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선명했다.
튀어오르는 도로의 파편, 처박히는 가로등, 기울어지는 집과 그곳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사람들의 움직임.

"포격입니다!"

마침 사복 차림으로 휴가를 나왔던 두 군인은 입을 벌리고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뒷통수를 누군가가 후려갈겼다.

"뭐하고 있어! 민간인들 대피시키고 본대 불러와!"

그들을 통솔하던 제국 국군 제10소대장 아카나크 소이엔의 불호령에, 그제야 두 병사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편안한 진에 티 차림이던 소이엔이 불편한 얼굴로 담배를 뱉었다.

"도시 마탑이 공습을 감지를 못해…? 권력욕에 미친 늙은이들이라지만 일은 똑바로 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불안하게시리."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소대원들이 보고 감탄했던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 아린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천사가 아이들과 음악을 연주하던 분수대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소이엔의 군홧발이 분수대의 부서진 조각을 밟자, 대리석이라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조각이 산산이 분해되었다. 도시 파괴를 목표로 하는 침습적 마법 공격임이 틀림 없었다.

소이엔의 입이 뻐끔거리며 목에 남아있던 마지막 연기를 뿜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하필이면 궂은 날이라 마법진의 문양도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소이엔의 검지와 엄지가 맞물려 딱 소리를 냈다. 갑자기 그의 입가에서 나왔던 담배 연기가 허공의 마법진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옳지… 그의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집중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때.

"어엄마!!!!!! 안 돼!!!!"

요란한 아이의 번개 같은 울음이 그의 집중력을 깨놓고 말았다. 순식간에 담배 연기는 흩어져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분수대의 잔해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한 아이를 보았다. 실수였다. 그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생존자가, 아니, 언제까지 생존자일지 알 수 없는 한 여인이 분수대 밑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역설적이게도 천사 조각상의 가슴팍 밑에.

"엄마! 엄마! 내 말 들려? 죽음 안 돼. 안 돼. 엄마. 우리랑 있어야 해. 정신 들어?"

아카나크는 곳곳에 작은 마법진들이 생성되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대형 마법진은 소 마법진들이 도시 곳곳에 생성될 수 있게끔 하는 시발점 역할을 한다. 소 마법진들이야 마법을 다루는 이들이면 쓸 줄 아는 평범한 공격형 마법진이 많지만 그것들을 적진 한가운데로 운반하는 대형 마법진이야말로 진정한 한 국가의 실력을 보여주는 요소였다. 특히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인지는 몰라도 마탑의 결계까지 뚫고 왔으니 더더욱, 그의 방법대로 대형 마법진의 설계도를 옮겨놔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저리 비켜, 꼬마!"

아카나크는 손쓸 새 없이 분수대의 폐허로 달려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음 순간 그가 팔목을 치켜들어 아이와 엄마에게 쏟아지는 파편들을 막아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어미를 살려줄 이를 알아보고 소이엔에게 안겨들었다. 소이엔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그의 바짓자락을 잡고 우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알탕크 족 천민이군.'

가까이에서 보니 아이의 피부색이 짙은 커피색이었다. 벌써부터 상관들의 꾸짖는 소리가 귀에 선했다. 고작 후진 인종 아이를 도우려고 대마법진 설계도를 포기해? 그러나 후회하기는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는 아이를 비키게 하고 분수대의 잔해로 달려들었다.


/계속 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나서 써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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