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유서 비슷한 걸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죽고싶은건 아닌데, 문득 또 막연하게 죽어버릴까하는 마음이 든 탓인지
감정이 격하지 않을 때 내 마음을 잘 정리해두고 싶었다.

작년에 자살충동이 심했다. 매일이 괴로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인터넷에 이런저런 자살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었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검색키워드에 자살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만 있어도 곧바로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슬로건과 함께 자살예방전화번호가 떴다. 그런데 희한한건 '자살예방전화'를 검색하면 그러한 슬로건이 뜨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살충동이 든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살을 계획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에겐 생명존중 슬로건과 친절하게 바로 상단에 전화번호가 안내되는 반면 곧바로 그 전화번호를 검색하고자 하면 슬로건은 뜨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를 돕고자 하기보단 잃은 뒤 후회할 준비가 된 사람의 태도처럼 느껴졌다.

자살충동이 일 때 계속해서 이러한 딜레마에 부닥쳤다. 죽음을 선택하고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는 싶었으나, 도움받기 위해선 자살하겠다고 소란을 피우며 고통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느낌. 곧, 죽어야만 인정받을 것만 같은 기분.

그당시 내 일상은 거의 늘 이러한 모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원에 가서 반쯤 넋나간 채 있는다. 수업이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눈물이 터져나오고 과호흡이 온다. 어디 구석에 쪼그려앉아 급하게 다니던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면, 다정한 목소리로 '오늘은 진료가 안되니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지하철로 향한다. 지하철에서도 눈물을 참거나, 고개숙인 채  운다. 정 힘들면 도중에 내려서 또 쭈그려앉아 운다. 집에 도착하면 술을 마신다. 얼른 정신을 놓아버리고자 함이었다. 취기가 오르면 정신은 좀 나가지만 되려 우울해 뒤질 것 같다. 그러면 전선으로 목을 조르거나, 내 몸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티나지 않게 칼로 손가락을 긋는다. 그러고는 저녁약과 비상약을 먹고 다시 울다가 잔다.
(술과 약을 함께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힘든사람에게 그런걸 생각할 겨를이 있을리가)

주변사람에게 알리고싶지 않아서 그 외의 방법으로 우울함을 벗어던지려고 부단히 애썼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살예방전화는 받지를 않았고, 간혹 신호음이 울려도 먼저 끊어버렸다. 나는 전화통화를 하면 내 슬픔의 크기, 강도를 상대에게 납득시켜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죽고싶어요' 다섯글자로는 부족한 듯이 보였다. 죽고싶다는 말은 정신병원에 몇번이고 호소했었다. 나를 병원에 입원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보시기엔 별로 그렇지 않았던 듯 하다.

그래서 나도 이정도는 별로 큰 우울이 아닌가보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나는 존나게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도 자살시도를 하지는 않았으니 아직 살만하기 때문인가보다, 내가 엄살이 심해서 작은 우울감에 난리치고 있나보다, 했다. 이런 생각은 나를 힘들게하면 힘들게 했지, 마음을 다잡는데 하등 도움되질 않았다. 나는 아직도 대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모르겠다. 어쩌다 운좋게 심신이 안정을 찾아서 이렇게 언어화하여 당시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게 감사할 뿐이다.


이게 오늘 글을 써야겠다 다짐하게된 부분이다. 왜 감정을 겪는 바로 그 순간에는 감정이 잘 표현되질 않을까? 그 상황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모든 언어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나 드러날 수 밖에 없는건지, 나도 지금 문자를 쓰고 있지만 문자가 얄밉게 느껴진다.


어쨌든 그렇다. 나는 유서를 쓸 수가 없었다. 내 일상에 우울이 영향받길 원하지 않았다. 가끔 투박하고 짧게 내뱉는 한탄에도 '힘들땐 곁에 있어주겠다'고 하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따뜻함에 감사하지만, 그 당시에는 '도움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의 삶보다는 죽는게 더 낫다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자살보다 두려웠다. 그래서 혼자 울면서 술마셔놓고 다음날 학원에 가선 친구만나서 술마시고 논 척했고, 약때문에 우울감때문에 정신이 멍한것보다는 의욕없는 한량으로 보이는게 더 낫다고 느꼈다. 하루에 한 끼도 안먹는 날이 많아 살이 많이 빠졌는데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아마 내가 두려웠던 건 평가였던 것 같다. 사람구실 못하는 사람, 의지가 약해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 혹은 의지박약인데 우울증이라고 핑계대는 사람, 니가 힘들면 뭐 얼마나 힘든데? 하는 시선들. 힘들다는 말 이후에 힘들어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언어화해서! 표현해내야 한다는 그 느낌, 압박감이 내가 운을 떼는걸 두려워하게 만든 것 같다.

말할 의욕도 없었다.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라 나도 그 일을 잠시 잊고 쉴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다. 그래서 뭔가를 얘기해야만 하는 자살예방전화가 부담스러웠다.


아마도 우울해서 바스라진 상태의 사람중엔 나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언어를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표현해보려고 애써보았는데 잘 모르겠다. 사실 몇번이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또 했고, 용기내서 드러내겠다고 결심하기도 많이 했어서, 내가 이미 이걸 누군가에게 얘기한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더 적절한 표현을 찾기까지 다듬기도 지쳤다. 하고싶을 때 하고싶은 걸 해야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녕ㅠㅠ 공들였으나.. 창의성이 돋보이는 글은 아니고..그렇다고 일기는 아니고 보여주려고 쓴 글이고..
해서 창작방에 올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꺼내고 싶은데 글의 정체성은 모르겠고
일단은 백지에다 써내린 거니 창작방에 올려
용기가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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