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의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
그러나 일레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만나지 않겠다고.”
“뭐……?”
“그 꼬맹이. 링신루. 만나지도 않고 만날 생각도 않겠다고 말해.”
정태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정태의가 대답할 수 없는 말이었다.
2. 태의가 다치는 것
‘태이, 대답하라니까! …―제길. 너 몸은 멀쩡한 거지. 네 멋대로 다치기라도 했으면 죽을 줄 알아라. ……대답 좀 해! 태이, 정태이! ……정태의!’
아, 또다. 이놈은 가끔씩 발음이 좋아지더라……. 누구한테 발음교정 개인 교습이라도 받았나.
3. 태의가 자신곁을 떠나거나 도망가는 것
“또 도망갈래?”
입술을 겹치고서 속삭이는 말을 간신히 알아들은 정태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일레이를 보았다.
아직까지도 광기와 열기가 뒤섞인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도망간 거 아니라니까. 아까도 네놈에게로 돌아가려는 길이었단 말이다.
4. 태의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
나는 망연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 순간 분명하게 머리에 들어왔던 것은 이제는 볼 수 없이 내 손 밖으로 떠난다는 것, 그리고 여태 그가 나를 끔찍하게 싫어했었다는 사실이다.
천천히 사고가 돌아오면서 나는 그가 한 말을 되새겼다.
하, 웃음이 나왔다. 그게 왜. 그게 어떻다고.
그러나 그다음 순간, 웃음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잠시 뒤에는 숫제 멎어 버렸다.
나는 맹렬하게 분노했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눈앞에서 불꽃이 튄다는 게 어떤 말인지 절절히 느끼도록, 나는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끔찍하게 싫다. 끔찍하게 싫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5. 자신의 업보로 자신때문에 태의가 죽는 것
“애초에...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죽이겠다고 뒤를 쫓아온 사람은 누구야.”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형을 흘끔 보고 무난하게 말을 바꾼 정태의를, 일레이는 묵묵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는지, 그는 한동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직이 중얼거린다.
“그래……, 하마터면 널 해칠 뻔했군. 내가.”
혼잣말에 가까운 그 속삭임이 귀에 들어온 순간, 정태의는 입을 다물었다.
일레이의 모든 두려움은
정태의로 부터 시작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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