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나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다.

 

나는 사실을 고작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조부모님께서 시작하신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해 오셨으며 때문에 가정경제의 부침이 심했다. 특히 동생이 태어난 직후 우리 가족은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경제상황을 겪고 있었다. 나도 당시의 일은 단편적으로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 하루 집안 분위기가 슬픔과 공포에 잠겨 있었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한다. 때문에 부모님은 사정이 나았던 친척집에 동생을 맡겼고, 우리 집의 경제적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자식이 없었던 친척 부부는 부모님과의 합의 아래 아예 동생을 입적시키고 외국으로 이민을 갔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양가 모두 자식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어머니가 임신한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면서도 동생이 없다는 사실을 딱히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렸을 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고 커서는 동생이 건강히 탄생하지 못했겠거니 짐작하고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괜히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냄으로써 부족함 없는 현실에 불행을 다시 불러들이지 않을까 두려웠던 같다.

 

               하여튼 동생은 미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페루에 있던 본가를 떠날 시기가 되자 처음으로 사실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얼떨결에 남의 아이를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친척부부는 동생을 친자식이나 다름없이 키워준 모양이었는지, 동생은 처음 사실을 들었을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멋진 모습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날 날을 꿈꾸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런 동생이 공교롭게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 채용이 것이었다.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 아닐 없었다.

 

               동생은 평일 한국에 도착했다. 일을 마치고 나는 두근대는 가슴으로 본가를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엄마가 나와 나를 맞아주셨다. 기대에 부푼 우리 사람이 거실로 들어서자 거실에 앉아있던 여자 하나가 뒤를 돌아 얼굴을 보더니 크게 소리 질렀다.

 

언니!”

 

               여자는 놀랍게도 나와 닮아 있었다. 물론 세세하게 뜯어보면 이목구비나 키가 미세하게 달랐지만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와 닮은 세상의 유일한 존재를 처음 보고 얼어있던 찰나, 동생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아무리 닮았다 하더라도 살아온 문화가 달라서인지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눈물콧물 짜며 추한 보이는 아닌가 싶었던 나의 걱정과 달리 수십 년만의 상봉은 매우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뭐든 앞서 걱정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나나 부모님과는 반대로 동생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데에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아이도 우리 집에서 자랐으면 나와 비슷해졌을까? 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없었다. 여하튼 우리 가족은 년만에 가장 즐거운 밤을 보냈다.

 

               천천히 한국 물정을 배우며 집을 구할 때까지 동생은 계속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나는 회사에서 가까운 자취방에서 지내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동생은 괜히 나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다고 했고, 무엇보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도 내가 떠나 쓸쓸하던 차에 동생이 들어와서 매우 기뻐하시는 눈치였다.

 

               이후 동생의 출근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자매는 틈틈이 짬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나는 한국에 처음 와본다는 동생을 데리고 이곳저곳 서울의 명소를 탐방했다. 같이 쇼핑도 가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수다를 떨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매우 놀라웠던 것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러 면으로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점이었다. 일단 앞에서 말했듯 외모가 비슷했다. 엄마를 닮긴 했지만 젊은 시절의 엄마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목구비였다. 그런데 우리 둘끼리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비슷했다. 이것은 추후 남들도 누차 확인해 주었지만 자신도 처음 동생을 순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세세하게 이목구비를 하나둘 뜯어보면 분명히 다른 사람이건만 전체적인 인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사실 이렇게 비슷한 인상의 자매들이야 흔치는 않아도 나처럼 여학교를 다니다 보면 주위에 한두 집은 보게 된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다음부터다. 나와 동생은 외견뿐 아니라 취향, 특기, 입맛, 흥미분야, 가치관 많은 것이 겹쳤던 것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구경하다 눈에 띄는 것을 동시에 잡은 적은 정말 수도 없이 많고, 카페나 식당에서 고르는 메뉴는 항상 동일했다. (물론 상의 , 맘에 드는 요리 가지를 시켜 나눠먹었다.) 게다가 음악은요즘 제일 나가는 가수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추억의 명밴드, 클래식 음악 같은 취향이었으면 말을 한다. 둘이 같은 프랑스의 래퍼를 좋아할 누가 알았겠는가. 참고로 프랑스어는 마디도 못하며 당시에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미술작품, 싫어하는 , 유명하지만 별로라고 생각하는 영화 모든 비슷했다. 만약 다른 것이 있다면 쪽이 그것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집에서 자란 자매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의 양극에서 교류도 없이, 서로의 존재도 모른 살아가던 사람이 이리도 비슷하다니.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신기했다. 이게 유전의 힘이라는 건가 싶기도 했고, 운명이란 정말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떠나 현실적으로 조금 달갑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동생은 나보다 키가 아주 약간 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이게 무슨 도토리 키재기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는 거다. 게다가 동생은 만들기에 관심이 높은 문화권에서 생활을 탓인지 식단 조절과 운동에 미쳐 있어서 기본 체형은 나와 같았지만 실제 몸매는 요즘 대세인 탄탄한 근육형 몸이었다. 동생을 만난 당시 우리 나라도 만들기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듯 항상 몸이 맘의 열의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이 동일한 취향의 옷을 걸칠 때마다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 둘은 마치 몸매 변신 프로그램의 비포와 아프터를 보는 것과 같았다. 외견뿐 아니라 어디서든 긍정적이고 당당하며 자연스러운 동생의 모습은 온갖 명품을 걸쳤으나 화면에 비칠 자신의 모습에 전전긍긍하는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의 모습보다 멋있고 아름다웠다.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나는 동생이라서 특별히 미화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느낀 그대로를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뿐이다.

 

               이로 인한 나의 내적 갈등은 동생이 회사에 출근을 시작하면서 심화되었다. 동생은 나와 같은 부서에 배치 받았다. 같은 부서라고는 해도 우리 사업부는 본사에 상주하는 직원만 명이 넘는 부서였다. 너무도 비슷한 사람이 눈에 리가 없었다.

 

어머, 동생이었어? 너무 똑같다. 이번 주에만 알고 벌써 번을 실수했잖아. 눈이 이상한 알았어.”

 

나도 나도. 둘이 전쟁통에 헤어져도 찾을 일은 없겠다. 하하하.”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동생이 생겼다는 일이 너무나 신나고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동생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가끔 동생이 일하는 자리에 가서 간식거리를 주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쳐주곤 했다. 사람들은 회사 내에서 혈연으로 파벌을 형성하려는 거냐며 놀려댔고 우리도 역시 농담으로 응수했다.

              

               동생은 학습이 상당히 빨랐다. 거기에 긍정적인 성격과 사교성까지 더해져 회사 분위기에도 금세 적응했다. 업무도 맘만 급해서 허둥지둥하는 나와는 달리 차근차근, 그러나 가르쳐주면 절대 잊지 않는 모범적인 자세로 배워나갔다. 동생이 속해 있는 팀의 팀장은 외국에서 애라 걱정했는데 요즘 신입과는 다르더라, 벌써 이런 저런 업무도 맡아서 한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 , 없는 마음 반으로 웃으며 얘기를 듣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웃을 있었다.

 

               진짜 문제는 동생이 들어온 , 내가 속해 있는 팀과 동생이 속해 있는 팀이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벌어졌다. 우리 팀의 과장이 리더를 맡고 직속 사수인 대리와 내가 메인, 그리고 동생이 동생 팀의 자료를 갖고 서포트를 하는 구도였다. 참고로 나는 동생보다 겨우 1 먼저 들어온 선배로, 1년의 차이는 처음에는 엄청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열심인 1년을 보내지 않았던가.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인재라고 인정 받지 않았던가. 이런 생각으로 나는 앞으로도 동생의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단단히 했다. 그러나 다짐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주에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다.




  • tory_1 2020.08.06 16:0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3/22 10: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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