰라. 그래서 송헌은 결국 황제인 윤을 암살하려고 해..ㅠㅠ 여기까지가 작품 소개에 나와 있는 내용이야.  

사건이 촘촘하고 긴장감 넘치게 잘 짜여 있어서 지루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 진지한 이야기지만 은근히 코믹한 부분이 있어서 긴장하다가도 잠깐씩 웃을 수 있었고. 주변 인물들이 꽤 많은 편인데 모두의 서사를 깊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이 느껴지도록 적절히 보여줘서 한명한명에게 정이 가. 심지어 악당조차도 그 사연에 공감은 못하더라도 동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 

누군가는 공수의 감정이 담백하고 섬세하게 표현되는 부분을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을 거고, 또 누군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하나의 큰 가지로 이어지는 구성을 복잡하다고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나는 이런 글에 사랑에 빠지는 취향이야.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했고, 어떤 상황에서든 중심을 잃지 않고 공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윤이와 송헌이 좋았어. (그리고 신념 있는 처연한 미인수와 그 미인의 곁을 지키는 짝사랑공 최고...) 

뒤로 갈수록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까워서 슬퍼하면서 읽었어. 재밌게 읽는 작품은 많지만 인생작을 만나는 취향은 좁고 메이저를 벗어나 있어서 업데이트가 잘 안 되는데, 인생작을 만나게 해준 나눔톨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 이건 빈말이 아니고 심장이 시켜서 하는 말이야...❤️

좋았던 구절이 한두개가 아니어서 형광펜을 엄청 그었는데... 열심히 추려봤어. 꾸밈이 많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절절한 문장들이 많아서 이거 발췌만 해오는데도 또 가슴이 웅장해지려고 한다

발췌에는 스포가 없지만 그보다 더 아래에 스포가 있음!!! 혹시 영업당한 토리가 있다면 여기서 뒤로가기를 권함

뻘1. 

읽으면서 오해했던 거... 진성무 대체 언제 결혼했지?? 결혼 못 하고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5권에서 갑자기 아내 얘기가 지나가길래 어?? 하다가 문득 외전에서 허도율 자식 얘기가 나온다던 게 생각나서 긴장함. 설마 진성무 죽는 건가 싶어서..... 다행히 아니었다....ㅋㅋㅋㅋㅋ

뻘2.

아니 근데 후서....ㅠㅠㅠㅠㅠ 어차피 살았어도 정무왕비하고 결혼은 못 했겠지만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정무왕비랑 내 맘이 찢어져요 안 찢어져요???ㅠㅠㅠㅠ 왜 나는 벨소설 읽으면서 서브커플조차 되지 못한 남녀 주식을 잡아서 고통받나....ㅠㅠㅠㅠㅠㅠㅠ 외전은 아직 안 읽었지만 후서와 정무왕비가 만나기만 하면 욕배틀 술배틀하며 지내는 if 외전 같은 거 없겠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