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눈앞에서 빛이 사라진다.

내가 이 광경을 어디서 봤더라?

아아, 그래 맞아.

자정이 넘었을 무렵, 내 방 전등이 예고없이 픽 꺼져버렸을 때와 똑같다.

다만 그때는 전구가 나가버린 것뿐이었는데.

지금은.......

"꺄아아아악!"

"사, 사람이 치였어!"

"구급차! 누가 119에 전화 좀 해봐요!"

귀에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분명 아까까지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시력이 나갈 수도 있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게 그건가?

어쨌거나-

'아직은 죽기.... 싫은.... 데.......'

나는 나의 죽음을 이해했고.

그대로 세상을 떴다.


*


가장 최근에 봤던 로맨스 소설은 이런 줄거리였다.

흔해 빠진 중세 판타지에서, 성격 나쁜 왕자가 총명한 공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성군이 되는 이야기.

왕자는 똑똑했지만 냉혈한에 폭군이었다. 미래의 황비로 간택되어 약혼녀가 된 공녀에게도 절대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왕자는 점차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물론 본인은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불행하게도 왕자의 암살 미수 사건이 일어난다.

뒤이어 찾아낸 증거가 공녀를 범인으로 가리켰다. 황제는 곧장 공녀를 처형했고, 왕자는 그제야 자신이 공녀를 사랑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 후.

공녀를 믿고 싶었던 왕자는 암살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증거를 조작했던 진범을 잡게 된다.

앞으로 공녀의 유지를 따라 성군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왕자.

그런 그의 앞에 공녀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결혼하여 왕국을 평화롭게 이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까?

죽었던 공녀가, 어떻게 다시 나타났냐고?

그게 문제다.

공녀의 집안은 왕국에서도 명망이 높은 공작가였고, 공녀의 아버지인 아글란 공작은 왕자 못지 않게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대역을 만들어뒀다.

언젠가 공녀의 목숨이 위협받을 때 대신 희생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따스한 성품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트리샤 피르 엘레노어 공녀.

그녀를 대신해 죽음으로서 역할을 다한 이름 없는 대역.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고?

그야 기적적으로 두 번째 삶을 얻게 된 내가.......

꽃길이 보장된 팔방미인 공녀도 아닌, 그 대역으로 환생했으니까!



*


눈을 떴을 땐 모든 게 달랐다.

내가 살던 가난한 원룸과 비교되는 화려한 인테리어.

누워있던 곳도 딱딱한 바닥과 얇은 이불이 아닌 호화로운 침대다.

살짝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짚고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을 천천히 일으켰더니 모든 정황이 단박에 파악됐다.

"나는......."

전쟁의 기억이 물밀듯 흘러들어왔다.

퇴근길에 차에 치였던 20여 년의 과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트리샤 공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건 그 사실이었다.

내가 최근에 읽었던 소설 속 캐릭터로 환생했다는 건 곧바로 인지가 됐다.

그런데, 왜, 대체 왜......?!

어째서 공녀가 아닌 대역 쪽인건데?!

"아니, 기왕에 환생할 거, 공녀가 됐으면 사치도 부려보고 미남들도 많이 보고 좋잖아!!"

대역 소녀의 나이는 지금 일곱 살. 우연인지 운명인지 트리샤 공녀와 똑같은 나이다.

출생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없다.

조용히 시골 마을 고아원에서 잡일을 하며 살던 도중 시찰을 나온 기사의 눈에 들었고, 트리샤 공녀와 꼭 닮은 소녀가 있다는 보고를 들은 아글란 공작이 직접 고아원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 뒤는 정신없이 진행됐다. 양녀처럼 번드르르한 계약이 아니라 돈으로 팔려왔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납치되듯 끌려와 공작가 영지의 별채에 던져진 게 바로 어제 일이라는 거다.

우습다면 우습달까.... 그렇게 정신없던 와중에도 나를 품평하듯 훑어보던 아글란 공작의 차가운 눈길만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마치 뱀이 맨살을 기어 올라오는 느낌?

"이건 잊어버리자."

조용히 소름이 돋은 팔을 한차례 쓸어내렸다.

기분을 돌리기 위해 천천히 방 안을 둘러봤다.

세간에 알려져선 안되는 역할이니만큼, 감옥같은 곳에 숨겨놓고 밥만 줄 거란 내 상상과 다르게 멀끔한 방이었다.

오히려 귀족 아가씨의 침실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간도 넓을뿐더러 가구들도 하나같이 화려하다.

"......이거 진짜 금인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금색의 세공 장식품들을 보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도 소시민의 근성은 어쩔 수 없구나.... 응?"

화장대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이 멈췄다.

깨끗한 거울 속에 작고 귀여운 소녀가 비친다.

정수리부터 허리까지 붉은 폭포를 이루는 곱슬 머리카락.

여태까지 넋을 놓았던 장식품 이상으로 선명하고 광채를 띤 황금색 눈동자.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와 눈처럼 새하얀 피부까지.......

"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가 세차게 뛰었다.

"귀여워!!"

호들갑을 떨면서 화장대 거울을 붙들었다. 앙증맞은 손으로 얼굴을 더듬거려봤지만 도무지 내 얼굴같지가 않다. 현실감이 없달까?

정말 길에서 봤다면 납치하고 싶을 정도의 사랑스러움이다. 이게 나라고? 아무리 공녀의 대역이라지만 너무 심각하게 귀여운 거 아닌가?

"하긴. 소설에서도 공녀가 처형될 때 대역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닮으려면 이뻐야겠지."

고아원에 있을 땐 제대로 씻지도 못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게다가 성격도 음침해서 늘 머리를 숙이고 다녔으니 알만한 사람이 없었겠지.

어제 한밤중에 영지에 도착한 후, 비몽사몽으로 세탁당하는 느낌이 들더라니 이렇게 꾸며놨던 거구나.

"그런데.... 왜지?"

다시 방 안을 둘러보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고작해야 대역인데 이렇게까지 잘 해줄 이유가 있나?"

똑똑.

그때 굳게 닫힌 문이 흔들렸다.

"일어났나?"

처음 듣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깐.

고양이처럼 움츠러들었던 몸을 진정시키고 목을 가다듬었다.

"네, 네. 들어오세요."

누구지? 아글란 공작은 아닌 것 같은데.

방 한가운데에서 조금 뻘쭘하게 눈치를 보자 문이 열리고 한 소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진짜 누구지?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밝은 신록색 눈동자와 거기 상반되는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무표정해서 기분을 읽을 수 없는 얼굴과, 어린데도 꽤나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

나이는.... 10대 초반쯤 되었을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더니 눈이 마주친 그가 팍 인상을 쓴다.

"뭐 문제 있어?"

"네?"

갑자기 무슨 소리래?

여전히 시선을 피하지 않고 되물었다. 소년은 묵묵히 내 대답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어깨를 으쓱였다.

"공작님으로부터 머리도 제대로 못 드는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네."

"아, 아아.... 하하하."

내가 전생자가 아니었다면 분명 그러고 있었겠지.

뜨끔한 마음에 그제야 시선을 모로 돌렸다.

"뭐 좋아. 어쨌든 설명해줄 테니 앉아."

어린데도 불구하고 한없이 사무적인 어조였다.

명령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가운데 있는 둥근 탁자에 그와 마주 앉았다.

"본론부터 말할게. 너는 앞으로 트리샤 피르 엘레노어 공녀가 된다."

감정이 결여된 것 같은 담담한 목소리.

"여기서 정식 교육을 받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밖에 나가 공녀님을 연기하는 거야. 이해했나?"

역시나.

거부권은 없겠지. 응.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슬쩍 오른손을 들었다.

"뭐지?"

"필요한 일이라는 게.... 뭔가요?"

"주로 공녀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때다."

대신 죽으라는 말을 이렇게 돌려하네.

이 인간, 아무리 그래도 일곱 살짜리한테 너무 배려가 없는 거 아니야?

"자주는 아니지만 공식 석상에 나가야 할 일도 있을 거야. 그러니 너는 공녀님과 엇비슷한 수준의 교양과 품위를 가져야 된다."

아. 그래서 방이 이렇게 멀끔했구나.

목숨만 쓰고 버리는 좀 더 단순한 대역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죽기 전에 비슷한 사극 영화를 본 것 같아. 거긴 짧은 기간 동안 왕을 대신하는 거였지만.'

.......

......어?

잠깐. 그렇다는 얘긴.......

"이봐."

등골이 오싹해질라는 찰나 검은 머리 소년이 테이블을 툭툭 쳐서 주의를 끌었다.

"네, 네?"

"손님이 앞에 있는데 다른 생각에 빠지지 마. 나쁜 버릇이다."

"죄송합니다......."

정곡이라 변명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해는 빠른가보군.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크흠. 그가 헛기침을 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나는 다인 크로아. 앞으로 네 교육 담당이다."

뭐?

'다인이라고...?!'

표정 관리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정색했다.

크로아 가문이라 하면 대대로 엘레노어 공작가를 섬기는 학자 집안이다.

그리고 다인은 공녀보다 다섯 살 연상으로, 뛰어난 머리를 인정받아 어릴 때부터 왕국에 온갖 공훈을 세웠다.

내가 알기론 열일곱 살 때 트리샤 공녀의 전담 가정 교사가 될 텐데.... 5년 전인 지금 나한테 한 발 먼저 교육을 왔다는 건, 그만큼 다인이 공작의 신뢰를 사고 있다는 뜻일 거다.

어쩌면 나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그에겐 테스트의 일환일지도 모르고.

아글란 공작은 체면을 중시하니까, 다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열두 살짜리에게 진짜 공녀의 가정교사를 맡기는 건 겉보기에 조금 꺼려지겠지.

어쨌든 소설 속에서 다인의 중요한 점이라고 하면.

십대 중반에 왕자의 눈에 들어 그의 측근이 된다는 것과.......

정확히 스무 살에, 왕실 기밀을 훔치려 했다는 오명을 쓰고 왕자의 손에 처형당한다는 거다.

'트리샤가 왕자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 중 하나였지. 가족처럼 지냈던 다인이 죽어서 긴 시간 오열하지만, 그렇다고 왕자를 원망하지도 않는 성녀 같은 모습을 보여서 말이야.'

"두 번째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죄, 죄송해요!"

"버릇이라면 고쳐야겠는데. 자주 그런 편인가?"

"아니요, 버릇은 아닌데요.... 갑자기 이런 곳에 와버려서......."

거짓말은 아니지. 응.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야.

민망한 마음에 목소리를 작게 줄였다. 힐끗힐끗 눈치를 살폈더니 다인이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래. 그럴만도 하지."

응?

이해해 주는 건가?

다인은 왕자 못지 않은 냉혈한 캐릭터로 정평이 나 있어서 사실 변명으로 취급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생각으로 다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다인은 착잡한 표정으로(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시선을 떨어트리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황급히 고개를 피했다.

"뭐, 그건 그거고. 지금부터 기초 학력 테스트를 할 거야."

"네?"

일곱 살짜리한테 무슨 테스트요?

"거창해 보여도 지금 네 지식 수준을 확인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치르면 돼. 그 다음에 주기적으로 볼 시험에선 긴장해야겠지만."

가만히 있자 테이블 위로 종이 몇 장과 펜이 올라왔다.

나는 머뭇거리며 펜을 쥔 상태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어디까지 할까?'

아예 글을 못쓰는 척 해버려?

수학은 쉬운 편이다. 하지만 역사나 문화는 내가 빠삭하게 꿰고 있을 턱이 없다.

'응? 잠깐, 이거 자세히 보니까....'

침착하게 읽어보자 문제는 받아쓰기나 1+1 수준이었다.

'이 정도라면 풀어도 의심 안 받겠지.'

신중하게 펜을 들고 답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30분 후.

"흐음."

다인이 채점이 끝난 답안지를 천천히 훑어본다.

나는 그 맞은편에서 공손한 자세로 평가를 기다렸다.

"기대 이상인걸."

"그, 그래요?"

풀다보니 오버한 감이 있긴 했다.

다인이 의도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과목이든 간에 아주 쉬운 문제로 시작해서 조금씩 난이도가 물흐르듯 올라가고 있었다.

1+1이 두자릿수 덧셈이 되고, 더하기와 빼기가 섞이고, 자연스럽게 곱셉까지 넘어가는.... 물론 중간에 눈치채고 손을 떼긴 했지만.

다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썼던 답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의도했던 것보다 문제를 더 풀긴 했다.

'중간에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홀랑 넘어가서 끝까지 풀어버렸을 거야.'

솔직히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앞에 있는 남자가 지략가라는 걸 이 테스트로 확인한 기분이다.

"암기 분야가 좀 약한데. 이건 배워나가면 될 일이니까."

이것도 정답. 소설을 보긴 했지만 세세한 설정까지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다.

침묵으로 긍정하고 있자 곧 다인이 종이를 정리해서 일어났다.

"내 용건은 여기서 끝이야. 조금 기다리면 시녀장이 식사를 가져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

"미리 말해두지만 방 밖으로 나가는 건 금지다. 지금 너에 대해서는 공작님과 공녀님, 나, 시녀장 이렇게 넷만 알고 있어. 그 외의 사람에게 네 존재가 알려지거든 곧바로 처분될 테니까 스스로 생각해서 처신해."

처분.

온몸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단어였다.

무릎 위에 올린 주먹을 꼭 쥐고 애써 떨림을 감췄다. 지금 내 얼굴은 아마 파랗게 질려 있겠지.

그걸 알면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미래가 두려웠다.

"앞으로 트리샤 공녀님의 대역이 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 나중에 실수하지 않도록 평소 이름도 똑같이 부를 거다."

"아."

다인의 말을 듣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잠깐만요! 그건 저를 트리샤라고 부른다는 말인가요?"

"그래. 왜?"

설령 앞날이 그 소설대로 흘러가더라도, 나는 순순히 죽고 싶지 않았다. 죽을 생각은 없다.

뭔가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건 여기서부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트리샤 공녀의 대역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밖에서 실수하지 않을게요. 여기서만큼은 다른 이름을 불러주세요."

"다른 이름?"

안경 너머로 녹색 눈이 일그러진다.

"뭘로 말이야?"

"그러니까......."

트리샤 피르 엘레노어. 실수하지 않도록 그 이름을 되뇌다 말했다.

"샤피.... 그걸로 안 될까요?"

"하다못해 철자만 따오겠다 이건가."

다인이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일 분이 한 시간 처럼 길게 느껴진다. 거절하면 뭐라고 설득할지 궁리하면서 잔뜩 긴장해있는데-

"안될 거 없겠지."

짧은 대답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 그럼!"

"단. 두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첫 번째로, 한 달 동안 내가 널 트리샤라고 부를 때 즉각 반응할 것. 두 번째로, 한 달 후에 볼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을 것."

'그 정도라면.......'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다. 후자는 오히려 자신있다.

다인과 눈을 마주치고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열심히 할게요."

"잘됐군. 난 이틀 후에 다시 올 거야. 그땐 빨리 기상해서 옷 정도는 갈아입었길 바란다."

"윽."

그러고 보니 아직 잠옷 차림이었지.

안그래도 이것저것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따끔하기 그지없는 다인의 충고을 듣고 새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다인 오라버니."

"......뭐?"

응?

왜 놀라는 거지?

'아!'

다인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건 소설 속의 오리지널 공녀였다.

출신도 불명확한데다가 지금 천민.... 아니면 소모품에 가까운 나는, 귀족인 그를 다인 님이라던가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두 손을 저었다.

"죄, 죄송해요! 아무 생각 없이 그만......!"

"사과할 필요까진 없어. 조금 놀란 것뿐이니까."

정말 놀란 것처럼 보이긴 했다.

"선생님, 아니, 다인 님이라고 불러야겠죠?"

큰 실례를 했단 생각에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고 있는데, 한참 후에 다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 오라버니어도 상관없어. 마음대로 불러."

엥?

'진짜로?'

표정을 살피려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지만 그보다 한 발 빠르게 다인이 방을 나갔다.

뒤에서 얼핏 보였던 얼굴이 기분 탓이 아니라면 조금 붉었던 것 같다.

'다인이 원래 저런 캐릭터였나?'

여동생처럼 여기는 공녀와 충성을 다한 왕자에게만 진짜 속내를 드러내는 완벽주의자. 그게 내가 알고 있는 다인이다.

"어릴 때의 다인은 소설에 묘사가 잘 안되어 있으니....... 으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차가운 남자가 되어가는 걸까.

그건 좀 아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런 잡생각을 좀 하느라, 처음에 느꼈던 오싹한 위화감의 정체는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

나톨 소설 3작품 완결 냈었는데 그중 회귀/빙의/전생 공녀물은 없어서 한번 킬링 타임용으로 시도해본 글이야....ㅋㅋ큐ㅠㅠㅠ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높은 사람의 대역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일본에는 카게무샤라는 단어가 딱 있잖아? 근데 한국어로 표현하자니 대역밖에 없어서 아쉽다.

관련해서 영화 광해도 재미있었어!


엄.... 재미있게 읽었기를 바랄게! (긴장)
  • tory_1 2020.07.24 13:41

    우왕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당:) 다음 얘기도 기다릴게!!!

  • tory_2 2020.08.04 10:56
    오...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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