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사람 인종 차별 주의자 만드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
어쩌다가 이민/학교/직장 루트가 쭉 한국 사람 별로 없는 동네만 골라서 뽑히는 바람에 가족 빼곤 다 비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살아온 토린데, 진짜 들이대는 남자들 10명에서 8명은 다 저런 소리를 해. 지금 남친이랑은 8년 넘게, 그전 남친들이랑도 대부분 1년은 넘게 사귀어서 거절할 일이 꽤 많았고 나름대로 양쪽 다 기분 안 나쁘면서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도 익혔는데, 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안의 비치가 깨어나면서 '아니 그냥 네가 인간적으로 존나 매력이 없을 뿐이야'라고 쏘아붙여주고 싶어져.
사실 난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절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왠지 여자인 내 의사보다 내 남친의 '소유권'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더 존중받는 것 같아서. 근데 그냥 싫다고 거절하면 '아시안/한국 남자만 사귀어서 그러니?' 하고 물어보고, 내가 봤을 때 아, 얘가 작업거는 것 같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남친 얘기를 꺼내서 자르는데 그러면 돌아오는 질문은 '네 남친도 아시안/한국사람이니?' 야. 남친 인종 말해주면 되게 의아해하는 표정 짓는 것도 빡쳐.
ㅅㅂ 내 인생의 한국 남자란 아빠랑 동생이 유일하고 심지어 아시아계 남자랑은 사귀어 본 적도, 작업 걸려본 적도 없는 몸인데 왜?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지만 어릴 땐 한인 교회에서 '너같은 여자애는 남자 사귀기 힘들겠다'란 소리까지 들어봐서 내가 뭔가 한국 여자로서 하자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단 말야. 언어도 2세냐는 소리 들을 정도로 하고, 인맥이나 취향, 취미도 자라온 환경이 환경이라 굳이 나누자면 이쪽이 더 가깝단 말이지.이쯤 되면 얘가 날 거절하는게 인종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쪽이 이상한 거 아니니? 난 원빈 좋아하고, 데이비드 간디 욕정하는 아주 코스모폴리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취향의 여자일 뿐인데.
막 칭챙총 하며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도 짜증나지만 나 스스로는 내 인종을 의식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내 인종갖고 지레짐작하는 것도 짜증나. 전자는 그냥 못배워먹은 촌놈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후자는 대부분 자기 스스로는 꽤 깨어있다고 착각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