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성인 3명 중 1명, 청소년은 10명 중 8명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못 미칠 정도로 운동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간 수백 개의 정책이 각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왔다. 늘어난 정책만큼 실행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으며 소득·성별에 따른 불평등도 구조적으로 굳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버라 살보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교수 연구팀은 WHO의 68개국 설문 데이터를 분석해 운동의 종류별 불평등 실태를 밝힌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여가 운동뿐 아니라 이동·노동 과정에서 이뤄지는 신체활동을 모두 포함한 연구다.
연구팀은 WHO가 만성질환 위험 요인을 추적하기 위해 운영하는 국제 조사 프로그램 자료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68개국 성인의 여가·이동·노동 등 상황별 신체활동 실태를 분석했다. 소득, 성별, 국가 소득 수준을 함께 따지는 방식을 여러 나라 신체활동 데이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성인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운동을 권고하는 WHO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운동 부족 상태는 20년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상황이 더 심각해 10명 중 8명이 기준에 미달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운동 부족 문제는 모든 나라,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소득과 성별로 나눠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뚜렷했다. 여가 운동에서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는데 연구팀이 성별·소득·국가 소득 수준을 동시에 따졌을 때 가장 유리한 집단인 고소득 국가 부유층 남성의 권고 기준 충족률은 가장 취약한 집단인 저소득 국가 빈곤층 여성보다 40% 높았다. 여가 운동은 생계와 무관하게 건강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활동인 만큼 형편에 따라 운동할 기회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나 이동 과정에서 이뤄지는 신체활동은 오히려 저소득층, 저소득 국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전체 신체활동 가운데 여가 운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고소득 국가에서는 30%를 넘었다.
살보 교수는 "신체활동을 심장·혈관 질환 예방 수단으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와 불평등을 반영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며 "안전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신체활동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건강한 활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불평등이 고착된 배경에는 각국의 신체활동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세계 정책 채택 현황과 전문가 인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안드레아 라미레스 바렐라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 교수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25년까지 200개국의 신체활동 관련 국가 정책 문서 661건을 분석하고 전문가 46명을 심층 면담한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네이처 헬스'에 게재했다.
조사 결과 218개국 중 91.7%가 신체활동 관련 정책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천에 옮긴 나라는 드물었다. 661개 정책 중 3개 이상의 정부 부처에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한 경우는 38.7%에 그쳤다. 정부 안에서 담당 주체가 불분명하고 부처 간 협력이 약하다는 점이 공통적인 걸림돌로 꼽혔다.
연구팀은 "신체활동의 이점을 질병 예방 너머로 넓게 알리고 정부 내 담당 부처를 명확히 정하 보건 분야 밖의 부처·기관과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doi.org/10.1038/s41591-026-04237-5
doi.org/10.1038/s44360-025-00044-3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6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