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감정 빼고 건조하게 가 볼게 



8 : 10 출근

도착하자마자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한대 피운다. 

이미 사람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니코틴이 들어가서 그런지 당장은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을 때 뿐이고 흡연장을 떠나 회사로 들어가는 그 순간, 기분이 바닥을 치는 게 느껴진다. 


8 : 20 자리 도착 

아마 센터마다 다를 테지만 자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전날 콜의 상담 만족도 조사다.

10점이 아닌 모든 점수는 '좋지 않은 점수'다. 

회사가 원하는 건 모든 고객이 최고의 만족을 하는 상담이지만.. 그걸 이룩하기엔 세상은 아직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팀원중 누군가가 만점이 아닌 다른 점수가 나왔다. 

고객은 코멘트에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요'라고 적었다. 

고객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나, 그 불이익은 상담사 개인이 받는 터라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점수의 당사자가 내가 아닌 것에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내 쓰레기력을 숨기기 위해 아이스 커피를 타 온다. 얼음 많이 많이. 


9 : 00 업무 시작 

9시 땡 하면 바로 업무 시작이다.

보통 9시 01분 까지는 콜이 없다. 

이후에는 콜이 쏟아진다. 한 콜이 끝나고 다음 콜이 끝날 때 까지 쉴 틈이 없지만 뭐.. 익숙하다. 

상담사를 500명 정도 더 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에 탄 아이스 커피가 싱거워지기 시작하지만 자리를 뜰 수 없어서 그냥 마신다. 

시계를 봤더니 10시 50분. 조금만 더 하면 점심시간이다. 

콜이 들어오고 첫인사인 사랑고백을 하는데 고객이 씨발년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오... 신선한데..?


10시 50분 민원 고객 

고객에 대한 파악은 들어오자마자 보통 2초 안에 끝난다. 

고객이 왜 씨발년을 외쳤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아이 씨바 근데 모르겠다... 뭐가 문제니 고객아..? 

일단 고객이 진정할 때 까지 좀 기다린 다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정중히 물어본다.

홈페이지의 거래 취소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실 수 있지 ㅇㅇ 이해한다 ㅇㅇ 비꼬는거 아니라 진심. 어플이나 홈페이지나 너무 어렵다. 

해결하는 중간중간 그러셨군요,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해 보아도 많이 복잡해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등의 말로 고객의 마음을 풀어준다.

어느정도 해결이 되고 나서 고객이 아까는 욕을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ㄴㄴ 괜춘ㅎㅎ 님정도면 매우 양호하니 죄책감 ㄴㄴ 식의 말을 잘 포장해서 정중하게 들려드린다. 

누굴 위한 훈훈함인지 알 수 없지만 좌우간에 훈훈하게 콜이 종료된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잘 해결 되고 바로 다음 콜이 들어온다. 

상담사님, 지금 부터 제가 하는 말 하나하나 적으면서 들으세요. 

젊은 목소리다.

썅.. 이건 좀 좆됐다 싶다. 


11 : 10 민원 고객 2

욕설하는 나이든 고객 보다 젊은 진상이 더 골치라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을 것이다.

쌍욕 하나 안 하고 꼬박꼬박 존대에 상담사님, 상담사님, 하면서 말꼬리를 계속 잡는다. 

아무튼 고객은 지금 어디까지 적으셨어요? 라고 신경을 쓰며 꼼꼼하게 질문을 하고 있다. 

조또 시발.. 끝이 안 날 거 같지만 어쨌든 끝이 나긴 한다. 

젊은 진상에 대해서는 진짜 찐예시 들 수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안 들겠음 ㅇㅇ; 트라우마 올라오니까

아무튼 꼼꼼하게 내 타자소리 까지 귀 기울여 듣던 고객이 끝나고 나니 호출 메신저가 와 있다. 

토리야. 

할 말 있으면 그냥 한번에 하지 꼭 이름 부르고 내가 답할 때 까지 기다린다. 

네? 하고 답을 보내니 잠시 와 보라고 한다. 

아 왜 또.. 


11 : 40 면담 

내 콜에 대한 면담이다. 조금 전 젊은 고객이 아니라 아까 쌍욕하며 들어왔던 고객이다. 

고객 불만성이라 들어 보았는데 조금만 고쳤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다고 한다. 

상위자가 '제가 직접 해 보아도 많이 복잡해요'라는 내 말을 내 앞에서 들려준다. 

네가 듣기엔 어떤 것 같니? 라는 말에 아 씨바 내가 뭘 잘못했지 라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제가 직접 해 보아도 많이 복잡합니다, 라고 했어야 할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 놓는다. 

잘 알면서 왜 그러냐고 한다. 

음..... 아는데.. 의외로 말을 하다보면 모든 말을 다나까로 끝내기가 참 어렵더라고. 

계속 이런 식이면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면담은 종료된다. 

첫 마디부터 고객은 나를 씨발년이라고 불렀지만 ㅇㅇ 괜찮다. 

이건 진짜 비꼬는거 아니라 괜찮은게 욕설이 있는 콜을 들어주는 거면 충분히 괜찮은 상위자고 내 말투를 교정해주는 것 역시 그의 역할이기 때문에 감정은 전혀 없다. 

다만 회사에서 소위 원하는 '고급스럽고 누구나 만족하는 상담'을 시킬거면 돈을 좀 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12 : 00 점심시간 

처음 입사했을 때 여기 밥 잘 주네 싶었다. 

n년이 지난 지금, 회사에서는 물만 마셔도 소화가 안 된다. 

그래도 한국인은 밥심이니 열심히 먹어 본다. 

식후땡? 당연 가야지. 


13 : 00 오후 업무 

퇴근 시간까지 5시간이나 남았다는 게 제일 싫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13시 01분까지는 콜이 없다. 

밀리긴 해도 평소와 비슷했는데 갑자기 콜이 폭주한다. 

뭔가 이상하다. 비슷한 오류건에 대한 문의가 메신저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하고,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공지사항이 뜬다. 

어플 오류란다. 

뭐.. 그럴 거 같았다. 

신입이 물어본다. 고객이 어플에서 뭐가 안 된다고 하는데ㅠㅠ 이거 어떻게 해결 하나요?

응.. 그거 오류라서 네가 해결 못해... 


18 : 00 퇴근

의외로 퇴근 할 때 보다 퇴근 하기 전에 받는 콜이 제일 신나고 즐겁다. 

이 고객만 처리하면 퇴근한다..! 오늘 네가 내 마지막이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컴퓨터 끄면 좀 심드렁 하다. 

신입 때는 몇 콜 받았는지 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안 보게 되었다. 

어차피 큰 의미가 없어서 ㅇㅇ.. 

출근 하자마자 탔던 커피가 다 녹았다. 거의 반도 못 마셨다. 

평소에도 그래서 뭐.. 절반 마셨으면 많이 마셨네. 

퇴근하면서 담배? 당연하다. 

이제 산넘고 물건너 집으로 가야 한다. 가까운데서 다닐걸. 

아직 화요일이라는 점이 미칠 것 같다. 주 4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가며 방광염 약을 사 간다. 직업병이니 어쩔 수 없다. 




솔직히 할 말 졸라 많지만 인증도 될거 같고 하니 여기까지 해 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유하게 적었다...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한번 써봤어 ㅎㅎ  

참고로 저거보다 훨씬 더 힘듦 ^^ 

  • tory_1 2022.03.1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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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2.03.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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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2.03.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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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22.03.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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