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겨울밤의 공기가 차갑다. 그 차가운 공기보다 더 싸늘한, 폐가가 되어버린 윤택수의 집에 도착한 봉구와 사내가 가만히 인기척을 탐색한다. 어째서 바로 궐로 들어가지 않고 이런 곳에 홀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이 내린 이 기회를 버릴 수는 없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봉구가 사내들에게 재하를 찾으라 이르고는 자신도 조심스레 집 안으로 들어간다. 불청객의 방문은 하늘의 달만이 바라보고 있다.

 

 

 

여기다.”

 

안채와 조금 떨어진 사랑방. 이곳만 문이 닫혀 있다. 귀를 기울이니 미세하게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소리 없이 문을 여니 잠들어 있는 재하가 보인다. 얼굴에 진한 미소가 걸린 봉구가 재하에게 다가가며 칼을 뽑는다. 이대로 심장을 찌르면 더 이상 자신들의 계획을 거스를 자는 아무도 없다.

얼마나 깊게 잠든 것인지 지척에 왔음에도 재하는 미동조차 없다. 칼을 들어 심장을 겨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봉구가 칼을 내리 꽂는다.

 

-!

 

심장에 박혀야 할 칼이지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멈추었다. 봉구의 눈이 커지고 재하가 눈을 뜬다. 순식간에 칼을 밀어내고는 재빠르게 일어나 봉구를 마주했다. 달빛이 경악한 봉구의 표정을 비춘다. 하지만 빛을 등진 재하의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봉구의 등줄기로 서늘한 땀이 흐른다.

언제부터였지.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봉구가 눈을 굴리며 재하의 속내를 점쳐 보려 했지만 피식거리는 재하의 비웃음에 생각을 멈추곤 칼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 방에서 살아 나가는 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해서, 공격은 봉구로부터 시작된다.

 

 

 

 

, 겨우 이 실력으로 나를 죽이려 한 것이야?”

 

겨우 열 번의 합에 승패가 갈려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봉구가 덜렁거리는 제 팔을 부여잡은 채 재하를 올려다보았다. 그저 한량일 줄만 알았는데 역시 왕족은 다른 것인가. 후우, 봉구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시야를 가리지만 닦을 손도 없다. 재하가 칼끝을 땅에 댄 채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봉구와 시선을 맞춘다.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조선으로 돌아온 줄 아느냐. 내가 없는 동안 은규태가 역모를 준비했다면 난, 그런 은규태를 막기 위해 준비했다.”

...킬킬...”

내가 어찌 알았는지 궁금하냐?”

“..........”

내가 조선에 있다는 그 소문... 내가 퍼트렸거든.”

킬킬킬.. 함정에 빠진 것이군?”

이렇게 빨리 빠질 줄은 몰랐어.”

 

칼등으로 봉구의 어깨를 툭 치자 날카로운 아픔에 봉구가 얼굴을 찡그리며 웃는다.

 

킬킬킬킬킬킬...”

뭐 대역 죄인에게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가거라, 지옥으로.”

 

실성을 한 자처럼 웃기만 하던 봉구를 싸늘하게 노려보면 재하가 단번에 심장을 찌른다. , 하는 단말마와 함께 봉구의 입가에 선혈이 흐른다. 재하는 봉구의 심장에 꽂힌 칼을 빼지도 않은 채 사랑방을 나섰다. 재하가 봉구를 제압하는 동안 봉구와 함께 온 사내들도 제압당한 것인지 포박된 채 마당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곳곳에 매복하고 있던 겸사복들을 지휘하던 헌이 재하에게 다가오다 슬쩍 사랑방을 살핀다.

 

전부 토설했습니다.”

“........갈가리 찢어 짐승의 먹이로 주거라.”

 

잔인한 재하의 명에 겸사복 몇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휘두르는 칼에는 자비가 없다. 시신을 얹은 수레가 뒷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빤히 바라보던 재하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헌에게 문방사우를 준비하라 한다. 아닌 달밤에 먹을 가는 헌이 궁금한 듯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서찰을 적느냐 묻는다.

 

은규태에게.”

예에? 전면전입니까?”

그럴 리가. 그저 좀 안심시켜 주는 것일 뿐.”

 

재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찰을 잘 갈무리한 재하가 아까 겸사복에게 시켜 받은 자객의 옷 한 벌을 서찰과 함께 헌에게 건넨다.

 

이걸.... ....?”

아까 보니까 자객 중 한 명이 자네와 닮은 듯해서 말이네. 가서 이 서찰이나 건네주고 오게.”

“.......?!”

 

서찰과 옷을 번갈아 보던 헌이 고개를 절레 젓는다. 서찰을 전해주는 것은 문제없으나 죽은 자의 옷을 입는 것은 영 꺼림칙하다. 하지만 단호한 재하의 눈빛에 어쩔 수 없이 헌은 재하의 손에 들린 옷과 서찰을 받아든다.

 

“....너무 하십니다...”

그래도 제일 피가 묻지 않은 옷으로 골랐네.”

 

떨떠름한 표정을 한 헌이 예를 올리고는 담을 넘어 사라진다. 휴우, 재하가 그제야 한숨을 쉰다. 손에 묻은 피는 이미 말랐건만 비릿한 피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썩 좋지 않은 기억이 될 것이다.

 



*



 

그래, 성공했구나.”

 

사내가 - 헌이 - 전한 서찰을 본 규태가 안심한 듯 미소를 짓는다. 재하의 목숨을 뺏으려 했으나 후에 쓸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우선은 제압만 해놓았다. 해서 자신은 재하를 감시해야 해 곁에서 보필할 수 없다는 봉구의 서찰에 이해한다는 듯 규태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 날, 시경과 함께 입궐을 한 규태는 가까이 다가온 성공에 마음이 너그러워 진 것인지 별 말 없이 시경을 강녕전으로 보낸다. 재하까지 제압했으니 빠르게 후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

 

규태와 헤어지고 홀로 강녕전으로 온 시경은 며칠 째 보지 못한 재신의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별당에 찾아가려 해도 무슨 명이 내려진 것인지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무슨 일이냐 묻고 싶어도 대답을 해 줄 연산댁도 원호도 없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몰래 월담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호시탐탐 자신을 감시하는 눈길이 느껴져 그러지도 못했다. 휴유, 작게 한숨을 쉬자 대전 상궁이 궐에서는 한숨을 쉬어서는 안 된다며 눈치를 준다.

 

.. 송구하옵니다.”

주의해주시지요. 전하- 은참의 들었나이다.”

 

문이 열리고 시경이 조심스레 동온돌 방으로 들어간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기력을 많이 회복했다던 재강은 앉아 있을 힘도 없는 것인지 시경이 들어왔음에도 자리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누워있는 재강을 대신 해 중전이 시경을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 중전마마.”

 

시경이 예를 올리고 앉는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기대하는 눈빛의 재강이 시경을 바라본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강은 입만 벙긋거릴 뿐 소리를 내지 못한다.

 

전하께오서 은참의를 많이도 기다리셨습니다. 그렇지요, 전하?”

 

재강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매일같이 병마와 싸우는 재강에게 유일한 안식은 시경에게서 자신이 모르는 재하과 재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시경이라 쉬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나라의 영의정인 은규태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고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쁜 기침을 한 재강이 자신을 일으켜 달라한다. 중전은 아니 된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재강은 막무가내로 몸을 일으킨다. 내관과 시경이 달려가 재강을 부축한다. 재강이 자신을 부축하는 시경의 손을 쥔다. 놀란 시경이 잡힌 제 손과 자신을 바라보는 재강을 번갈아 본다.

 

참의.... 고맙네... 쿨럭, 쿨럭!”

“........황공하옵니다, 전하.”

.. 참의 덕분에... 미소 지으며... 갈 수 있네...”

?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우리 윤의공주를... 재신이를.... ... 부탁...”

 

숨소리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건넨 재강이 온몸을 들썩이며 기침을 하다 결국 피를 토하고 만다. 붉은 피가 하얀 재강의 야장의를 물들여버린다.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중전의 어미가 재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한 땀 한 땀 만들었던 그 야장의가 숨이 꺼져가는 자의 피로 붉게 변해버린다.

 

전하!!!”

 

중전이 소리친다. 대전 내관이 어의를 부르라 소리친다. 놀란 상궁들이, 궁인들이 달려간다.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공황에 빠진 시경만 굳어있다.

아니다. 이것이 아니다. 자신이 재강을 보려고 한 것은 함께 규태를 말리기 위해서이지 이런 모습을 보려고 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재강이 토한 피가 묻어 붉어져 버린 손이 떨린다.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러면 막을 수 없다. 이러면 피바람이 불어버린다!!!

 

전하!!!!”

전하, 전하!!”

... 아니 되십니다, 제가, 제가..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그 말을.. 그 말을 들어 주십시오, 전하!!”

 

피를 토하고 쓰러진 재강은 시경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미동이 없다.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몸이라 시경은 바닥에 두 손을 짚은 채 그저 두서없는 말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 말 사이에는 규태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방 안 그 누구도 그 말을 듣지 못하였다.

 

어찌 알았는지 어의와 규태가 함께 들어온다. 놀란 표정의 규태가 재강의 곁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시경을 우선 떼어 놓는다. 어의가 재강의 맥을 짚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어의에게 집중된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눈으로 어의를 바라본다. 잔뜩 인상을 쓴 채 재강의 맥을 짚던 어의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중전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죽여주시옵소서. 중전마마!!”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닐 것입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전이 재강에게 다가간다. 조금씩 식어가는 재강의 안으며 통곡하기 시작 한다. 전하아- 모든 이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재강, 승하하다.

 



*



 

상위복! 상위복! 상위복!!”

 

지붕 한 가운데 위로 올라간 내시가 재강이 평소에 입었던 웃옷을 흔들며 외친다. 궁 안의, 밖의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린다. 어질었기에, 모든 이에게 공평했기에 만백성들의 칭송을 받던 재강이라 백성들은 제 혈육이 죽은 것 마냥 슬퍼하고, 또 슬퍼했다.

 

시경이 너는 가서 자가를 모셔 오거라.”

“....”

집으로 가지 말고 우식이를 따라가거라.”

?”

 

재신이 있는 별당으로 향하려던 시경이 규태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지만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자신을 지나쳐 사라지는 규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우식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우식은 광화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집으로 다가간다. 시경이 얼굴을 찡그린다. 언제부터 재신이 이곳에 있었던 것일까.

대문을 지키고 있던 장정이 시경에게 고개를 숙인다. 자신 모르게 일이 꾸며지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난 시경은 그 인사를 받지도 않은 채 거칠게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자가!! 자가, 어디 계시옵니까!!”

여기 있습니다.”

 

사랑방에서 문이 열리고 재신이 나온다. 시경은 다행이라는 듯 한걸음에 재신에게 다가갔지만 눈물범벅인 재신의 얼굴에 시경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시경이 재신의 손을 잡았지만 재신을 그 손을 떨쳐버린다.

 

어찌 오셨습니까.”

“....?”

 

, 하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노려보는 눈과 살을 에는 겨울바람처럼 싸늘한 목소리에 시경이 당황한다.

 

.. 자가를 뫼시러 왔...”

또 어디로 데려가시게요! 왜 이번에는 아예 산 속이나 섬으로 데려가시려는 겝니까!!”

자가...”

이리도!! 이리도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궐인데!! 그저 몇 발자국만 가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인데!! !! .... 오라버니의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만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재강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은규태에 대한 원망에 재신이 무너져버린다. 하얗게 질린 손으로 시경의 어깨를 때리며 통곡을 하고 만다.

 

잘 가시란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한 나라의 군주이기 이전에 제.. 제 소중한 오라버니셨다는 이야기를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자가..”

전부 도련님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모두 다!!”

 

잔뜩 핏발이 선 눈으로 마치 시경이 규태인 것 마냥 노려본다. 시경이 무릎을 꿇는다. 제 양 어깨에 짊어진 죄인의 자식이란 원죄가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재신을 데리고 가야한다. 재하가 나타나지 않는 지금, 재신이 옥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시경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무너지듯 자리에 앉아 울고 있는 재신을 일으킨다.

 

송구하고 또 송구합니다. 하지만 자가 지금은 가셔야 하옵니다.”

제 몸에 손대지 마십시오!!”

 

또다시 시경의 손을 뿌리친 재신이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낸다. 자가!! 놀란 시경의 목소리가 높다. 재신은 떨리는 손으로 작은 단도 칼끝을 제 목에 가져다 댄다.

 

재하오라버니께서 제게 오실 때 까지 전 아무데도 가지 않습니다.”

궐로 모시려는 것일 뿐입니다.”

궐로 가서 무얼 하게요? 제 목을 치시게요?!”

자가!!!!”

 

미칠 듯한 답답함에 비례에 언성도 높아진다. 시경의 고함에 재신이 눈살을 찌푸리며 작은 단도의 칼끝을 좀 더 목에 댄다. 여린 살이 찢겨 벌써 빨간 핏방울이 맺힌다. 순간, 제 손을 물들였던 재강의 피가 떠올라 머리가 어지럽다. 저 핏방울이 신경 쓰여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얼른 가서 옥쇄를 가져야 하는데, 해서 그 옥쇄를 지켜야 하는데 재신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그 자리에서 서 있다.

 

전 더 이상 도련님도 믿을 수 없습니다. 어찌 제게 한 마디 언질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헌데 어찌 제가 이곳으로 옮겨 온 후 단 한 번도 오지 않으셨습니까?!”

“....?”

오시겠지, 내일은 오시겠지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오셔서 설명해주시겠지. 하면서 버텼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궐을 볼 때마다 아려오는 가슴을 도련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버텼습니다. 도련님께서 오시면 날 저기로 데려다 주시겠지, 다시 전하와 중전마마 곁으로 보내주시겠지 하며 기다렸습니다!!”

 

또다시 표독스러운 눈으로 노려본다. 저 눈을 마주하니 아아, 이제야 알겠다. 왜 재신이 이렇게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왜 단 한 번도 짓지 않은 그 매서운 표정을 지은 것인지 알겠다. 시경이 입술을 깨물었다. 재신에게 그랬겠지. 곧 자신이 올 것이라고, 와서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라 그리 안심시켜 놨겠지. 그래야 허튼 짓을 하지 않으니까. 이 일을 설명 할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일하게 믿고 있는 자신이니까...

 

오해입니다, 자가. 전 모르고 있었나이다. 자가께오서 이곳에 계신 줄 꿈에도 몰랐나이다.”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십니까.”

자가!!”

 

믿음이 깨지면 이리도 냉정해지는 것일까. 시경이 다시 소리친다. 저도 모르게 들어간 힘 때문에 목의 핏방울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놀란 시경이 앞뒤재지 않고 손을 뻗어 작은 단도를 쥔 재신의 팔을 잡아당긴다. 놓으십시오!! 재신이 소리치며 잡힌 팔을 빼기 위해 몸부림치다 작은 단도로 시경의 손을 긋고 만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시경이 제 손을 쥐며 재신에게서 떨어진다.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깊게 베인 것인지 손목을 타고 피가 흐른다.

 

도련님!”

 

자신이 시경을 다치게 했다는 사실에 재신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아픔에 신음하는 시경에게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시경의 손을 잡는다.

 

.. 제가.. ... 도련님을...”

 

얼마나 놀란 것인지 손뿐만 아니라 온몸이 떨린다. 말조차 잇지 못하는 재신에게 시경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알싸한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고 만다. 그저 벌벌 떨고 있던 재신이 정신을 차린 것인지 제 치마를 찢어 시경의 다친 손을 감는다. 미안하다는 말만 읊조리는 재신을 시경이 꽉 껴안는다.

 

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니 눈물을 거두세요, 자가.”

 

시경이 재신을 안은 팔에 힘을 준다. 시경에게 안긴 재신의 귀에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시경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언제고 시경에게 안겼을 때 들었던 소리와 같다. 그 때는 너무 쑥스러워서, 너무 좋아서 세차게 뛰고 있던 심장이었는데 오늘은.. 어떤 의미로 이리도 세차게 뛰고 있는 것일까.

 

자가, 저를 믿어주십시오. 전 절대 자가께 거짓을 고하지 않습니다. 절대 자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

그러니 우선은 궐로 가시지요. 가셔서.. 승록대군마마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옥쇄를 지키셔야 합니다..”

“.........”

아버지께선 자가를 압박하실 것입니다. 어쩌면 조정신료 모두가 그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승록대군마마와 한 약속입니다. 언제고 단 한번은 자가를 위해 행하라. , 제 집안을 버리고 자가를 택하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자가를 위해 할 행동입니다. 시경이 뒷말을 미소로 흘려버린다. 재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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