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처음에는 서로 쓴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좀 하고자 하고 만난거였는데. 그러니까 스터디 같은 그런거. 그런데 어느 순간 너의 글이 너무 좋아서, 처음 그 글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 나라서, 그게 너무 좋아서 그 자체로 설렜던 것 같아.

너가 하는 말을 조금 더 듣고 싶어. 네가 느끼는 감정을, 네가 보는 세상을 나도 보고싶어. 가끔은 네 얼굴을 감싸고 이 글이 너무 좋아, 넌 정말 천재야 하고 말하고 싶어. 네가 바라보는 그 시선 끝에 내가 있었으면 해. 네 손을 잡고 싶어. 네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릴 때, 그 옆에서 함께 흔들리고 싶어. 네가 말하는 노랫말 속 그 사람이 나였으면 해. 네가 너라고 부르는 그 사람 말이야. 신기하지, 나는 여자고, 너도 여잔데. 만일 내가 남자한테 이런 감정을 느꼈다면, 아니 이보다 훨씬 적은 호감이었어도 내 친구들은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 말할거야. 당장 연락하라고 부추기겠지. 네가 여자라서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린 맘에 누구나 하는 착각이라거나 호기심 때문에 그런거라는 말은 하지마. 내가 너 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네가 먼저 너에대해 알았다고 해서 내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다고 얘기할 순 없잖아.

 

가끔 나는 질투를 하기도 해. 네 노랫말의 그녀에게. 너는 그게 다 지나간 일이라고 얘기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너와 특별한 것을 나눴겠지. 우리가 하는 스터디 말고. 너의 생각을 글이 아닌 목소리로 속삭였을 테고, 그걸 가장 먼저 듣는 특권을 그녀는 누렸겠지. 너가 좋아한다는 그 여자 연예인에게도 질투가 나. 그녀는 나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니까. 나는 여자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도 없고, 내가 가령 남자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남자와 뭘 어쩔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건 알지만, 어쨌든 네가 내게는 절대 말하지 않는 너의 취향, 여자를 볼 때 네가 호감을 느끼는 부분, 네가 성적으로 어떠한 여자한테 끌리는지 그런걸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는 내가 모를거라고, 내가 부담스러워 할거라고, 너의 그런 얘기는 해주질 않잖아.

 

여자나 남자의 문제가 아니라고, 누군가를 사랑할때는 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쓴 내 고백 같은 글에 너는 웃었지. 너는 정말 아직도 너무 순진하다. 그런걸 믿니. 아니면 너는 나 같은 존재를 지우고 싶은거니. 아니, 그건 너를 향한 내 고백이었는데 말야. 있잖아. 그 일 이후로 나는 절대 너에게 내 마음을 말하지 않기로 했어. 너는 그게 가식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내 진심이야. 나는 너처럼 소수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소수자에 속한다고 생각한적 없으니까. 너를 만나서야, 너라면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됐으니 말야.

 

방황? 너가 말한 것 처럼 어떤 가면을 쓴다는 느낌?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너무 늦게 알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나도 리서치를 조금 했어. 나이 60에 깨닫는 사람도 있다고. 근데 사실 나는 그게 너라서그래 이런얘긴 그만할게. 아무튼 가끔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 마음이 너의 노래를 듣고, 너의 몸짓을 보고,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의 글을 보고 부풀어 오르면 그땐 눈을 감고 셋을 셀게. 너가 그녀에 대해 말하며 웃을 때, 그 때 내가 느꼇던 비참함을 떠올릴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친한 친구가 있다고 나는 그 친구를 정말 좋아했었다고 지금은 조금 멀어졌다고 말할게. 오랜 고향 친구를 말하듯이 말이야. 그리고 얼마전에 인스타 통해서 봤는데, 네가 하는 일에서 점점 잘되어 가는것도, 괜찮은 파트너를 만난것도 축하해.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정말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너가 썻던 수많은 파란 글들이 좀 더 핑크빛이길 바랬어. 아마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

만일 너와,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 사이에 무언가 있어서 우리가 만날 수 없었다면, 그건 그 선을 건널 수 없었던 내 잘못일까 아니면 이런 나를 믿지 않았던 네 잘못일까. 아니 우리 모두 잘못한건 없지. 그냥 그 순간에 우리가 거기 있었고, 우리의 마음은 어딘지 어긋나 있었고, 나는 너무 몰랐고, 너는 너무 지쳐있었고.

아 맞다, 나는 얼마전에 퇴사를 했고 곧 늦은 공부를 하러 중국으로 갈거야. 다음에 돌아올 때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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