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대문 발치가 비밀로 젖는다는 삼월, 윤은 그렇게 우리 집에 왔다. 발목 밑으로 예쁘게 동그란 선을 그리는 플랫슈즈를 신은 채였다.

「3달 만인가?」
「88일 만이야. 내가 구글 캘린더에 너랑 마지막으로 만난 날을 표시해놔서 알 수 있었어.」

윤은 내가 현관문을 열어주자 들어서며 말했다. 자유로운 그녀의 성격에 걸맞게도, 캐리어나 배낭조차 없이 왔다. '입을 옷이 있냐'니까 여기에서 현지의 옷을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 여전한 성미에 웃음이 나왔다.

나의 집은 성북구에 있는 작은 아파트로 특이한 점이라곤 작은 발코니 하나뿐인, 별 것 없는 시시한 장소였다. 한국의 많은 가정집이 그러하듯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산 책상, 냉장고, 식탁, 책꽂이 등은 아무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대중 없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나마의 인테리어라고는 특이한 색깔의 전등 하나였는데 이마저도 전 집주인이 해두고 간 것이었다.

"오. 붉은 빛이 들어와. 가을 같다."

그럼에도 윤은 귀신 같이 어디서건 즐길 거리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중국계 스웨덴인으로 지난 겨울 나의 유럽 기차 횡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후로 친해진, 내 인생이 유일한 외국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스위치를 딸깍딸깍 꼈다 켜며 무드등의 불빛을 올려다보았다. 낮은 그녀의 콧잔등 위로 그림자가 거뭇하게 어렸다. 스웨덴의 시민이라지만 부모가 모두 한족 중국인이기에 그녀의 외모는 한국인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평생 북유럽의 공기와 함께 자란 그녀에게선 다른 아시아인에게는 느낄 수 없는 어딘가 색다른 이목구비나 표정이 있었다. 무척이나 크게 입을 벌리고 웃고, 두 눈을 반짝이며 제스춰를 취한다. 누가 보더라도 평범하게 아시아에서 자란 사람 같지는 않을 정도였다.

나는 책상 위에 널려있는 작업 중이던 패션 잡지들을 여기저기로 치워두고 윤의 도착에 맞춰 준비해둔 원팬 파스타를 데웠다. 따끈한 온기와 함께 맛있는 향기가 나자 윤이 곧바로 실내화 차림으로 종종 파스타 팬 앞에 와서 선다. 나는 윤에게 팬 위의 야채를 보라고 손짓해주었다. 스웨덴에서 자주 먹는 독특한 향이 나는 채소 딜(dill)이 그곳에 있었다. 오. 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나는 간장을 숟가락에 따라 팬 위의 야채와 파스타 위로 두르며 말했다.

"구하느라 힘들었어. 이거랑 간장을 섞음 맛이 기막히단 걸 알게 됐거든!"
"여전히 뛰어난 요리사구나."
"그렇지는… 아냐. 한국인들은 다 요리를 잘한다 하자."
"뭐야, 그게."

내 막무가내 식의 농담에도 그녀는 웃어주었다. 그러나 별 재미는 없었던듯 거실의 쇼파로 가서 앉고는 우두커니 내가 내려놓은 잡지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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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봤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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