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혼자 다녀오는 여행은 어땠어?
너가 다녀오는 시간에 맞추어 나라도 집에 있고 싶었는데, 하필 내가 출판 관련 일정 때문에 외출을 해야 해서 반갑고 그리운 마음을 담아 짧게 글을 남겨.
며칠 전, 너는 뜬금없이 말을 꺼냈지. 여행을 가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당연히 모두 함께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인 줄 알고 일정을 비울 생각에 조금 들뜨고 설렜어. 그런데 너는 의외의 말을 더 했어. 혼자 가고 싶다고. 이 집에 우리가 함께 살게 된 이후에 너가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됐어.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그런데 너는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혼자인 것에 익숙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덤덤하게 여행의 이유를 말했어.
나도 너의 말에 동의해. 모든 인간은 결국 독립적인 존재고 외로움은 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아무리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너의 마음 속 모든 생각과 감정을 내가 다 짐작할 순 없겠지만, 그저 이거 하나만 기억해줄래? 우리는 모두 너를 아주 많이 아끼고 있다고. 그리고 난 하루 중에 꽤 많은 시간, 매우 자주, 너를 떠올리면서 웃음을 짓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행복이 되어주는 너라는 걸.
지난 번 함께 간 바다는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바다였어. 다음 여행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 그 땐 우리 또 함께 여행을 가자.
어린애도 아닌데 걱정이 지나쳤다면 미안해. 아마 내가 아는 너는 다음에 혹시 또 혼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때 나는 너가 조금도 걱정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
피곤하면 전에 여행 다녀왔을 때처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는 것도 괜찮겠다.
그럼 이따 만나.
비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