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모바일 작성, 오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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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xt1tnRFEmE



“진실을 마주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행여 그 날이 다가올 때, 그 앞에서 돌아서게 해주십시오.”


“...운명은 나조차도 쉬이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봉인을 한다 한들, 영혼 깊이 박힌 상흔은 언젠가 널 다시 깨울 터”


“부탁드립니다.”









고된 삶이었다. 가슴에 날아와 꽂힌 화살의 아픔이 오히려 과거의 상처보다 기꺼웠다.

뜻을 가지며 전장을 누비던 삶이 있었다. 승리해 돌아온 도성엔 언제나 웃으며 자신을 반겨준 반려가 있었기에 몇 번이라도,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고, 제 가족을, 제 처를 지킬 수 있다면 칼에 베여 쓰라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던 날이 있었다.


자신의 터전이었고,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였기에.


그 곳이 전쟁터보다 무서웠고 두려운 장소가 되어버려 몇 날 몇일, 1년을 넘게 돌아가지 않은 건 아마 이 곳이 자신의 마지막 터전임을 이미 알았을지도 몰랐다.






“이미 죽은 사람이다! 산사람은 살아야 하거늘,”


“저 역시도 그날, 죽은 몸입니다. 다시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


“중길아!”






‘칼을 그리 쓰라 배우셨습니까’



‘차라리, 제가 돌아와서는 안됐습니다.’



마지막을 망친 건 저였다. 아니, 그녀였을까. 아니 이 불행한 상황이었을까. 그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이미 그녀는 떠나갔고, 잘못했다 외쳐도 돌아오는건 차가운 그녀의 손과 얼굴. 그리고 이젠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그녀의 웃음소리일뿐.

짙은 후회와 절망 속에서 원망의 씨앗이 자라났다. 함께한 시절을 부정하고, 자신을 버리고자 내린 결정 같았다. 그녀의 잘못이 아님을 알았다. 너무나도 잘 알았음에도 결국 자신을 두고 이 생을 마감한 것이 못내 미웠다. 아니,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리운 마음이 더해져 이런 날 두고 쉽게 떠나갈 수 있었는지, 남겨진 자신을 생각할 순 없었는지. 잘못된 감정이 자꾸만 제 맘을 비집고 들어왔다.




어쩌면 그만큼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리가시면 저는 어찌합니까, 부인..”


이미 떠나간 이에겐 어떤 대답도,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떠나간 그날 밤, 모두가 잠드는 그 새벽을, 기나긴 밤을 잠들지 못하고 고뇌와 원망에 갇혀 지옥 속을 살아가는 것은 자신뿐이었기에.




정신을 차리라는 부하의 말에도 그저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저곳으로 가면 한번은, 적어도 이렇게 내 나라를 위해 싸웠으니, 내 잘못을 빌었으니 그녀를 봐주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죽음 속에서 품는 희망이라니. 피가 역류하여 입밖으로 토해내는 그 아픔 속에서 짓는 웃음이라니. 다른 이가 보기엔 미친 자에 불과 했을지라도 드디어 자신에게도 끝이 주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얼마 못 가 헛된 희망을 품었음을, 미처 알지 못했으니.




“스스로 생을 끊은 자는 볼 수 없다!”



“...련이를 볼 수 없다니요?”



“삶을 스스로 앗아간 자는 평생 동굴을 걸으며 후회와 고통, 그리고 끊어진 인연들의 절규를 들으며 지옥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 누구도, 한번 끊어낸 인연을 다시 붙일 수도, 이을 수도 없다.”


남겨진 자의 아픔은 죽음으로도 지워지지 않음을 중길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기다림은 헛된 꿈이었음을, 결국 남은 것은 자신의 고통 뿐이었음을.

가슴에 박혀 빼낼 수 없는 화살보다 더한 고통이 심장을 옥죄여 깊게 파고들었다. 아픔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모여 온몸을 할퀴고 상처내 난도질을 하는 기분이었을까.

지워낼 수 없는 깊은 상흔이었다.






“지금 올 자가 아니거늘”

주어진 생이 한참을 남았는데도 깊게 박힌 충격에 일찍 저승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 몇몇의 상처는 그들의 영혼 속에 깊이 박혀 명부가 꼬이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지금 와서는 안됐다.

“최우선으로 환생 길에 올라야 겠구나. 저대로 두어선 상흔이 더 깊어질 터. 속히 망각의 길로 인도하거라.”

그들 중 박중길도 마찬가지였다. 나라를 구한, 백성을 지킨 그의 치사를 높게 사 훗날 생을 다하고 돌아온다면 이 곳에서 일할 운명을 가진 자이건만. 이렇게 돌아와서는 안되는 자였다.


“주의깊게 살펴보거라. 한번의 환생으로 쉽게 상흔을 지울 자가 아닌듯 싶구나.”


“존명”


련을 보낸 뒤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중길의 다음 삶또한 그다지 녹록치 않았음은 다시 돌아온 중길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자로구나. 이리도 깊게 베인 아픔일 줄. 당연하지, 나는 너가 아닌 것을”

“환생을 거듭한 자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할 수 없다. 망각의 길을 걸은 자들은 모두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지. 헌데 너는,”

흥미로운 존재였다. 한번의 환생을 거듭했음에도 첫 생을 기억하는 자라니. 보통의 존재들은 자신이 막 살아온 그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에, 이미 망각의 길을 걸은 자들이라 전전생의 삶을 기억할 일이 없었다. 아직도 자신이 박중길임을 아는 망자는 주마등에서 조차 볼 수 없는 아주 휘귀한 존재였다.


“...지옥에 있다 들었습니다.”


“이미 끊긴 인연이다.”


“...허면 저의 기억을 지워주십시오.”


“이미 망각의 길은 걸은자가 스스로 기억한 삶을 지워달라니. 너 스스로 깨달은 삶이다.”


“이 고통 속에서, 버림받은 삶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내가 이를 들어주면, 넌 나에게 뭘 줄 수 있느냐.”


“무엇이든, 존명하겠나이다.”


안락한 삶이 보장된 존재였다. 빠르게 되돌아온 이임을 감안해, 업적을 쓴 것을 높게 사 전생보다 편안한 삶을 살도록, 좋은 연을 묶어보내 만수를 누리고 오라 했건만. 눈 앞에 있는 이는 오로지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또 다시 죽음을 못 피한 자였다.


“...허면 그 댓가로 망자를 인도하거라. 죽은 자들을 주마등으로 데려와 그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거라.”


“그리하겠습니다.”


“죽은 자들을 인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은 찬란했으나, 또 다른 삶은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생을 다하여 떠나는 자들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을터. 그 삶들을 한번 이해해보는 것이 좋겠지.”


“...삶을 소중해하지 않은 존재마저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지워진다하여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잊혀진다하여 잊혀지는 것이 아니거늘.”


“저는 다만, 다가오는 진실 앞에서 멀어지길 바랄뿐입니다.”


“진실을 마주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행여 그 날이 다가올 때, 그 앞에서 돌아서게 해주십시오.”


“...나가보거라. 널 인도해줄 차사가 있을 것이다.”







“...운명은 나조차도 쉬이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봉인을 한다 한들, 영혼 깊이 박힌 상흔은 언젠가 널 다시 깨울 터”

기구한 인연이었다. 안타까운 운명이었다. 수많은 삶들이 스쳐지나가고, 생들이 이 곳을 건너가는 모습을 봐왔지만 결국은 다시 태어나고, 다시 돌아오는 존재들이었다. 어느하나 소중한 삶이 아닌 적이 없었으나 운명의 굴레가 이토록이나 가혹한 것은 먼 훗날을 위한 것인지는 두고봐야 알 터였다.

그래서 지옥에 있는 그녀가 계속 신경이 쓰였는지도 몰랐다. 열에 한번은 빌어 볼것만, 백에 한번은 원망할 것만, 수천 번의 한번은 살려달라 할 법도 한데 오직 멸해달라 원한다니.



“두고보자꾸나, 혹시 모르지.”






…………



“조금만 더 겁을 주면, 알아서 살려달라 나가게 해달라, 아니, 제발 잊게 해달라 그럴줄 알았는데 너는 기어이 어떻게 날 한번도 찾질 않느냐?”


“살려 주던가”


“안믿는다!”


“아님 나가게 해주든가.”


“거짓말”


“진심인데,”


“됐다 회한도 원망도 없는 이곳이 무슨 지옥이냐. 기억나느냐. 네가 처음 이곳에 왔던날 내게 부탁했던 것. 들어주랴?”


끊임없이 걷는 형벌을 받으며 제 귓가에 스치는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과거의 기억들이 자신을 잠식시켰다. 한번만 더 임의 얼굴을 볼걸, 한번만 당신을 붙잡고 이야길 했다면 달라졌을까.

사무치게 우는 그 얼굴이 아닌, 지키고자 했던 백성을 베어내는 서방님이 아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제 뒤를 받치던 임을 볼 수 있었을까.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인.’


‘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부인.’


차갑게 식은 자신의 몸을 품에 안으며 서럽게 우는 소리가, 자신이 끊어낸 인연들의 절규가 수십년, 수백년 들려오는 형벌이 주어지는 것은 마땅했다. 지옥에서 끝내 나오지 못해도 괜찮았다. 그 사람이 아프지 않는다면, 제 한몸 부서져도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온다면 이 고통은 영원해도 상관없었다.

제 삶에 대한 의욕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이미 버린 삶에 대한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지옥은 다른 곳에서 오는 곳이 아님을 뼈져리게 느꼈기에, 벼랑 끝에 내몰려 놓은 삶이었다. 다만, 죽음이 완연한 끝이 아님을 알았기에 멸을 원했다.


“대신 앞으로 주마등에서 일을해라.”


“먼 훗날, 네가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이 나타날거다. 그의 죽음을 네가 막아라”


“선택은 너에게 달렸으니 이제부터 잘 생각하렴”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제 마지막을, 종지부를 지을 수 있다면 그 곳이 지옥이건 주마등이건 상관없었다. 제 삶의 마침표를 지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사무치게 그리운 님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끊어낸 제 인연은 몹시도 아렸다.












…………………………


에필로그





“이제 너의 삶을 다시 결정할 때가 왔구나 아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안된다.”


“저의 선택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소멸이 된다는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 이승에서 살아갈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너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뜻이야.”


“압니다. 그러나 제 부모이십니다. 더 이상 두 분이 괴로우신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인연의 끈으로 부부의 연을 맺기 전, 아이들은 부모가 될 이들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부모를 선택하곤 했다. 둘의 인연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은 한껏 기대와 행복 속에서 자신들이 내려갈 날들을 기다렸다.
부부의 인연을 묶기도 전에 정해지는 것이라 첫생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애착이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에겐 그 기다림이 주마등같이 빠르게 지나갔으며, 어떤 이들에겐 기나긴 인고 끝에 맺어진 마침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맺어질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선택을 하거나 다시 주마등으로 돌아와 부모의 다음 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아이는, 비틀림 속에서 생겨난 기회의 씨앗일지도 몰랐다.


“아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야.”


“괜찮습니다.”


“너의 존재도 몰랐던 이들이다. 헌데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이더냐”


“그래도 제 부모가 될 분들이셨습니다. 더 이상 인연으로 맺힐 분들이 아닐지라도 과거의 고통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둘 수는 없는 분들이십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결정이 안타까웠기에 둘을 더 유심히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소멸시킬 정도로 부모를 사랑한 아이는 그 댓가로 어머닐 지옥 속에서 구해냈으며 떠나간 이를 다시 마주하는 아비의 고통을 덜어갔다.


“그들은 너의 선택을 알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지옥 속을 나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어떤 고통이 사라졌는지 알지 못할 것이야. 그래도 결정하겠느냐”


“네. 두 분이 더이상 고통 속에서 울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 선택입니다.”

부모와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아이들은 다시 제 차례가 오기 전까지 어쩌면 긴 시간을 또 다시 기다려야 했다. 100여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바뀌지 않은 그 선택은 어쩌면 제 부모를 빼다 닮았는지도.



“...이 또한 운명인 것을.”













TMI
아가는 준웅이가 아님.
아기를 가진 상태도 아님.
머겜 다음으로 이런 사약을 또 주시다니,,,이대로 보낼 수 없어,,,
  • tory_1 2022.05.24 01:06
    ㅜㅜㅜ너무 잘 읽었어ㅜㅜㅜㅜㅜㅜ
  • tory_2 2022.05.24 14:04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린다ㅠ 잘 읽었어ㅠ
  • tory_3 2022.06.03 21:49
    잘 읽었어!!ㅠㅠㅠ
  • tory_4 2023.10.15 02:44

    뒤늦게 련중길에 빠져서.. 잘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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