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뭐야, 왜 저렇게 날 쳐다 봐.'

말을 곱게 해서 쳐다보는 거지, 거의 노려보는 것에 가깝다.
살짝 비틀린 입매와 눈 아래 찍힌 눈물점이 묘하게.... 아,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나는 차갑고 까칠하다는 소문에 딱 맞는 그의 훤칠한 얼굴을 바라보다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나랑 쟤는 지난 봉사활동을 같이 갔던 것밖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데?

'설마, 내가 토리한테 노래 불러 준 걸 들었나? 그래서 내 노래에...'

에이, 그럴 리 없다.
남일주는 성악과 수석으로 입학한, 그리고 미래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에게 찬사를 받은 스타 아닌가.
실없는 생각에 고개를 살레살레 젓고 있을 즈음 옆에 앉아 있던 서남주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책상을 톡톡 쳤다.

"저기... 여주야. 선생님 들어오셨어."
"아, 응. 고마워."
"아냐. ...내가 더..."
"응?"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 서남주의 손이 새하얬다. 얜 왜 이렇게 부끄러움을 잘 타나 몰라. 발갛게 물들어 햄스터 같이 생긴 그의 얼굴에 머리를 긁적이며 나는 다시 교실의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 오늘은 지난 번에 말했던 것처럼 지정곡을 한 번씩 나와서 부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창가 첫번째 줄 부터 나오자."

오늘 부를 곡은 Una voce poco fa, 방금 들린 음성이라는 곡이다.
하이 F까지 올라가는 기교 높은 곡. 나는 습관처럼 목을 손으로 메만졌다.
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던 성대는 여전히 내 트라우마였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지...?'

조금만 힘을 주어 말을 해도 긁힐 듯이 퍼져나가던 통증. 내 목을 통과하는 순간 끔찍하게 갈라져 산산조각이 나던 음율들.

"이여주."
"........."
"이여주?"
"여, 여주야."

나는 서남주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아, 네! 지금 갈게요."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니? 자 바로 시작해."
"네!"

교실 앞에 서 숨을 가다듬고 있자니, 무수히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긴장감에 손이 파르르 떨리던 찰나, 회귀를 하고 처음 느꼈던 것처럼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귓가를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꼭, 이 음색을 그대로 따라가면 내가 가진 실력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것처럼.

"Una voce poco fa qui nel cor mi risuonò"
(방금 들린 음성이 내 마음에 울려 퍼지네)

나는 가사처럼 홀린 듯이 귓가에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입을 열었다.
<방금 들린 음성>이라는 곡은, 늙은 후견인에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로지나가 내면속의 용감함을 다짐하는 곡이다. 약점을 건드리면 독사가 되어 항복할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기개와 사랑스러운 모습이 공존하는 곡.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그 사이를 넘나들며 감정을 쏟았다. 조금 더, 조금 더.
그러는 사이 곡은 절정,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바로 다음이 하이 F를 찍어야 하는...

"아~!"

반주가 끝났다. 침묵으로 감싸인 교실에서 나는 혼자 숨을 몰아쉬며 주먹으로 심장을 꽉 쥐었다.

'올라갔어.'

듣기 싫은 소리도 나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감격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에 내가 입술을 달싹이던 순간이었다.
드르륵,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뒷 자리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개성 넘치는 음색과 스타일 때문에 자퇴를 하고 외국으로 떠나 천재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수남이었다.




에이씨 여주가 다해먹는 유사하렘 글 나와라
작가님들이 써주실 그 날을 고대함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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