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나 대학 졸업하고 곧바로 일년 동안 소기업 취직해서 회사 다니다가 그만 뒀었거든

직무/업무량에 비해 연봉도 짜고 (당시 2400), 격주 토요출근인데 그마저도 서류상으론 원래 매주 주6인데 연차에서 까서 격주로 주6, 토요일마다 다같이 회사청소 (당연히 화장실 포함이고 직접 물걸레질 손걸레질 분리수거 다 함), 중간관리자가 없음 아예 없음.


퇴사 계기는 위에 적어놓은 것들 때문이 아니고 자기가 하는 말이 성희롱인줄도 모르고 씨부리는 내 직속 상사이자 유일한 팀원인 상무이사 때문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그만둘때 내 전임자가 그랬던것처럼 사람 구해질때까지 몇개월동안 기다리지 않았었거든.

내 전임자는 내가 그 자리로 입사하게 될때까지 4개월이나 유예해줬던데 나는 딱 5주 기간 주고 여행 숙소 다 잡아놨다고 절대 안된다고 했음.

그러다보니 회사 쪽에서도 급하게 사람 구해서 그런지 내 후임자리 1년 안에 세명 갈아치워졌다고 하더라

물론 그 사람들 구해질때까지 5주동안 면접 보러 왔다가 합격했는데 거절한 사람 대여섯명은 되고.

마음 급해지니까 다른 팀 사람들한테 "어차피 대졸 신입 널리고 널렸다. 지금 취업시장 얼마나 어려운줄도 모르고 다짜고짜 그만둔다."라고 뒷담화 하고 다니다가 막판엔 나한테 계속 다녀달라고 거의 빌다시피 하더라.


그 뒤로 다시 구직활동 하면서 진짜 많은 회사들에 서류를 넣고, 면접도 봤었어.


나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노예근성이라고 해도 별 할 말은 없는데 회사 건물 등의 인프라가 구린거나,

주6출근, 직접 사무실 청소하는거, 내 스펙에 비해 짠 연봉 같은 건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거든 정말 아무 상관도 없었어 ㅋㅋㅋㅋ

업무 시스템이 아예 없다시피하고, 유일한 팀원이 이사님이라서 나한테 일 알려줄 사수가 없고, 그 팀원이 나한테 성희롱 하는 거 때문에 그만둔거였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청소 용역조차 부르지 않을 정도로 돈 아끼려고하고 중간관리자급한테 줄 연봉 들어가는 것 조차 아까워서

이사 바로 아래 자리를 대졸신입으로 채우는 회사라면, 다른건 안봐도 뻔하겠구나, 내가 회사 고르는 기준이 너무 잘못됐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으로 취업했던 곳은 대기업급 중견기업이었어. 

나름 이 회사만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의 회사였고, 회사 인프라도 정말 좋았고 연봉도 괜찮았음.

매일매일 기본 아홉시까지 야근하는데 '상사면 보통 다 그래'라는 말 한마디로 퉁치면서

야근수당도없이 직원들 쥐어 짜내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주말에도 언제나 항상 스탠바이 상태여야 했었음. 

불필요한 술자리도 정말 많고, 복지도 존나 구리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떠먹여주는 복지조차 소화 못할 정도였어.

바빠죽겠는데 자꾸 경영지원실에서 연차 쓰라고, 반차로 쪼개서라도 쓰라고 잔소리해서 짜증났을 정도.


매월 전사 경영회의를 하는데 업무시간에 경영회의 하는건 시간 아깝다고 7시부터 경영회의 시작.

연차 낮은 사원일수록 더 일찍 와서 시다바리 들어야했고, 아침에 출근하면 주임급 아래로는 본인 부서 위치한 층을 쭉 돌아다니면서 출근인사 해야했음.

그러다보니까 매 분기마다 대졸공채를 수두룩빽빽하게 뽑아도 우수수 그만두고 또 그만두고... 

입사동기 10명이었는데 2년 반정도 뒤에 정신차려보니까 나랑 다른 사람 한 명 밖에 안 남아 있더라.


이때 통근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고 건강도 너무 안좋아져서 (당연한게 매일 밥먹듯 야근했었으니) 회사 그만두고

조금 쉬다가 지금 워라밸이 보장되는 (이라고 생각했던) 중소기업 다니고 있는데

명절상여금없고, 영업직인데 성과금 정말 짜고, 출장 잦은 직무인데도 출장비 지원 없고, 일비 제한 많아서 고객사 접대하는데 애로사항 있을 정도고.

그만두겠다는 사람들 두세명이서 번호표뽑아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사람이 안구해져서 다들 1주, 2주, 한달 이렇게 더 유예해주고있음.


나도 취준을 두번이나 거쳤기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 정말 힘든 거 알고있는데,

회사 쪽에서는 또 이렇게 사람이 안구해져서 발 동동 구르는거 볼 때마다... 그냥 회사가 쫌 잘 하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 밖에 안들어.


대기업 중견기업은 어차피 들어오겠다는 사람 많으니까-라면서, 이러려고 돈 많이 받는 거 아니냐면서 사람을 막 굴리고

중소기업은 한 사람 뽑아서 두세사람 몫을 쪽쪽 뽑아내겠다는 마인드, 복지는 사치라는 마인드니까 사람이 안뽑히고...


첫회사도, 두번째회사도, 지금 회사도 사람들이 자꾸 그만두고 안뽑히고 할 때마다 항상 하는 소리가 '요즘 애들이 물러서... 지금같은 구직난에 배가 불러서... 우리땐 주6도 군말없이 다녔는데...' 이러더라고.

오히려 지금 같은 구직난에도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 면접을 몇 번이나 다시 열고, 사람들이 줄줄 그만두게 만드는 자기 회사가 한심하지는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프라 구릴 수도 있지. 동료들이 별로일 수도 있지. 연봉 낮을 수도 있지. 그래 불편한 회식자리 좀 많을 수도 있어. 기본적인 비품지원도 짜게굴정도로 복지 안좋을 수 있지. 청소용역조차 안 부를 수도 있지. 업무 분장 잘 안되어있을 수도 있지. 분장은 잘 되어있는데 1인에게 맡기는 업무범위가 너무 높을 수도 있어. 아니면 업무 체계가 구릴 수도 있겠지. 납득가지 않는 사내문화 좀 있을 수도 있지.


그래 완벽한 회사 없는 건 알겠는데, 저 단점들이 너무 많이 겹치는건 문제 아닌가?

다 괜찮은데 단점 한두개 있는게 아니고 다 구린데 그나마 집가까우니까, 그나마 돈은 많이 주니까, 그나마 연월차는 눈치 안보고 쓰니까... 라는 이유로 다니게되는 회사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지금 회사도 안바쁘면 칼퇴 가능하고, 회사 비전 나쁘지 않고, 같은 사무실 사람들도 괜찮고, 우리 부서 업무체계는 아주 합리적인 편이어서 그냥 다니고는 있는데, 솔직히 좋은 회사라는 생각은 안들어. 애사심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봐도..ㅇㅇ 그러니 사람이 저렇게 안뽑히지 싶음.


솔직히 나는 친구들한테 넌 노예근성이 좀 있다는 말을 들을정도로 회사 다니면서 회사의 단점에 많이 개의치 않는 편이거든?

위에 썼다시피 회사 인프라는 뭐 회사 건물이 너무 노후해서 기관지 문제생겼다 이런식으로 건강을 해치는 정도만 아니면 상관 없고,

야근도 '그래 솔직히 야근 안하는 회사가 몇이나 되리~' 이생각하면서 다니는 편이었어. 

그러다 첫 직장 이후로 정신차려서 따질거 다 따지면서 구직활동 했던 거야.

그런데도 지금 회사를 몇번이나 옮겼는데도 만족할만한 회사가 없다는게 좀 어이도 없고 ㅋㅋㅋ 평생 찾을수나 있을까 싶다.


나같은 생각 하는 토리는 없니? 


회사라는게 어쨌든 돈이 필요할때까지는 사업 차릴게 아닌 이상 다녀야만 하는 곳이고,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내 커리어 그 자체이기도 한건데... 왜 이렇게 괜찮은 회사가 없을까 싶어.

진짜... 대학교 졸업하고 항상 하는 생각인 것 같아. 왜케 다 구릴까? 왜케 괜찮은 회사가 없을까.


'이직하고싶다'라고 생각하다가도 회의감이 와.

  • tory_88 2018.10.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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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9 2018.10.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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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0 2018.10.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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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0 2018.10.14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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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1 2018.10.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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